
자 이제 이것만 계산하면...”
저주용 인형의 마나 성분을 계산하기 위한 마법수식 계산은 거의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었다. 이 순간을 위해 5일간 하인즈의 일을 도우며 틈틈이 수식 계산을 해온 유카의 마음속은 복잡해 졌다.
드디어 마지막 수식을 계산한 유카는 저주용 인형을 밀 그려놓은 마법진 정 가운데에 올려놓았고 아직 그려지지 않은 마법진의 일부분을 채워 넣었다.
“됐어.”
유카는 창가 쪽에 위치한 침대에 걸터앉아 난장판이 된 자신의 방을 둘러보았다. 책상위에 쌓여있는 수많은 마법 서적들, 양탄자를 걷어내고 그린 마법진, 수식을 계산하고 아무렇게나 던져버린 양피지들, 앞으로 치울 일이 걱정되기는 했지만 지금까지의 노력에 비하면 청소 따위야 세발의 피였다.
마법진이 발동하며 저주용 인형에서 마나를 축출하는 동안 유카는 돌아가신 부모님에 대해 생각했다.
사진으로 밖에 본적 없는 유카의 부모님은 유카가 태어난 해에 일어난 사건으로 인해 돌아가셨다. 그리고 그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되었던 에뜨랑은 증거 부족으로 풀려났다. 그 후 하인즈는 유카에게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를 잘 해주지는 않았지만 유카는 엘리니아의 요정들과 어른들을 통해 부모님에게 일어난 사건을 자주 접했고 마법 시전을 처음으로 시전한 날부터 유카는 굳게 결심했다.
반드시 범인을 잡아 그 죄를 그 죄 값을 치르도록 하겠다고.
붉은 빛을 띠던 마법진이 푸른빛으로 바뀌자 유카는 침대에서 내려와 마법진 가까이로 다가갔다.
“이제 됐다.”
마법진 바로 위에 허공에 떠있는 아주 적은 량의 마나를 유리병에 담은 유카는 안주머니에 있던 양피지를 책상으로 가져가 펼쳤다. 복잡한 마법진이 그려져 있는 이 양피지는 마나를 분석해 마나를 사용한 시전자의 위치를 대략적으로 알려주는 효과가 있었고 유카가 예전부터 연구해 지난 5일간 수백 장의 실패작들을 통해 만들어낸 결과물이었다.
유카는 유리병에 담긴 마나를 마법진이 그려진 양피지 중앙에 올려놓았고 양피지는 마법진 안으로 유리병을 잡아당겼다. 유리병이 사라지고 시간이 잠시 흐르고 결과가 허공에 적히기 시작했다.
‘반경 5M이내’
“유카야?”
결과가 나옴과 동시에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너무나도 익숙한 목소리, 유카는 사시나무 떨 듯 떨며 고개를 돌리며 자신의 유일한 가족을 불렀다.
“하.. 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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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 전
관장실에서 업무를 보던 하인즈는 마나의 움직임에 슬며시 미소 지으며 생각했다.
‘유카가 또 실험을 하나 보군’
하인즈에게는 삭막한 일상에 오아시스 같은 존재인 소녀는 하인즈의 유일한 혈육이었다.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마법에 천부적인 소질을 가지고 있던 소녀는 하인즈의 사랑과 관심을 한 몸에 받았고 소녀 역시 자신의 할아버지를 사랑했다. 하지만 아름다운 보석에도 불순물이 섞여있긴 마련이었다.
하인즈는 소녀에게 무언가를 숨기고 있었다. 물론 처음부터 소녀에게 숨기고자 한 것은 아니었지만, 소녀가 자라는 모습과 소녀가 보여주는 웃음은 하인즈에게 자꾸만 그 진실을 숨겨야한다고 소리치고 있었다.
결국 하인즈는 그 진실을 묻었고 그 진실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산처럼 하인즈의 마음 한 켠에 자리한 채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뭔가 이상하군.’
평소와는 다른 마나의 흐름에 하인즈는 관장실을 나와 소녀의 방으로 향했다.
“유카야?”
하인즈는 노크 후에 문을 열었고 난장판 이 된 방과 바닥에 그려진 마법진과 그 옆에 서있는 소녀를 보았다. 그리고...
하인즈는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손녀인 유카가 떨리는 목소리로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하인즈는 이것이 자신이 절대 바라지 않았던 상황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바닥에 떨어진, 자신이 6년 전에 만든 저주용 인형을 보기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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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카?”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유카는 위층에서 내려오지 않았고 루미너스와 라니아 역시 유카의 분위기를 눈치 채고는 절대 위층에는 올라가지 않았다. 아마 아이리스가 처음으로 유카가 있는 곳으로 올라 온 사람일 것이다.
“유카”
아이리스는 다시 한 번 유카의 이름을 불렀지만 돌아오는 건 훌쩍이는 유카의 울음 소리였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건데, 왜 우는 거야?”
여전히 돌아오는 건 적막한 침묵 뿐 아이리스는 마치 공기와 이야기하는 것 같은 기분에
“그렇게 혼자 꾹꾹 담아 둔 채 가만히 있으면 뭐가 해결돼?, 바보같이 그렇게 있을 거야?!”
아이리스는 머뭇거렸던 발걸음을 옮겨 유카의 울음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걸어갔고, 달빛이 비추는 침대 위에서 울고 있는 유카의 모습을 보았다.
“도대체 얼마나 운거야?”
유카의 로프가 흠뻑 젖어있는 걸 보며 아이리스는 말했다.
“... 넌 가장 믿는 사람한태 배신당해 본적 있어?”
무릅에 얼굴을 묻은 유카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아이리스는 대답해 줄 수 없었다.
“내 유일한 가족이었는데... 난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하인즈 할아버지랑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말을 해줘야 내가 뭐라도 해주지...”
“미안해 아이리스, 지금은 그냥 혼자 있고 싶어.”
쩍쩍 갈라진 대지처럼 메마른 유카의 목소리에 아이리스는 어쩔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일 엘리니아에 다녀와야겠어.’
이제 시험이 끝났으니 폭풍연재!!!
방학이 끝나기 전까지 1부(완결이 아니에요 여러분...)끝낼 수 있을까요...
재미있게 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