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플 공작소

전체보기

모바일 상단 메뉴

본문 페이지

[소설] 메이플[스토리] 15

Pyapat
조회: 714
2024-12-30 22:28:12
전투는 이미 막바지에 이르러 적이 바로 코 앞까지 다가왔지만, 갤리메르는 연구실을 떠나지 않고 있었다.
연구 자료는 이미 컴퓨터를 통해 옮겨 놓은 상태라, 당장 탈출해도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그는 더 완벽한 실험체를 갖고 싶었다. 그렇기에 홀로 연구실에 남아,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가 찾는 이가 나타났다.

“야, 갤리메르!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야?”

어린애 같은 말투와 목소리가 귀를 긁는 듯했지만, 갤리메르는 애써 웃으며 그녀를 맞았다.

“아무 일도 아닙니다, 오르카 님. 그냥 쥐새끼 몇 마리가 들어왔을 뿐이죠.”

“흥, 그럼 알아서 처리해야지! 스우한테 문제 생기면 어쩔 건데?”

오르카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하자, 갤리메르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걱정 마시지요. 이 유리관은 설령 연구실이 무너진대도 멀쩡할 겁니다. 끌끌…”

“만약 스우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네 머리카락을 죄다 뽑아 버릴 테야!”

“끌끌, 그럼 열심히 해야겠군요.”

갤리메르는 타이밍을 재며 오르카를 붙들어 두고 있었다.

그때,

콰콰쾅—! 

바깥쪽에서 폭음이 울려 퍼졌고, 갤리메르는 재빨리 자신의 컴퓨터 화면을 확인했다.

“이런… 쥐새끼들이 곧 이곳까지 밀려올 것 같군요.”

“뭐야? 아까는 그렇게 자신만만하더니, 이게 무슨 꼴이야?”

“죄송합니다, 오르카 님. 유리관 잠금을 해제할 테니, 스우 님을 안전한 곳으로 옮겨 주시지요.”

“칫… 일이 끝나면 두고 보겠어.”

오르카는 갤리메르를 노려보며, 유리관 속에서 잠들어 있던 스우에게 다가갔다.
갤리메르는 컴퓨터로 유리관 잠금을 풀었고, 이내 유리관의 문이 서서히 열렸다.

오르카가 스우를 안으려 가까이 다가갔을 때, 스우가 갑자기 눈을 뜨며 오르카의 몸을 꿰뚫었다.

“스, 스우…?”

예상치 못한 상황에, 오르카는 자기 몸을 관통한 스우만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어, 어째서…”

그렇게 중얼거리는 오르카의 뒤에서, 갤리메르는 기분 나쁜 웃음을 흘리며 다가왔다.

“끌끌끌… 어떠십니까, 오르카 님? 스우 님께서 마침내 눈을 뜨셨네요.”

“너, 이 자식… 스우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별 거 아닙니다. 그저 그의 능력을 극한까지 끌어올리려면, 윙마스터인 당신의 힘이 조금 필요했을 뿐이죠.”

갤리메르는 만족스럽다는 듯 유리관 속에서 깨어난 스우를 바라보며, 한껏 음험한 미소를 지었다.
오르카는 가슴에서 뻗어나오는 통증을 참지 못하며 분노 어린 시선으로 갤리메르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럼 이만, 작별이군요. 오르카님"

"갤리메르, 이 자식.. 반드시.. 죽여버리겠어..!"

“끌끌, 기대하지요.”

갤리메르가 스우와 함께 떠나려던 바로 그때, 연구실 뒤쪽 문이 폭발하며  산산조각이 나 갤리메르를 향해 날아왔다.

“히익—!”

놀라 움츠러드는 갤리메르를 대신해, 옆에 있던 스우가 염력으로 날아오는 문조각을 막아냈다.

“어딜 그렇게 급히 가시나? 대머리 박사.”

터져나온 연기 너머로, 황금빛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팬텀이 모습을 드러냈다.

“네 놈… 어떻게 벌써 그 병력들을…” 갤리메르가 놀란 기색으로 말하자,

“환영 인사가 좀 거칠긴 했지만, 내겐 몸 풀기 정도밖에 안 되지.” 팬텀이 목을 돌리며 여유롭게 웃었다.

갤리메르는 이내 분노를 품은 표정으로 스우에게 명령했다.

“크윽… 어디까지 잘난 척하나 보자! 스우!”

"스우..?"

팬텀이 갑작스레 들려오는 이름을 되내이며 스우를 바라보는 동시에, 스우는 자신이 담겨 있던 유리관을 들어 팬텀에게 내던졌다. 하지만 유리관이 날아든 위치에는 이미 팬텀의 모습이 사라지고 없었다.
정신을 차린 스우가 고개를 들었을 때, 팬텀은 벌써 스우의 목덜미를 움켜쥐고 노려보고 있었다.

“설마 이런곳에서 네 놈을 또 보게 될 줄이야... 이런 게 운명인가?”

스우는 침묵으로 일관했고, 팬텀은 분노 어린 시선으로 그에게 물었다.

“이번엔 또 무슨 짓을 꾸미고 있는 거지? 대답해!”

그러나 스우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보자, 갤리메르가 다시금 목소리를 높였다.

“뭐 하는 거냐, 스우! 당장 침입자를 제거해!”

그러자 스우는 연구실 바닥에 널브러진 전선들을 염력으로 들어올렸다.
전선들은 채찍처럼 꼬여 팬텀을 향해 휘둘러졌고, 팬텀은 공격을 피하기 위해 뒤로 물러섰다.

“쳇, 뭐냐 그 꼴은. 저 대머리의 꼭두각시라도 된 거냐? 꼴 좋군.”

팬텀이 비웃듯 말했지만, 스우는 그저 말 없이 침입자를 주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 모습에 팬텀은 혀를 차고는 갤리메르를 노려봤다.

"우선 네 놈부터 처리해야겠군. 대머리 박사!"

팬텀은 갤리메르를 향해 순식간에 돌진했다. 그러자 스우는 다시금 주위 전선을 염력으로 들어올려 팬텀에게 휘두르며, 그의 전진을 막으려 했다. 하지만 팬텀은 재빠른 몸놀림으로 공격을 피하면서도, 시선은 계속 갤리메르를 좇았다.

“막아! 당장 막으란 말이다!”

갤리메르가 공포에 질려 소리치자, 스우는 연구실 천장을 무너뜨려 팬텀의 앞에 거대한 흙벽을 만들어 그를 가로막았다. 팬텀은 눈 앞에 있는 초라한 흙벽을 보더니, 이내 허탈한 듯 웃음을 흘렸다.

“크큭… 꼭두각시가 되더니 정말 모든 걸 잊어버렸나 보군. 겨우 이런 걸로 날 막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해?”

팬텀은 작게 중얼거리며,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복수는 부질없다더니… 네 말이 맞았나 보네, 아리아.”

그는 품에서 카드 몇 장을 꺼내 주변으로 흩뿌렸다. 날아간 카드들은 땅이나 벽에 닿지도 않은 채 팬텀의 주위를 맴돌기 시작했고, 이내 작은 바람이 일어나더니 곧 거대한 폭풍으로 변해 갔다.

한편, 갤리메르는 연구실 탈출선을 작동시키면서, 흙벽 너머에서 들려오는 바람 소리에 긴장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벽에 금이 가기 시작했고, 그 금을 통해 거센 바람이 새어 들어왔다.

“이, 이런…!”

갤리메르는 말도 안 되는 공포와 긴장 속에서, 점점 커지는 카드의 폭풍을 느꼈다.
곧 벽이 무너져 내리며 거대한 바람이 휘몰아쳤고, 그 폭풍 중심에는 살기 어린 눈으로 자신을 노려보는 팬텀이 걸어오고 있었다.

“이런 의미 없는 싸움은 이제 끝내자고.”

“히익—!”

겁에 질린 갤리메르는 아이 같은 비명을 질렀다.
그를 보호하듯, 스우가 나서서 팬텀의 앞을 가로막았다.
팬텀은 고개를 돌리며 신물이 난다는 듯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비켜. 껍데기한텐 관심 없어. 죽일 가치도 없으니 꺼져.”

그러나 스우는 그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무표정한 채 그대로 서 있었다.
오히려 그런 태도에 팬텀은 더 큰 분노를 느꼈다.

팬텀이 카드를 꺼내는 동시에, 스우는 다시금 주변에 널브러진 전선과 부서진 벽 파편을 염력으로 들어올려 팬텀에게 날려 보냈다. 하지만 이미 그런 공격은 팬텀에게 통하지 않았다.
팬텀은 주위에 카드를 휘날려 사방에서 날아오는 공격을 모두 튕겨내더니, 케인을 쥐고 속사처럼 빠른 연격을 퍼부었다.

스우는 방어막을 펼쳐 팬텀의 공격을 막아냈지만, 팬텀은 다시 한 장의 카드를 뽑아 머리 위로 던졌다.

“카드(CARD), 드로우(DRAW).”

팬텀의 머리 위로 떠오른 카드는 공중에서 빙글빙글 돌기 시작하더니 이내 천천히 멈춰, 푸른색 카드가 나타났다.

“쇼다운(SHOWDOWN)–포춘(PORTUNE).”

팬텀의 말이 끝나자, 그의 주위에는 푸른 기운이 솟구쳐 나왔다.
그와 동시에, 팬텀의 공격에 스우의 방어막이 금이 가기 시작했다.
마침내 방어막이 깨지는 순간, 스우는 팬텀의 일격에 연구실 벽까지 날아가 꽂혔다.

“...”

싸늘한 침묵 속, 스우는 벽에 박힌 채로 미동 없이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그 광경을 마주한 갤리메르는 탈출선 근처에서 공포와 당혹이 뒤섞인 얼굴을 하고 있었다.
팬텀의 카드 폭풍은 여전히 주위를 에워싸고 있었고, 이제 남은 건 갤리메르와 팬텀의 최종 결전뿐인 듯 보였다.

“히익—! 사, 살려줘!”

“살고 싶었으면 처음부터 날 화나게 만들지 말았어야지.”

팬텀은 갤리메르에게 다가가다가 문득 몸이 점점 무거워지는 걸 느꼈다.
스우가 벽에 박혀 있던 방향을 보니, 스우가 염력으로 팬텀의 움직임을 제한하고 있었다.

“하… 너나 나나 그때 곱게 죽었어야 했어. 그랬다면 이렇게 추해지진 않았을 텐데. 그래, 원하는 대로 죽여주마.”

팬텀이 케인을 움켜쥐고 스우에게 다가가려는 순간,

우르르릉—!

거대한 굉음이 울려 퍼졌고, 팬텀이 둘러보니 연구실 벽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스우의 염력과 조금 전 싸움의 여파로 연구실이 더는 버티지 못한 것이다.

“이런…!”

팬텀이 잠시 시선을 빼앗긴 사이, 갤리메르는 탈출선을 작동시켜 스우와 함께 재빨리 도망쳤다.
뒤늦게 팬텀이 그들을 쫓으려 했지만, 무너지는 벽이 길을 막아버려 추격이 불가능해졌다.

“제길…!”

팬텀이 분노에 벽을 치고 씩씩대는 사이, 아직 무너지지 않은 곳의 연구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문 너머에는 카이린과 아리 파티가 안쪽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너희는…?”

팬텀이 놀란 눈으로 바라보는 사이, 아리 일행이 연구실 안으로 들어섰다.

“으악! 이게 뭐야? 완전 난장판이잖아!”
론도가 엉망이 된 연구실 풍경에 당황하자,

“당황할 틈 없어! 빨리 봉인석부터 찾아 도망쳐야 해!”
아론이 그를 제치고 안으로 달려갔다.

“저, 저기! 여자애가 쓰러져 있어!”
슈가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엔, 정신을 잃은 오르카가 있었다.

테스가 달려가 그녀를 업었고, 파티원들은 서둘러 밖으로 이동했다.

"보, 봉인석은 어쩌고!"
올리비아가 도망치면서도 미련을 버리지 못한 듯, 뒤를 돌아보자 아리가 재촉하듯 그녀를 다그쳤다.

"지금 봉인석이 문제야?! 빨리 달려!"

결국 광산이 완전히 붕괴하기 전, 가까스로 팬텀과 카이린을 포함하여 모든 일행이 무사히 탈출에 성공했다.

"헉.. 헉.. 야, 우리 산거 맞지? 죽은거 아니지?"

"으윽.. 니 헛소리를 들으니, 살아있는게 맞는거 같다.."

론도가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묻자, 옆에서 누워있던 테스가 말했다.

"죽는 줄 알았어..."

"나도.."

슈가와 아리도 그 옆에서 쓰러진 채 중얼거렸다.

"그래서 봉인석은 어떻게 된거야..?"

"야! 그 놈의 보석, 이젠 징그럽다 진짜!"

봉인석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린 올리비아가 중얼거리자, 론도가 소리쳤다.

"뭐! 내가 틀린 말 했냐! 왜 나한테만 그러는데!"

올리비아와 론도가 티격태격하는 사이, 뒤에서 팬텀이 다가와 한마디를 던졌다.

"봉인석은 대머리 박사가 가지고 갔다."

"네?!"

놀란 파티원이 팬텀을 바라보자, 그는 설명을 덧붙였다.

"연구실이 무너지기 직전에, 그 대머리가 보라색의 보석을 챙기는 걸 봤는데, 아마 그게 봉인석이겠지."

"그럴수가..."

파티원들이 낙담하자, 팬텀은 모자를 깊이 숙이고 등을 돌린 채 말했다.

"이번 일은 모두 내 실책이다, 이 빚은 다음에 꼭 갚도록 하지."

"자, 잠시만요!"

파티원들이 붙잡으려 했지만, 팬텀의 주위에 카드 폭풍이 불더니 그의 모습은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봉인석이..."

파티원들이 봉인석의 상실에 낙담해 있을 때, 보다 못한 아론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이미 지나간 일은 너무 신경 쓰지 말자고. 그보다는 일단, 승리의 기쁨을 즐기는 게 어때?”

그의 말을 듣고 주위를 둘러보자, 모험가 길드 사람들이 환호하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 모습을 본 파티원들은 서로 얼굴을 보고 이내 미소를 띠었다.

“그래! 봉인석은 일단 접어두자. 무엇보다, 우리가 이겼잖아?”
론도가 자리에서 일어나 파티원들을 바라보았고, 다른 이들도 하나둘씩 몸을 일으켰다.

“맞아! 속 시원하게 복수했잖아?”
올리비아도 팔을 번쩍 들어 올리며 환호했다.

“다… 다들 수고 많았어!”
슈가 또한 파티원들 사이에서 승리를 축하했다.

“뭐, 반쪽짜리 승리이긴 하지만…”
테스가 자조 섞인 목소리로 중얼대자, 론도가 뛰어들어 그의 목을 감싸며 장난스럽게 힘을 줬다.

“으악! 뭐 하는 짓이야!”

“이 애늙은이 자식아! 이럴 때는 기쁜 척이라도 해!”

론도와 테스의 티격태격을 바라보며, 나머지 파티원들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완벽하지 못한 승리라 해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함께 싸우고 살아남은 기쁨이 있었다.

몇 시간 뒤, 에레브 쪽에서도 적이 물러갔다는 보고가 들어왔고, 마침내 그 곳에 있던 사람들은 승리의 기쁨을 즐길 수 있었다.

곧 인질로 잡혀갔던 이들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었고, 남아있던 블랙윙 잔당들 또한 레지스탕스와 시그너스 기사단에 의해 체포되었다. 마을에는 오랜만에 사람들의 환호와 웃음소리가 울려퍼지고 있었다.

승리의 기쁨과 약간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아리 일행은 지그문트가 마련해 준 숙소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아까 내가 휘두른 단검에 로봇들이 다 박살나던거 봤냐?"

"흥, 니가 한게 뭐 있냐? 다 테스랑 아론이 앞에서 버텨준 덕분이지."

"뭐야?"

론도가 의기양양한 목소리로 말하자, 올리비아가 딴지를 걸었다.
그리고 두 사람이 티격태격 하는 동안 남은 사람들도 저마다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덕분에 아까 편했어, 고마워 슈가"
아론이 슈가에게 인사를 전하자,

"응, 맞아 확실히 사제가 있으니 든든하더라"
테스도 맞장구를 쳤다.

"아, 아니야 나도 너희들이 지켜준 덕분에 편하게 있을 수 있었는걸, 헤헤.."
슈가도 쑥스러운 듯 그들에게 답했다.

아리는 방의 한 구석에서 그런 파티원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잠시 후,

똑똑-

방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종업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 아리님? 1층에 손님이 오셨습니다."

"네? 저를요?"

"네, 기다리고 있을테니 내려와 달라고 하셨습니다."

이 시간에 자신을 찾는 이가 있다니.. 혹시 지그문트인가? 그런 생각을 하며 아리는 파티원들에게 잠깐 나갔다 오겠다 인사를 한 후, 1층으로 향했다.
1층으로 나가보니 그 곳에는 알베르트 의회장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리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의회장에게 다가갔다.

"의회장님? 이 시간에 여긴 어쩐 일이세요?"

"아, 늦은 시간에 죄송합니다. 내일 바로 떠나신다는 소식을 듣고 불쑥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는 격식을 차리는 듯한 자세를 취했지만, 아리는 부담스러워 손사래를 쳤다.
그러나 알베르트는 여전히 정중한 태도를 고수했다.
결국 아리는 설득을 포기하고 그가 온 이유를 직접 물어보기로 했다.

"그런데 저를 찾아오신 이유가 뭔가요?"

"아, 별건 아니고.. 그저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감사 인사요?"

"네. 아리 님이 아니었다면, 전 아마 지금도 용기를 내지 못했을 테고… 그랬다면 딸아이를 다시 볼 수도 없었겠지요.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알베르트가 고개를 숙여 감사를 전하자, 아리는 웃으며 그의 인사를 받아주었다.

"저야말로 용기를 내주셔서 감사해요. 덕분에 작전을 진행할 수 있었어요."

고개를 든 알베르트는 작게 미소 지으며 아리를 바라봤다.
아리가 조금 당황하자, 알베르트는 다시 부드러운 어조로 말을 이었다.

"처음 당신을 만났을 때, 저는 당신을 무시했습니다. 세상 물정 모르는 어린아이의 치기라고 말이죠."

아리는 그의 말을 조용히 듣고 있었다.

"하지만 아니었습니다. 당신은 누구보다 강한 사람이였고 또, 심지가 굳은 사람이었습니다. 아마 앞으로도 당신은 계속해서 나아갈 것이고 그러다보면 분명 벽에 부딪히는 일도, 그리고 절망에 빠지는 순간도 있겠죠."

"만약 그런일이 생긴다면 부디 지금을 떠올려주세요. 당신은 스스로가 나약하고 불완전하다고 여겼던 때에도, 누군가를 구원했던 사람이였다고, 사람들이 믿고 따를 수 있었던 존재였다고 말이죠."

"당신은 스스로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대단한 사람입니다. 부디 본인이 걷는 길을 의심하지 말고 나아가세요. 그러면 당신의 길에서도 꽃은 피어날 겁니다."

"이것이 당신에게 구원받은 늙은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충고입니다.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알베르트는 말이 끝나자 다시 한 번 그녀에게 고개 숙여 감사를 표했고, 아리 또한 차오르는 눈물을 참고 그를 향해 고개 숙여 감사를 전했다.

"네.. 꼭 그럴게요.."



-----------------------------------------------------------------------------------------------------

아침이 되자 많은 인파가 비행장에 몰려들었다.
레지스탕스부터 마을 주민들까지, 시그너스 기사단과 모험가 길드의 귀환을 배웅하기 위해 모인 것이다.

“이번에는 정말 감사했습니다. 혹시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연락 주세요.”
지그문트가 대표로 헬레나와 악수했다.

“감사합니다. 부디 다음에 뵐 때까지 건강하시길.”
헬레나 역시 손을 잡으며 미소를 지었다.

그들의 배웅 속에서, 아리와 파티원들, 그리고 기사단과 모험가 길드 인원들은 성공적인 작전을 뒤로하고 다음 목표지를 향해 떠날 준비를 마치고 있었다.

에델슈타인 공방전은 그렇게 막을 내리고, 새로운 여정의 시작을 알렸다.

Lv42 Pyapat

모바일 게시판 하단버튼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모바일 게시판 하단버튼

지금 뜨는 인벤

더보기+

모바일 게시판 리스트

모바일 게시판 하단버튼

글쓰기

모바일 게시판 페이징

최근 HOT한 콘텐츠

  • 메이플
  • 게임
  • IT
  • 유머
  • 연예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