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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창세의 검 (2편)

오렌지병
댓글: 1 개
조회: 2112
추천: 16
2019-07-20 01:29:06


" 조심히 다녀오세요. 카오. "


비행선에 올라타는 나를 바라보며 여제는 직접 나인하트와 함께 하늘나루까지 나를 배웅해 주었다.


" 감사합니다. 여제님."


" 자, 가시죠 카오 님!"


올리의 재촉에 짧은 인사를 뒤로 하고 에레브를 출발했다.


비행정에 올라서도, 나는 내가 마주했던 진실과 검은 마법사와의 마지막 결전, 마지막 대화를 곱씹으며 그가 내게 부탁하려 했던, 남기려 했던 것은 무엇일지.. 기억 속에서 취합하며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침묵을 깬 것은 올리의 목소리였다.


" 무슨 생각을 그렇게 심각하게 하십니까, 혹시 저에게 서운한 것 있으십니까?"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보니, 어느샌가 아르카나의 상공을 날고 있었다.


이렇게나 오랜 시간 동안 동상처럼 앉아서 심각한 표정으로 생각만 했다니, 그런 분위기 속에서 묵묵히 비행정을 몰아준 올리에게 새삼 미안한 마음이 들어 왔다.


"아, 그건 아니고.."


이 말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하던 도중, 거대 괴수를 물리친 직후가 생각났고, 문득 올리와는 이 이야기를 할 수 있겠다 생각한 나는 곧바로 물었다.


"올리, 검은 마법사의 사념체의 코어에 접촉했던 기억 아직 나?"


"물론입니다. 그때의 기억이라면 잊을 수가 없죠."


"검은 마법사는 내게 마지막 일격을 당한 순간, 에너지를 끌어내 나를 에르다로 분해시킨 다음, 정신만이 에르다의 흐름 속에서 흘러가는 나에게 대화를 걸어왔어. 그러고는 자신이 의도한 길 위에 있었다는 걸 알았을 때의 분노를, 절망을 부디 잊지 말아 달라고 했어. 마치 나에게 뒤를 부탁하는 것처럼. 그러고는 다시 내 육체를 재생시키고는 소멸했지."


"...."


"무엇 때문이었을까. 그는 마지막까지 나를 죽일 수 있는 힘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소멸을 택하고 날 살렸어.

그가 남겨둔 답이. 왠지 그 거인의 잔해에 있을 것만 같아."


그 말을 들은 올리는 잠시 생각하더니, 이내 생각난 게 있는 듯 말을 꺼냈다.


" 일전에 제가 말씀드렸던, 검은 마법사를 휘감았던 사슬 같았던 것 말입니다.

그것은 그 강대했던 검은 마법사의 힘으로도 저항할 엄두조차 내지 못할 정도로 근원적인 것만 같았습니다.

어쩌면 그 또한, 더 큰 세계의 법칙이 의도한 길 위에 놓여있던 것이 아니었던 걸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 순간 나는 에스페라에서 타나를 죽이지 않았던 것이 검은 마법사의 운명을 거스른 것이었다는 게 떠올랐다.

그렇다면 검은 마법사는, 내게서 운명을 거스르는 힘을, 대적자의 힘을 보고, 그의 의지를 나에게 전달하려 했던 것일까?

그마저도 대적할 수 없었던 세계의 법칙에 대항할 후계자로서..?

추측뿐이었던 내 생각은 올리의 한 마디로 점점 확신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그런 생각을 할 때 즈음 비행선은 에스페라에 가까워져 있었다.

 

에스페라는 처음 왔을 때 태초의 바다라는 이명에 걸맞는 배경은 도무지 찾아볼 수가 없었고, 이미 전투의 흔적이 널브러지고 어둠만이 내려앉은 폐허라고 부르는게 맞을 만큼 음산하고 괴이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곧 검은 달이 내려앉은 곳에 도착합니다."


"올리."


"예."


"너의 그 마지막 말이 나로 하여금 더 큰 확신을 들게 했어. 검은 마법사는 분명 이곳에 마지막 메시지를 남겼을 거란 생각이 들어..그의 의지가 만약 그곳에 있다면 그 의지를 이을지 말지 선택은 내 몫이겠지만, 그 선택에 다가갈 수 있게 해준 올리에게 고맙다고 하고 싶어서."


"대적자님에게 감사를 받다니, 왠지 부끄럽군요. 도착했습니다."


추락한 거인은 그날의 치열했던 전투를 증명하듯 부서진 채 내려앉아 있었고, 창세의 알이 있던 심장부만이 희미하게 하얀 빛을 내뿜고 있었다.


저 곳에, 내가 찾던 그의 진실이, 내게 주어진 대적자라는 운명의 길이 있는 걸까.


의문일 뿐이었던 조그마한 눈덩이 같던 생각이, 지금은 확신이라는 거대한  눈덩이가 되어 나를 이끌고 있었다. 

  

Lv22 오렌지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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