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도 집에서, 학교에서 시간이 지나고, 케이엘은 여관에 앉았다. 마침 모험을 떠난 헬레나를 제외하고는, 지금까지 만났던 사람들이 모두 모여있었다. 라고 해봤자 라세인과 그로한, 그리고 하스 정도지만.
“라세인 언니는 거의 매번 여관에만 계시네요?”
“어? 어어. 그럴 만한 일이 있어. 몇일 더 지나면 그때쯤 다시 모험을 떠나볼까 생각중이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허공에서 누군가가 나타났다.
“오! 새로운 손님이시군요? 이쪽으로 와 앉으세요!”
“여긴... 여관인가? 마침 잘됬네. 하루 밤 자고 가야겠...”
손님의 시선이 누군가에게 향하며 객의 말이 끊겼고, 그 누군가도
“그럼 라세인 언니는 가루는 어떻… 게……”
마찬가지로 손님의 정체를 확인하고는 말이 끊겨버렸다. 둘 중 입을 먼저 연건 손님이었다.
“하, 너 여기 있었냐? 카옐?”
“다이언… 넌 왜 여길..”
“알 거 없어!”
“그나저나 카옐이라 부르지 말랬지?”
“왜? 카아—옐? 뭐 틀렸어?”
“틀렸어! 케이엘이라고 몇번을 말해야돼?”
“몇번을 말해봐라, 카옐. 그래봤자지만.”
“…씨익…”
“화나셨나? 때려 봐. 아니, 마법이라도 날려 보시던가. 아, 난 선생이 아니라 맞추지도 못하시나?”
케이엘의 손엔 점점 얼음이 휘감기고 있었고, 여관 인원들은 쉽사리 끼어들지 못한 체 보고만 있었고, 하스는 카드를 뒤적거리고 있었다.
“맞춰 보라고! 할 수 있다면! 왜, 쫄리시나?”
“… 닥쳐!”
외침과 함께, 케이엘의 손에선 얼음 화살이 튀어나왔다. 정확하게 다이언을 향하는 방향으로. 정확하게 날아가는 도중, 하스는 카드를 던졌고, 다이언의 몸 주변에 분홍빛 구체가 형성되더니, 곧 깨지면서 —
“그렇게 하죠.”
주문 왜곡사의 환영이 — 거의 다이언만큼이나 큰 환영이 — 만들어지더니만, 얼음 화살이 그 쪽으로 휘어서, 왜곡사가 얼음 화살을 맞고 사라졌다. 그 자리엔 마법사 비밀 카드 ‘주문 왜곡사’만이 남았다.
“손님! 여관에서는 맨손으로 싸우는 것만 허용됩니다! 그리고 쓸모 없이 도발하여 일을 만들지 말아 주세요!”
약간은 화난 듯한 하스의 말이다.
“저... 죄송해요..”
케이엘은 말했고, 다이언은 아직 약간 놀란 상태로, 방금 전에 일어난 일련의 상황을 정리하고 있었다. 물론 사과할 마음은 추호도 없었고, 주문 왜곡사가 갑자기 나타났다 사라진 것도 딱히 크게 놀란 일은 아니었지만. 가장 놀란 일은 케이엘이 자신을 정확히 조준했다는 것이었다.
“너... 케이엘… 이.. 이건…”
얼마나 당황했던지 이름을 본명으로 말할 정도였다.
“너… 한번이라도… 그…”
하지만 케이엘에게 다이언은 이미 안중 밖이었다. 방금, 또 다른 사실이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방금 전, 주문 왜곡사... 어떻게 튀어나온거지? 지금은 게임 판에서도 꽤 떨어져 있고... 애초에 게임 중도 아닌데…’
“자, 자. 다들 왜 그렇게 심각하시나요? 불가 곁에서 편안하게 쉬자고요!”
하스가 다시 분위기를 띄웠다. 그리고는,
“앗 차! 까먹을 뻔했군요! 손님은 직업이 어떻게 되시나요?”
“전사. 아직 견습이지만.”
“오! 마침 전사 덱이 하나가 남는답니다! 자, 받으세요!”
“… 하스스톤인가?”
“거의 그렇습니다!”
다이언도 하스스톤 덱을 받고, 시험 삼아 라세인과 게임을 했다. 라세인은 케이엘과 게임할 때 처럼, 견본 덱을 받아 플레이했다. 게임이 끝나고, 케이엘은 라세인을 찾아갔다.
“라세인 언니! 쟤, 하스스톤은 잘 하는 것 같아?”
“… 그건 왜?”
“쟤한테 지는건 싫으니까.”
“… 포기해. 그건.”
“왜? 내가 못한다고 무시하는건—”
“아니야. 쟤… 너무 잘해. 나라도… 봐주는거 없이 게임해야 할 정도로.”
“아, 그러고 보니 라세인 언니는 하스스톤 얼마나 잘해?”
“……”
그 때, 듣고 있던 그로한이 끼어들었다.
“라세인? 하. 말도 말게나. 여관 최고의 실력자라네. 지금까지 무패라고.”
Legendus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