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카드노에 도착하자 이미 내부는 괴물의 등장으로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사람들은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지르고 있었고, 매드와 카슨은 혼란에 빠진 이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다른 파티원들도 그들을 도와 분주히 움직이며 대피를 돕고 있었다.
"아리! 론도! 무사히 돌아왔구나!"
사람들에게 구호 물자를 나누어주던 올리비아가 론도와 아리를 발견하고는 다행이라는 듯 다가왔다.
아리와 론도를 살펴보던 올리비아는 곧 두 사람에게 업혀있던 A와 뒤에서 어색하게 서 있던 유토를 발견하였다.
"에? 아리 A씨 상태가 왜 이래? 어디 다치신거야?"
A와 유토를 번갈아보던 올리비아가 A의 상태를 눈치채고는 다급한 목소리로 아리에게 물었다.
하지만 올리비아의 질문에도 두 사람이 그저 입술을 깨물고 대답을 회피하자 올리비아가 격앙된 목소리로 유토에게 따지듯 외쳤다.
"A씨에게 무슨 짓을 한거에요! 네? 대답해 보라구요!"
흥분한 올리비아가 유토의 멱살을 쥐고 흔들자, 그 소란을 들은 파티원들이 서둘러 달려와 올리비아를 떼어놓기 시작했다. 하지만 파티원들의 저지에도 불구하고 올리비아는 계속해서 발버둥치며 당장이라도 유토에게 달려들 기세로 화내고 있었고, 유토는 그저 묵묵히 조금 전 어질러진 자신의 옷매무새를 다듬고만 있었다.
계속해서 흥분해 떠드는 올리비아 탓에, 그 소란을 들은 매드와 카슨도 일행들을 향해 다가왔다.
"도대체 무슨 일이길래 이렇게 소란인가? 응? 자네들.."
매드는 일행들을 향해 핀잔을 주려다, 파티원들 너머로 보이는 아리와 론도, 그리고 A와 유토를 발견하고는 순간 말을 멈췄다. 그는 잠시 네 사람을 번갈아 가며 살펴보더니, 이내 깊은 한숨을 내쉬고는 아무 말 없이 뒤돌아 안쪽으로 걸어갔다.
그 모습에 일행들이 당황하자, 카슨이 일행들을 향해 나지막히 말했다.
"A군을 데리고 따라오게, 그리고 유토 군."
"네, 스승님."
"자네도 자신의 죄가 무엇인지 알고 있다면 따라와 협조하게나."
카슨의 말에 유토는 고개를 떨구고 묵묵히 걸음을 옮겼다. 아리와 론도도 조용히 그를 따라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카슨과 매드를 따라 이동하던 중, 한 여인이 다급한 목소리로 그들에게 달려왔다.
"잠시만요! 기다려주세요!"
여인의 목소리에 일행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리자, 인파들 속에서 필리아와 키니가 달려오고 있었다.
그들은 곧장 이들에게 달려와서는 일행들에게 업혀있던 A의 어깨를 거칠게 흔들며 깨우기 시작했다.
"A씨! 정신 좀 차려봐요! 네? A씨!"
"아저씨 왜 그래요? 일어나요! 네? 일어나 보라구요!"
두 사람의 간절한 부름에도 A는 여전히 깊이 잠든 듯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고, 결국 필리아의 시선은 A를 업고있던 아리와 론도에게로 향하기 시작했다.
"아리씨, A씨가 왜 이런거에요? 설마 죽은건가요? 네? 대답해주세요!"
필리아는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트릴것처럼 눈물을 머금고 있었고, 목소리에서는 희미한 떨림이 느껴지고 있었다.
키니 또한 아리의 허리춤을 잡아당기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아리와 론도는 그런 모녀들의 울분을 정면으로 맞으면서도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떨구고만 있을 뿐이었다.
결국, 파티원들이 달려와 두 모녀를 떼어낸 뒤에야 다시 일행들은 걸음을 옮길 수 있었다.
한 순간에 A를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휩싸인 두 사람은 힘겹게 걸음을 옮기며 카슨과 매드의 안내를 따라 어느 한 방으로 도착하게 되었다.
"여기에 눕히게나."
방으로 들어서자 매드는 한 수술대를 가리키며 말했고, 두 사람은 매드가 시킨대로 수술대 위에 A를 조심스럽게 눕혔다.
두 사람이 A를 눕히자마자 카슨과 매드는 서둘러 각종 장비를 꺼내어 그의 몸에 부착하기 시작했고, 유토도 말없이 그들을 도우며 빠르게 움직였다.
곧, 방 안에 설치된 컴퓨터 화면에 A의 바이탈 사인과 각종 생체 수치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매드와 카슨은 화면과 A를 번갈아 살펴보며 조심스럽게 수술을 진행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방 안에는 그 어떤 말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오직 컴퓨터에서 들려오는 삑- 삑- 소리와 기계 장치의 작동음만이 정적을 깨고 있었다.
한참이 지나고, 마침내 카슨과 매드는 길게 참았던 숨을 내쉬며 손을 떼었다.
그들은 A에게 장착되어 있던 몇몇 기계 장치들을 조심스럽게 제거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아리와 론도가 다가가려 하자, 카슨이 손으로 쉿 하며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리고는 두 사람을 데리고 조용히 방 밖으로 나섰다.
밖으로 나온 일행은 인적이 드문 구석으로 이동했고, 아리와 론도는 조바심이 난 듯 다급하게 물었다.
"A씨는 어떻게 된 거예요? 수술은 잘 끝난 건가요?"
두 사람이 큰 소리로 묻자, 카슨은 다시 한 번 손을 들어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리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혹시라도 누군가 듣고 있지는 않은지 확인했다.
주변에 아무도 없음을 확인한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조용히 속삭이듯 말했다.
"연쇄 융합으로 인해 손상된 부품 몇 개는 복구한 상태다. 하지만..."
"하지만?"
두 사람이 불안한 표정으로 되묻자, 카슨은 잠시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가장 중요한 마력석을 복구하지 못한 상태다."
"마력석을요? 왜 복구를 못 한 거예요?"
아리가 초조한 목소리로 되묻자, 카슨은 무거운 얼굴로 대답했다.
"그건... A군의 마력석이 연쇄 융합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지. 지금 같은 상황에서 똑같은 마력석을 다시 만들어낸다면, 막을 수 없는 참사가 일어날 거야."
"그럴 수가..."
론도는 말을 잇지 못하고 씁쓸하게 입술을 깨물었다.
A의 생명과도 같은 마력석을 되살릴 수 없다는 사실은,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음을 의미하고 있었다.
두 사람이 고개를 떨구고 침묵하자, 카슨은 한숨을 내쉬고는 두 사람에게 조용히 말했다.
"자네들의 잘못이 아니니 너무 자책하지 말게. 그리고 이 사실은 우리들만 알고 있도록 하세. 절대로 필리아 양이나 키니 양에게는 말해서는 안 되네."
두 사람은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카슨은 조용히 그들의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한 뒤, 다시 수술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왔는가? 그 두 사람은?"
혼자서 방으로 돌아온 카슨을 본 매드가 물었다.
"쉬도록 내버려 두고 왔네."
"그런가."
매드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책상 위의 컴퓨터 화면을 응시했다. 화면에는 A의 생체 신호와 수술 과정에서 수집된 데이터들이 복잡하게 떠올랐다. 그는 머리가 아픈 듯 눈을 찡그리며 손으로 이마를 문질렀다.
그런 매드를 바라보던 카슨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망설이고 있는 겐가?"
카슨의 질문에 매드는 그를 바라보았다. 두 사람은 잠시 말없이 서로를 응시했다.
이내, 매드가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솔직히 말해서, 이 방법이 옳은 길인지 모르겠군. 차라리 그냥 이대로 이 친구를 보내주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네."
매드는 수술대 위에 누워 있는 A를 바라보며, 깊은 슬픔이 서린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지금 살려낸다고 해도, 결국 연쇄 융합을 이식하지 않으면 생명의 유지는 불가능해. 헛된 희망을 주느니, 차라리 이대로 보내주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네."
"자네 말이 맞네. 하지만 중요한 걸 잊었군."
"중요한 거? 그게 뭔가?"
"저들의 의사지."
매드는 아무 말 없이 카슨을 바라보았다.
카슨은 매드의 반응을 확인하며 조용히 말을 이었다.
"우리는 한 번도 저들의 생각을 들어준 적이 없네.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단 한 번도 그들의 의사를 존중한 적이 없지."
"그건 마을을 위해서였잖나."
"맞네. 우리는 ‘마을을 위해서’라는 명목 아래 그들의 의견을 무시했지. 마치 더 큰 발전을 위해 희생당하는 실험체들처럼 말이야."
"통제되지 않은 실험은 사고를 불러일으킬 뿐이네."
카슨은 매드의 말을 가만히 듣다가, 천천히 반문했다.
"정말로 우리가 통제했다고 생각하는가?"
"뭐? 그게 무슨 소린가?"
매드가 눈살을 찌푸리며 카슨을 바라보았다.
"자네나 나나, 결국 통제하지 못한 실패자들이지. 우리가 한 번이라도 저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면, 상황이 이렇게까지 치닫지 않았을지도 모르지."
카슨의 말에 매드는 고개를 떨구며 침묵했다. 그의 손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카슨은 조심스럽게 다가가 매드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을 이었다.
"자네가 항상 말하지 않았는가. 한 번이라도 저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주었어야 했다고. 그런데 이제 와서 또다시 같은 잘못을 되풀이할 셈인가?"
매드는 입술을 깨물고 온몸을 떨며 낮게 신음했다. 후회와 자책이 뒤섞인 감정이 그의 얼굴에 서려 있었다.
카슨은 그런 매드의 심정을 이해한다는 듯, 다정한 목소리로 덧붙였다.
"우리는 연금술사들이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들이지. 하지만 그와 동시에, 실패에서 배워야 하는 자들이기도 하지."
카슨은 조용히 숨을 들이마신 뒤, 매드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자네는 과거의 실패에서 무엇을 배웠는가? 그리고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해야겠는가?"
매드는 깊은 고민에 빠진 듯 아무 말 없이 한참을 생각에 잠겼다.
이내, 그는 길게 한숨을 내쉬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본 카슨도 작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런 두 사람에게 유토가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저, 스승님. 완성했습니다."
유토가 조용히 카슨에게 마력석을 건네며 말했다.
"아, 수고했네. 유토 군."
"별말씀을요. 도움이 됐다면 다행입니다."
유토에게서 마력석을 건네받은 카슨이 그에게 감사를 전하자, 유토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살짝 떨구었다.
그런 그의 죄책감을 눈치챈 카슨은 그저 말없이 그의 어깨를 두드려 줄 뿐이었다.
카슨은 조심스럽게 마력석을 손에 쥐고, 곧장 수술대 위에 누워 있는 A에게로 몸을 돌렸다.
A의 가슴 한가운데, 텅 빈 공간이 자리하고 있었다.
오직 새로운 마력석이 오기를 기다리는 한 남자의 공허한 가슴.
카슨은 깊이 숨을 들이마신 뒤, 조용히 마력석을 바라보았다. 이내, 그는 마력석을 조심스럽게 A의 몸에 집어넣었다.
차칵—
작은 기계음과 함께 마력석이 장착되었다. 세 사람은 숨을 죽인 채 그 과정을 지켜보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A의 눈꺼풀이 천천히 떨리더니, 마침내 그가 조심스럽게 눈을 떴다.
"으윽..."
A는 머리가 아픈 듯 얼굴을 찡그리며 이마를 감싸 쥐었다.
"여긴... 어디지?"
A는 힘겹게 몸을 일으키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혼란스러운 시선으로 방 안을 살폈다. 곧 그의 시야에 카슨과 매드, 그리고 유토가 들어왔다.
"정신이 드는가?"
카슨이 대표로 A에게 질문을 건넸다.
A는 아직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멍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저, 그런데... 제가 왜 여기에 있는 거죠?"
"수술을 위해 이곳으로 옮겼네. 자네 혹시 어디까지 기억나는가?"
A는 잠시 머리를 싸매듯 감싸 쥐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게... 분명 팔을 이식하던 건 기억이 나는데... 그 뒤로는..."
"팔을 이식?"
카슨이 의아한 얼굴로 되물었다.
그 순간, 방 안의 공기가 묘하게 얼어붙었다.
A의 대답을 들은 세 사람은 순간적으로 말을 잃고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A는 여전히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자신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유토가 신중한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보게, 자네... 혹시 내가 누군지 알겠는가?"
A는 마치 당연한 것을 묻는다는 듯 대답했다.
"물론이지. 유토잖아."
"....!"
그 순간, 매드와 카슨, 유토 세 사람의 표정이 동시에 굳어졌다.
"자네... 설마... 기억이 돌아온 건가?"
세 사람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A를 바라보았다. 그런 그들의 반응에 A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물었다.
"기억이 돌아왔다니, 그게 무슨 소린가?"
아직 상황파악을 못한 A가 질문하자, 유토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자네의 몸을 한 번 보게나."
"몸? 그게 무슨.."
A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자신의 몸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자신의 몸을 살펴보더니, 이내 그의 표정은 경악으로 바뀌었다.
"이, 이게 무슨..! 내 몸이 왜..!"
A는 경악한 얼굴로 자신의 몸을 계속해서 살펴보았다.
금속으로 이루어진 손가락, 차갑고 단단한 관절, 사람의 것이 아닌 매끈한 금속 표면—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손을 떨며 얼굴을 쓰다듬었다. 따뜻한 살결이 느껴지지 않았다.
"이게... 대체..."
A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의 눈동자가 커지며 불안이 서린 시선이 카슨과 매드, 유토를 오갔다.
그러자 카슨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자네는 10년 전, 검은 마법사의 연금술과 내 융합 술식을 이용해 기계와 신체의 융합을 시도했네."
"그 결과, 마가티아에는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고, 자네는 그 폭발의 중심지에서 발견되었지."
A는 숨을 들이마시다 멈췄다.
"10년... 전이라고?"
그는 마치 머리를 쥐어뜯을 듯이 두 손을 머리에 가져다 댔다. 하지만 손끝에 느껴지는 감각조차 예전과 달랐다.
"그럴 리가 없어... 난 분명..."
A는 입술을 달싹이며 기억을 더듬었다.
"내가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건, 팔을 이식하던 순간이었는데..."
그는 불안하게 중얼거리며, 자신을 둘러싼 세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난 그 실험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줄 알았는데..."
그는 다시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그 순간, 온몸을 관통하는 섬뜩한 소름이 돋았다.
"정말... 10년이 지난 건가요?"
A의 목소리는 한없이 작아졌다. 마치 현실을 부정하고 싶은 듯, 희미하게 떨렸다.
그러자 유토가 깊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10년이 지났네."
그 말에 A의 눈빛이 흔들렸다.
믿을 수 없는 현실.
그는 다시 한 번 손을 바라보며, 손가락을 천천히 접었다 폈다.
그 어떤 감각도 느껴지지 않았다.
손끝에서 전해져야 할 따스함도, 미세한 촉감도 사라진 지 오래였다.
그제야 A는 깨달았다.
이제 자신은 예전의 그가 아니라는 것을.
절망에 빠진 A는 허탈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이내 무언가 깨달은 듯 다급하게 고개를 들고 카슨에게 물었다.
"필리아는! 키니는 어떻게 됐나요? 무사한가요?"
"그들은 무사하네. 여전히 이 마을에서 살고 있지."
매드가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의 말을 들은 A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이내 매드가 진중한 목소리로 물었다.
"가족들에게 돌아갈 생각인가?"
"네? 그야 당연히..."
"그 상태로 말인가?"
"...!"
자신의 처지를 깨달은 A는 순간 말문이 막힌 듯 떨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힘겹게 목소리를 짜내듯 말했다.
"괜찮습니다... 각오했던 일이니까요."
"가족들은 그걸 각오했는가?"
매드의 질문에 A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곧, 그는 울분을 토하듯 떨리는 목소리로 매드를 향해 외쳤다.
"그럼 어쩌란 말입니까! 이 실험을 한 이유가 그것 때문이었는데, 이제 와서 무슨 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무엇보다 회장님도 가족이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왜 저를 이해해 주지 않는 겁니까?"
"이해하니까 그러는 거네."
"예...? 그게 무슨..."
"자네 몸에 박혀 있는 마력석은 임시로 부착한 것일세. 치료가 아니라 그저 연명 장치일 뿐이지. 완전한 회복을 위해서는 연쇄 융합의 마력석을 이식해야 하네."
매드의 말에 A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을 정면으로 받은 매드는 조용히 말을 이었다.
"하지만, 연쇄 융합의 마력석을 심는다는 건, 과거 마가티아 대폭발과 같은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뜻이지. 자네는 그럴 각오가 되어 있는가?"
A는 매드의 말을 듣고 숨을 삼켰다.
"……다시, 연쇄 융합의 마력석을……?"
그는 조심스럽게 가슴에 손을 얹으며 눈을 감았다.
차갑고 딱딱한 감촉이 손바닥을 통해 전해졌다. 그것은 인간의 따뜻한 온기가 아닌, 기계의 냉정한 촉감이었다.
"자네는 그럴 자신이 있는가?"
매드의 질문이 다시 한 번 그의 귓가를 울렸다.
그럴 자신이 있는가—
그 말을 곱씹으며 A는 손을 꽉 움켜쥐었다.
그가 10년 전 실험에서 실패한 이유, 그리고 지금까지 살아남아 있는 이유.
연쇄 융합을 다시 한 번 자신의 몸에 받아들이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그가 원했던 것은 가족과 함께하는 삶이었다.
필리아, 그리고 키니.
하지만 이대로 돌아간다면, 그들은 자신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가족들에게 돌아가고 싶은가?’
매드의 말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하지만, 이 모습으로 돌아가도 정말 가족으로 받아들여질까?
아니면…
"……자신 없습니다."
A는 눈을 감은 채 힘겹게 입을 열었다.
"전… 가족을 위해 이 실험을 감행했습니다. 그들을 위해 다시 돌아가고 싶고요. 하지만…"
그는 떨리는 손을 바라보았다.
"이제 와서… 이런 몸으로, 그들 앞에 서는 것이 옳은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점점 떨려왔다.
"제가 돌아간다고 해서, 필리아와 키니가 절 알아볼까요? 아니, 알아본다고 해도… 그때처럼 다시 저를 받아들일지..."
그는 고개를 떨구었다.
"도저히.. 자신이 나질 않습니다..."
매드는 그런 A를 묵묵히 바라보았다.
흔들리는 A의 눈빛을 보면서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기다렸다.
그가 스스로 답을 찾을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