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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메이플[스토리] 29

Pyapat
조회: 943
2025-02-03 21:15:59
"드랭 군이 검은 마법사의 연구소를 발견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유토 군의 자백을 들었네. 연쇄 융합을 이용해 신체 융합을 시도했다고 말이야."

매드는 마치 그날의 기억에 깊이 잠긴 듯 담담하게 말했지만, 그의 얼굴에는 묘한 슬픔이 서려 있었다.

"나와 카슨, 그리고 유토 군까지 우리 셋은 서둘러 드랭의 연구실로 달려갔지. 하지만 때는 이미 늦어버린 뒤였다네. 그는 검은 마법사의 일지와 자신의 연구 자료를 모두 챙겨 어딘가로 사라진 후였으니까."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마가티아에는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고, 그 뒤에 우리는 그 사건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조사하던 도중, 광장 아래의 연구소에서 드랭의 연구일지와 함께 A 군을 발견했지."

"A씨는.. 도대체 정체가 뭔가요? 설마.."
아리의 물음에 매드는 잠시 고개를 숙인 채 작게 고개를 저었다.

"확신할 수 없네."

아리가 아무 말 없이 그를 바라보자, 매드는 무겁게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어갔다.

"A 군이 그 현장에 있었던 건 사실이네. 하지만 그가 정말 드랭 군인지, 아니면 단지 그를 닮은 안드로이드일 뿐인지는 나도 모르겠네."

매드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저 멀리 있는 A와 키니를 바라보았다. 아리도 자연스럽게 그의 시선을 따라가 그들을 바라보았다.

햇살 아래에서 그저 해맑게 웃으며 솜사탕을 나누어 먹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 마치 세상의 모든 걱정과 무관한 듯 순수하게 웃고 있는 그 모습을 보자, 아리는 알 수 없는 감정이 가슴 한쪽을 찌르는 것만 같았다.
그 웃음이 너무나도 평화로워서, 도리어 아리는 그 순간이 더 슬프게 느껴졌다.

"키니와 필리아 씨는 이 일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신가요?"
아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매드는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며 한동안 침묵을 지켰다. 그리고는 마치 혼잣말하듯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들에게는 그저 드랭 군이 중요한 연구를 위해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났다고만 했네. 그리고 A 군은 드랭이 없는 동안 그들을 돌봐줄 안드로이드라고만 설명했지."

"필리아 씨가 그 말을 믿던가요?"

아리의 물음에 매드는 쓸쓸한 웃음을 지으며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그녀도 의심했겠지. 하지만 진실을 마주할 용기는 없었을 걸세. 그저 언젠가 남편이 돌아올 거라는 희망에 매달린 채 기다리고 있을 뿐이지."

그의 마지막 말에는 깊은 한숨이 섞여 있었다.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무겁게 가라앉은 침묵이 두 사람 사이를 감쌌다.

잠시 후, 매드는 A를 부르더니 알카드노로 돌아갈 채비를 하기 시작했다. A가 그의 휠체어를 밀고 떠나려 하자, 매드는 마지막으로 아리를 돌아보며 무겁게 말했다.

"이루어질지 모르는 희망으로 현재에 머무는 것과 잔인한 현실을 일깨우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 자네라면 어떤 세상을 그들에게 보여줄텐가?"

매드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A와 함께 광장을 빠져나갔다. 아리는 그들의 뒷모습을 묵묵히 바라보다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잠시 후, 광장 벤치에 앉아 고민하던 그녀에게 한 여성이 다가왔다. 키니와 똑같은 황금빛 긴 머리카락을 가진 여성은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아리에게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했다.
아리는 얼떨결에 그녀에게 인사를 돌려주었고, 그때 키니가 그 여성을 향해 달려갔다.

"엄마!"

키니는 밝게 웃으며 여성에게 달려들었고, 여성도 그녀를 환하게 웃으며 안아주었다.

"우리 딸, 오늘 재밌게 놀았니?"

"응! 엄청 재밌었어요!"

아리는 멍하니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웃고 있었지만, 어째서인지 모를 어색함이 느껴졌다. 여성이 아리의 시선을 눈치채고 다시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필리아라고 합니다. 딸한테 얘기 많이 들었어요. 매번 놀아주셔서 감사해요."

"아, 안녕하세요. 아리라고 합니다."

두 사람은 미소를 나누며 가볍게 인사했다. 그때, 키니가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며 신나게 떠들었다.

"엄마, 엄마! 언니가 오늘도 신기한 거 보여줬어요!"

"그래? 정말 재밌었나 보네."
필리아는 키니의 머리를 다정히 쓰다듬었다.

"응응! 그리고 아저씨가 솜사탕도 사줬어요!"

키니가 밝게 웃으며 A의 얘기를 꺼내자, 필리아는 순간 움찔했다. 그러나 곧 쓸쓸한 미소를 지으며 작게 중얼거렸다.

"그랬구나… 맛있었겠네.."

아리는 그 미소가 슬픔을 숨기려는 표정이라는 것을 눈치챘다. 그녀는 필리아에게 무언가 말을 걸기 위해 그녀에게 다가갔지만,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녀의 손이 필리아에게 닿으려는 순간, 필리아가 고개를 들었다.

"왜 그러세요?"

아리는 잠시 망설였다가 입술을 꾹 다물었다. 마음속에 수 많은 말이 떠올랐지만, 끝내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런가요..."
필리아는 잠시 고개를 갸웃하더니, 곧 키니와 함께 아리에게 가볍게 인사를 하고는 광장을 천천히 빠져나갔다.

그녀들의 모습이 사라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일행들이 하나둘씩 아리 곁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들의 표정은 무거웠고, 저마다 깊은 생각에 잠겨 있는 듯했다.

큰 사각 테이블에 둘러앉은 일행들은 조용히 자신들이 들은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럼 정말로 A씨가 드랭 박사님이라는 거야...?"
올리비아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 테스는 한숨을 쉬며 팔짱을 낀 채 대답했다.

"글쎄... 아무리 검은 마법사의 연금술이라도 살아 있는 사람을 안드로이드로 완전히 바꾸는 게 정말 가능할까."

그 말을 듣던 아리가 슬픈 눈으로 중얼거렸다.

"A씨의 정체가 중요할까...? 결국 드랭 박사님은 이제 돌아오지 못할 텐데."

그녀의 말에 일행들은 깊은 침묵에 잠겼다. 무겁게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서 올리비아가 살짝 고개를 떨구었다.

"그건... 그러네..."

한동안 아무도 말을 하지 못했다. 침묵 속에서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는 그들의 눈빛엔 미처 말하지 못한 슬픔과 체념이 엿보였다.

"우리 돌아갈까...?"
잠시 후, 론도가 탄식하듯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조사도 다 했고... 우리가 온 목적도 해결된 건 아니지만, 할 수 있는 건 다 한 것 같고.. 우리가 더 여기 있을 이유가 있나..?"

그의 지친 목소리가 광장에 메아리치는 듯했다. 다른 일행들도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그들의 표정은 론도와 같은 생각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 순간, 일행들의 표정을 살피던 아리가 줄리엣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줄리엣 씨는 어떻게 하실 건가요?"

갑작스러운 질문에 줄리엣은 잠시 당황한 듯했지만, 이내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나지막하게 대답했다.
"그러게요... 저도 여기까지 할까 봐요."

"괜찮으시겠어요?"
아리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자, 줄리엣은 애써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네, 괜찮아요. 궁금했던 건 다 알았으니까 이 정도면 충분해요."

그러자 올리비아가 안타까운 표정으로 나직하게 물었다.
"하지만 줄리엣 씨가 원했던 건 두 협회가 다시 사이좋게 되는 거였잖아요. 그래야 로미오 씨랑 만날 수 있을 텐데..."

줄리엣은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부드럽게 대답했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까지 슬퍼지는 건 원치 않아요. 어쨌든 알고 싶었던 건 모두 알았으니 저는 괜찮아요."

줄리엣의 말에 올리비아는 눈물을 머금으며 그녀를 조용히 안아주었다. 줄리엣도 그런 올리비아를 안아주며 미소를 지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일행들은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론도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럼, 이대로 바로 떠날 거야?"

"음... 그래도 인사는 하고 가야 하지 않을까?"

아론의 대답에 테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쳤다.
"맞아, 그냥 떠나기엔 너무 예의가 없지. 우리는 알카드노 분들께 인사를 드리고 올테니, 너희들은 제뉴미스트 분들께 인사하고 와"

테스의 말에 론도는 슈가와 올리비아를 데리고 제뉴미스트 학회로 발걸음을 옮겼다. 나머지 일행들도 알카드노로 떠나며, 각자 마지막 인사를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
.
"그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
론도, 슈가, 올리비아는 우선 베딘의 작업실을 찾아가 작별 인사를 전했다.

"그래?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다른 곳에서도 훌륭한 연구를 이어가길 바랄게."
베딘은 아쉬운 표정 속에서도 따뜻한 덕담과 함께 일행들과 악수를 나누었다.

"그럼 이제 바로 떠날 거야?"
베딘의 물음에 론도가 손을 가볍게 저으며 대답했다.

"아뇨, 학회장님께도 인사를 드려야 하니까 조금 있다가 출발하려고요."

"그래. 가기 전에 유토 씨에게도 인사해두는 게 좋을 거야. 말도 없이 떠나면 유토 씨도 꽤 아쉬워할걸?"

론도는 멋쩍게 웃으며 대답했다.
"하하... 네, 그럴게요."

베딘의 작업실을 나선 일행들은 그대로 학회장 카슨의 방으로 향했다. 문 앞에 도착한 론도가 가볍게 노크를 하자, 잠시 후 방 안에서 카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오게나."

일행들은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카슨은 의자에 앉아 인자한 미소로 그들을 맞이하며, 직접 의자를 권했다.

"오랜만이로군, 서 있지 말고 여기, 편히 앉게나."

일행은 각자의 자리에 앉아 카슨이 준비한 따뜻한 커피를 한 모금씩 마시며 그간의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래서 저희는 이만 빅토리아 아일랜드로 돌아가려 합니다."

카슨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별다른 말 없이 차를 한 모금 더 마셨다. 그의 깊은 시선이 론도를 향했지만, 특별히 나무라거나 실망한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론도는 그 눈빛을 마주한 순간 죄책감이 밀려들었고, 그는 주눅든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저... 죄송합니다."

"응? 갑자기 무슨 소리인가?"
카슨이 놀란 듯 물었고, 론도는 고개를 숙이며 덧붙였다.

"이렇게 갑작스럽게 떠나게 되어서요... 저희가 도움만 받고 무책임하게 떠나는 것 같아서…"

일행들도 죄책감이 가득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카슨은 허허 웃음을 터뜨리며 특유의 온화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사과는 됐네. 애초에 자네들이 왜 이곳에 왔는지 알고도 받아들인 것이니 그걸로 충분하네."

"네? 그걸 어떻게 아셨던 거죠?"

"그야 자네들의 친구들이 이미 이곳저곳에서 과거의 일을 물으러 다니지 않았나. 몰랐다고 하면 그게 더 이상한거겠지."

"그렇다면... 왜 저희를 받아주신 건가요?"
올리비아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카슨은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부드럽게 웃었다.
"처음엔 나도 자네들을 곱게 보진 않았지. 애써 숨겨온 진실을 파헤치려는 자네들이 탐탁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네. 하지만…"

그의 말은 잠시 멈췄다가 다시 이어졌다.

"슈가 양이 나를 찾아왔을 때 마음을 바꿨네."

"네? 제가요?"
슈가는 놀라며 자신을 가리켰고, 카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그때 나는 자네가 여신님의 뜻을 따라 이곳에 온 것이라 생각했네. 우리가 아무리 진실을 숨기려 해도 결국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지."

"나는 세상의 진리를 탐구하는 연금술사네. 하지만 진리를 파헤치고 싶어 하면서도 동시에 진실을 숨기고자 했던 내 모습이 얼마나 모순적이었는지 깨달았다네. 결국 자네들은 우리가 숨겨온 모든 비밀을 밝혀내지 않았나."

일행은 그의 말을 들으며 미묘한 감정에 사로잡혔다. 그동안의 여정을 통해 드러난 비밀과 진실이 그들을 무겁게 짓눌렀다.

카슨은 그들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마지막으로 덧붙였다.
"진실을 알게 된 자들은 그에 따르는 책임도 짊어져야 하네. 하지만 자네들이라면 잘 해낼 거라 믿고 있네."

그의 진심 어린 격려에 일행은 복잡한 감정을 감추지 못한 채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그래, 이제 떠날 텐가?"
카슨의 물음에 일행은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아뇨, 일단 유토 씨에게도 인사를 드리고 갈 생각입니다."

"그런가... 자네들도 알다시피 유토는 과거 사건에 연관된 인물 중 하나라네. 그 때문인지 그 이후로 성격이 꽤 날카로워졌지."

그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잔을 내려놓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덧붙였다.
"베딘에게 자네들과 유토의 일은 어느정도 전해들어서 알고있네. 유토는 그저 과거의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해 그런 것일 뿐, 나쁜 의도는 없었을 테니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말게나."

"아... 네, 알겠습니다."

론도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마음 한편에 알 수 없는 이질감이 남아 있었다. 카슨의 말은 분명 제자를 아끼는 인자함이 느껴졌지만, 그동안 마가티아에서 보았던 유토의 모습과는 어딘가 맞지 않았다.
무언가 께름칙한 느낌이 든 론도는 방을 나서려다 걸음을 멈추고 다시 카슨을 돌아보았다.

"저... 학회장님, 질문이 하나 있는데요."

"응? 무슨 질문인가?"
카슨이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자, 론도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방금 그러셨잖아요. 유토 씨는 아직 과거의 일에서 벗어나지 못해서 그랬을 뿐이라고요."

"그랬지."
카슨은 여전히 론도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어째서 유토 씨에게 그 위험한 연구를 계속해서 맡기고 계신건가요?"

"맡기다니... 무엇을 말하는 건가?"

론도는 잠시 침을 삼킨 뒤, 힘겹게 입을 열었다.
"연쇄 융합 말이에요."

그의 말에 방 안의 공기가 묘하게 무거워졌다. 론도는 긴장된 표정으로 카슨의 대답을 기다렸지만, 카슨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 학회장님?"
론도는 조심스럽게 카슨을 다시 불렀다. 하지만 카슨의 얼굴에는 놀람과 혼란이 가득했다.

카슨은 눈을 가늘게 뜨며 무언가 곱씹는 듯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자네... 방금 뭐라 했나? 유토가 연쇄 융합을 연구하고 있다고?"

"네. 저희가 직접 확인했습니다. 그의 연구실에서 말이죠."

카슨은 한동안 말없이 론도를 응시하더니 이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시선은 멀리 창밖을 향했지만, 손끝은 잔잔히 떨리고 있었다.

"그럴 리가 없네..."
그의 목소리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낮게 깔려 있었다.

"하지만 저희가 직접 봤어요. 무엇보다 유토 씨의 입으로 연쇄 융합을 연구하고 있다고 들었단 말이에요."
론도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서려 있었다. 카슨은 일행들의 표정을 잠시 살피더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며 말했다.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겠네."
카슨은 곧장 일행들을 제쳐두고 유토의 방으로 향했다. 일행들도 서둘러 카슨의 뒤를 따라갔고, 곧 유토의 방 앞에 도착했다. 카슨은 다급한 표정으로 유토의 방 문을 거세게 두드렸지만, 안에서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그 모습에 카슨은 다시 한 번 유토의 이름을 부르며 문을 두드렸다. 그럼에도 여전히 안에서는 대답이 나오지 않자, 그는 품 안에서 열쇠를 꺼내들어 유토의 방문을 억지로 열고 들어갔다.

"유토 군! 자네 도대체 무엇을...!"

카슨이 버럭 소리치며 방 안으로 들어섰지만, 그곳에는 유토의 모습은 없고 어질러진 실험 도구들과 책들만 방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윽, 여긴 여전히 더럽네..."
론도와 일행들도 조심스럽게 발을 디디며 방 안으로 들어섰다. 방 안을 둘러보던 올리비아가 중얼거리듯 말했다.

"그러고 보니 전에 로미오 씨를 만났을 때도 유토 씨가 자리에 안 계셨는데... 혹시 오랫동안 자리를 비운 걸까요?"
올리비아의 말에 카슨이 한탄하듯 답했다.

"잘 모르겠군. 실험 때문에 며칠 동안 연락이 뜸한 건 흔한 일이었으니 이번에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네... 내 잘못이야. 내가 좀 더 그 아이를 잘 보살폈어야 했는데..."

죄책감에 가득 찬 표정으로 카슨이 자책하자, 올리비아와 슈가가 그를 위로했다. 론도는 그런 일행들을 뒤로하고 방 안을 조금 더 수색하기 시작했다.

방을 둘러보던 그의 눈에 천으로 덮여 있는 플라스크가 눈에 띄었다. 분명 유토가 연쇄 융합을 연구하기 위해 만들었다던 암세포가 담겨 있던 플라스크가 맞았다.

그는 곧장 플라스크가 놓인 책상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마른침을 삼키며 조심스럽게 천을 벗겨냈다.

"뭐... 뭐야 이건..."

천을 벗겨낸 론도는 놀란 표정으로 플라스크 속을 들여다보았다. 곳곳에 흩어진 보라색 세포 조각들과 알 수 없는 액체 몇 방울, 그것은 분명 일전에 봤던 덩어리와는 확연히 달랐다.
그 광경을 본 올리비아와 슈가도 놀란 표정으로 플라스크 속을 응시했다.

"이게 뭐야...? 분명 그때는 하나의 덩어리였는데... 왜 이렇게 분열된 거지?"
놀란 표정으로 플라스크를 바라보던 일행들 옆으로 카슨이 다가왔다. 그는 플라스크 속의 내용물을 들여다보다가, 이내 떨리는 손으로 플라스크를 집어들었다. 떨리는 목소리로 그는 중얼거리듯 말했다.

"이건 설마... 역술식...? 어째서 이런 걸... 설마... 아니야, 그건 불가능해... 절대로..."
카슨의 얼굴은 사색이 되어 있었다. 그의 떨리는 중얼거림에 일행들은 다급하게 물었다.

"역술식이라니, 그게 뭐길래 그렇게 놀라시는 거예요?"
일행들의 다급한 질문에, 카슨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진정하려는 듯 잠시 침묵했다. 이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말 그대로 술식의 ‘역(逆)’이란 뜻이네. 연금술로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줄이기 위해 만들어진 방법이지. 연금술에 사용된 매개체를 술식이 발동되기 전의 원래 상태로 되돌리는 걸 말하네."
그는 고개를 숙인 채, 플라스크를 든 손을 가만히 떨고 있었다.

"하지만... 이건..."

"왜요? 무슨 문제가 있는 거예요?"
슈가가 초조한 표정으로 물었다. 카슨은 눈을 감으며 천천히 대답했다.

"역술식은 사물에만 적용해야 하는 것이네. 기계나 물질들은 ‘재조립’해서 원래의 상태로 되돌리는 건 가능하지. 하지만..."

카슨은 무겁게 숨을 몰아쉬며 고개를 들어 일행들을 마주보았다.

"생체 조직, 특히 세포에 역술식을 적용하는 건 다르네."

론도가 다급히 물었다.
"다르다니... 세포에 쓰면 어떻게 되는건데요?"

"죽게 되네."
카슨의 목소리는 무겁고 단호했다.

"기계는 부품을 갈아 끼우면 고칠 수 있지만, 인간의 세포는 다르네. 아무리 완벽하게 분해하고 재조립한다 해도, 이미 꺼져버린 생명은 돌아오지 않네. 그것은 신의 영역이지, 우리 같은 인간이 건드릴 수 있는 부분이 아니야."

플라스크 속에서 부유하는 세포 조각들이 일렁이는 것을 보며 일행들의 표정은 굳어졌다. 그런 일행들을 뒤로한 채 카슨은 서둘러 방을 빠져나가려 했다. 론도는 다급히 카슨을 불러 세웠다.

"잠깐만요! 어딜 가시는 거예요?"
하지만 카슨은 멈추지 않은 채, 다급히 소리치며 복도를 걸어 나섰다.

"당연한 거 아닌가? 유토 군을 말려야 하네!"

"네? 그게 무슨... 잠깐만요! 같이 가요!"
일행들도 재빨리 카슨의 뒤를 쫓아 복도를 뛰기 시작했다. 허겁지겁 뛰는 가운데, 론도가 숨을 몰아쉬며 카슨에게 물었다.

"헉, 헉... 잠시만요! 말린다니, 대체 무엇을 말린다는 거예요?"
카슨은 잠시 숨을 고르며 힘겹게 대답했다.

"생명체에 적용할 역술식... 지금 그걸 적용할 대상이 누가 있겠나?"

그의 말에 일행들의 표정이 얼어붙었다.

"설마..."

슈가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꺼내자, 카슨이 고개를 끄덕이며 힘주어 말했다.

"빨리 A군에게 가야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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