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연기] '엠버&블레이드', 차기 '뱀서류 간판' 가능성을 보다

게임소개 | 정재훈 기자 |
View in English


©INVEN

킨텍스에서 열린 'PlayX4' 현장, 라인게임즈 부스는 사실 거대한 부스라고 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나름 필요한 것들은 다 갖춘, 알찬 구성으로 차려져 있었다. 간단한 포토 부스, 그리고 시연대. 시연대에 놓인 4종의 게임 중 내 시선을 가장 끈 작품은 '엠버&블레이드'였는데, 이유가 있다.

내가 이 장르 게임의 엄청난 팬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탄막 천국'이라는 요상한 태그가 되어버린 '뱀서라이크'류. 사실 웬만한 이 장르의 게임들은 찍먹이라도 다 해 봤을 정도로 무척 좋아하는 장르인데, 이미 이전의 기사들에서도 몇 번이고 간증을 했던 바가 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시작하게 된 게임. 원래는 간단히 시연을 해 본 후, 첫인상을 정리하는 기사 정도로 준비하려 했으나 생각이 바뀌었다. 현장에서는 아주 잠깐 플레이했지만, 그 짧은 경험으로도 이 게임이 기대 이상임을 눈치챌 수 있었다.

현장에서 복귀한 후, 스팀에 공개되어 있는 데모 버전을 바로 받았다. 대충 해보기엔 아깝다. 좀 더 제대로 해 보고 감상을 남기고 싶었다.



뱀서류의 기반에 하데스 감성, 그리고 소울 한 스푼


일단 이 점은 분명히 하고 가자. '엠버&블레이드'는 디자인 상 전무후무한 독창적인 게임은 절대 아니다. 이 게임을 이르는 근간들은 전부 이전의 좋은 작품들이 보여주었던 편린들이며, 골수 게이머들이라면 한 번쯤 봤을 조각들이다.

하지만, 이걸 어떻게 모아서 조립하느냐도 곧 개발진의 실력이다. '클리셰'라는 개념이 왜 있겠는가? 명작은 언제나 통하기 때문이다. 가져다 배끼고도 상대적으로 저열한 퀄리티의 게임이 즐비한 요즘, 다른 작품들의 요소를 적당히 잘 가져다 써먹는 건 이 업계에서 반칙이 아닌 미덕이다. 단, 재미있게 잘 만들어야 하지만 말이다.



대충 죽지 않는 몸이 된 악마사냥꾼 펜릭스 ©INVEN

그만큼, '엠버&블레이드'에는 여러 게임의 장르적 특성이 한 번에 녹아 있다.

주인공인 '펜릭스'는 천사와의 계약을 통해 끊임없이 부활하는 불사자(로그 라이크라는 뜻)가 된 악마 사냥꾼이며, 끊임없이 쏟아지는 악마들과 싸우며 점점 강해지고, 새로운 무기를 얻는다. 그 와중 만나게 되는 여러 '천사'들의 축복(스킬)을 받으며 더 화려한 싸움을 만들어간다.

진행 방식은 우리가 잘 아는 뱀서류의 형태이나, 조금 다르다. 스킬 외 '기본 공격'의 개념을 가져온 뱀서류 게임은 무척 많지만, 이 게임의 기본 공격은 원거리와 근접 공격의 투 트랙으로 나뉜다. 공격 버튼을 누르면 비교적 강력하고 광역 판정을 주는 근접 공격을 수행하고, 버튼을 누르지 않으면 상대적으로 약하지만, 자동으로 이뤄지는 원거리 공격이 발동되는 형태다.



호쾌한 근접 기본 공격. 가만히 있으면 원거리 공격을 한다 ©INVEN

여기에, '소울'류의 감각이 정말 아주 살짝, 딱 한 스푼 정도 섞여 있다. 동장르 다른 게임에도 많은 '회피'를 완벽하게 해낼 경우 저스트 회피 판정에 이어 강력한 반격기로 보스나 정예 적들의 체간을 깎아낼 수 있다. 일정 횟수 성공해 체간을 다 소모시킬 경우, 적이 그로기에 빠지면서 일정 시간 무방비해지는 식이다.

스킬에 해당하는 축복(블레싱)을 주는 '천사'들의 경우 마치 '하데스'가 생각나는 느낌으로 등장한다. 이런 풍의 연출은 동종 장르 게임 중 하나인 '데스 머스트 다이'도 활용하는 형태인데, 이 역시 상당히 좋은 게임이다. 이미 검증된 방식이라는 뜻이다.



솔직히 천사들은 하나같이 좀 이상하긴 한데 ©INVEN

이렇게 모으고 모은 조각들을, '엠버&블레이드'는 기대 이상으로 잘 합쳐 두었다. 무언가가 너무 과잉되어 묻히는 시스템도 없고, 모든 조각들이 게임 플레이 내내 활용도 높게 게임을 구성한다.

달리 말하면? 굉장히 재미있다는 뜻이다.


중요한 건 '호쾌함', 그리고 '난이도'


이 장르 게임을 굉장히 사랑하고, 사랑하다 못해 AI를 굴려가며 직접 만들어보기까지 한 입장에서 말하자면, 이 '뱀서라이크'의 근간을 이루는 중요 요소는 두 가지다.

하나는 '호쾌함'이다. 쏟아지는 잡몹들과 이걸 그냥 경험치 덩어리로 보이게 만드는 호쾌한 스킬 연출은 무조건 필요하다. 적이 너무 적게 나오거나, 스킬이 너무 단조로운 게임들은 결코 재미있을 수 없다. 뱀서라이크는 기본적으로 적을 휩쓰는 호쾌함과, 그것으로도 견디지 못할 정도로 엄청나게 쏟아지는 적이 있어야 성립하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호쾌함 하나는 진삼국무쌍 못지 않다 ©INVEN

여기서, 중요하게 작용하는 다른 하나가 바로 '난이도'의 완급 조절이다. 너무 쉬워서 졸릴 정도가 되어도 안 되고, 너무 어려워서 적에게 쫓겨다녀서도 안 된다. 스테이지 클리어가 결코 쉽지 않지만, 몇 번 더 강해지고 재도전하면 클리어할 수 있을 정도의 미묘한 선을 만드는 것. 사실상 이 장르의 게임을 만들 때 가장 어려운 부분이 이 '난이도의 적정선'을 설정하고 만들어내는 일이다.

대부분의 게임들이 이걸 무척 어려워하고, 잘 해내지 못한다. 어떤 경우엔 적이 너무 약하고, 어떤 경우엔 반대로 너무 어려우며, 이걸 해결해보겠다고 온갖 말도 안 되는 패턴의 적들을 넣다가 게이머 피로가 너무 극심해지기도 한다.



스킬의 피해 수치 조금 때문에 게임이 루즈한지, 너무 힘든지 갈 수 있다 ©INVEN

'엠버&블레이드'가 다른 게임들과 차별화되는 부분이 여기서 나온다.

이 작품의 적들은, 그냥 닿는다고 피해를 주는 개체들이 아니다. 잡몹들조차도 공격을 하기 전 시각적 판정이 보이며, 정예나 적들의 공격도 상당히 잘 보인다. 대부분의 경우 그냥 피할 수 있지만, 적이 쏟아지는 구간에서는 이를 회피하고, 반격하며 게임을 풀어가야 한다.

동종 장르의 다른 게임들은 대부분 기본적으로 적에게 닿으면 피해 판정이 생기기에, '딜량'을 챙기는 게 가장 이상적인 공략법이다. 적이 아예 화면에 보이지도 못하게 스킬 피해나 범위를 극도로 넓혀 공격적으로 운영하는 게 뱀서류의 기본 플레이 방식이다.

하지만, '엠버&블레이드'는 공격력이 충분하지 못한 상황에서도, 적절한 회피와 반격을 통해 '실력에 따라' 전투를 뒤집을 수 있다. 빌드를 잘못 타서 공백이 생기는 구간에 이르러도 전투를 회피해가며 시간을 벌 수 있고, 보스전도 노 히트로 클리어할 수 있다. 이는 반대로, 내가 아무리 강해도 정예나 보스한테 잘못 걸리면 그냥 게임을 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스펙으로 밀 수도 있지만, 게이머 실력으로 이를 뒤집을 수도 있다 ©INVEN

잡몹에 의해 게임오버되는 경우는 사실상 거의 없다. 잡몹이 적냐? 그것도 아니다. '엠버&블레이드'는 충분한 호쾌함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잡몹을 싹싹 쓸어담을 수 있다고 게임을 클리어할 수 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게임을 클리어하려면 게이머 나름의 노력이 필요하다. 일반적인 뱀서류는 특이점을 지나는 순간 게임이 무척 루즈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게임은 그렇지 않다.


데모 버전은 '합격', 정식 빌드는 어떨까?


아직 출시가 2개월 가량 남은 지금, '엠버&블레이드'의 스팀 내 평가는 '매우 긍정적'. 심지어 최근 30일 평가로 보면 무려 95%의 따봉을 받은 '압도적으로 긍정적'평가를 받고 있다. 아직 데모 버전만 공개된 만큼 정식 빌드는 더 기다려 봐야 알 수 있겠지만, 일단 데모 버전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게임의 근간은 충분히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할 수 있다.

물론, 아쉬운 부분이 없는 건 아니다. 주인공의 스킬이 너무 화려해질수록 적의 공격 범위가 가려져서 아예 보이지 않는 시인성의 문제도 있고, 공격 인디케이터와 실제 공격 판정이 다소 맞지 앉는 자잘한 문제도 있다.



일부 블레싱은 레벨이 높아지면 화면이 잘 안 보이는 문제가 있다 ©INVEN

하지만, 게임을 이루는 골조를 볼 때, '엠버&블레이드'는 너무나 괜찮은 게임이며, 더 나아질 여지도 충분한 게임이다. 언제나 변수는 있고, 미래 또한 알 수 없는 만큼 결과는 그 시점이 와 봐야 알겠지만 말이다.

정리해서 평하면,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 만으로도 충분히 뱀서류 시장의 차기 메타 작품이 될 수 있는 충분한 자격을 지닌 작품이기도 하다. 갑자기 개발진에 우환이 생겨서 심각한 똥볼을 차는 것이 아닌 이상 기대해도 배신하지 않을 작품이란 뜻이다.

그래픽? 그냥 봐줄 만한 수준이다. 서사? 데모만 해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사실 잘 모르겠다. 하지만 재밌다. 그냥 코어 게임 디자인 하나로 승부를 보는 뱀서류의 정수와 같은 추구미. 사실, 그거면 된 거 아니겠나?



©INVEN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기사 목록

1 2 3 4 5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