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기사에는 사이버펑크: 엣지러너 본편과 콜라보 스토리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난 6월 8일, 쿠로 게임즈의 '명조'가 사이버펑크: 엣지러너 콜라보를 개시했다. 그간 쿠로 게임즈를 지켜봤던 유저라면 퀄리티에 대해서는 의심할 여지는 없었다. 전작 '퍼니싱: 그레이 레이븐'부터 니어 오토마타, 데빌 메이 크라이 등 유명 작품의 콜라보를 훌륭히 진행했던 경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명조도 금주 시절의 미숙함을 딛고 리나시타, 라하이로이를 거치며 스토리와 연출 모두 진일보했으니, 과연 그 역량을 어떻게 발휘해서 사이버펑크: 엣지러너 콜라보를 전개할지 기대할 수밖에 없었다.
한편으로는 불안감도 앞섰다. 루시만 나왔다면 모르겠지만, 레베카를 비롯한 다른 캐릭터들이 등장한 순간부터 엣지러너에 대한 사족이 될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공개된 지 4년이 지났으니 스포일러를 좀 하자면, 레베카는 죽었다. 데이비드도 죽었다. 그리고 그들은 전설이 되었다. 그들의 죽음이 사이버펑크: 엣지러너를 완성했기 때문이다.
메가코프가 장악한 부조리한 도시, 누구든지 언제고 허망하게 죽어나갈 수 있는 혼란 속에서 그들은 죽을 각오로 도전했고, 희생 끝에 루시를 구했다. "이 바닥에서는 어떻게 사느냐가 아닌 어떻게 죽느냐가 기억된다"는 루시의 말처럼, 그들의 장렬한 최후는 아직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밈으로든 혹은 애프터라이프의 칵테일으로든 말이다. 그리고 그 최후를 지켜본 많은 시청자들이 V가 되어 그들을 따라 아라사카 타워에 다시 도전하고, 아담 스매셔에게 복수하면서 새로운 전설을 써왔다.
그런 상황에서 아무리 본편에 영향이 가지 않는 콜라보라 해도 선을 넘지 않을까 우려가 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특히나 루시의 저 말은 사이버펑크 2077까지도 관통하는 문구인 만큼, 죽은 캐릭터가 부활해서 활약하는 것 자체를 굉장히 경계할 수밖에 없다. 자칫하면 렐릭 같은 꼴이 될 테니 말이다.
그렇지만 명조의 이번 콜라보는 지켜야 할 선 안에서 또 다른 한풀이를 보여줬다. 홀로 남겨진 루시가 겪고 있을 트라우마, 그리고 전하지 못했던 말에 집중했다. 앞서 장렬한 최후라고 말했지만, 작별 인사도 채 못할 정도로 마지막 시간은 너무 짧았다. 그 허망한 이별이 사이버펑크 세계를 살아가는 엣지러너들의 숙명이라고 해도 그것을 떠올릴 때마다 씁쓸한 건 어쩔 수 없다. 관찰자인 시청자들이 이렇게 느낄 정도라면 당사자인 루시는 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이런 루시의 복잡한 심경을 풀어가는 과정에 레베카도 나올 수 있던 이유도 제시해야 하고, 서로 다른 세계관이 마주했을 때 필연적으로 거칠 수밖에 없는 설명까지 풀어야 할 것은 많았다. 그렇지만 이 3시간의 콜라보 스토리는 훌륭하게 해냈다. 직업상 백문불여일견이라는 말은 정말 꺼내서는 안 되지만, 이 말 외에 논할 도리가 없다. 직접 감상하게 될 사람들의 즐거움의 결을 망치지 않고 이야기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많은 말을 가타부타 늘어놓는 것은, 이번 콜라보에서 보여준 미학을 어기는 일이기도 하다. 이번 콜라보는 시시콜콜하게 말하거나 늘어놓지 않았다. 꼭 필요한 정보만 추려서 짤막하게 설명을 풀었고, 필요한 구역만 담았다. 그렇지만 그 안에 담아낸 퀄리티와 디테일은 이미 보여준 것 이상이었다. 루시와 레베카의 모델링은 물론 루시의 과거 회상, 나이트시티, 그리고 퀵핵까지 다 꿈이겠지만 그게 아니라고 생각될 만큼 집요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해서 시선을 잡아둔 뒤, 여운으로 마음까지 사로잡았다. 실제 이번 콜라보는 대사는 많지 않았고, 중간중간 캐릭터들이 입을 열다가 끝내 말하지 못하고 넘어가는 구간들도 많았다. 그 쉼표에서 미묘하게 바뀌는 표정과 눈빛, 손짓까지 디테일한 표현들은 몇 마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심정을 대변해 줬고, 그래서 그 시간 안에 많은 것을 유저들에게 전해줄 수 있었다. 그러면서도 단순히 팬서비스적으로 흘러가지 않게 절제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 안타까움에 울 수밖에 없지만, 결국 루시와 함께 작별을 받아들이며 현실에 돌아와 여운을 느꼈다. 그리고는 깨달았다. 루시 그리고 우리에게 필요했던 것은 데이비드와 레베카에게 작별 인사를 할 약간의 시간과 추억을 상기할 작은 선물이었음을, 그리고 이번 콜라보에서 그것이 주어졌다는 것을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