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플 공작소

전체보기

모바일 상단 메뉴

본문 페이지

[소설] 메이플[스토리] 21

Pyapat
댓글: 2 개
조회: 885
추천: 1
2025-01-15 00:00:12
비화원 사태로부터 한 달뒤, 커닝시티 도적 교육관

조금은 늦은 아침, 오랜만에 맞는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며 휴식을 취하고 있던 아리와 파티원들에게 갑작스럽게 길드로부터 소집명령이 내려졌다. 갑작스런 부름이었지만, 어찌돼었든 자신들은 메이플 월드의 모험가였기에 길드의 부름을 무시할 수는 없어, 그들은 커닝시티의 도적교육관으로 향했다.

도적교육관이 위치한 건물의 지하로 내려간 그들은 가볍게 노크를하며 안쪽에서 대답이 들려오기를 기다렸다.
잠시 후, 안쪽에서 들어오라고 하는 진의 말이 들려오자, 그들은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교육관 안쪽으로 들어섰다.

안에는 진을 비롯하여 설희,듀드,홍아와 함께 헬레나까지 총 5명의 인물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오세요, 오랜만에 뵙네요. 여러분"
아리와 파티원들이 안으로 들어서자 헬레나가 상냥하게 웃으며 그들을 맞이했다.

"안녕하세요, 헬레나님!"

"안녕하세요."

파티원들도 가볍게 그녀에게 인사를 하며 방 안에 마련된 의자에 앉았다.
아리 또한 파티원들의 옆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헬레나가 이야기를 해줄때까지 기다렸다.

조금 뒤, 모든 사람들이 자리에 앉은것을 확인한 헬레나가 준비해두었던 서류뭉치들을 각자에게 나누어주기 시작했다. 그곳에 있던 사람들은 각자 자신의 앞에 놓여진 서류들을 읽기 시작했다.

"안드로이드 분석자료, 루 광산 생산량.. 에델슈타인 전력 사용량.. 이게 다 뭐야?"
서류를 살펴보던 론도가 의아하다는 듯 중얼거렸고, 다른 파티원들도 저마다 자료의 연관성을 찾으려 애썼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헬레나가 가볍게 헛기침을 하며 방 안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우선 여러분들을 이곳에 부른 이유부터 알려드리도록 하지요."
헬레나는 품에서 두루마리를 꺼내 펼쳐 보였다.

“이건 연합의 결성 증표입니다. 한 달 전, 에레브에서 ‘메이플 연합’ 결성을 위한 회의가 열렸고,
시그너스 기사단과 레지스탕스, 그리고 모험가 길드가 함께 참전하기로 합의했어요.”

“여신교 측에서는 공식 참여 선언은 없었지만, 인도적 지원은 약속받은 상태죠.”
헬레나는 잠시 숨을 고르고, 사람들이 넘겨받은 서류를 다시 한 번 훑었다.

“연합의 첫 번째 목표는 검은 마법사의 부활 저지, 그리고 두 번째 목표는 블랙윙의 완전 궤멸입니다.
여러분 앞에 놓인 자료들은 이 두 번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여러 증거와 정보 중 일부예요.”

헬레나의 설명을 듣고 있던 이들이 다시 한 번 눈앞에 놓인 서류들을 읽기 시작했다.

"첫 번째 자료는 연구실에 남아있던 안드로이드들을 분석한 자료입니다, 분석 결과 당시 연구실에 남아있던 안드로이드의 수는 약 5만대로 대부분의 기체가 중급 모험가정도의 수준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5만이라고..? 엄청 많잖아?"
헬레나의 설명을 듣던 론도가 경악하며 중얼거렸다. 사람들의 반응을 지켜보던 헬레나가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두 번째 자료는 지난 10년동안 블랙윙이 루 광산에서 채굴한 루 원석의 수확량과 에델슈타인의 전력 생산량입니다. 그리고 뒷 장을 넘겨주시겠어요?"
헬레나의 부탁에, 사람들은 서류를 한 장 넘겨 다음 페이지를 보기 시작했다.

"최근 리엔 해협 인근에서 대규모의 빙하가 사라진 현상이 발견되었습니다. 이것을 리린양과 아란님이 조사한 결과, '검은 복장의 무리들'이 대량의 빙하들을 수확해 어딘가로 옮기고 있었다고 합니다."

“사라진 빙하의 양을 조사한 결과, 전체 빙하량의 약 5% 정도가 사라졌다고 합니다. 사용처는 아마도 안드로이드 부대에 쓸 냉각제로 추정돼요.”

헬레나의 말에, 아리와 파티원들은 다시금 시선을 집중했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정보를 종합해서 분석한 결과, 적의 예상 병력은…”

아리 일행이 긴장된 눈빛을 교환하며 헬레나의 말을 기다렸다.

“약 100만 대로 예상됩니다. 물론, 이는 우리가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계산한 것이고, 실제로는 더 많을 가능성도 있어요.”

“백만…!”
그 터무니없는 숫자에, 사람들은 숨죽이며 경악했다.

“다만 한 가지 다행이라면, 아직 그만한 수의 안드로이드를 실제로 생산하진 못했을 거란 점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더 주어진다면, 그들이 충분히 그 안드로이드 부대를 현실화 해 메이플 월드를 습격하겠지요.”

헬레나는 잠시 멈추어, 모두의 반응을 살폈다.

“현재 우리 메이플 연합의 가장 큰 목표 중 하나는, 갤리메르와 그의 안드로이드 부대를 박멸할 대책을 세우는 겁니다. 이미 그의 위험성은 검은 마법사의 군단장을 뛰어넘은 상태예요.”

말을 이어가던 헬레나가, 곁에 앉은 아리와 파티원들을 바라보았다.

“아리 님과 일행을 이곳에 부른 이유가 바로 그것입니다. 대책 수립을 위해 여러분께서 해주셔야 할 일이 있어요.”

헬레나의 시선을 느낀 론도가 먼저 입을 열었다.

“자, 잠깐만요 헬레나 님! 저희가 어떻게 그 수많은 안드로이드 부대를 막을 수 있다는 거죠?”

론도의 반발에, 올리비아를 비롯해 테스와 아론도 한 목소리로 “말도 안 된다”며 항의했다.
그들이 동요하기 시작하자, 헬레나가 두 손을 들어 달래듯이 말했다.

“여러분에게 안드로이드들을 직접 퇴치하라는 게 아니에요. 여러분이 해주셔야 할 건 따로 있습니다.”

그 말을 듣던 아리가 고개를 들어 물었다.

“그게 뭔가요?”

“마가티아에 가서, 그곳의 협조를 얻어 주세요.”

“마가티아요?”

“네. 마가티아에 있는 알카드노의 매드 협회장님을 찾아가세요. 그분의 협력이 이번 작전 성공에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물론 쉽진 않겠지만, 여러분에게도 충분히 메리트가 있을 거예요.”

“메리트라면…?”

“이 임무를 무사히 수행하시면, 길드에서 정식으로 상급 모험가 자격을 드리겠습니다.”

“네?! 정말로요?”

“네. 사실 지난 에델슈타인 공방전 이후, 여러분을 상급 모험가로 추천하려고 몇 번이나 시도했어요. 하지만 여러분의 ‘경력 부족’ 문제가 걸려 번번이 실패했죠.
이번엔 진 님과 만지 씨를 비롯해 비화원 분들도 추천해 주신 덕분에, 길드에서도 이번 임무를 성공할 시 여러분을 정식 상급 모험가로 인정하기로 했습니다.”

헬레나의 선언에 파티원들의 눈에 금방 광채가 띄기 시작했다. 그들은 기대에 찬 눈빛으로 서로를 마주보았다.

"저, 정말이죠 헬레나님?"
올리비아가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녀에게 묻자, 헬레나는 싱긋 웃으며 그녀에게 대답했다.

"물론이죠, 무엇보다 마가티아는 중,상급 모험가들이나 방문하는 곳, 여러분의 실력을 증명하기엔 충분한 곳이죠."

헬레나의 확답에 파티원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환호했다.
그들을 바라보던 테스가 헬레나에게 물었다.

“그럼 출발은 언제 하면 되나요?”

“한시가 급하니 가능하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출발한다면 좋겠지만, 여러분의 준비가 마치는 대로 떠나 주세요.”
헬레나가 말하자, 일행은 머리를 맞대고 곧장 출발 일정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나는 교회에 허락을 맡아야 해서… 당장은 힘들거 같은데...”
슈가가 미안한 듯 우물거리며 말했다.

“그럼 같이 교회에 들렀다가 마가티아로 갈까?”
아론이 계획을 세우려 했지만, 슈가가 고개를 저었다.

“허락받는 데 시간이 좀 걸릴 거야…”

“음… 어쩔 수 없네. 조금 늦어지더라도 우선 기다리다가...”
아론이 수긍하려는 순간, 올리비아가 끼어들었다.

“이번에도 조를 나누는게 어때? 슈가랑 갈 후발대, 그리고 먼저 마가티아에 가서 정보를 수집할 선발대로.”

그 말에 테스도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생각이네. 선발대가 미리 가서 정보를 모으고, 후발대가 나중에 합류하는 식으로. 그럼 조는 지난번처럼 할까?”

그러자 올리비아가 론도의 목덜미를 잡아끌며 선언했다.

“나랑 론도는 슈가랑 함께 교회로 갈게. 테스, 아론, 그리고 아리가 먼저 마가티아로 가는 게 좋겠어.”

“뭐야? 내가 왜 너랑 가야 되는데!”
론도가 버둥거리자, 올리비아가 으르렁거리며 그를 노려봤다.

“잔말 말고 따라와!”

두 사람의 익숙한 다툼이 시작되자, 아론과 테스, 그리고 아리는 그들을 내버려둔 채 방 한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럼, 지금 바로 마가티아로 향할까? 너희는 괜찮겠어?”
아론이 묻자, 아리와 테스는 문제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준비되는 대로 커닝시티 입구에서 모이자. 난 먼저 나가 있을게.”
아론이 인사하며 방을 나서자, 테스도 아리를 돌아보며 가볍게 인사한 뒤 그를 따라갔다.

그들을 따라 아리도 교육원을 빠져나가려던 순간, 설희가 그녀를 불렀다.

“아리, 지금 바로 떠날 거니?”

그녀의 부름에 뒤돌아본 아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아무래도 빠를수록 좋을 것 같아서요.”

“그렇구나…” 설희는 아쉬움이 깃든 표정으로 일어나 아리에게로 다가왔다.
잠시 말없이 아리를 바라보던 설희는 슬픈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가만히 안아주었다.

“다치면 안 된다, 알겠지?”

“네. 다녀올게요.” 설희가 다정하게 아리를 감싸자, 아리도 설희를 꼭 안으며 대답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듀드와 홍아도, 각각 아리에게 간단한 격려를 건넸다.

“몸조심하렴.”

“꼬맹아, 올 때 선물 잊지마라.”

아리는 피식 웃으며 그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가볍게 인사를 마친 뒤, 교육관을 나섰다.

잠시 뒤, 커닝시티 입구

준비를 마친 아론, 테스, 아리는 마가티아로 가기 위해 대륙 이동정거장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엘리니아의 대륙 이동정거장을 거점으로, 오르비스를 넘어 아리안트까지 쉬지 않고 이동한 그들의 체력은 어느샌가 바닥을 기고 있었다.

“하아… 아직도 더 가야 한다니, 이러다 쓰러지는 게 먼저일 것 같네.”
테스가 땀을 훔치며 불평하자, 아론과 아리도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숨 막히는 사막의 더위는 생각보다 훨씬 고됐다.

“잠깐 쉬었다가 가는 게 어때?”
테스의 제안에 두 사람도 고개를 끄덕이며, 근처 건물 그늘에 앉아 물과 간식으로 허기를 달랬다.

휴식을 취하던 아리는 지도를 펼쳐들고 중얼거렸다.

“사막을 따라가면 마가티아가 나오긴 하는데, 곳곳에 몬스터가 많아서…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모르겠네.”

아론 또한 옆에서 지도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러게, 사막에서 시간을 오래 끌면 좋을 게 없는데… 어쩌지.”

셋이 서로의 얼굴을 보며 고민하는 차에, 한 노인이 다가왔다.

“자네들, 혹시 마가티아로 갈 생각인가?”

노인의 질문에 아론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런데 왜 그러시나요?”

노인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

“낙타택시가 있는데 타볼 생각 없나? 한 사람당 만 메소면 된다네.”

“정말요?!”

뜻밖의 제안에 세 사람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노인에게 재차 확인했다. 그러자 노인은 한쪽에 묶여 있던 낙타를 끌고 오더니 보여주었다.

“자, 이 정도면 되겠지? 세 명이니까 3만 메소면 되겠구먼.”

셋은 흔쾌히 3만 메소를 건네고 낙타택시에 올라탔다. 낯선 방식이었지만, 이 사막을 빨리 지나기엔 이것만큼 편한 것도 없을거라 생각했다. 낙타의 둔탁한 발바닥이 모래를 가르며 거침없이 마가티아로 향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그들은 몬스터들의 방해를 받지 않고 금방 마가티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자, 도착했네. 여기가 마가티아일세."
노인의 안내를 받아 낙타에서 내린 그들은 가볍게 인사한 뒤, 눈앞에 펼쳐진 마가티아의 풍경에 시선을 고정했다.

도시는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며, 지금껏 본 어떤 도시보다도 웅장한 느낌을 주었다. 몇몇 건물은 부유석 덕분에 공중에 떠 있었고, 교회에서나 볼 법한 색유리창에서 흘러나오는 빛은 도시를 더욱 신비롭게 만들었다.
그뿐만 아니라, 어디선가 웅웅거리는 소리와 함께 거대한 금속 관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으며, 곳곳에서는 톱니바퀴가 돌아가는 소리가 가득했다. 일행은 이 이색적인 광경에 감탄하며 잠시 말을 잃었다.

잠깐 감상에 젖었던 일행은 곧, 이곳에 온 목적을 떠올리고, 목표지인 알카드노 협회로 향하기로 했다. 마을 오른쪽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지금까지 본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한 증기기관과 톱니바퀴로 이루어진 건물이 나타났다. 조심스럽게 정문 앞에 선 그들은 문을 두드렸다.

잠시 후, 문 옆에 설치된 감시카메라에서 늙은 남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자네들은 누구인가?"

갑작스러운 질문에 당황한 일행들 중, 아론이 나서서 차분하게 대답했다.
"저희는 빅토리아 아일랜드에서 온 모험가들입니다. 이곳에는 길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왔습니다."

"모험가라고? 그런 자들이 이곳에는 무슨 일로 온 거지?"

"자세한 내용은 기밀입니다.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기는 어려우니, 문을 열어주시겠습니까?"
아론의 정중한 요청에 잠시 침묵이 흐른 후, 문이 열리며 목소리가 이어졌다.

"들어오게나."

일행은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섰다. 그들을 맞이한 이는 휠체어에 앉아 있는 노인이었다.
"난 이곳 알카드노의 협회장 매드일세."

매드는 자신을 소개하며 휠체어를 돌려 그들을 안쪽으로 안내했다. 아리, 아론, 테스는 매드를 따라 한 방으로 들어섰다.  방 안에는 곳곳에 설치된 감시카메라의 영상과 여러 시설의 정보, 생산현황이 표시된 화면들로 빼곡했다.

매드는 테이블을 가리키며 일행을 앉혔다. 이어 진중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래서, 자네들이 날 찾아온 이유가 무엇이지?"

매드의 질문에 테스가 대표로 나서서 갤리메르의 안드로이드 부대와 대책 수립을 위해 이곳에 왔음을 설명했다. 설명을 들은 매드는 눈을 감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잠시 후 매드는 다시 입을 열었다.
"만약 우리가 협조한다면, 자네들은 우리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는가?"

매드의 질문에 테스는 어이없다는 듯 대꾸했다.
"지금 당장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면 메이플 월드 전체가 위험에 처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보상을 논하는 게 적절할까요?"

"물론 협력은 할걸세. 다만..."
매드는 말끝을 흐렸다.

일행이 긴장한 채 매드를 바라보는 가운데, 그는 차분히 말을 이었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나 있지? 1년? 2년? 아니, 반 년은 되는가?"

"그 시간 안에 백만 대의 안드로이드 부대를 무력화할 방법을 찾거나, 그만큼의 병력을 동원하지 않으면 대책은커녕 자멸할 뿐일 걸세. 상대는 이미 적어도 수십만 대를 생산했을 텐데, 아무 지원도 없이 알카드노만으로 이를 해결하리라 기대하는 건 무리야."

매드의 현실적인 언급에 일행은 침묵하며 고개를 떨궜다. 그 모습을 본 매드는 한숨을 내쉬며 말을 마무리했다.
"협력은 하겠네. 자네들 말대로 세계의 운명이 걸린 일이니까. 하지만 대책이 없다면 어쩌겠나? 차라리 투항하고 목숨이라도 보전하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군."

일행들은 매드의 말에 깊은 고민에 빠졌다. 그의 말처럼 남은 시간도, 확실한 계획도 없는 상황에서 무작정 알카드노에만 의지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일행이 깊은 고민에 빠져 있던 그때, 문 너머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똑똑—

"할아버지? 차를 가져왔는데 들어가도 될까요?"

맑고 부드러운 여성의 목소리가 들리자, 매드는 다정하게 들어오라는 답을 건넸다. 문이 열리며 금발의 긴 머리를 늘어뜨린 아름다운 여성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는 쟁반 위에 차와 과자를 올려 방 안으로 가져왔다.

그녀가 조심스레 테이블 위에 차와 과자를 내려놓자, 매드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 손녀, 줄리엣이네."

매드는 손녀를 소개한 뒤, 아리와 일행에게도 그녀를 소개했다.
"줄리엣, 인사하거라. 이분들은 빅토리아 아일랜드에서 오신 모험가분들이야."

"안녕하세요, 줄리엣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려요."
줄리엣은 공손히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고, 일행도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하며 그녀를 맞이했다. 줄리엣은 차를 일행에게 건네고는 상냥하게 미소 지으며 짧게 인사를 나눈 뒤 방을 나섰다.

그녀가 나가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매드는 한숨 섞인 목소리로 읊조렸다.
"10년 전, 마가티아 대폭발 때 내 아들과 며느리를 잃었네. 그 후로 남은 가족은 저 아이 하나 뿐이네. "

서글픈 표정으로 말을 잇던 매드는 고개를 들고 일행을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그러니.. 아까도 말했듯, 제대로 된 대책이 없다면 나는 협력할 수 없네. 내 하나 남은 손녀마저 이 일로 잃게 할 순 없지. 그러니 길드에 내 뜻을 전하고, 대책을 마련해 오게."

매드의 단호한 태도에 일행은 더는 말이 없었다. 그들은 자리에 일어서서 짧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한 뒤 방을 나섰다. 어느새 일행의 표정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단순히 협력을 요청하면 될 줄 알았던 임무가 커다란 숙제가 되어 그들을 짓누르고 있었다. 결국 일행은 별다른 수확 없이 무거운 발걸음으로 건물 밖으로 나섰다.

건물 밖에서 터덜터덜 걸음을 옮기던 그들 뒤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잠깐만요!"

뒤를 돌아보니 조금 전 본 줄리엣이 헐레벌떡 달려오고 있었다. 그녀를 본 일행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고, 아리가 먼저 다가가 물었다.
"무슨 일이세요, 줄리엣? 혹시 전할 말씀이 있으신가요?"

숨을 고르던 줄리엣이 가쁜 숨결 사이로 말했다.
"하아... 하아... 사실, 아까 여러분들의 대화를 조금 엿들었어요."

잠시 머뭇거리던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
"여러분이 말씀하신 안드로이드 부대... 대책이 있을지도 몰라요."

"정말인가요?!"
일행은 줄리엣에게 얼굴을 가까이 대며 물었다. 놀란 줄리엣이 움찔하자, 일행은 한 발 물러서며 진정했다. 아리가 다시 차분히 물었다.

"방금 하신 말씀,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시겠어요?"

줄리엣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혹시 10년 전에 있었던 마가티아 대폭발 사건에 대해 들어보신 적 있나요?"

그녀의 질문에 일행은 서로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그 모습을 본 줄리엣이 설명을 이어갔다.
"10년 전, 마가티아에서 거대한 폭발 사고가 일어났어요. 수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다쳤고, 마을 대부분이 폐허가 되었죠."

"특히 알카드노는 가장 큰 피해를 입었어요. 거의 모든 건물이 전소되거나 파괴돼서 흔적조차 찾을 수 없는 곳도 있었어요."

줄리엣의 이야기를 듣던 테스가 끼어들며 물었다.
"그런데 그 사건이 지금 상황과 어떤 관련이 있다는 거죠?"

줄리엣은 고개를 끄덕이며 차분히 설명했다.
"폭발 사고 당시, 이상한 점이 하나 있었어요."

"이상한 점이라니요?"
일행이 되묻자, 줄리엣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당시 알카드노에는 수많은 로봇 장치와 기계들이 있었는데, 폭발 후 그 기계들을 수거해 조사했어요. 폭발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서였죠."

"그리고 결과가...?"
아론이 다그치자, 줄리엣이 말을 이었다.
"조사 결과, 모든 기계 장치들의 코어 에너지가 사라지고, 데이터는 물론이고 주요 기능들이 전부 작동 불능 상태가 되어 있었어요."

"그건 단순히 폭발 피해 때문이 아니었나요?"
테스가 의문을 제기하자, 줄리엣은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아니에요. 폭발의 피해를 입지 않은 곳에 있던 장치들조차 모두 동일한 상태였어요. 단순한 우연으로 보기엔 너무 이상했죠."

일행은 그녀의 말을 듣고 잠시 서로를 쳐다보았다. 그들의 반응을 지켜보던 줄리엣이 다시 말을 이어갔다.
"단순히 폭발 사고라고 하기엔, 수많은 장치들이 동시에 복구 불가능한 상태로 망가진 건 정상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여러분께 부탁드리고 싶어요. 그 사건의 진상을 파헤쳐주시면 안 될까요? 만약 범인을 밝혀낸다면, 범인이 사용한 기술이나 도구를 바탕으로 안드로이드 부대를 무력화할 방법을 찾을 수도 있을 거예요."

줄리엣의 말에 일행은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그러나 아리는 여전히 의문이 풀리지 않은 듯 물었다.
"그런데, 줄리엣 씨. 그런 일이 있었다면 왜 알카드노에서 자체적으로 조사를 진행하지 않았던 거죠? 줄리엣 씨가 알고 있다면 당연히 매드 님도 아셨을 텐데요."

아리의 질문에 줄리엣은 잠시 머뭇거리다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건… 당시 그 사건의 범인이 카슨 님이라는 소문이 돌았기 때문이에요."

"카슨이라고요? 그게 누구죠?"

"카슨 님은 제뉴미스트 학회의 학회장이세요. 그리고 저희 할아버지와는 절친한 친구셨죠."

"친구라면서 왜 그런 테러를…"
테스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줄리엣이 발끈하며 외쳤다.
"카슨 님은 그런 분이 아니에요!"

갑작스러운 외침에 일행은 당황했고, 줄리엣은 이내 스스로를 진정시키며 말을 이었다.
"카슨 님은 절대 그런 일을 하실 분이 아니에요. 그래서 여러분께 부탁드리는 거예요. 진범을 찾아주세요. 할아버지는 혹시라도 범인이 카슨 님일까 두려워 사건을 은폐하셨어요. 제가 아무리 말씀드려도 들어주시지 않으셨고요."

줄리엣은 간절한 눈빛으로 아리의 손을 붙잡으며 말했다.
"부탁드려요. 진범을 밝혀주세요."

그녀의 진심 어린 부탁에 아리는 잠시 고민하다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한 번 조사해 보도록 할게요. 저희도 사건의 진상을 알아볼 필요가 있긴 하니까요."

아리의 대답을 들은 줄리엣은 안도한 듯 환한 미소를 지으며 몇 번이고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
"정말 감사합니다! 필요한 게 있다면 제가 최대한 도울게요."

줄리엣은 감사의 인사를 남기고 다시 알카드노 건물로 돌아갔다. 그녀가 사라진 뒤, 일행은 방금 줄리엣이 한 이야기에 대해 나누기 시작했다.

"그럼, 우선은 카슨이라는 사람을 조사해야겠네."
테스가 말하자 아론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아리는 뭔가 생각에 빠진 듯한 표정으로 턱을 괴고 있었다. 이를 본 아론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아리, 왜 그래? 무슨 생각이라도 났어?"

"에? 아… 아니, 그냥 뭔가 이상해서."

"이상하다니, 뭐가?"

"줄리엣 씨 말이야. 뭔가 더 숨기고 있는 것 같지 않아?"

"숨기고 있다고? 무슨 근거로?"

아리는 손가락으로 이마를 문지르며 답했다.
"그냥… 단순히 할아버지의 일이라고 하기엔 너무 간절해 보였단 말이지. 으음…"

그녀는 이내 고민을 접은 듯 한숨을 쉬며 자리에 털썩 앉았다.
"하아… 모르겠다. 나머지 애들이 올 때까지 잠시 쉬자."

아리의 말에 다른 일행들도 그녀 옆에 앉아 짧은 휴식을 취하며 남은 파티원들이 올 때까지 기다리기로 하였다.

Lv42 Pyapat

모바일 게시판 하단버튼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모바일 게시판 하단버튼

지금 뜨는 인벤

더보기+

모바일 게시판 리스트

모바일 게시판 하단버튼

글쓰기

모바일 게시판 페이징

최근 HOT한 콘텐츠

  • 메이플
  • 게임
  • IT
  • 유머
  • 연예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