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케이엘은 점점 마법에 익숙해져가고 있다. 다이언은 견습 전사들 중 최고봉이다. 라세인과 헬레나는 약속을 잡고 서로 싸우며 단련하고 있다. 엘렌과 칼린과 칼린의 소환수들은 이를 구경하고 있다. 서로 전투가 끝나면 칼린은 생명석을 주고 엘렌은 두 사람을 치유해준다. 타엘과 하스는 간만에 아무도 없는 여관에서 옛 추억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로한과 탈리스는 같이 전장에서 싸우고 있다.
라세인과 헬레나와 엘렌과 칼린이 여관에 돌아오고, 케이엘과 다이언이 곧이어 여관으로 향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로한과 탈리스가 여관에 들어왔다.
“그로한, 넌 어떻게 된거냐? 이몸처럼 좀 제대로 공격하지 못해?”
“자네라고 꼭 잘한건 없지 않나.”
“이몸이 있었기에 그나마 조금 더 싸워볼 수 있지 않았어?”
“하, 자네의 판단 실수로 전세가 역전됐지 않았나.”
“이몸의 판단에 문제는 없었지. 내 판단은 언제나 완벽하니까.”
“판단이 그렇게도 완벽하면 하스스톤할 때 실수나 하지 마시지.”
슬슬 두 사람의 목소리가 높아진다. 헬레나가 끼어들려고 했지만, 깔끔하게 무시당했다.
“하스스톤과 이게 무슨 상관인데?”
“자네의 판단이 완벽하지 않다는 증거다!”
“난 완벽했어! 완벽하지 않은 것은 너다, 이 한심한 오크놈아!”
“... 지금 뭐라고 했나?”
“왜? 이 한심한, 종족 전체가 악마 피 한사발 마시고 타락해버린 군단의 노예인 오크놈아?”
그로한이 떠는게 눈에 보일 정도였다. 그러더니, 앉아있던 상을 주먹으로 쾅 치며,
“막고라를 신청한다, 이 명예 따윈 없는 블러드 엘프! 네놈을 죽이지 못한다면, 차라리 죽음을 택하겠다! Lok'tar Ogar!”
하고 가방에서 깃발을 꺼내어 꽂았다.
“손님? 싸울꺼먼 여관 밖에서…”
하스의 말도 무시되고야 말았다.
“오냐! 와라, 이 허접스레기야!”
그로한은 망치를 집어들고, 탈리스는 활을 꺼내들었다. 서로가 서로를 노려보며 공격할 준비를 하였다. 여관 인원들은 안절부절이었다.
그 때 갑자기 두 사람이 하던 일을 멈추고 정신 없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이동했다. 가는 길에 뭐가 있는지는 신경쓰지 않은 채, 무언가에 홀린 듯이. 그리고는 곧 그 이유를 알아차렸다. 칼린이 공포를 시전하여 어떻게든 두 사람의 싸움을 막으려 한 것이다.
“신성한 막고라를 방해하려는겐가?”
화난 그로한이 말했고, 칼린도 지지 않고 답했다.
“신성해요? 둘이 돈도 안되는 일로 말싸움하다가 그걸로도 모잘라서 싸움질하겠다는게 신성한거에요?”
“닥쳐라, 이 돈밖에 모르는 고블린놈아!”
분노에 찬 그로한은 망치를 들고 칼린에게 향하고, 칼린은 소환수의 소환을 준비했다. 하지만 그로한이 더 빨랐다. 망치가 칼린의 머리를 향해 날라갔다. 큰 피해를 입어야 정상이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 대신—
천상의 보호막이 칼린을 감쌌다. 하스스톤의 일회용 보호막이 아닌, 노련한 성기사의 보호막이었다.
“멈추시오!”
타엘이 말했다.
“부끄러운줄 아십시오! 당신이 하는 행동이 어떤 것인지 모르겠소?”
“명예를 되찾기 위한 고귀한 행동이라네!”
“아니, 작은 명예에 얽메여 큰 명예를 잃고, 동맹과의 신의를 저버리는, 모욕한 자에 대한 분노에 싸여 다른 이를 모욕하는, 그야말로 불명예스러운 행동이오! 분노를 내려놓으시오. 자신의 과오를 돌아보시오! 그리고 탈리스. 그대는 오만함을 버리시오. 그대에게도 실수가 있다는 점을 깨달으시오! 이 이상의 폭력에는 징벌이 있을 것이오!”
여관 최고참이자 무력 1인자, 그리고 인생 경험 최고참인 타엘이 나서서야 겨우 그 둘은 진정했다. 타엘이 화를 내는 경우는 좀체 없기에, 타엘이 나서는건 더욱 효과적이었다. 계속 서로를 노려보고 있지만, 둘이 힘을 합쳐도 타엘은 이길 수 없음을 알고 있기에 무기는 내려논 상태다.
“자, 자, 다들 진정하시고, 한잔 마시며 놉시다!”
하스의 한마디가 분위기를 누그러뜨렸다.
탈리스와 그로한 모두 뭔가 잘못됐단 표정으로 뚱하게 앉았다. 그로한은 그저 자신의 덱에 더 필요한게 없을지, 조금 바꾸면 좋을게 있을지를 보고있다. 엘렌은 다이언과 하스스톤을 하고 있다. 케이엘은 그 모습을 슥 보았다. 손패가 잘 풀린 엘렌이 초반에 천상의 정신-내면의 열정으로 하수인을 엄청나게 키웠지만 — 10/10 북녘골 성직자가 있었다 — 바로 다음턴에 소용돌이-마무리 일격으로 깔끔하게 처치되었다. 검을 잡아들고 마무리 일격을 날리는 다이언의 표정에선 어딘가 모를 희열감이 느껴졌다. 그 후로도 몇번 더 하수인을 키웠지만, 방패 밀쳐내기에 깔끔하게 삭제당하고, 체력을 7 남기고 용숨결 물약으로 겨우 필드를 정리했더니 가로쉬가 피의 울음소리를 들고 안두인의 머리를 후려쳤다. 다이언 승.
“약해… 어떤 놈보단 낫지만.”
다이언은 케이엘이 있는 쪽을 슥 보더니, 이내 다시 게임판을 보았다.
“뭐, 그래도 재밌었어! 잘하네!”
엘렌이 쾌활하게 말했지만,
“……”
다이언은 말 없이 게임판을 물렀다.
“이놈의 여관엔 잘하는 놈은 없는건가. 하.”
케이엘은 약간의 불쾌함을 느꼈다. 그 때, 누군가가 일어나는 소리가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