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카가 집을 나간 뒤 하인즈는 영혼이 빠져나간 사람처럼 관장실에 앉아 이마에 손을 얹고 생각에 빠졌다.
‘어찌한단 말인가’
과거의 방황이 이렇게 큰 결과가 되어 돌아올 줄은 하인즈 역시 몰랐을 것이다.
진작에 진실을 말했어야 했나?, 아니다 그랬다가 더 일찍 유카를 잃었을지도 모른다, 난 왜 흑마법에 빠졌을까?, 늘 평온했었던 그의 마음은 수만 가지의 생각들로 가득 차 버렸다.
그때였다 루바뜨가 시간의 서를 봉인한 장소의 상태를 알려주는 붉은 보석이 불길한 빛을 내뿜기 시작 했다. 하인즈가 잠시 멍하니 보석을 바라보고 있을 때 였다.
“!!”
당황한 그는 시간의 서가 봉인되어 있는 지점으로 서둘러 워프를 시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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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니아 가장 높은 곳 그곳은 엘리니아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 꼭대기였다. 하늘을 뚫은 가지 아래로 짙은 구름이 강처럼 흘렀고 나무줄기에 둘러쌓인 채 봉인되어있는 시간의 서 앞에는 적 붉은 색 머리칼에 큰 장검을 등에 맨 남성이 있었다.
“마족인가?”
한쪽 눈만을 가지고 하인즈를 바라보는 남성의 왼쪽 눈은 알 수 없는 문양이 그려진 안대로 가려져 있었다. 하지만 남성을 힘을 짐작한 하인즈는 안대에 그려진 문양을 보고는 자신의 짐작을 확신했다.
“...역시 대 마법사는 다르다 이건가?”
기척만으로 자신이 누군지 알아낸 성에 남성은 긴장을 늦추지 않은 채 고개를 들며 말했다.
“블랙윙이냐?”
“글쎄, 난 그런 아랫물에서는 안 놀아서.”
그는 기분 나쁜 웃음을 지었고 하인즈는 시간의 서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불행 중 다행으로 봉인을 풀려 있었지만 시간의 서는 온전하게 제 위치를 지키고 있었다.
“시간의 서의 봉인만 건든 것은... 다른 목적이 있는 게로군.”
“잘 아네, 널 제거하고 시간의 서를 가지고 가는 것이 내가 받은 명령이거든”
하인즈는 마법을 준비하며 말했다.
“제정신인 건가? 시간의 서는 예민한 물건일세, 싸움을 벌였다가 자칫 휘말리기라도 하다가는...”
“곧 죽을 늙은이가 말 많네.”
남성은 칼을 빼들며 하인즈에게 빠른 속도로 달려들었고 곧 하인즈의 마법과 맞부딪쳤다.
‘쿠과쾅~’
그들의 충돌에 의해 생겨난 거대한 폭발음은 엘리니아 전체에 울려 퍼졌다.
“뭐야?!”
아침 일찍부터 엘리니아로 향하던 아이리스는 갑작스런 폭발음에 몸을 움츠렸다. 뒤이어 들려오는 날카로운 비명소리에 아이리스는 무엇인가가 잘못 됐다는 것을 알아 차렸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좀비?”
아이리스의 눈에 들어오는 장면은 참담했다. 엘리니아는 도망치는 사람들과 죽어가는 사람들 그리고 좀비들로 가득했다. 아이리스는 좀비들이 사람, 요정 가리지 않고 물어뜯는 장면에서 눈을 피하며 생각했다.
‘좀비는 빅토리 아일랜드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데..., 그렇다는 건 누가 일부로 만든 거야.’
아이리스는 일단 안전한 곳으로 몸을 피한 뒤 시선을 돌려가며 이번 일을 일으킨 장본인을 찾아 나섰다.
‘안 나오겠다는 거야? 그럼 나오게 만들어야지’
아이리스는 좀비들 앞으로 걸어 나가며 마법을 준비했고 새로운 먹잇감을 발견한 좀비들은 그 특유의 밍기적한 걸음으로 아이리스를 향해 다가왔다.
‘유카가 쓴걸 딱 한번 본거라 제대로 될지는 모르겠지만 언데드한테는 이게 최고지’
아이리스가 오른발을 바닥에 ‘탁’하고 치자 아이리스 등 뒤로 얼마 전 유카가 썼던 ‘샤이닝 로드’의 날개가 그대로 시전 되었고 좀비들은 한줌의 재로 타들어가며 사라졌다.
“얼마나 많은 거야 도대체.”
방금 전의 마법으로 수많은 좀비들이 사라졌지만 또다시 밀려오는 좀비들을 보며 아이리스는 눈을 찌푸렸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아이리스를 집어 삼킬 듯이 비틀거리며 걸어오던 좀비들은 아이리스와 일정거리를 둔 채 더 이상 다가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아이리스가 이를 이상하게 여길 때 갑자기 아이리스를 향해 검붉은 구체가 빠른 속도로 날아들었고 아이리스는 구체가 날아오는 방향으로 몸을 돌리며 왼팔을 굽혀 마력으로 만든 방패를 생성해 냈다.
“크으..”
검은 구체는 방패에 작렬했고 그 충격에 아이리스는 뒤쪽을 밀려났다. 하지만 구는 사라지지 않았고 아이리스의 방패가 서서히 금이 가며 깨지기 일보직전에 이르러서야 마치 구군가 구를 사라지게 만든 것처럼 서서히 그 모습을 감추었다.
“오르카 말로는 심심 하지는 않을 거라 그러더니, 얼마 전에도 그렇고 정말 심심하지는 않겠어.”
방패가 사라지자 아이리스 눈앞에 붉은 머리의 여성이 좀비들 사이에서 모습을 나타냈다.
“아스완?!”
아이리스는 힘겨운 표정으로 여성을 바라보았고 여성의 옷이 과거 멸망한 고대 아스완의 무녀복장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똑똑한 꼬맹이네, 그럼내가 누군지도 알겠네?”
“당연히 알지 젊음을 위해서 나라를 배신한 마녀, 힐라.”
팬텀에게서 힐라의 스카이아 사건이야기를 자주 들었던 터라-그 외에도 팬텀은 자주 아이리스에게 자신의 무용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아이리스는 힐라에게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이것들도 아줌마가 만들었지?”
“아줌마?!”
젊음에 집착하는 힐라가 가장듣기 싫어하는 말이 하나 있었는데 그건 바로 아줌마였다.
“500년을 살았어도 아줌마라는 소리는 듣기 싫나봐 아.줌.마.”
검은 마법사의 군단장중 한명을 일게 어린아이인 자신이 이길 수 없다는 것 쯤은 아이리스 역시 잘 알고 있었다. 그러기에 아이리스는 조금이라도 시간을 벌기위해 더욱더 힐라를 자극했다.
‘삼촌 제발 빨리 좀 와’
“생포하라는 말만 없었어도...”
힐라는 이를 갈며 중얼거렸고 아이리스는 됐다는 듯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나 하나 보자고 여기 온건 아닐 테고, 아줌마 여기 왜 왔어? 할 일 없음 그냥 가지?”
그 말에 힐라는 열이 바짝 올라 아까 아이리스를 공경했던 구체보다 두 배 이상 큰 구체를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챗 직접 나설 줄은 몰랐는데’
“어린 것이 겁도 없이 뱉어내는 구나, 각오는 됐지 꼬맹아.”
‘도대체 왜 저 많은 부하들 두고 왜 직접 나서냐고 이 아줌마야!’
아이리스는 힐라의 앞에 생성되는 구체를 보며 침을 꼴깍 삼키며 역시 자신이 쓸 수 있는 최고의 마법을 준비했다.
‘막을 수 있을까?’
아이리스의 앞에 생겨난 거대한 불덩이와 힐라의 붉은 구체가 충돌했고 폭발이 토해낸 먼지구름이 둘의 시야를 가렸다, 승리를 확신한 힐라는 낮선 기운에 신경이 곤두섰고 먼지구름이 사라지자 이상한 힘에 둘러쌓인 채 쓰러지기 일보 직전인 아이리스의 모습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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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니아에서 들려온 폭발음과, 마족의 기운을 느낀 데몬 슬레이어는 루미너스와 함께 엘리니아로 향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 난거야?”
“난 마족의 기운을 쫒아보지.”
이윽고 데몬 슬레이어는 자취를 감췄고 루미너스는 혼란 속에서 아이리스를 찾기 위해 엘리니아를 뛰어다녔다. 하지만 이곳저곳에서 불타는 나무들과 집 그리고 아직까지도 꿈틀되는 좀비들 속에서 아이리스를 찾기란 어려움이 많았다.
루미너스는 좀비 퇴치를 마치고 본대로 귀환하던 시그너스 기사단 소속 기사 한명을 붙잡고 상황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블랙윙에서 공격을 해왔습니다. 자세한건 저도 잘 모르겠고 갑자기 언데드들이 나타난 걸로만 알고있습니다.”
얼굴이 검게 그으른 기사는 갑작스런 상항에 정신없이 대답했다.
‘힐라군’
“아이리스는, 아이리스는 어디 있지?”
“그...게, 왕자님은 실종상태 십니다.”
기사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지금 병력을 풀어 찾고 있으니 곧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시가는 꾸벅 인사를 한 뒤 서둘러 본대로 귀환하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마지막에 있었건 충돌은 보통 충돌이 아니었는데’
후미너스가 현장을 더 살펴보는 동안 마족을 기운을 쫒았던 데몬 슬레이어가 참담한 표정으로 루미너스에게 다가와 말했다.
“하인즈가 죽었다, 보아하니 데미안의 짓이더군.”
“제길”
갈수록 안 좋아지는 상황에 루미너스는 나지막하게 욕설을 뱉어냈다.
“왕자는?”
“실종 상태야, 하지만 이곳에 오기 전에 느꼈던 충돌로 봐서 보통 실종은 아닐 거야, 그건... 신수의 힘이었으니까.”
루미너스는 주먹을 꽉 쥐며 생각했다.
‘군단장이 두 명이나 움직였어 도대체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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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방안, 방 한가운데에 매달려있는 백열광 전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이 전부인 방안의 분위기는 심상치 않았다.
“더 이상의 개인행동은 용서할 수 없어. 팰린”
가면을 눈 부분을 가리고 있는 갈색머리칼의 여자는 허리춤에 차고 있는 채찍을 매만지며 자신의 책상 앞에서 뒷짐을 지고 있는 소녀의 징계문제를 처리하고 있었다.
“이해가 되지 않아요, 조직에는 전혀 피해가 없었잖아요, 그런데 왜...”
여자는 소녀의 말을 자르며 말했다.
“조직에 피해가 있었냐 없었냐의 문제가 아니야, 조직에는 지켜야할 규율이 있고 넌 그 규율을 위반했고.”
소녀는 더 이상 아무런 대답이 없었고 여자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일주일동안 근신하고 있어, 나가봐”
“네! 아니 일주 일 씩이나.... 알겠습니다.”
소녀는 주눅이 든 표정으로 방을 나갔고 어둠 속에서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 치고는 너무 엄한 징계 같은데 지그문트?, 팰린 말대로 조직에 피해하나 없었잖아.”
지그문트는 바로 다음으로 처리해야할 서류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잖아, 벌써 세 번째야 계속 사정을 봐줄 수는 없다고.”
“네가 그런 상황이라면 너도 팰린처럼 행동할거 아니야?”
“그만해 제논, 더 이상 이야기로 시간 낭비하기 싫으니까.”
지그문트는 다시 처리해야할 서류에 열중했고 제논 역시 더 이상 그녀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그리고 그때 손에 한 장의 서신을 든 요원 한명이 다습하게 방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무슨 일이야!”
노크도 없이 들어온 요원의 행동에 지그문트는 날카롭게 소리쳤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워낙에 급한 사안이라.”
“뭔데?”
지그문트는 요원에게서 서신을 뺏듯이 낚아챈 뒤 꾀나 귀찮아하는 표정으로 서신을 읽어나갔다.
“이거... 발신자가 누구야.”
지그문트는 방금 전까지와는 달리 경직된 목소리로 물었고 숨을 고르고 있던 요원은 다시 허리를 꼿꼿이 세우며 대답했다.
“시그너스 여제의 친서입니다.”
발신자를 확인한 지그문트는 서신을 책상위에 세차게 내려놓으며 명령했다.
“지금 당장 현장 요원들 불러들이고 모든 정보력을 이 아이를 찾는 데에 집중해!”
“네 알겠습니다!”
“지금부터 조직 전체 비상체제에 돌입한다.”
지그문트는 곧바로 요원과 방을 뛰쳐나갔다.
“무슨 일이야?”
제논이 집어든 서신에는 누군가의 친필로 쓰여 진 글과 한 남자아이의 사신이 첨부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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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일러가 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