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오랜 뻘글과 미쳐 날뛰는 망상력, 그리고 딴짓집중스킬 ( 해야할 일이 있을 때 꼭 해야할 일에는 집중 안 되고 딴 짓에만 집중하게 되는 스킬 ) 만렙의 효과를 통해 오랜 시간을 고민한 결과,
공허의 군주들이 아제로스에 심어놓은 어둠의 씨앗의 정체를 알아냈습니다!
우선 크로니클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살게라스는 '으헤헤 나 빼고 다 쥬겨버릴테야! 나는 제 2 의 아몬이 될테야!' 라는 의도로 불타는 군단을 만들어 아제로스를 공격하는 것이 아닙니다.
바로 현재 정립된 세계관 속에서 최대의 적인 '공허의 군주들'에게 저항하기 위함인데요.
최초의 티탄 - 이름이 뭐더라 - 은 여러 행성을 돌며 마인크래프트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행성의 세계혼 = 티탄이라고 이해하셔도 무방할 듯 싶지만, 여튼 세계혼에서 비롯된 티탄들이 하나 둘 태어나게되고, 이들은 커뮤니티 등지에서 최악 오브 최악의 죄악이라 할 수 있는 '인맥질'을 하기에 이르르니, 그들이 모여 만든 인맥클럽이 바로 판테온 길드가 됩니다. ( 만약 와우에 실제로 판테온이라는 길드가 있다면 해당 길드원분들께 고개 숙여 사과드립니다. 그냥 개드립이에요... )
그들은 대자연의 진화과정에 개입하여 지들 입맛에 따라 이리 저리 생명의 기원을 칼질하게 됩니다.
이건 말 그대로 미친 짓이에요! 어서 여기서 나가야합니다! 자연스럽게 나타나고 번성하고 끝내 소멸될 그 엄청난 생명의 진화론을 지들 입맛에 맞게 막 바꾸다니! 이러다 생물 교과서에서 진화론을 삭제하는 병신짓을 하게 될지도 몰라요!
( 으헤헤헤헤 에이 설마 교과서 만드는 사람들이 제정신 박힌 정상인이라면 그런 일은 없겠죠? )
뭐 어쨌거나 이런 미친 짓을 보던 공허의 군주들은 경악합니다. 당연하잖아요? 뭔가 엄청나게 커다랗고 똑똑한 괴물들이 우리 세상에 나타나서 우리의 의사와는 상관 없이 발가락에 촉수가 자라나게 한다던가 머리카락을 다 밀어버린다던가 하는 짓을 하면 경악스러운게 당연한거니까요.
그래서 공허의 군주들은 이 미친 놈들을 제거하고 놈들의 손길이 닿은 세상을 '리셋' 하기로 결심합니다. 원래대로라면 모두들 장동건이나 원빈 같은 얼굴로 태어날 수 있는데, 이대로라면 티탄과 판테온이 대충 만든 얼굴을 가진 나 같은 놈들이 태어날지도 모르니까요!
하지만 오만하기 짝이 없는 판테온의 구성원들은 공허의 군주들에게 잘못했다고 싹싹 비는 대신, 그들 중 가장 싸움을 잘 하는 '살게라스' 라는 놈에게 공허의 군주들을 왜곡해서 보도합니다. 원래 말이라는게 아 다르고 어 다른 법인지라, 판테온의 말만 들은 살게라스는 '아 공허의 군주들이 존내 나쁜 놈들이구나!' 라고 생각하고 현피를 신청하기에 이릅니다.
아아, 공허의 군주들은 속이 터지고 환장할 노릇이군요. 결국 공허의 군주들은 정정당당하게 선동과 날조로 승부하는 대신, 판테온과 마찬가지로 비겁한 방식으로 결판을 내고자 합니다. 바로 전면전 말입니다.
판테온 중에서도 가장 강하다던 살게라스에게도, 공허의 군주들은 쉽지 않은 상대였습니다. 그들은 오랫동안 너 죽고 나 살자는 식으로 머리채 끄집고 할퀴고 물고 떼찌떼지하고 꼬집고 쪼인트 까고 똥침 놓으며 싸웠습니다.
하지만 이토록 치열한 전장에서도 우정은 피어나는 법인가요? 살게라스는 공허의 군주들이 왜 이다지도 필사적으로 싸우는 것인지를 대충 알게 됩니다.
아아-. 그는 깨달았던 것입니다. 티탄과 판테온이야말로 지극히 자연스럽고 숭고한 생명의 자연진화론을 부정하고, 자기 손으로 자기들 입맛에 맞는 진화를 이끌고 있었다는 것을요. 이건 옆동네 아몬이 하던 짓과 완전히 똑같은 짓이지 않습니까? 혼종이라니!
이에 살게라스는 판테온들에게 따집니다. 하지만 판테온들의 반응은 '아몰랑ㅎㅎㅎ 그래서 배신이라도 할꺼임?'
살게라스는 지금껏 느껴보지 못 한 격렬한 분노를 느낍니다. 말투부터 짜증났어요. 그래서 살게라스는, 자신이 때리고 조지고 가둬두었던 악마들을 탈옥시켜 자신의 부하로 삼습니다. 이 것이 불타는 군단이죠.
얘네들은 각 행성을 돌며 싸움 좀 잘 하는 친구들을 포섭합니다. 조직폭력배에서 각 구역에서 주먹 좀 쓴다는 껄렁배를 스카웃하는 모양새네요. 뭐, 분노와 증오는 사람을 극단적으로 만드는 법이죠.
이에 당황한 것은 판테온이 아니라 오히려 공허의 군주들이었습니다. 생각해보니, 판테온은 생명의 진화를 훼손한 수준이지만, 살게라스는 아예 존재하는 모든 생명을 개작살을 내놓을 기세였거든요.
그래서 공허의 군주들은 다시 한 번 살게라스를 막아보려고 합니다. 하지만 살게라스는 듣지 않았습니다. 만화 같은거 보면, 무지막지 빡쳐서 - 소위 말하는 '폭주' 상태가 된 주인공은 옆에서 친구들이 말려도 못 듣잖아요.
하지만 공허의 군주들에게도 희망은 있었습니다. 살게라스 따까리들이라고 모인 놈들이 하나 같이 나사 빠진 놈들이었거든요. 기만자라면서 필멸자들에게 기만 당하는 제덕이도 그렇고, 파괴자라면서 나올 때마다 파괴되고 템 주는 아키몬드도 그렇고, 불타는 군단의 콩라인이라던가 뭐 여튼 헌혈왕이자 만물의 학살자라던 만노로스는 하루가 멀다하고 학살 당하고 있고... 빨강 나스레짐은 여왕님의 마조노예가 되고, 막둥이 일리단은 내가 무릎 꿇었던 것은 니들을 죽이기 위함이었다! 라면서 빛의 용사 드립을 치고 있고...
이 놈들이 하는 일이 하나 같이 삽질 투성이네요. 삽질만으로 대운하도 파겠어요. 하지만 아무리 이 놈들이 멍청한 어중이떠중이라 하더라도, 설정상으로는 존내 쎄니까 공허의 군주들은 걱정되기 시작했습니다.
저 멍청한 놈들이 아무리 삽질만 한대도, 그 힘으로 그 삽을 휘두르면 누군가 맞아 다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공허의 군주들이 필멸의 세계에 끼칠 영향력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한 가지 꾀를 냈습니다.
설정 따위 개나 줘버릴 수 있게 무지막지하고 겁나게 강려크한 필멸의 존재를 아제로스에 심어놓자! 그럼 그 놈이 알아서 불타는 군단을 막아줄거야!
그렇게 공허의 군주들의 정수가 담긴 강려크하기 짝이 없는 최강의 필멸자.
일리단을 쳐잡고 리치왕을 쳐잡고 데스윙을 쳐잡고 가로쉬를 쳐잡고 그롬 공주님을 구해낸 혁혁한 업적을 달성한 바로 그 존재.
바로 당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