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북해에 떠있는 작은 섬나라. 이곳은 이미 오랫동안 경제적으로 불안정한 날들이 계속되어, 귀족도 민중도 지쳐 있었다. 에스파냐와 포르투갈이 서로 경쟁적으로 식민지를 늘리고 있는 와중에, 북해에 위치한 잉글랜드는 홀로 소외되어 있다. 제국주의에 동참하기 위해서, 엘리자베스 여왕은 결단을 내려 사략함대를 편성하기에 이른다. 바야흐로 시대는, 머나먼 바다로 꿈꾸는 사내들을 이끌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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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생각없는 대항해시대 팬픽션]
- 머나먼 수평선을 바라보며 - 4 -
by 딸기고양이
* 이 글에 있는, 세계관 설정에 대한 저작권은 모두 KOEI에 귀속됩니다.
* 잉글랜드 이벤트 1장을 보내주신 |버밀리온| (제우스서버) 님께 감사드립니다.
* 글을 퍼가신다면, 이상의 두가지를 반드시 명시하셔야 합니다. 제게 특별히 말하거나 하지는 않으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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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으로 돌아온 초콜릿은, 어쩐지 거리가 술렁거리는 것처럼 느꼈다. 물론 거리가 술렁일 리가 없다. 단지, 사람들이 수근수근거리는 것이 어쩐지 불안했다. 평소에는 온화한 주인님이, 주점의 여급에게 차였는지 미친듯이 화를 내며 유리세공품들을 집어던져 깨기 직전에, 항상 대머리를 쓰다듬곤 하셨다.
'꼭 백명의 주인님이 머리를 쓰다듬고 있는 것같은 기분인걸...'
뭐라고 설명하기 힘든 불길한 기분.
어쩐지 분수대의 물줄기조차 시무룩하니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것만 같다. 초콜릿은 불안하게 새끼손가락 손톱을 깨물며 분수대를 쳐다보았다.
그러다가, 한숨을 쉬며 막 의자에 앉으려고 하는 중년의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화려하게 금실이 수놓인 자줏빛 더블릿을 입은 그는, 먼 하늘을 보며 한탄하고 있었다.
"단골손님이 아주 많이 있었던 네덜란드에서 내란이 일어나고부터 이곳에서는 전혀 물건이 안 팔려서...."
딱히 초콜릿을 향해서 한 말도 아닌 것 같다. 회색 돌을 얇게 갈아 깔끔하게 깔아놓은 단정한 바닥을 향해 고개를 숙이더니, 그는 말을 이었다.
"에스파니아 일당들은 이 넓은 바다를 자유롭게 여행하고 있는데 우리들은 이게 무슨 꼴이야."
초콜릿은, 그 사람을 애써 외면하며 물러났다. 타국을 부러워하거나, 질투가 지나쳐 시기하는 사람을 본 것은 한두번이 아니다. 스스로 일어서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성공을 시기할 뿐이라면, 그 사람의 그릇은 그것밖에 안되는 것이겠지.
그녀는 스스로 일어서고 싶었다. 나중에, 피부색이 같은, 같은 핏줄의 사람들을 만났을 때에 떳떳하고 싶었다. 살인을 하거나 강도질을 하는 것도 삶의 한 방식이다. 그러나, 어느 정도 자금이 모인 그녀는 그렇게 하지 않을 의지도, 능력도 갖고 있었다.
(특별히 세르비체를 겨냥해서 한 말은 아니야 th군 =ㅅ=; 쓰다보니..)
호리호리하고 가늘고, 나이에 비해 몸집이 작은 초콜릿이지만 등에 장검을 차고 있다. 최근에는 해적들의 습격이 잦아서 특별히 구입한 물건이었다. 검을 쓸 줄은 모르지만, 세상에는 허세라는 것이 있으니까.
그래서인지, 소박한 쉬르코를 입은 한 남자가 초콜릿에게 말을 걸었다.
"조금 전에 주점에서 인상이 험한 남자가 나를 노려보더군."
"....."
초콜릿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무례한 사람이다. 다짜고짜 말을 걸어, 자기 소개조차 하지 않고 말을 건다.
그렇지만 그를 무시하고 가지 않은 것은, 그의 표정에 절망적인 무언가가 서려있었기 때문이다. 소박하다기보다 차라리 허름한 쉬르코의 허리께에는 점점이 핏자국이 묻어있었다. 그는 절실하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는 것이다.
한때는 가장 안전한 도시로 불렸던 런던이지만, 돈이 많아보이는 사람을 뒷골목에 끌고가서 강탈하거나 하는 일도 빈번한 듯하다. 다행히도 초콜릿은 아직 그런 일을 겪은 일이 한 번도 없지만, 이 사람이 그런 일을 겪었다면, 그리고 초콜릿 자신이 이런 일을 겪는다면 - 누군가의 도움을 애타게 바라리라.
"불경기가 되면 그런 인간들이 늘어나거든."
고개를 젓거나, 외면하며 다른 곳으로 걸어가버리지 않은 초콜릿에게, 안심했다는 듯 그 거리의 남자는 말을 계속했다. 다시보니 입가에도 피가 약간 묻어있다. 행패를 당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모양이다. 그의 자존심을 지켜주기 위해서, 초콜릿은 애써 그의 얼굴을 쳐다보지 않으려 노력했다.
"주점주인도 무서워하는 것 같던데... 자네, 괜찮다면 주점의 그 남자를 슬쩍 쫓아버려 주지 않겠나?
"...뭐라구요?"
애꿎은 바닥의 판석을, 새로 산 버클 부츠로 탁탁 두드리고 있던 초콜릿은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부탁하네."
"....."
그렇다. 행패를 당한 사람을 그냥 보고 지나치고 싶은 건 아니었다. 그렇지만, 이런 식으로 도와주고 싶은 건 아니라고! 나는 상인이야. 무력으로 해결하는 일에는 소질이 없단 말이야-
하고 마음속으로 외치며, 차마 거절하지 못한 초콜릿은 금화를 약간 챙겨 주점으로 향했다. 여왕폐하에 대한 불경한 말이 씌어있는 회색의 벽을 바라보며, 어쩐지 더욱 더 불안해졌다.
붉은 머리도 이제 희끗희끗해지는 여왕폐하는, 잉글랜드의 자랑이었다. 타국을 욕하는 일이 있다해도, 여왕폐하를 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누군가, 적국의 밀정이라도 잠입한 것일까.
어째서인지 점점 더 커져가는 불안감을 마음속으로 접어두며, 초콜릿은 타박타박 발걸음을 옮겼다.
낯익은 간판이 보였을 때에, 초콜릿은 비로소 조금이나마 마음을 놓았다. 주점은 그녀가, 평안한 마음으로 있을 수 있는 몇 안되는 장소였다. 허름한 옷을 입은 전 노예 소녀라도, 피부색이 달라도 아무도 힐끔힐끔 쳐다보지 않는.
주점은 여느 때처럼 소란스러웠다. 구석에서 카드게임을 즐기는 남자들, 술을 마시며 소란스럽게 에스파냐와 포르투칼을 욕하는 남자들. 호화스러운 갑옷으로 몸을 감싸고 묵묵히 술을 마시는 사람도 있다.
초콜릿은 주변을 둘러보며 눈매가 사나운 남자를 찾아보았으나, 수많은 인파 속에서 아무래도 확신할 수 없었다. 눈매가 날카로운 여자도, 남자도 여럿 있었긴 했다. 그렇지만 근해에서도 해적이 날뛰는 이 험한 세상에, 술집에서 긴장을 풀지 않고 살기를 풍긴다는 이유로 모든 사람을 의심할 수는 없지 않은가.
작은 키로 한껏 발돋움을 해서, 초콜릿은 낯을 익힌 주점 주인에게 손을 흔들었다. 텁수릅하게 수염을 기른 주점 주인이, 반갑다는 표시로 눈을 찡긋했다.
초콜릿은 바에 다가가, 주점 주인에게 살짝 물어보았다.
"눈매가 고약한 남자?"
"예, 이 근처에는 처음 온 이방인 중에서 말예요."
"이방인이 한둘인가.. 어디보자."
잠시 수염을 쓰다듬으며 생각에 잠기던 주점 주인이, 눈에 뜨이지 않게 살짝 손목을 돌려 오른쪽 구석자리를 가리켰다. 초콜릿은 눈치있게 주점 주인의 손 방향을 살폈다. 주인이 누군가를 지명해서 좋을 일은 없다.
"저기에 서 있는 남자가 아까부터 손님을 물색하는 듯이 어슬렁거리고 있어."
나지막하게 목소리를 낮춰 귀에 속삭이듯 소리를 듣고, 초콜릿은 감사의 뜻으로 살짝 금화를 한 닢 마스터의 손에 쥐어주었다. 마스터는 씨익 웃으며 엄지손가락을 내밀었다. 행운을 비는 의미의 손짓이다.
구석자리는 어두침침했다. 밝은 등불이 있는 중앙 탁자를 마다하고 이쪽에 오는 사람들은, 다들 어딘가 뒤가 구린 사람들 뿐이다. 그중에서도 허리춤에 칼이 숨겨진 게 분명한, 수상쩍은 자세로 걷고 있는 30대 초반의 남자가 주점 주인이 가리킨 사람이었다.
그의 앞에 다가가, 말을 걸어야 할지 말지 망설이며 머뭇거리고 있노라니, 그가 반갑게 말을 걸었다.
"저기, 이 마을에서 돈 좀 갖고 있을 것 같은 사람 모르나?"
누군가의 노예로 착각한 건지, 반말로 가볍게 말을 건넸다. 만만하게 보인다면 그걸로 좋다. 지금은 어느정도 돈을 모은 상인이지만, 불쌍하게 보이는 편이 좀더 이득이라는 사실을 초콜릿은 체득하고 있었다.
"자네는 돈이 있어 보이지는 않는군."
앗차, 자네로 높이는 걸 보니 - 자유인이라는 사실을 눈치챘나. 초콜릿은 살짝 고개를 흔들었다. 노예일 때는 그렇게도 자유인이고 싶었는데, 자유인인 지금은 노예 시늉을 하게 되다니, 세상은 참으로 공교롭다.
초콜릿에게서 고개를 돌린 채, 밀매 상인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모처럼 좋은 물건이 있는데 살 만한 사람이 없군...됐어! 다른 곳을 알아보겠네."
특별히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칠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아까 거리의 남자는, 어딘가 다른 곳에서 해를 당하고 이 사람이 흑막이라고 오해한 것이 아닌가 싶다. 특별히 돈을 쥐어줄 필요도 없었고, 칼을 쓸 일도 없었다.
이제 안심해야할텐데, 이상하게도 불안한 느낌은 가시질 않았다. 주점 주인에게 쓴 금화 한 닢이 아까운 것이 아니다. 그저, 불길한 무언가가 따라오는 것만 같은 느낌.
초콜릿은 혼자 중얼거리는 밀매 상인이, 거래처를 찾도록 내버려두고 주점을 나섰다. 장물을 팔려는 사람을 신고할 수도 있지만, 굳이 원한을 사고 싶지는 않았다.
주점의 여닫이문을 살짝 미는 순간, 챙하고 창이 초콜릿을 겨누었다. 무슨 일인가 하고 앞으로 한 걸음 내민 순간, 건틀렛을 낀 손이 초콜릿의 손목을 낚아챘다.
"어이, 얌전히 있어라! 저항해도 소용없다."
맞은편을 포위한 병사들이 들고 있는- 날카롭게 번쩍이는 창날이, 햇빛을 받아 보석처럼 빛났다.
"우리들이 여왕폐하의 이름으로 너를 체포하겠다!"
황망한 채로, 본능적으로 초콜릿은 온몸에 힘을 빼고 얌전히 있었다. 도망한 노예라는 사실이 들킨 것인가? 과연? 아니, 일개 노예를 잡는 데에 이렇게 많은 병사들이 모일 리가 없다. 분명히, 누군가 반역죄인을 잡는 게 아닐까...
영주 직속 관리 특유의 하늘색 더블릿을 입은 30대 초반의 남자가, 큰 소리로 외쳤다.
"킬링류 백작! 이쪽입니다."
뚜벅뚜벅, 징 박힌 굽소리가 저쪽 골목에서부터 들려왔다.
이마가 넓고 눈썹이 치켜올라간, 드문드문 흰머리가 섞인 50대 정도의 남자가 나타났다. 짙은 남색 코트에 화려하게 은실로 자수를 놓고, 뻣뻣한 레이스에 금으로 장식된 루비 브로치를 달고 있는 남자였다. 사치스러운 루비 브로치는 마치 피처럼 붉게 빛나고 있어, 저절로 눈빛이 갔다.
마녀의 코처럼 콧대가 높고 욕심스레 얇은 윗입술을 움직이며, 그는 오만하게 말했다.
"흠, 이 녀석인가? 해적 맥그리거의 장물을 팔아 치우려고 하고 있는 자가. 장물매매의 죄는 무거워."
킬링류 백작이라고? 최신 유행하는 검은색 양말에 아무리봐도 장인의 손으로 만들어진 가죽끈 맨 자가 말인가 -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이다. 그렇지만 이런 최고급의 옷을 걸치고 있는 자가, 하급 귀족일리는 없다. 분명 여왕의 궁정에 출입하는 신분높은자겠지.
아니-잠깐, 해적 맥그리거라면 이 앞에 출몰하는, 악명높은 해적이 아닌가! 그런 자의 물건을 샀다면 그건 이미 여왕폐하에 대한 반역죄다. 초콜릿의 얼굴색이 파랗게 질렸다. 이건 이미 오해라고 하고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물론 자네가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킬링류라 불린 자는, 창백한 손 - 검이라고는 쥐어본 적 없을, 짐을 날라본 적도 없는 그 손을 내밀어 초콜릿의 손목을 쥐었다. 북해의 바람처럼 싸늘한 느낌에 초콜릿은 본능적으로 혐오감을 느껴 뒤로 한 발 물러섰다. 그러나 그는 그녀의 손목을 꽉 쥐고 놓아주지 않았다.
"아, 아파요!"
병사들이 킥킥 웃었다. 초콜릿은 수치심에 얼굴이 붉어졌다.
"보답을 봐서 상담에 응해 줄 수도 있겠지만...아니?"
보답이라면, 뇌물을 바치고 빠져나가라는 뜻인가? 그렇지만, 맥그리거의 장물이라면 분명히 그 유명한 사파이어의 보관일 것이다. 그런 것은 갖고 있지 않다. 그 가치만 해도, 초콜릿의 전재산을 훌쩍 넘어선다. 어떡하지? 어떻게 하면 좋지? 애초에 그 거리의 남자 말을 듣는 게 아니었다! 이대로 감옥으로 끌려가서, 아니 어쩌면, 사형대에서 이대로 생이 끝나는 건가?
그렇다면, 부모님은? 어딘가에 계실 부모님은? 초콜릿의 초록빛 눈동자에 살짝 투명한 기가 돌았다. 눈물이 굴러떨어질것만 같은 그때, 낭랑한 여성의 목소리가 긴장을 깼다.
"그 손 놓아요."
"라이자 미들튼!"
밝은 갈색 머리를 어깨까지 늘어뜨린, 푸른 눈의 여성이 나타났다. 하얀색 제복 상의로 온몸을 감싸고, 가문의 문장이 수놓여진 남색과 자주색의 반망토를 두른 그녀는 초콜릿을 감싸듯이 앞을 막았다.
"내 친구를 협박해서 어떻게 할 생각이죠?"
흥분해서 귀까지 붉게 물든 그녀를 보고, 초콜릿은 당황해서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처음 보는 여자였다. 이런 여귀족에 대해서는 듣지 못했다. 아마도 킬링류 백작에 대한 반감 때문에 편을 드는 게 아닐까.
"이 녀석이 네 친구라고?"
소매를 장식한 발렌시아제 최고급 레이스를 휘날리며, 킬링류 백작은 마치 육식동물처럼 팔을 휘둘러 으르릉거렸다. 다잡은 토끼를 빼앗긴 여우처럼.
"자...놓아 줘요."
단호하게 말하는 그녀, 라이자의 말에 초콜릿을 경계하던 병사들이 창을 내렸다. 킬링류 백작보다, 라이자의 말을 더 따르는 것 같은 눈치였다. 초콜릿은 주변의 분위기를 살피며 조용히 두뒤로 물러섰다. 그렇지만, 초콜릿이 빠져나가려 뒷걸음질을 치자 병사 두 명이 아무렇지 않게 퇴로를 막았다.
"으으음..."
토끼를 놓아줄까 말까, 갈등하는 늑대처럼 킬링류 백작은 하늘을 바라보며 딴청을 부렸다. 라이자는 그를 더 몰아세우지 않았다. 분명 권세있는 귀족이리라. 더이상 몰아붙여 좋을 것은 없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구름이 흘러가는 잠깐 동안이 영원처럼 느껴질 그때, 주점 문이 끼익 하고 열리며 한 남자가 나타났다.
"킬링류 백작님, 그분은 장물 따위는 사지 않았습니다."
주점 내에서, 마치 기회를 기다리듯 숨어있었던 것 같다. 라이자와 닮은 갈색 눈이, 송아지처럼 순박해 보였다. 갈색 머리를 잘 다듬고 역시 남색과 자주색의 문장이 수놓여진 망토를 입은 남자였다. 주점 구석에, 수상쩍은 밀매 상인의 옆에 앉아 묵묵히 술을 마시던 자다.
"저희들도 보고 있었어요."
마치 증인을 몇십명이라도 데려올 수 있는 것처럼, 살짝 빈정기를 담아 그 남자가 말했다.
"아니, 미들튼 경 아닌가."
다행이다. 증인이라니. 초콜릿은 쿵쿵거리는 심장을 가다듬었다. 범죄자처럼 보여서 좋을 것은 없다. 라이자의 뒤에 서서, 이 권력자들이 서로 허세를 부리며 으르렁거리는 모습을 관찰했다.
"언제나 자네 남매는 사이가 좋아서 부럽군."
아아, 윌리엄 미들튼 경과 라이자 미들튼 남매인가. 어디선가 들어본것도 같다. 초콜릿이 애써 기억을 뒤지고 있을 때, 킬링류 백작이 포기한 듯, 이마를 찌푸리며 말을 던졌다.
"...그래, 자네가 그렇게 이야기한다면 믿어주지."
"고맙습니다."
윌리엄 미들튼 경은, 주점의 먼지에 더럽혀진 망토를 손에 감아쥐고 정식으로 고개를 숙였다. 그것을 보고 조금 흐뭇해진 듯, 킬링류 백작은 살짝 입가에 웃음을 띄웠다. 그러나 초콜릿을 바라보고, 흥 하고 몸을 돌렸다.
"쳇, 정말 운 좋은줄 알아라! 돌아가자!"
열다섯명 정도의 병사들은, 초콜릿에 대한 포위를 풀고 킬링류 백작의 주위로 몰려들었다. 분분히 흩어지는 그들을 보며 초콜릿은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여러 위기에 직면했지만, 이러한 귀족에 의한 인재(人災)보다는 차라리 폭풍이 낫겠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병사들의 둔탁한 발소리가 골목너머로 사라지고, 윌리엄 미들튼 경이 나지막히 속삭였다.
"간 것 같군...."
사실은, 당당해 보이는 이 사람들도 꽤나 긴장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초콜릿은 자신의 감정에 신경쓰느라, 다른 사람의 긴장까지 눈치챌 여유가 없었다.
"당신 다친데는 없어요?"
비로소 초콜릿을 바라본 라이자가, 헛 하고 잠깐 멈추었다. 마치 초콜릿이, 초콜릿이 아니라 누군가의 사진인 것처럼. 초콜릿을 바라보고 있으나, 그녀를 바라보는 게 아니라 다른 누군가를 생각하는 것처럼. 맑은 갈색 눈동자에 잠시 물기가 어렸다. 귀족 여인은 자신의 감정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는 것이 당연한 예법이다. 솔직한 그녀를 보고, 초콜릿은 당황했다.
"...깜짝 놀랬어요, 당신,"
아무렇지도 않게 비단 손수건으로 눈가를 슥 문지르고, 눈시울이 붉어진 라이자가 말을 이었다.
"...바다에서 잃은 친구를 생각나게 하는군요..."
------------------------------------------------------------------to be continued-_-;
1장이 이렇게 길었던가요..-_-?; 왜이렇게 길죠.. 대책없이 길어서 잘랐습니다.; 그저 심심할 때 읽어주세요. 잉글랜드 분들의 추억을 되살리며 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