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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마지막 대면 은월, 에반, 미하일

어흐어흐
댓글: 1 개
조회: 2998
2018-09-17 15:09:45
은월


'안돼. 너는 안돼 은월. 메이플 월드를 벗어나면 넌 또 잊혀지게 될거야.'

세계의 끝으로 가는 입구.

아란은 채 일어서지도 못한채 그 앞을 막고 있었다.

은월도 지치긴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주위에 서있는 것은 그 밖에 없었다.

'그렇습니다. 은월. 기다려 주세요. 잠시만 쉬면 됩니다. 제가 가겠습니다.'

돌무더기에 기대어 앉아있는 에반은 한쪽 눈만 뜬채 간신히 말했다.

이미 가만히 숨을 쉬는 것 조차 버거운 상태였다.

팬텀은 엎드린 채 토악질을 하고 있었다.

한계에 도달한 탓이였다.

메르세데스와 루미너스는 세계의 끝으로 가는 입구에 도달하자마자 쓰러져 기절했다.

'너희가 막는다면, 싸워서라도 갈거야. 그런 싸움은 안하는게 좋지 않을까 싶은데.'

은월은 싱긋 웃으며 아란을 지나쳐갔다.

'내가 기억할게.'

그렇게 걸음한 세계의 끝.

은월은 하얀 마법사의 모습을 한 검은 마법사를 한번에 알아보고 주저없이 모든 정령을 꺼내들었다.

사냥감을 덮칠 찰나의 맹수 처럼.

한편으론 맹수 앞에 선 작은 짐승처럼.

"그대는 또 잊혀졌네. 존재의 저주를 받는 이여."

검은 마법사는 남겨진 이들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결국 아무도 검은 마법사와 싸우지 못하는 건가.'

'싸우지도 못해보고 지는 건가.'

'세상은 끝났어.'

'돌아가자. 이 세계의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모르지만.'

은월은 묵묵히 그 장면을 보고 있었다.

"익숙해. 네가 나를 기억하잖아? 충분해."

"존재라는 것은 생명과 시간의 힘 모두가 필요하다. 지금 나는 그것을 모두 가지고 있지. 은월, 너의 존재를 돌려주겠다. 나를 따른다면."

"잡담 그만하자. 피곤하다."



에반


"마스터."

세계의 끝.

미르가 떨리는 손으로 한 남자를 가리켰다.

본 적이 있는 남자다.

차원의 도서관에 있는 오래된 책에서.

"검은 마법사."

그는 하얀 마법사라고 불리던 시절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왔는가, 에반. 프리드를 잇는 이여."

검은 마법사는 소박한 의자에 앉아있었다.

그리고 에반에게 앉으라는 듯 자신 앞에 놓여진 의자에 손짓했다.

"사실 그분을 직접 뵌 적이 없으니 이어간다는 말은 좀 껄끄러워. 무엇보다 그 분의 발치도 못따라가고 있으니까."

에반은 긴 로브를 펄럭이며 걷어내고 의자에 앉았다.

미르는 언제든지 공격할 수 있도록 에반의 옆에서 입안 가득 마나를 머금고 있었다.

"이미 훌륭하네."

그는 흐뭇한듯이 미소를 지었다.

"그대는 순순히 의자에 앉는군. 다른 영웅들이였다면 어땠겠는가? 그들의 리더인 자네의 의견이 궁금하군."

"모든 운명을 제어하는 네가 더 잘알 것 아닌가?"

검은 마법사는 에반의 말을 듣고 웃었다.

"그랬지. 하지만 여기서는 아니야. 이곳은 세상의 끋, 모든 운명의 바깥에 서 있는 곳이니까."

에반은 잠시 생각했다.

"루미너스는 앉겠지. 너와 무언가 각별한 관계니까. 아란도 마찬가지야. 그는 강한만큼 여유가 넘치니까. 메느세데스도 앉을 것 같아. 왕이니까, 경거망동하지 않아. 은월은 바로 교전 준비를 하겠지. 그에게는 여유가 없어. 팬텀도 마찬가지야. 누구보다 너에게 큰 분노를 가지고 있으니까. 네가 직접 한 짓은 아니지만, 네가 만든 일이니까. 여제 아리아가 죽은 것은."

검은 마법사는 에반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스터!"

미르가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에반을 재촉했다.

미르는 그 어느 때 보다도 커다란 분노에 휩 쌓여 있었다.

당연한 일이였다.

일족 자체를 멸종시킨 대죄를 저지른 원수가 바로 눈앞에 있었으니.

"성질이 급하군. 아직 덜 자라서 그런 것인가."

"네놈이 멸종시킨 생물이 몇이나 되는 지 아느냐. 지금, 고귀하고 고고한 오닉스 드래곤을 대표해 네 놈을 단죄하고, 숨을 거두러 걸음하였으니."

미르는 무거운 날개짓을 하며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달게 죗값을 치르고 기꺼이 생명을 바치거라."

미르의 불꽃이 검은 마법사를 향해 쏟아지고, 에반은 한 발 물러서 그의 마법을 준비했다.

폭발의 여운이 사라지고 그들의 눈에 보인 것은 천정에서 쏟아지는 무수한 검은 사슬과 완전히 모습을 바꾼 검은 마법사였다.



미하일


처음 기사가 되던 날, 여제는 감사하게도 직접 작위를 내려주었다.

그날 다짐했다.

아버지 크롬과는 다를 것이라고.

끝까지 빛을 향해 가겠다고.

세계의 끝에 와 검은 마법사를 직접 대면하고 나서 알게 된 것이 있었다.

그동안 내가 어둠의 물들지 않은 것은 순전히 운이 좋았을 뿐이였다는 것.

내 옆에 있던 수많은 동료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나 역시 어둠에 물들었을지도 모른다는 것.

아버지와 다른 점은 그저 그 두가지 뿐이였다는 것.

하얀 마법사의 모습을 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의 어둠은 깊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절망스럽고 두려웠다.

금방이라도 자신을 놓아버리고 빨려들어갈 만큼.

영롱한 소울이 내 옆에 없었다면 달려가 어둠에 몸을 맡겼을지도 모르는 일이였다.

"미하일. 늦었군. 와서 앉지."

나는 정신을 가다듬으며 소박한 의자에 앉았다.

"그래. 무엇이 자네를 여기까지 버티게 했나. 누구보다도 어둠에 취약한 자네가."

"나는 빛의 의지를 검으로써 실현하는 빛의 검이다. 어둠은 그저 밝혀야 하는 작은 공간일뿐."

"그대에게 빛이 깃든 것은, 빛이 그대를 지키기 위함이다. 어둠에 취약한 체질을 타고났기 때문이지."

나는 알고 있었다.

그의 말이 거짓말이 아님을.

그러나 거짓이였다.

적어도 이곳에서, 적어도 이 싸움에서.

나는 여제의 기사단장으로서, 그녀의 신하로서, 빛의 대행자로서.

가장 밝은 빛의 검이여야 했다.

"방패는,"

나는 입을 뗏다.

"지키기 위함이며."

방패를 치켜 세워들었다.

"검은,"

검에 빛이 깃들었다.

"밝아지지 않는 어둠을 베어 죽이기 위함이다."

목을 향해 곧바로 찔러들어간 검은 그의 일렁이는 흑색 로브에 무거운 쇳소리를 내며 힘 없이 사라졌다.

"빛의 검은 무수하고 무수하며,"

수 없는 빛의 검을 소환했다.

"검의 의지는 밝아지지 않는 어둠을 베어 죽이는 것이다."

나는 길게 숨을 내쉬며 가다듬었다.

"여제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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