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 테마칼럼은 고인이라 불리는 챔프들이 어째서 고인인가를 살펴보고 분석하기 위해 쓰여진 글입니다.
다소의 주관이 섞여있더라도, 이해해 주세요.
렝가.
만인이 인정하던 최흉 최악의 OP 챔프였던, 탑솔 라인 육식동물 생태계의 정점에 서있던 챔프이다.
패시브와 QQ콤보를 이용한 강력한 딜교환 능력. WW를 통한 높은 라인전 안정성과 괜찮은 탱킹, 라인 푸쉬 능력. 그리고 더불어 EE를 통한 높은 갱호응도와 원거리 견제 능력..
R로 인해 확보되는 적 감지 능력의 높은 유틸성과 뛰어난 원딜 척살 능력. 이 모든 것을 갖췄던 렝가는 저랭 고랭을 가리지 않고 필밴이었으며 대회에서는 가져오지 않는다면 무조건 밴을 해야 한다는 취급을 받을 정도로 강력한 모습을 뽐내곤 했었다.
그러나 다이애나와 함께 처절한 너프를 먹은 지금. 렝가의 픽률과 승률은 뒤에서 세는 것이 빠를 정도로 몰락해버리고 말았다.
재버프를 다이애나와 함께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재발견되어 다시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여주는 다이애나와는 달리. 렝가는 여전히 픽률과 승률이 모두 고인급에 머물러 있다.
자 그럼. 이제부터 렝가 너프/버프의 역사를 살펴보고. 렝가가 몰락한 이유를 분석해보자.
1. 출시 초기.
악평.
딜도 탱도 안되는 잉여 챔프.
쓰렝가, 서렝가
믿겨지지 않겠지만 렝가 출시 초기에 렝가는 악평이 자자했다. 사람들이 렝가 특유의 운영법을 잘 몰랐기 때문이기도 하고, 렝가가 정돈된 한타보다는 스플릿 푸시와 난전에서 강한 챔프이기 때문에 한타에서 상대적으로 약한 면모를 보여주는 것도 한 몫 했다.
AD 암살자로서 강력한 딜링 능력과 라인전 안정성을 바탕으로 상대 라이너를 찍어눌러야 하는 유통기한형 챔프가 초기 렝가의 평가였고, 실제로 일정부분 옳은 말이나, 그 독특한 운영법과 가치를 인정받아 렝가는 필밴급 챔프로 뛰어오르게 되었다.
AP 렝가 빌드의 재발견으로 인하여.
2. 대격변. AP 렝가.
AP 렝가가 탑블라디고 뭐고 씹어먹음. 밴하거나 공짜 ELO 얻어가셈. - 유명 게이머 다이러스
SIV HD의 AP 렝가 가이드.
이런 렝가의 위치는, 새로운 빌드인 AP 누커 렝가 빌드가 발견되며 역전되게 된다. 야성을 채울 경우 한순간에 400이 넘는 강력한 기본 데미지 + 2.0AP의 광역 딜링이 가능하다는 점에 착안해 발견된 AP 렝가 빌드는, 순식간에 떠올라 렝가 템트리의 주류가 되었다.
개편 이전의 죽음불꽃 손아귀와 리치베인을 필두로 한 한방콤보형 AP 아이템을 둘둘 두른 AP 렝가는 딜러 척살은 기본이고, 강력한 광역 누킹 능력과 라인전 안정성, 푸쉬 능력 등을 모두 갖춘 최강의 OP 챔프로서 자리매김했다.
실제로 대회에서 막눈 선수가 AP 렝가를 픽해 흉악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AP 렝가 빌드가 주류화되는 것은 라이엇 입장에서는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었을 것이다.
평타 도약을 비롯하여 스킬들에는 거의 다 AD계수가 붙어있고 공격속도 버프도 갖고있어 디자인 자체가 AP로서 기획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음 패치로 라이엇은 렝가의 다른 모든 스킬은 버프해주면서도, 계수와 데미지, 추가 방어력 수치를 하향함으로서 AP렝가 빌드에 사형 선고를 내렸다.
이 빌드의 재발견으로 인해 렝가 특유의 운영법(강력한 푸쉬 능력을 통한 라인 클리어 후 이득 챙기기)이 슬슬 정착되어갔고, 이후 다른 스킬들의 버프를 타고 렝가는 순식간에 하늘끝까지 날아오르게 되었다.
3. 최흉최악의 OP로 뛰어오르다.
갱면역
마이급 타워 철거+잭스급 원딜 척살+볼리베어급 탱킹+니달리급 스플릿 푸시 능력
당시 버프를 받은 렝가에 대한 필자의 평가이다. QQ는 기본데미지를 제외한 AD계수만 3.5에 달했고, 중첩되는 자체 공속 버프를 달고 있어 충격과 공포의 누킹 및 지속딜이 가능했다.
궁은 상대 정글러가 오는 걸 보고 여유롭게 찍어도 갱에서 탈출할 수 있을 정도로 여유롭고 길었으며, W 회복은 몇번 지르기만 하면 맞다이시 뎀딜, 방어력과 체력회복. 라인 푸쉬까지 동시에 가능케 했던, 소위 말하는 딜도 탱도 되는 스킬이었다.
당시 렝가는 딜템 하나 정도만 올려도 원딜을 물어 죽일만한 충분한 딜이 나왔고 강력한 스플릿 푸시 능력을 갖추고 있었고, 그 탓에 탱킹력과 한타 기여도를 극대화하기 위한 딜탱 빌드가 선호되었다.
Q와의 시너지를 보고 삼위일체를 가는 빌드 또한 나름 인기가 있었고, 고전적인 브페헥을 가는 공격적인 빌드도 존재했다.
그러나 이런 리즈시절은 오래가지 못했는데, 대회 등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하자 렝가의 딜능력에 라이엇이 칼질을 가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인피를 낀 치명타와 같은 기본AD계수를 가지던 강화된 포악함의 계수가 0.5나 깎여버렸고, W스킬의 기본 데미지와 방어력 수치가 또다시 하향을 먹어버렸다.
이젠 딜 능력으로는 한계가 존재하는 상황. 예전처럼 딜템 한개만 들고 물어도 원딜을 죽일 수 있던 시절은 지나갔다.
하지만 렝가에게는 아직, 15%라는 경악스러울 정도의 힐량을 가진 강화 W가 남아있었다..
4. 마지막 희망. 탱커 렝가.
모든 딜스킬들이 너프를 먹으면서 렝가의 딜탱 빌드는 인기가 다소 사그러들게 되었다.
그러나 강력한 타워 철거 능력과 스플릿 푸시 능력, 갱탈출 능력은 아직 건재하였고 약화되었다고는 하나 원딜을 물고 귀찮게 할 수 있을 정도의 딜량은 여전히 나왔다.
그래서 이번에는 딜템 하나조차도 포기한, 완전히 탱킹에 올인하는 탱커 렝가 빌드가 주류화되게 되었다. 탱템을 두르고 15%의 막강한 힐량을 통해 라인을 유지하고 푸시하며 계속해서 스플릿 푸시를 통해 많은 이득을 취하는 것이 기본적인 탱렝가의 운영법이었다.
탱템을 두르기 때문에 튼튼하여 누가 막으러 와도 쉽게 막을 수 없었으며, 심지어 다섯명이 오더라도 렝가가 궁을 사용하고 도망치면 잡지 못할 정도로 강력함을 보였었다.
한타 때도 탱킹이 되기 때문에.어느정도의 기여도는 보장이 되었으며, 포악함 자체의 기본 계수가 워낙 높고 세번씩 시전할 수 있다 보니 너프를 한 번 먹었다 해도 원딜에게 따끔할 정도의 딜량은 넣을 수 있었다.
그 전략적인 강력함을 인정받은 렝가는 각종 대회에서 얼굴을 내밀었으며, 픽 아니면 밴해야 하는 강력한 카드로 취급받았다. 그렇다. 적어도 여기까지는 말이다.
5. 그리고 관짝으로.
그리고 다음 너프로 인해. 렝가는 이런 강력했던 모습을 잃어버리고 처참하게 몰락해버리고 말았다.
일단 첫번째로. 렝가의 갱 면역 능력을 담당하던 궁극기가 트위치의 은신 스킬과 크게 다를 바가 없어진 영향도 크고, 또다시 너프를 먹은 W. 이번에는 데미지나 방어력이 아닌 체력계수 강화힐량에 대한 너프가 이루어져 라인전 안정성과 탱킹 능력이 크게 떨어져버리고 말았다.
마찬가지로 궁극기의 너프로 인해 오버파밍이나 스플릿 푸시를 안정적으로 할 수 있던 능력도 잃어버렸고 탱킹도 되지 않으며 그렇다고 해서 딜링 능력도 그렇게 강력하지는 않은 렝가는 픽할 가치를 잃어버리고 처참한 나락으로 떨어져버리고 말았다.
라이엇은 너프를 너무 심하게 했다는 것을 인지하고 다음 패치때 렝가를 재 버프해주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렝가의 픽률과 승률은 처참한 바닥을 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 렝가가 어째서 고인일 수밖에 없는 것인지, 렝가 성능의 변천사를 통해 한번 분석해보자.
리즈시절 렝가의 장점은 다음과 같다.
1. 안정적이고 강력한 라인전
2. 강력한 푸쉬력과 타워 철거능력
3. 갱 면역과 안정적인 스플릿 푸시 능력
4. 추가 방어력과 15퍼센트의 체력 회복을 통한 탱킹 능력
5. 최대 세번 시전되는 포악함과 궁 은신, 돌진 능력으로부터 나오는 강력한 딜링 능력.
처음에 주목되었던 것은 모든 장점이었다. 따라서 딜탱 빌드가 떴던 것이며, 딜링이 너프먹고 난 뒤에는 스플릿 푸시와 탱킹에 주목하여 렝가를 픽했다.
그리고 그 탱킹과 스플릿 푸시 능력이 너프를 먹어 버리자. 상술한 장점 중에 아직까지 해당되는 것은 1,2,5번 뿐이다.
다만 이런 장점들을 보고 픽하기에는 렝가의 강력한 라인전 능력도 많이 약화된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라인전을 보고 픽한다면 볼리베어나 레넥톤같은 픽이 훨씬 안정적이고 강력하며, 원딜 척살력이나 탱킹력은 제한적인 탱킹스킬과 CC를 갖추고 뛰어드는 이렐리아나 잭스만 못하다.
스플릿 푸시는 정석적인 쉔, 티모나 니달리 쪽이 훨씬 강력하기 때문에 이를 보고 픽할 수도 없는 것이고..
결국. 지금 렝가는 다른 챔프들과 비교해서 가지고 있던 비교우위적인 장점들을 전부 잃어버린 상태인 것이다.
렝가가 활약했던 것은 장점을 극대화했던 빌드 및 운영법을 적절하게 사용했기 때문이지, 결코 단점이 없어서 강력했던 것이 아니다.
핵심적인 장점 대다수가 거세되어버리고, 단점이 부각되어 픽되지 않게 된 렝가.
렝가가 고인이 된 것은, 장점이 약화되어서가 아니라, 핵심적인 장점들이 사라져버린 탓이다.
GOM사혁
OGN Spring 2013 Final 분석 [수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