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하이가드, "레식 시즈x에이펙스 레전드"가 가능한 거였다니...

게임뉴스 | 정재훈 기자 | 댓글: 1개 |



지난해를 마무리지었던 '더게임어워드(TGA)'가 기억난다.

하필 내가 휴가이던 주간에 진행된 게임업계의 연말대상. 부모님을 모시고 간 홋카이도에서 칼바람과 지진, 불곰과 맞서 싸우다 가까스로 진땀승을 거둔 후 숙소에서 리플레이를 돌려 보던 중 요상한 게임을 발견했다.

'하이가드'

뭐야 이거?

사전에 예고된 바도 없고, 이렇다 할 정보도 없는 주제에 TGA의 파이널에 등장했다. 그 비싸다는 TGA의 광고 자리를 신입이 차지하다니. 그야말로 폭풍의 전학생이라 할 수 있었다. 역시나, 게이머 반응은 끔찍했다. 도대체 광고에 얼마를 쓴 거냐는 둥, 또 슈터인거 보니 PTSD가 올라온다는 둥. 심하게는 '콘코드의 재림' 아니냐는 말도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할 말이 따로 있지...

여튼, 알려진 바가 없으니 내가 뭘 할 수도 없다. 그냥 '하이가드'라는 네 글자를 머릿속에 넣어둘 뿐. 그리고, 그제서야 몇 주 전 초청이 온 게임 행사가 기억났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슈터 타이틀', 'TGA즈음 공개될 예정', '시연 및 인터뷰 기회 있음'.

그렇게, '하이가드'를 시연하기 위해 미국 LA로 향했다. 아주 그냥 솔직한 체험기로 혼쭐을 내 주마.



▲ 거진 24시간을 꼬박 채워서 도착한 행사장

'하이가드'는 어떤 게임인가?


도합 한나절이 꼬박 걸린 여정 끝에 도착한 행사장. 현장에는 아시아 뿐만 아니라 유럽과 남미 등 전 세계 각국에서 모인 게임 미디어가 죄다 모여서 엉성한 영어로 대화의 장을 꽃피우고 있었다. 스몰 토크라면 공포감이 먼저 드는 대문자 I인 난 주변을 흘깃거리며 분위기를 엿봤고, 어느 순간 다 같이 이동할 때 슬쩍 끼어들어 발표장으로 향했다.

먼저, 오해를 하나 정정하고 가야겠다. 'TGA'의 파이널에 등장한 하이가드 영상은 퍼블리셔가 푸짐한 달러를 제프 케일리에게 안겨 주고 받은 자리가 아니었다. 현장에도 마침 제프 케일리가 있었는데, 알고 보니 게임을 플레이해보고 꽤 마음에 들었던 제프 케일리가 호의로 자리를 준 쪽에 가까웠다. 개발사 입장에서는 딱히 계획하지 않았던 노출이었기에 좋은 기회였던 건 맞지만 게이머 반응이 다소 곤혹스러웠던 상황이었던 셈이다. 오해를 푼 개발진은 본격적으로 '하이가드'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 나름 잘 꾸며져 있던 현장

개발진은 하이가드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레인보우 식스 시즈', '에이펙스 레전드', 그리고 '러스트'등이 영감을 주었다고 말했다. 얼핏 들어서는 이게 말이 되나 싶지만, 하나하나 뜯어보니 생각보다 나름 그럴싸한 조합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게임을 일컫는 말이 바로 뭔가 하니...

'레이드 슈터'

와일드라이트 엔터테인먼트를 하이가드를 이렇게 정의했다. 클래식한 장르 분류가 이미 다 박살나버린 현 시점에서도 처음 듣는 정의. 여기서 '레이드'는 말 그대로 '습격'을 의미하는데, 하이가드는 3:3으로 진행되는 PVP 게임이고, 각 팀에게 기지가 배정된다. 이 기지를 '습격'하는 것이 게임의 궁극적인 목적이기에 '레이드 슈터'가 된다.

물론, 다짜고짜 게임 시작과 동시에 적 기지로 와르르 뛰어가는 구도는 아니다. 게임은 크게 3개의 페이즈(단계)로 이뤄지는데,

1. 각 기지를 강화하는 '방어'
2. 루팅을 통한 장비 강화와 '쉴드브레이커'의 소유권을 겨루는 '오픈 월드'
3. 쉴드브레이커를 사용하거나, 오픈월드 단계에서 한 팀이 티켓을 모두 소모했을 때 진행되는 '레이드'


로 이뤄진다.

여기서, 쉴드브레이커는 맵 내 무작위 공간에서 생성되는 거대한 양손검으로, 쉴드브레이커를 소유한 팀이 '공격권'을 갖는다. 쉴드브레이커를 적 기지에 꽂아 넣거나, 일정 수 이상의 적을 전멸시키면 공성전이 진행되고, 이 공성전에서 적 주요 시설을 죄다 박살내면 승리, 실패하면 다시 2단계인 오픈 월드 페이즈로 돌아간다.

말로 설명하긴 지루하고 현학적이니, 직접 해 보는게 나을 거라는 개발진의 제안을 따라 들어간 시연 존. 한국에서는 기자가 둘 뿐이 오지 않았기에, 얼떨결에 팀 코리아에 합류해버린 일본 매체 '4Gamer'의 기자와 함께 한일 연합을 맺고 글로벌 매체들과 승부에 나섰다.



▲ 다 덤벼 동아시아 특급열차가 간다


실황 체험기 - 다시는 아시안을 무시하지 마라(무시당한 적 없음)


매치를 잡히면 먼저 '워든(캐릭터)'을 골라야 한다. 현재 마련된 워든은 모두 8종. 각각 방어, 정찰, 공격, 암살 등 갖가지 분야에 특화된 캐릭터들이다. 하지만, 아무 것도 모르는 우리와 상대팀. 그냥 겉모습으로 캐릭터를 골랐다.



▲ 얼떨결에 만들어진 한일 연합팀... 렛츠 고

그 다음 순서는 '기지' 고르기. 맵에 따라 고를 수 있는 기지의 형태가 몇 가지로 정해져 있는데, 각 기지마다 방어 장치가 조금씩 다르다. 어떤 기지는 발전기가 지하에 있고, 또 어떤 기지는 주변에 거대한 해자가 존재하거나, 중앙에 높은 저격탑이 마련되어 있는 식이다.

역시 아무것도 모르니 그냥 권장 기지로 스타트, 한일 연합팀의 첫 경기가 시작되었다.



▲ 각 요새마다 특색이 있다

게임 시작 후 첫 순서는 '로드아웃'을 선택하고, 기지를 보강하는 것. 로드아웃은 제한 없이 고를 수 있는데, 낮은 티어의 무기이기 때문에 그냥 플레이 스타일을 결정하는 과정이다. 이후 '레인보우 식스 시즈'에서 요원들이 벽에 철판을 덧대듯, 중요한 위치의 벽들을 보강해주면 방어 페이즈는 완료다.



▲ 첫 단계는 벽 강화하기. 근데 이렇게 강화해도...



▲ 급하면 마구 쏴서 부숴버릴 수 있다. 레식 수준으로 단단하진 않다.

1분이 지나면, '오픈월드' 페이즈가 시작된다. 각자 탈것을 타고 오픈월드로 다이브 인. '쉴드브레이커'가 생성될 때까지 상자를 열고 자원을 모아 방어구를 업글하며 프리 파밍을 진행하게 된다. 당연히, 이 과정에서 적과 마주칠 수도 있다.

'하이가드'는 건플레이 난이도가 무척 쉬운 편이다. 기본적으로 총기들의 반동이 크지 않고 조준 시 탄 스프레드도 없기에 그냥 쏘는 족족 맞는다. 덤으로 캐릭터 움직임도 다른 게임들에 비하면 느린 편인데, 캐릭터가 아주 날아 다니는 에이펙스 레전드나 콜오브듀티와 비교하면 양반이 따로 없다. 주요 개발진의 전작이 저 작품들이라는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 탈것을 타고도 저격이 되는 수준이다. 마흔이 낼모레인 나이에...

때문에, 상대적으로 교전의 흐름은 어느 쪽이 더 총을 잘 쏘냐보다, 어느 쪽이 더 전술적으로 움직였냐에 따라 기운다. 교전 시 인원비율은 어떤지, 지형은 또 어떻고 무기 구성과 워든 스킬의 활용은 어떤지가 무척 중요하다. 벽 뒤에 숨어도 '슬레이드'나 '애티커스'의 스킬로 피해를 줄 수 있고, 공격을 집중해도 '마라'나 '카이'의 스킬로 이를 받아낼 수 있다. 몰래 뒤를 잡으려 해도 '콘도르'의 기술이면 금방 색적이 이뤄진다.

그렇게 짧은 교전을 이어가며 장비를 갖추고 나면, '쉴드브레이커'의 소유권을 두고 격한 싸움이 벌어진다.



▲ 칼 내놔! 내 칼!

'쉴드브레이커'는 말 그대로 보호막을 깨부수기 위해 존재하는 대검인데, 각 기지는 파괴할 수 없는 보호막으로 둘러쌓여 있다. 쉴드브레이커를 쥔 채 적 기지에 도달하거나, 오픈월드 페이즈가 끝나고 더 이상 부활이 이뤄지지 않을 때 한쪽 팀이 전멸하면 쉴드브레이커가 발동되면서 공성전 페이즈가 진행되는 것이다.



▲ 칼을 꽂아넣으면 공격이 시작된다

그리고, 한일 연합팀은 이 승부에서 기가 막힌 승리를 거두며 쉴드브레이커를 획득, 선공권을 손에 넣었다.

중년의 나이임에도 노익장을 과시하며 선공권을 얻은 한일 연합팀. 그대로 적진으로 들어가 기지를 야금야금 깨부수기 시작했다.

공성전 페이즈에 도달하면, 게임이 달라진다. 공간이 갈라지고, 거대한 공성탑이 등장하면서 게임의 장르가 바뀐다. 이 때부터는 몇몇 규칙이 변경되는데, 일단 탈것이 비활성화되고, 낙하 피해가 생긴다. 오픈월드 페이즈에서는 아무리 높은 곳에서 떨어져도 실금조차 가지 않지만, 공성전 단계부터는 낙하 피해를 무시할 수 없다.



▲ 갑자기 택티컬 슈터가 되는 공성전 단계. 돌파 후 돌입은 국룰이다

만약 공성전을 수비하는 입장에서 별 피해 없이 적의 공격을 모두 막아내면, '훌륭한 방어' 판정과 함께 적 기지의 체력도 동일하게 소모된다. 100:100의 승부가 70:70의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이후, 다시 오픈월드 페이즈로 돌입하고 이 과정이 반복된다. 한 방에 승부가 갈릴 경우 게임은 10분 전에 끝나지만, 서로 치열한 공방이 이어질 경우 길게는 30분 가까이 게임이 이어진다.



▲ 폭탄 해제도 제때 해 주고



▲ 잘 막아내면 승부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우리 팀은 어떻게 되었냐고? 4게임을 해서 전승했다. 포게이머 기자와 어색한 하이파이브도 나눴다. 다시는 아시안을 무시하지 마라. 물론, 무시 당한 적은 없지만 그냥 나도 이 말 해 보고 싶었다...



▲ 끼얏호우


분명 괜찮은데, 말로 설명하기 참 어렵네


자극적인 문장으로 결론을 말해보자. '하이가드'는 콘코드 꼴이 날까?

내 생각엔 전혀 아니다. 콘코드 하면 보통 캐릭터 비주얼 때문에 망했다고 생각하기 쉬우나, 사실 콘코드가 망한 데는 무척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 비싼 가격이나 난해한 게임 디자인, 요상한 고유명사 사용까지 말이다.

하지만, '하이가드'는 얼핏 보기에 복잡할 뿐 막상 게임을 시작하면 디자인이 굉장히 깔끔하게 떨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 쉽게 말하면, 두어 판만 해 보면 게임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보이고, 서너 판 하고 나면 지금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즉각적인 판단이 선다. 망하는 슈터 대부분이 초반에 게이머가 뭘 해야 할지 모른다거나, 시키는 대로 해도 즉각적인 결과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걸 생각하면 하이가드는 무척 직관적이고 쉬운 게임이다.



▲ 뭘 해야 하는지 금방 감이 잡힌다. 적응이 무척 쉬운 게임

'탈것', 3단계로 나뉜 게임 단계, 각 워든의 스킬과 역할 등은 일견 무척 복잡하게 보이지만, 실제로는 생각보다 훨씬 직관적이고 간단하게 다가온다. 미식축구의 룰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데, 공의 역할을 '쉴드브레이커'가 한다고 보면 된다. 공의 소유권을 다투고, 공을 쥔 쪽이 공격권을 얻는 거다.

무엇보다 게임이 쉽게 느껴지는 건 '건플레이'의 난이도가 낮다는 점 때문일 거다. 하이가드는 방어구 시스템을 지원하는 게임이기에 TTK가 상당히 긴 편이며, 체력과 방어도 모두 소모품 없이 일정 시간 후 자동 회복된다. 장비도 일단 한 번 얻어두면 죽어도 잃는 일이 없으며, 모든 장비가 그냥 생긴 대로 작동한다. 돌격소총처럼 생겼으면 돌격소총이고, 산탄총처럼 생겼으면 산탄총이다.

심지어 탈것을 탈 때도 조준 시에는 카메라 흔들림이 없기에 서부의 카우보이들마냥 말을 탄 채 이뤄지는 추격전도 그리 어렵지 않다. 가속 노화를 넘어선 급속 노화와 이로 인한 에이징 커브를 아주 정통으로 맞아버린 중년의 게임 기자들도 어렵지 않게 하는 걸 보면 명백히 쉽다.



▲ 상대도 중년이었다는 건 일단 접어 두고



▲ 오픈 월드에서의 싸움도 그 나름의 맛이 있다.

무엇보다, 게임 자체가 상당히 재밌다. 의사소통 도구가 살짝 미비하다거나, 방어 페이즈에 생각보다 할 일이 없다는 부족함은 존재하지만, 게임의 재미를 가르는 본질적인 부분들. 조작감이나 게임의 흐름, 비주얼 등에서는 딱히 모자라는 부분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잘 만들었다. 개발진의 최초 구상대로였다면, 출시가 이뤄지는 1월 27일에 깜짝 공개됐을 텐데, 그랬다면 에이펙스 레전드의 뒤를 잇는 깜짝 출시의 아이콘이 되었을 지도 모르겠다.

어차피 돈 주고 살 필요도 없는 기본 무료에다, 유료 상품들도 인게임 성능에는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 만큼 추천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명백히 콘코드와는 다르다. 아니 진짜 괜찮은데 이게 참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

하이가드, 바로 지금 출시되었다. 다들 렛츠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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