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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떠돌던 달 #1

아이콘 어뭐야이건
조회: 1490
추천: 1
2019-12-24 15:56:39
떠돌던 달.

                                             - #1 -

 

 

 메이플월드에는 많은 국가가 존재하지만 유난히 엘나스에서 태어난 자들에게는 살아가는 자체가 징벌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늘 그렇듯 , 이곳은 소칭 재앙이라고 불리는 함박눈이 징그럽게 내리는 곳이었고,  핏덩이 같은 꼬마들마저 펑펑 내리는 함박눈을 증오했다.

눈이 많이 올 수록 그리고 길게 올 수록 자신들이 굶주리고 또 죽게될 것을 어린 나이에 이미 알고 있었기에 그러했겠지.

언젠가 여신이 이 지긋지긋한 폭설과 추위를 끝내줄 것이라며 앵무새 처럼 노래하던 오르비스의 교주들도 점점 발길이 뜸하더니 이제는 그들의 얼굴도 가물가물한지 오래였고 그로부터 엘나스 사람들은 방관하던 여신을 원망하기 시작했다.

그 때문에 오르비스와 엘나스를 유일하게 연결해주던 오르비스탑은 인적이 점점 끊겨 오지로 변해갔고 스톤볼과 같은 괴이한 몬스터까지 출연하면서 돈에 미친 상인들마저 기피하는 무역로가 되었다.

 

사자왕의 왕국은 그런 엘나스에서 가장 척박한 땅이었다.

가장 추운 지역이었기에 비명소리마저 얼어붙어 산맥에는 이름없는 송장이 가득이었다.

또 가장 험난한 지역이었기에 하루가 지나기도 전에 예티나 헥터들의 공격을 연속으로 받기도 하는 곳이었다.

그럼에도 굳이 장점을 말하자면 눈밭 사이에서 피어난 장미가 그렇게나 아름답다는 정도?

 

그렇기에 [쓸쓸한 벌판]까지 지나가야 겨우 도달할 수 있는 가난한 사자왕의 왕국에서 무엇을 가져간들 이득이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었을까.

하지만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반 검은 마법사 동맹]의 합류를 거절했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은 쓸쓸한 벌판을 지나서 얼음강을 건너면서 까지 사자왕의 왕국 성문을 산산조각 내버렸다.

가난하지만 행복했던 백성들이 하나하나 날붙이에 숨을 거두어가고. 예티와 헥터들을 베어넘기며 웅장해보였던 왕국의 기사단 역시 압도적인 [반 검은 마법사 동맹]의 병력 앞에 사지가 절단되어 갔다.

 

 

" 비행선까지 타고 올 정도로 절경은 아닌데? "

 

동맹의 3번군대 대장이었던 [ 시난 ] 은 왕국 구석 주인없는 담장에서 붉게 물들어가는 눈길을 영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시난, 그는 본래 아리안트 출생으로 모래바람에 부모를 잃었던 고아였다 

이미 식어버린 어미의 주검에 안겨 죽을 날만을 기다리던 아이였지만 모래토끼를 사냥하러 나온 사냥꾼에게 발견되었고 그의 자식으로서 자랐는데.

무투에 천부적인 재능이있어 일찍이 아리안트 군사학교에서 장학금까지 주면서 데려갔으며.

아리안트의 황제 역시 그 재능을 감상하기 위해 직접 훈련장까지 찾아올 정도였다.

 

" 이곳이 원래 그런 곳입니다만... 왕국 초입에 장미꽃밭이라면 꽤나 볼만했을텐데요... 아리안트에는 장미가 자라지 못하죠? "

 

동맹에서 시난에게 책사라고 붙여주었던 녀석이 슬그머니 그의 옆에 앉았다.

이름은 [윌], 사람 좋아보이는 얼굴과 뒤로 넘긴 회색빛의 머리는 그의 인상을 더욱 깔끔하게 보여주었다.

전쟁터나 무기와는 영 안 어울리는 사람이지만 용케 책사로 지원했다고 당시의 시난은 생각했었다. 

 

" 1번대랑 2번대가 이미 밟을 대로 밟아서 징그럽게 변한지 오래야. "

 

" 이런... 그것 참 아쉽군요 "

 

들은 바로는 윌은 엘나스... 그중에서도 사자왕의 왕국 출신이라고 한다.

본인의 고향을 왜 손수 깨부수려고 하는지는 무척이나 궁금했지만... 차마 물어볼 수 없었다.

하지만 본래 1번대의 책사였던 그가 3번대의 책사로 손수 지원한 것을 보면 이건 그 나름의 양심이 아닐까.

 

" 윌... 다음 작전은 무엇이지? "

 

시난이 마나엘릭서를 홀짝이며 윌에게 물었다.

윌은 잠시 주저하더니 이내 말했다.

 

" 흠... 이피아 왕비의 목을 베어라 였을 겁니다. "

 

" 정말 그게 다 인가? "

 

시난이 차갑게 바라보며 다시 한번 묻자 윌은 그의 안경을 똑바로 고쳐쓰고는 다시 말했다.

 

" 이피아 왕비의 몸과 마음을 유린한 후 무엇보다 잔인하게 짓이겨서 죽여라 "

 

꽤나 자극적인 어조의 명령이었지만 시난의 표정은 놀란 기색 없이 평온하다.

오히려 무언가를 떨쳐보냈을 때의 후련함이 보인다.

시난이 자리에서 일어나고 그의 갑옷은 절그럭 거리며 요란하게 노래한다.

 

" 잘 들어라 윌. "

 

" 메모가 필요할까요? "

 

윌도 그런 시난을 따라 일어나며 물었고 시난은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 진절머리가 난다. 이제부터 3번대의 대장은 공석이고 부대장이 임시로 대장을 맡는다. "

 

시난이 동맹의 문장이 그려져있는 갑옷과 망토를 벗어 땅에 미련없이 버려두었다.

그의 행동에 윌은 당황하여 자기도 모르게 시난의 팔을 붙잡았으나  붙잡은 손이 민망하게 금방 떨어지고 말았다.

 

" 윌... 나는 고아로 살아왔지만, 악인으로 죽고싶지는 않다. "

 

" 이해 합니다. 예상 했거든요 "

 

윌의 대답을 들은 시난은 왕국을 홀로 빠져나가기 위해 몸을 틀었다.

하지만 그의 어깨를 윌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붙잡았다.

시리면서 간지러운 목소리. 약간의 섬뜩함까지 담겨있었기에 시난은 저도 모르게 윌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윌은 정확히 이렇게 말했다.

 

" 시난. 영웅이 되어볼 생각이 있으십니까?  "

 

시난은 그런 윌을 이상하게 쳐다보았지만 금방 답을 하고는 엘나스에서 가장 먼 곳으로 향했다.

 

" 글쎄... 내가 영웅으로서 이름을 남길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아서 말이야 "

 

답을 들은 윌은 멍하니 자리를 지켰다.

시난의 그림자가 사라지고 발걸음이 끝내 들리지 않을 때까지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있었다

그러다가 임무를 마친 1번대들이 돌아오는 소리가 들리고 나서야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 마지막 대답은... 꽤나 당황스러웠다니까요..."

Lv60 어뭐야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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