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개인적인 드군의 평가이기도 하며
제 개인적인 와우 인생(?)에 대한 회고(?)이기도 합니다.
세세한 설정까지는 잘 모르지만, 적어도 큰 설정에서는 벗어나지 않게 작성하려고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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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엘윈숲에서 조용히 밭을 일구는 한 중년 남성이 있었다. 오늘은 날이 무더운지라, 밭일을 조금 일찍 끝낼 예정이었다. 이럴때 보통 그는 황금골 여관에서 가벼이 맥주를 한두잔씩 마시곤 했다. 물론 오늘도 그럴 작정이었다. 젠장, 이럴 때 군마가 있었더라면. 그는 나직이 중얼거렸다. 여관과 그의 밭까지는 거리가 꽤 멀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저 탄산수를 마시며 걸어갈 수밖에 없었다. 군마는 더 이상 부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한때 그는 성기사라는 호칭을 받으며 아제로스의 안위를 지키기 위해 힘썼었다. 자신의 고향인 엘윈 숲으로부터 시작해서 데피아즈 결사단의 스톰윈드 정복 계획을 저지했었고, 그늘숲에서 이름모를 장의사의 언데드 군단을 막았다. 북쪽으로는 서부역병지대의 하스글렌에서 붉은십자군을 몰아내는데 일조했으며, 동부역병지대에서 스트라솔름 정화 작업에도 지속적으로 참여했었다. 어디 그뿐이랴, 그는 한껏 높아진 명성으로 인하여 스톰윈드 제1군단의 부름을 받아 하급기사로 복무했었다. 그러는 동안 라그나로스를 정령계로 추방했고, 네파리안의 음모를 저지했다.
그렇지만 그 과정에서 그의 전우들은 고통속에서 죽어갔다. 어떠한 마법으로도 꺼지지 않은 암흑불길의 숨결 속에서, 아케이나이트 금속도 녹여버릴 용암의 파도 속에서, 아니면 허무하게도 자는 동안 오크 도적의 기습으로 인해서. 그래서 그가 여정을 마치고 엘윈 숲에 복귀했을 때, 그의 옆에는 단 한명의 마법사만이 있었다. 그들은 헤어지기 전에 싱긋 웃었지만, 그 뒤로 다시 만나는 일은 없었다. 그리고 성기사는 그의 작위를 버리고 조용히 밭을 일구며 살아가기 시작했다. 영예와 부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그에게는 휴식이 필요했다.
그렇지만 그 마법사는 자신과 다른 길을 걸었다. 물론 그녀는 자신보다 더 많은 재능이 있었다. 마법에 대한 이해도 깊었고, 선천적으로 가졌던 마력의 그릇도 컸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녀는 합리적으로 생각할 줄 아는 능력이 있었다. 어떠한 상황에서건, 그녀는 감정의 동요 없이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자신이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정확하게 해냈었다. 만약 그녀가 그렇지 않았더라면, 그는 틀림없이 암흑불길의 희생자가 되었으리라. 그녀는 이러한 재능을 바탕으로 아제로스를 더 이롭게 만들기 시작했다.
물론 그녀도 그 기나긴 세월을 항상 투쟁의 역사로 지냈던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자신의 고향인 여명의 설원에서, 그것도 푸른용들이 서식했던 마즈소릴에서 조용히 독서를 하며 지냈었다. 그렇지만 호드의 전 대족장인 가로쉬 헬스크림은 아제로스 전역에 자신의 야망을 드리웠고, 강쳘의 별은 여지없이 여명의 설원을 강타했다. 강철호드는 눈망루 마을을 제외한 모든 구역에서 전쟁 물자를 수탈해갔으며, 저항하는 주민들을 잔혹하게 처형했다. 그녀의 이웃이 오크 군대에 잔인하게 살해당하자, 마침내 그녀는 마을을 지키기 위해 다시금 싸우기 시작했다.
그렇게 그녀는 다시금 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쓸렸다. 그녀는 바리안 린 국왕의 지휘 하에 오그리마 공성전에 참가했다. 커다란 사우르스 앞에서, '잘 죽이도록' 고안된 최첨단 기계들 앞에서 그녀는 혁혁한 공과를 세웠고, 이례적으로 기사단장의 작위를 받았다. 그리고 카이로즈의 음모로 인하여 드레노어로 가는 차원문이 열리자, 그곳에 뛰어들어 드레노어와 아제로스를 잇는 차원문을 파괴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였으며 바리안 린은 다소 파격적인 인사권을 발동하여 그녀를 사령관으로 임명했다. 그리고 가로쉬 헬스크림이 쓰러졌으며, 아키몬드가 다시 뒤틀린 황천으로 추방되었다.
여기까지가 그 농부가 들었던 소문이었다. 사실 그는 좀 믿기지 않았다. 정말 그 마법사가 자신이 도와주었던 그 마법사가 맞을까? 노스샤이어 대성당에서 새끼 늑대를 몰아내고, 코볼트들에게서 양초를 빼앗아왔던, 엘윈숲에서 좀도둑들을 혼내주던 그 마법사가? 실감이 잘 나지는 않지만, 이제 곧 알게 될 것이다. 오늘 해가 지는 시간에 만나기로 했으니까.
그런 생각들을 하며 마침내 황금골 여관에 도착했다. 하늘은 어느새 뉘엿뉘엿 지고 있었고, 여관 직원은 등불을 켤 준비를 하고 있었다. 바람도 선선하게 불고 있었다. 그렇지만 뜨거운 미풍이 아니라 이상하게도 노움기계공학 냉각 장치를 어디서 틀어놓기라도 한듯 차가운 바람이 불었다. 그 농부는 조금 당황했지만, 이윽고 미소를 띠며 뒤를 돌아보며 말을 건냈다.
"오랜만이군, 정말로 다시 보게 될 줄은 몰랐소."
하급기사였던 성기사, 아마릴로가 먼저 말을 걸었다.
"그러게요. 참 오랜만이네요. 반가워요."
싱긋 웃으면서, 제8군단 소속 사령관인 블라우가 인사를 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