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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WoW 완결 팬픽 [타락한 왕,아마스] 불타는 군단 종말하고 난 후의 이야기입니다~

취미작가
조회: 1383
2016-10-11 20:5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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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타락한 왕, 그의 이름은 아마스 린.
온 대륙을 파멸시키고 모두를 지배하고 있는 그가 예전에는 스톰윈드의 국왕 폐하였다. 그는 스스로를 배신하고 악마의 힘에 굴복해 버린 패배자였다.

#1 알 수 없는 적의 침공

오크 진영
어둠의 소행성이 그들의 땅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그것은 누구나 쉽사리 느낄 수 있는 강한 마력을 지니고 있었다. 악마들에게서 맡을 수 있는, 그런 역겨운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오크들의 대장이었던 한 사내가 외쳤다.
“악마가 다가온다, 모두들 전투준비! 승리가 아니면 죽음 뿐!!”
하지만 그들의 대장은 속으로는 ‘적이 누구인지’ 혼란스러웠다. 불타는 군단이 사라진지도 어언 400년의 시간이 흘렀으니까. 악마사냥꾼, 일리단이 불타는 군단을 봉인시키고 스스로 죽음을 맞이했으니까 말이다.
대장의 할아버지는 줄곧 말하곤 했다. ‘일리단이 없었다면 분명 아제로스의 모든 대륙은 불타는 군단에 의해 초토화됐을 거야. 그가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우리 모두를 지켜준 것은 영웅으로서의 진정한 모범이지. 비록 나이트엘프 녀석이었지만 말이야.’
비록 아제로스 대륙에 평화가 찾아왔지만 인간, 오크, 엘프는 서로를 적대시했으며 견제하고 있었다. 어느 누구도 함부로 군대를 움직이지 않았다. 그랬다가는 괜한 헛소문이 돌아서 전쟁이 벌어질 수도 있었으니까. 특히나 오크 진영의 과격분자들은 싸움을 좋아하기로는 둘이 서러웠을 정도니... 전쟁을 시작할 게 불 보듯 뻔했다. 그러다보면 어느새 세 종족이 나란히 멸망으로 가는 길을 걸을 게 분명했다.
쿠쿠쿵!, 거대한 적이 걸을 때마다 천둥치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발이 닿을 때마다 땅이 움푹 패이고 썩어들어갔다. 지옥 마법에 의해 탄생한 악마임이 분명했다. 그 악마는 큰 소리로 외쳤다.
“크하하하, 어둠의 왕비께서 우리를 보냈도다.”
그 말과 함께 악마의 거대한 몸체에게서 수많은 오싹한 괴물들이 땅으로 흘러내렸다. 오크 경비대를 향해 혀를 낼름거리며 다가오고 있었다. 육식을 즐기는 놈들이었다.
몰려오는 적의 수는 최소한 10만을 훌쩍 넘겼고. 게다가 하나 같이 우람한 크기를 자랑했으며 가장 큰 악마는 이제껏 존재했던 적들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였다.
오크들의 대장은 다가오는 새로운 적을 보며 느꼈다.
‘아제로스의 영웅들이 뭉치지 않으면 오크 땅은 멸망한다.’
대장은 자신의 양손 도끼를 들고는 와이번을 탄 오크에게 외쳤다.
“전령!, 이 사실을 모두에게 퍼뜨려라. 인간이던 엘프이던 간에 상관없다. 우리를 도와줄 힘이 있다면!”
그러자 전령은 순식간에 하늘을 날아 전장을 빠져나갔다.
이제 경비대가 할 수 있는 임무라곤 죽음 뿐이었다.
“오크여, 영원하라!”
오크들의 대장은 격렬한 외침을 내지르며 자신의 도끼로 다가오는 괴물을 찍어내렸다.

#2 스톰윈드의 왕, 아마스

휴먼 진영
아마스는 왕궁 안을 바삐 걷고 있었다. 오늘은 그의 아들이 생일을 맞이하는 날이었기 때문이었다.
국왕이 직접 행차하니 모든 신하들이 인사를 올렸다. 아마스는 가볍게 손을 흔들어주며 그들에게 말했다.
[ 오늘은 왕자의 생일이니 모두들 축하해주십시오! ]
그의 예법은 이전까지의 스톰윈드 왕들과는 확연히 달랐다. 평민 출신이었던 아마스에게 왕가의 예절을 익힐 시간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었다. 정통 귀족들에게는 눈에 가시같은 존재였다.
그렇다면 왜 아마스는 평민 출신인건가? 사실, 그는 병으로 죽은 왕자를 대신하여 왕위에 오른 사람이기 때문이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스톰윈드의 선왕 폐하께서는 임종을 앞두고 장차 왕위를 이을 강인한 사람을 찾고 있었다. 병으로 죽어버린 나약한 황태자에게 크게 실망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기회만 있으면 왕권에 대드려는 귀족층 놈들을 생각해서라도 장차 국왕이 될 사람은 무조건 강인해야했다.
그는 누구보다도 예견력이 뛰어난 대마법사를 불러 명했다.
‘내 왕위를 이을, 하늘이 내려주신 적임자를 찾아달라.’
그리고 선택된 적임자가 바로 이 평민 고아출신, ‘아마스’였던 것이다.
쾅!, 소리가 나도록 대문을 활짝 열며 아마스가 왕비의 궁에 들어섰다. 사랑스런 그의 아내가 미소를 짓으며 반겼다.
“어서와요, 여보.”
국왕은 체면 따위 생각 안하고 아내를 꼬옥 안았다. 그리고는 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을 바라보았다. 그에게 있어서 신이 내려주신, 가장 소중한 선물이었다.
장차 자신의 왕위를 이어 위대한 왕이 될 것이었다.
갑자기 한 병사가 문을 두드리며 들어왔다.
“국왕 폐하! 이 행복한 시간에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칼림도어 대륙에 정체불명의 소행성이 떨어졌으며 그것으로부터 악마의 침공이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도와주지 않는다면 호드가 멸망할 것이라고 전령이 말했습니다.”
아마스는 느꼈다. 드디어 귀족층과 백성들에게 자신이 지도자로서의 능력을 보여줄 때가 왔음을. 온갖 멸시와 비난으로부터 해방될 때가 온 것이었다.
아마스는 왕궁 안이 울려퍼지도록 크게 외쳤다.
[ 국왕으로서 명하노니 지금 당장 비상 회의를 소집하라! ]

회의가 시작되었고 모두들 각기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귀족층의 대표는 ‘지난 번에 오크의 무리가 우리 왕국을 침입하여 약탈하려 한 게 엊그제인데 어떻게 그들을 도울 수 있단 말입니까? 국민들에게 물어보십시오!’ 라며 고함을 쳤다.
전략에 능숙한 사령관, 또한 귀족층의 편을 들었다.
“칼림도어가 전쟁을 치루고 있으니 지금부터 우리는 전세를 가다듬으며 방어 태세를 갖추는 게 이롭다고 헤아려집니다.”
그는 아마스의 충복이기는 했지만 핏줄은 귀족이었으니 그들의 편을 들어주는 게 어렴풋이 느껴졌다. 결국 제 피는 못 속인다는 말이 사실이었다.
그나마 십자군 단장이 아마스의 뜻대로 전쟁에 찬성했다.
“신의 거룩한 은총을 보여줄 때라고 생각되어집니다. 그간 우리들은 너무나도 조용히 지내왔습니다. 이 때를 기점으로 성스러운 빛의 힘을 통해 사악한 악마를 격퇴시키고 호드를 구원합시다.”
이런 논쟁 가운데서도 대마법사는 아무런 말도 않고 조용히 서적을 읽고 있었다. 그것은 아주 먼 고대부터 전해져온 책으로 티탄의 글자로 적혀있었으며 마법사들이나 해독할 만한 것이었다.
아마스는 이제 결단을 내려야 했다. 만약 전쟁을 할 꺼면 이겨서 본 때를 보여줘야 했다. 그래야만 자신의 왕위가 정식으로 인정받을 것이었다. 결국 고민 끝에 그는 주먹으로 탁자를 치며 일어섰다.
[ 나는 이 전쟁에 참석하기로 결정하겠소. 모든 책임은 전부 내가 질 것이오! ]
어느 병사보다도 큰 몸짓을 자랑하는 아마스가 위용있게 말하자 모두들 일단 엄숙해지고 봤다. 괜히 대마법사가 그를 선택한 것이 아니었다. 무언가 그에게서는 타고난 힘이 느껴졌다.
조용히 책을 읽던 대마법사가 드디어 말했다.
“저 또한 국왕의 의견에 찬성합니다.”
그리고는 자신이 읽던 책을 탁자의 중앙으로 던졌다. 희안한 언어를 외치며 마법을 부리자 기괴하게도 책이 말하기 시작했다.
“나는 거룩한 티탄, 바리아의 정신이니라. 이제부터 그대들은 내 말을 깊이 새겨들으라. 자네들은 미래의 먼 생명체들로 지금쯤 아제로스를 풍미하고 있겠지. 하지만 언젠가 ‘암흑 군단’이 자네들을 공격할 것이다.
‘암흑 군단’은 어둠의 왕비로부터 태어난 악마들이며 우리 티탄과 격렬한 전쟁을 벌였다. 치열한 전투 끝에 우리는 암흑 군단을 패퇴시키고 어둠의 왕비에게 치명상을 입혔지만 그녀는 도망치고 말았다. 분명 어디선가 그녀는 상처가 아물기를 기다리며 만고의 시간을 복수를 위해 보내고 있겠지.
그녀는 이전보다 간사해지고 더 강한 모습으로 돌아올 것이니 모두들 힘을 합쳐 무찌르라. 아제로스에게 행운이 있기를.“
이렇게해서 휴먼은 전쟁에 참가하기로 결정났다.
나라 전역에 군대 소집명령이 내려졌고 굳건한 사내들이 차출되어 수도로 밀집했다. 왕국은 전쟁으로 시끄러웠다. 특히나 귀족층의 돈을 뜯어내어 군자금을 충당해야했으니 더 그랬다.

아마스는 왕궁의 비밀스런 지하창고로 안내되었다. 그곳에는 온갖 보물이 자리잡고 있었으며 그것들은 세상에서 가장 희귀한 레어템들이었다. 최고의 드워프 장인들이 삶을 바쳐 탄생시킨 희대의 걸작인 게 분명했다.
이곳으로 안내한 대마법사가 말했다.
“오로지 국왕과 최정예 기사단을 위해 사용되는 것들입니다.”
대마법사는 그중에서도 황금색의 망치와 푸른색의 장검을 가리키며 국왕에게 말했다.
“망치에게는 천둥의 힘이 깃들여져있고 칼에는 바람의 힘이 들어있습니다. 저 두 무기는 스톰윈드를 대표하는 가장 강력한 레어템입니다. 오로지 특별한 전시 상황에서만 사용이 허락되죠.”
국왕, 아마스는 그것들을 보는 순간 그들이 품고있는 전능한 힘에 매료되어 버렸다. 자기도 모르게 다가서서는 조심스럽게 만지고는 들어보았다. 그의 거구에 걸맞는 무게감과 육중함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헌데 갑자기 대마법사가 지팡이로 아마스의 손을 내리쳤다. 놀란 아마스에게 대마법사가 말했다.
“내가 직접 자네를 스톰윈드의 국왕으로 뽑았지만 나는 아직 자네가 못미덥네. 분명 자네에게는 특별한 무언가가 있지만 뭔가 위험해. 권력 욕심과 힘에 대한 갈망이 보여.
그러니 내 말 똑똑히 들어두게. 권력과 힘은 수단일 뿐, 목적이 되어서는 아니됩니다. 국왕 폐하.“
대마법사는 그 말을 마치고 돌아서서 지하 창고를 빠져나갔다.
대마법사는 최대한 좋게 경고를 했건만 아마스는 이렇게 생각했다.
‘저 늙은이가 스톰윈드의 2인자로서 내가 강력해지는 것을 경계하는구나. 저 자야말로 내게 가장 위험한 상대가 되겠어.’

마지막 휴먼 군대가 전함에 몸을 실었다. 온 나라의 백성들이 그들을 향해 깃발을 휘날렸다. 프로펠러가 작동하기 시작한 수 십척의 전함들이 그에 응하듯 일제히 하늘로 날아올랐다.
[ 스톰윈드는 승리하리라! ]
아마스가 목청껏 외치자 나머지 병사들도 연신 외쳐댔다.
만족스런 표정을 아마스가 짓고는 자신의 왕좌에 앉았다. 차디찬 바람이 그를 향해 불어왔다. 하지만 옆에 있던 호위 마법사가 장작에 불을 붙여준 덕분에 아주 아늑한 장소가 되버렸다.
마법이란 것을 맨 처음 봤을 때, 그것은 아마스에게는 굉장히 신비로운 것이었다. 그 어린 시절, 대마법사가 고아로 태어나 맨날 얻어맞고 살아서 상처투성이인 자신을 치료해주었을 때, 그는 대마법사가 신의 대리인이라도 되는 줄 알았다. 그가 사는 마을에서는 마법을 다루는 이가 적어 전설로나 전해져 내려왔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수도에 와보니 대부분 기본적인 마법을 부릴 줄 알았다. 그것은 어린 시절 그에게 꽤나 큰 충격이었다. 자신이 기형아라도 된 것 같았다. 그러나 왕궁에서 뛰어난 대마법사에게 1:1 교습을 받으니 실력이 안 늘래야 안 늘 수가 없었다. 덕분에 어느정도 마법을 다룰 수 있었고 이는 전투에 유용할 것이었다.
어느새 칼림도어 대륙에 도달하고 있었다. 어린 시절을 회상하다보니 금세 시간이 흘러버린 것이었다.
망원경으로 대륙의 상황을 쳐다보던 정찰병이 놀래서 외쳤다.
“암흑 군단이 벌써 오크의 수도, 오그리마에 침공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래도 암흑 군단은 속전속결로 이 전쟁을 끝내고 싶은 모양이었다. 아마스가 왕좌에서 일어나 직접 망원경을 들고 쳐다봤다.
눈이 하나인 오우거가 큰 몸집을 토대로 선두에서 괴물들을 몰아붙였으며 트롤 주술사들이 힐러 역할을 해주고 있었다. 때때로는 불 마법을 시전하여 적을 죽이기도 했다.
하지만 호드의 주 군대는 오우거나 트롤 따위가 아니었다. 사나운 늑대를 타고 전장을 마구잡이로 달리며 괴물들을 학살시키는 오크 무리였다. 아주 빠르게 파고들어 적의 급소를 찔러 치명타를 입히는 전사들은 타고난 킬러였다.
뿐만 아니라 오크 군대는 공성병기를 통해 큰 괴물들을 묵살내고 있었다. 움직이는 충차, 탑은 그들에게 큰 유효타를 먹이는 데에 끝내주는 무기인 모양이었다.
옆에 있던 사령관이 말했다.
“괴물들을 효과적으로 살상시키고 있습니다. 오크들이 멍청한 줄 알았는데 사실은 꽤나 똑똑하군요.”
그러자 아마스가 거들었다.
[ 그럼, 우리가 저들을 과거에 노예처럼 부렸던 건 굉장히 오만한 짓이었어. 결국 ‘스랄’이라는 오크족 노예가 동족을 구원하고 호드를 세우기까지 했잖나. 누구든지 오크족을 건드리면 반드시 피를 보게 되있어. ]
“이대로 지켜보다가 오그리마가 멸망한 다음에 우리가 쳐들어가는 게 어떻겠습니까, 국왕 폐하? 그렇게 되면 오크족은 다시는 우리에게 반기를 들지 못할 겁니다.”
아마스는 굉장히 당황스러운 질문을 받게 되었다. 가끔 사령관, 터닝이 귀족 출신이라 무자비한 자식이라는 건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어쨌든 아마스는 짐짓 태연하게 말했다.
[ 어차피 도우러 왔으니 그 일은 제대로 해야겠지. ]
아마스는 자신의 갑옷에 걸쳐있던 망토를 펄럭이며 크게 외쳤다.
[ 적이 오크의 수도를 침략하려 한다! 오그리마에는 수많은 오크들이 살고 있다, 조금이라도 적에게 기회를 준다면 어린애던 여성이던 간에 모두 괴물의 먹잇감이 되고 만다. 비록 우리와 대전쟁을 치루기도 했던 오크족이지만 이제는 같은 동족이니 목숨을 바쳐 전쟁에서 승리하라! 스톰윈드 만세! ]
병사들이 다 같이 함성을 질렀다. ‘만세!’ 라는 소리가 하늘을 가득 채웠다.
수신병이 깃발을 펄럭였고 북과 나팔이 울리자 함선들이 대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작은 몸짓에 비해 괴력을 가진 드워프들이 대포를 움직여서 발사대에 고정시켰다. 용의 불꽃과도 같은 화력을 자랑하는 최신식 대포들이 장전을 마쳤다. 이제 남은 거라곤 국왕의 신호 뿐이었다.
아마스는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에 자신의 칼집에 담겨있던 검을 뽑아들고는 크게 외쳤다.
[ 포격으로 낙하 지점을 확보하라! 어떤 괴물이던 한 놈도 살려두지 마라! ]
그 소리와 함께 연이어 폭발음이 발생했다. 적진 한 가운데에 둥그런 공백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대포의 위력에 괴물들이 견디지 못한 것이다.
빠르게 함선들이 차례로 하강하기 시작했다.

방패병이 선두에서 괴물들을 막고 있었지만 영 꼬락서니가 맘에 들지 않았다. 그들은 평화로운 시기에 태어난 젊은이들로 심기가 약한지 괴물들 앞에서 기세를 펴지 못했다. 죽을 각오로 선두에서 싸워줘야 군대가 나아갈 수 있는데 말이다. 아까전부터 그 자리에 멈춰있었다. 아니, 오히려 뒤로 후진하고 있었다.
괴물들의 격렬한 공격에 견디지 못한 것이다. 그나마 상급 마법사들이 버프 물약을 마시고 수십 개의 마법을 동시에 캐스팅하고 있으므로 이 정도였던 것이다. 만약 물약이 다 떨어진다면 금세 휴먼 군대는 적들에게 오그리마로 가는 길을 내줄 게 분명했다.
이제는 그들 손에 전투를 맡겨서는 안 됐다. 국왕인 자신이 스스로 나아갈 때가 온 것이었다. 그와 최정예 기사단이 나선다면 저깟 괴물들 따위 조무래기에 불과했다. 그간 맹훈련을 위해 부지런히 동부 대륙에 있는 온갖 위험한 몬스터들을 잡아댔으니 충분했다. 게다가 최고급 레어템들로 무장한 그들 아닌가?
아마스는 자신의 기사단을 이끌고 나아가기 시작했다. 나팔이 크게 울렸고 병사들이 길을 열어줬다. 점점 말들의 속력이 높아졌고 쏜살같이 괴물들 사이로 파고들었다. 그 선두에는 아마스가 있었으며 망치를 휘둘러 자신보다도 2배나 큰 괴물을 아무렇지도 않게 쓰러뜨렸다.
헌데 기사들은 선두로 나아가는 아마스를 쫓지 못하고 뒤처지기 시작했다. 하나, 둘씩 괴물들에게 먹혀 죽음을 맞이하고 말았던 것이다. 레어템을 온 몸에 휘둘렀지만 암흑 군단의 괴물들은 그 어떤 악마들보다도 강했기에.
사령관이 아마스에게 말했다.
“국왕 폐하, 속도를 늦추십시오! 기사단의 진형이 무너졌사옵니다!”
[ 뭐라? ]
앞에 있던 괴물을 칼로 찔러 죽인 다음에 뒤를 쳐다봤다. 아마스는 한숨이 나오고 말았다. 동료의 죽음으로 겁에 질린 사내도 있었으며 큰 부상을 입은 녀석도 있었다. 무엇보다도 얼굴에서 보이는 지친 듯한 표정에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아마스는 눈을 돌려 오크의 대족장을 바라보았다. 늠름한 용체를 가진 오크 전사가 맨 몸의 단신으로 칼 한 자루를 손에 쥐고 늑대와 함께 적진을 누비고 있었다. 그의 곁에는 든든한 수하들이 포진해 있었으며 어느 누구도 다치거나 피로해 보이지 않았다.
자신과 기사단은 최고급 레어템으로 무장했건만 이 정도로까지 차이날 줄은 몰랐다. 오크에 비해 휴먼은 너무나도 나약했다. 아마스는 이 사실을 믿고 싶지 않았다. 휴먼은 언제나 최강이어야 했다. 그리고 아마스는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저들은 자신의 고향을 위해 목숨을 걸고 모든 힘을 내어 싸우니까 강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도 목숨을 내걸고 싸워야 한다.’
[ 우리의 승리는 영원히 역사에 남으리라! 목숨을 아끼지말라! ]
아마스는 뒤도 안 돌아보고 말을 미친 듯이 몰았다. 당황한 사령관은 전장에서 자신의 국왕을 놓치고 말았다.

오로지 아마스만 존재했다. 수많은 괴물들 사이에서 국왕 홀로 그들에게 맞서고 있었다. 그가 괴물들을 죽여도 죽여도 끝이 없었다. 이대로면 저 역겹고 못생긴 괴물들에게 육체가 뜯어 먹힐 게 분명했다.
이제까지 살아왔던 자신의 인생이 무의식적으로 떠올랐다.
‘너 같은 고아 녀석은 없어져야 해!’
늘상 자신을 구박하던 늙은 노파가 눈 앞에 있는 것 같았다. 그 재수없고 퀘퀘한 냄새를 풍기던 노파였다. 자식들에게 버림받고 뒷골목에서 간신히 살아가는 할머니였다. 마을 주민들에게는 온갖 연민을 바라다가도 그만 보면 지팡이를 들고 마구 쫓아오곤 했다. 단순히 그가 고아라는 이유로.
‘고아가 우리 마을에 있다는 건 말도 안됩니다. 얼른 쫓아내죠!’
이번에는 마을에서 그를 쫓아냈던 한 남성이 떠올랐다. 깔끔하고 좋은 정장을 입었던 그 아저씨는 겉모습과 다르게 성격은 아주 추한 사람이었다. 사람들을 선동해서는 그를 쫓아내야 한다고 야단법석을 떨어댔었다.
하지만 아마스는 그런 굴욕 속에서도 살아남았다. 다른 고아 같았으면 진작에 부잣집의 하인이 되어 스스로 종복이 되는 삶을 선택했겠지만 강인한 아마스는 그러지 않았다.
남의 헛간을 털기 위해 자신과 덩치가 비슷한 사냥개들과 맞섰고 무딘 칼 한 자루로 그들을 모두 죽여버렸다. 그렇게 어린 소년, 아마스는 인간 세상에서 살아남았다.
헌데 이깟 괴물들이 대수겠는가!
무릎을 꿇었던 아마스가 함성을 내지르며 다시금 위풍당당하게 망치와 칼을 휘둘렀다.
괴물의 피가 땅을 적셨고 아마스는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적진을 휘젓기 시작했다. 번개와 바람의 전능한 힘을 이용하여 폭풍우를 일으키고 있었다.
그것은 아주 커다란 폭풍우였다. 땅은 진흙이 되어 파여졌으며 대기는 날카로운 바람에 의해 짓이겨지고 있었다. 그에게 무서울 건 아무것도 없었다.
괴물들이 시퍼렇게 질려서는 도망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에게 물러설 곳은 없었다. 거대한 악마, 루시퍼가 그들을 가로막았기 때문이었다. 암흑 군단의 2인자로서 강대한 마력을 소유했으며 아주 사악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루시퍼가 자신의 황소 머리를 흔들며 불을 내뿜었다.
“암흑 군단에게 후퇴란 없다, 나약해 빠진 것들.”
순식간에 도망치던 괴물들이 잿더미가 되어 사라졌다. 그들의 단단한 껍질조차 루시퍼의 암흑 불꽃에는 그저 풀잎이나 마찬가지였다.
“인간들의 왕, 아마스여. 고귀롭게 죽음을 맞이하라.”
루시퍼는 자신의 한 손에 들려있던 불꽃 망치를 크게 휘둘렀다. 그 망치는 아주 뜨거운 용암 같았다. 아마스가 불러일으킨 폭풍우가 아무리 거셀지라도 그 용암에 맞설 수는 없었다.
콰쾅!, 소리와 함께 그는 멀리 튕겨나가 버렸다.
루시퍼는 큰 소리로 비웃으며 그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루시퍼는 그를 쉽게 죽이지 않았다. 한 손으로 그를 점점 압박하기 시작했다.
“고통 속에 죽어라!”
그 순간, 한 줄기의 섬광이 비춰오더니 루시퍼의 거대한 팔을 잘라냈다. 일리단의 후손으로 그에게서 파멸의 힘을 물려받은 ‘머트’ 라는 악마사냥꾼이 등장한 것이었다.
“내가 왔으니 이제 네 놈은 끝이다, 루시퍼!
그 말과 함께 머트는 갈퀴검을 들고는 자신의 박쥐 날개를 펄럭이며 거대한 루시퍼에게 덤벼들었다. 머트는 빠르게 비행하며 루시퍼의 공격을 피하고는 녀석의 심장에 갈퀴검을 박아넣었다.
루시퍼는 비명을 지르며 뒷걸음치다가 머트의 섬광에 결국에는 참혹하게 쓰러지고 말았다.
악마사냥꾼은 자신의 갈퀴검을 들고는 크게 외쳤다.
“루시퍼를 쓰러뜨렸다! 이제 남은 건, 오로지 한 놈. 엘프들이여, 나를 따르라!”
아마스가 뒤를 돌아보니 어느새 등장한 엘프들이 괴물들을 모조리 죽음으로 몰고 있었다. 오크와 휴먼에게는 막기에도 벅찬 상대였는데 엘프들은 그들을 수월하게 몰아붙이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나무 정령, 엔트들까지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푸르른 기운이 그들의 몸을 휘감고 있었는데 그것은 나무 몸에서 자연스레 나오는 정화력으로 괴물들을 급속도로 질식사시켰다.
반인반수는 사나운 맹호들을 이끌고 상대를 물어뜯었으며 부상자가 있으면 치유의 마법으로 일으켜 주었다.
이제 기세는 연합군 쪽에 있었다. 암흑 군단에게 남은 거라곤 오로지 둥지 하나 뿐이었다.

#3 적의 둥지.

거대하고도 막강한 마력을 자랑하는 악마, 베랏을 향해 연합군이 돌진하고 있었다. 베랏은 부화되려면 먼 시간이 필요한 괴물들조차 모조리 깨우고 있었다. 갓 부화된 괴물들이 어미의 말을 따르듯 베랏의 몸을 타고 흘러서 땅에 있는 연합군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베랏도 전장에 임하기 위해 16개의 징그러운 다리로 일어서기 시작했다. 땅 속 깊이 묻어뒀던 자신의 몸을 드러내고 있었다.
암흑 군단 1인자, 베랏의 크기는 칼림도어 대륙의 1/20 정도 되는 수준이었다. 그 엄청난 크기에 모두들 놀랐으며 아마스 자신 또한 온 몸에 전율이 흐르고 있었다.
“이거 괜히 우리가 죽으러 온 거 아닙니까?”
옆에서 사령관은 이길 수 없다고 판단했는지 말했다.
칼림도어 대륙에 있는 사람들도 지금쯤이면 모조리 베랏의 모습을 보고 ‘아제로스 멸망’이라고 소리치며 자괴감에 빠져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영웅들은 달랐다. 일제히 베랏을 향해 모두들 날아오르고 있었다. 그들에게는 아무리 적이 크다할지라도 하찮은 악마 놈에 불과했다. 약간 좀 많이 살찐 악마 정도일 뿐이었다.
곧이어 그들의 접근을 막기위해 날개달린 괴물들이 사방에서 기이한 울음소리를 내며 달려들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공중은 전장이 되버렸다. 아군과 적군이 구별되지 않을 정도였다.
아마스는 곧장 베랏으로 향하기 위해 그리폰에게 박찰을 가했다. 망치와 칼을 휘두르며 가로막는 것들에겐 모두 죽음 뿐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심상치 않은 마력이 느껴지더니 뜨거운 광선이 그의 곁을 간발의 차로 빗겨나갔다. 얼마나 위력이 큰 광선이었는지 전력의 3/1은 몰살되어 있었다. 만약 정통으로 아마스가 맞았다면 그조차 살아남지 못할 게 분명했다. 이대로면 연합군이 전멸하고 아제로스는 멸망의 나락에 빠져들 것이었다. 온갖 괴물들이 사람들을 잡아먹고 더 이상 생명체가 존재하지 않을 때까지 끔찍한 지옥은 계속될 것이다.
헌데 분노로 가득찬 악마사냥꾼, 머트가 악마의 형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일리단에게서 물려받은 분노의 힘이 표출되고 있었다. 새까맣고 거대한 악마가 되버린 머트가 초록색 광선을 베랏에게 발사했다. 베랏은 꼼짝없이 광선의 표적이 되었고 치명상을 입을 때까지 머트는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드디어 베랏의 몸에 큰 구멍이 생겨났다. 그곳을 통해 연합군은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베랏이 아무리 크고 강력하더라도 안에서부터 부신다면 결국은 쓰러질 게 분명했다.
하지만 안으로 들어섰어도 고난의 길이 계속됐다. 베랏은 온 몸에 괴물이 득실거리는 악마였다. 이곳은 던전이나 마찬가지였다. 수 만의 괴물들이 탐험가를 죽이려고 달려드는 던전. 하지만 탐험가들은 정의를 위해 악마 무리에 맞서 죽음을 각오하고 전진하기 시작했다.

드디어 마지막 목적지가 그들에게 보이고 있었다. 그것은 베랏에게 엄청난 에너지를 공급해주고 있는 정체불명의 마석이었다. 그 근처에만 가도 모두들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였다. 뭔지는 몰라도 위험한 물질인 게 분명했다.
파괴하려는 찰나에 그것을 지키고 있던 베랏의 분신이 쏜살처럼 모습을 드러냈다. 16개의 다리와 4개의 팔을 가진 흉측한 생명체였다.
“물러서라. 목숨이 아깝지 않으면.”
베랏이 짧게 말하더니 검은 낫을 들고 연합군을 마구잡이로 공격해왔다. 연합군이 방어 태세를 갖추고 반격하려 했지만 베랏의 분신은 하나가 아니었고 똑같이 생긴 흉측한 생명체들이 계속해서 모습을 드러냈다. 연합군은 포위되었고 난전을 펼치게 되었다.
공격받던 아마스가 망치를 들어 베랏의 검은 낫을 튕겨냈지만 그 힘을 이기지 못하고 땅바닥을 구르고 말았다. 그리고는 한 웅덩이 안으로 빠져버렸다.
헌데 그곳에는 무언가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아주 사악하지만 고요한 녀석이었다.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지만 악마라는 점은 분명했다. 아마스는 무기를 불끈 쥐고 적이 오기를 기다렸다.
“오, 나의 짝을 드디어 만났구나.”
갑작스레 한 여성이 말하며 나타나자 아마스는 망치를 휘두를 수 없었다. 너무나도 그녀가 예뻤으며 아름다웠다. 세상에 이런 존재가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싶었다. 이때까지 겪어왔던 고난과 아픔이 싹 씻겨져 내려가는 것 같았다.
“너도 내가 마음에 드는가 보구나.”
아마스는 물 속에서 말을 할 수 없어서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내게 너의 왕국을 바쳐라. 너의 백성들을 타락시켜 나를 떠받들게 하고, 너는 암흑 군단의 강력한 지도자가 되어 그들을 이끌라! 그때가 되면 내가 너에게 사랑을 주리라.”
알고보니 이 여성은 ‘어둠의 왕비’ 였다. 물론 본체는 아니었고 마력으로 만들어낸 분신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녀에게서 흘러넘치는 미모가 아마스를 뿌리째 흔들고 있었다.
그래도 아마스는 영웅이었다. 망치와 칼을 휘두르며 빠져나오려 했다. 하지만 어둠의 왕비는 더욱 더 그를 매혹시키기 시작했다.
“아마스, 너도 알 것이니라. 과거에 엘프는 마법에 홀려 휴먼을 배반했다. 그리고는 지금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그들의 힘을 더 키우고 있지. 이번 전쟁에서 너도 봤을 것이다. 그들의 위험한 힘을! 만약 암흑 군단이 사라진다면 그들은 곧 너희를 위협하리라.
뿐만 아니라 오크들도 너희를 위협하겠지. 아마스, 너도 봤겠지만 대족장과 그의 수하들은 아주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다. 게다가 오크에게는 태생부터 싸움을 좋아하니 전쟁이 일어나는 건 시간 문제일 거다.
그렇게 되면 드워프는 인간을 버리고 어둑한 지하로 숨어서 너의 백성이 당하는 고통을 나 몰라라 하겠지.
만약 네가 진정으로 위대한 왕이라면 백성을 지킬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 자, 이 악마의 보석을 먹고 강해져라. 누구도 너를 꺽을 수 없도록 말이지.“
어둠의 왕비는 마녀처럼 웃음을 짓더니 마석을 그의 손에 쥐어줬다. 그것은 분명 엄청난 에너지를 가지고 있었다. 만약 이것을 먹는다면 아마스는 스스로가 어떻게 변할지 예측할 수 없었다.
“천천히 결정해 보거라, 아마스. 결국은 내 말이 옳을 테니.”
아름다운 분신이 마지막 말을 내뱉고는 홀연히 사라져버렸다.
혼란스런 아마스에게 커다란 소음이 들려왔다. 이미 한바탕 싸움이 있고나서 결국에는 연합군이 마석을 파괴한 모양이었다. 베랏의 몸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이제 더 이상 여기에 있을 이유가 없었다. 아마스는 강하게 무기를 휘두르며 피부를 찢고 밖으로 신속히 탈출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빠져나온 아마스가 느끼는 건 해방감보다는 오히려 고민스러운 감정이었다. 왜냐하면 한 손에는 어둠의 왕비가 준 마석이 들려있었고 그것은 거대한 에너지를 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무언가 찜찜했다. 일단은 그것을 아이템 주머니에 잘 보관해두기로 했다.
모두들 함성을 지르며 기뻐했다. 눈물을 흘리며 기도를 올리는 이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엘프들은 볼 일이 끝나자마자 포탈을 타고 집으로 돌아가버렸다. 무언가 그들은 그들만의 고독을 즐기는 듯 했다.
그리고 그런 모습은 아마스에게 경계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엘프들이 언제든지 자신들을 배반할지 모른다고. 엘프들이 숨어서는 무슨 꿍꿍이를 꾸미고 있을지 모른다고.

#4 붉은 마석의 유혹

따뜻한 왕궁으로 돌아온지 하루가 지나있었다. 그토록 시끄럽고 난장판인 전장이 그립기도 했다. 무자비한 괴물들을 상대하다가 간혹 위험에 처하는 게 그렇게 짜릿한 일인 줄은 상상도 못했었다. 옛날 옛적부터 전쟁이 지속된 이유가 그런 데에 있었던 것이다.
아마스는 정신을 차리고 집무에 눈을 돌렸다. 그럭저럭 일을 처리해가고 있는데 갑자기 붉은 마석이 떠올랐다. 거대한 에너지를 지닌 마석. 그것을 제대로만 소화해낸다면 이 세상에서 누가 그를 막을 수 있을 것인가? 일리단의 후예라도 그에게 패배할 게 틀림없었다.
비록 어둠의 왕비가 그에게 마석을 주기는 했지만 아마스가 정신을 유지해서 마석의 에너지를 컨트롤한다면 분명 악마처럼 되지는 않을 것이었다.
그래도 아마스는 욕망을 참아내고 집무에 다시 집중했다.
헌데 갑자기 군사들이 문을 박차고 들어오는 것 아닌가? 게다가 왕궁에서 감히 칼까지 든 채로 있었다.
[ 네 놈들, 뭐하는 짓거리냐! 여기가 어디 안전이라고! ]
호통을 쳤지만 귀족들이 나타나더니 아마스에게 말했다.
“아마스, 네 놈의 독재는 끝났다. 이제부턴 우리 귀족층이 왕권을 대신할 것이다.”
[ 누구 맘대로 스톰윈드의 왕권을 폐위시키는가? 백성들이 너희들을 비난할 것이다. ]
“이미 백성들은 너의 잔인함을 알며 너의 세계정복이라는 야심을 꿰뚫고 있다. 우리 귀족층을 지지하기로 약속했다.”
역시 귀족답게 얍삽하기는 자신보다 한 수 위였다. 자신이 없는 동안에 꾸며낸 소문으로 백성들을 속인 것이다. 게다가 전쟁이라는 불안감 때문에 백성들을 속이기는 더 쉬웠겠지.
아마스는 군인들에게 강제적으로 끌려나왔다. 괴력을 가진 거구, 아마스이지만 떼로 덤벼드는 그들에게는 장사가 없었다. 옛날 고아였던 시절과 비슷했다. 몸이 큰 아마스를 위험한 고아로 보고 사람들이 제압하던 때와 같았다.
아마스는 궁전에서 끌려나와 죄수처럼 길을 걸어야 했다. 백성들은 그를 탐욕스런 국왕으로 취급하기 시작했다. 날계란을 던지고 욕설을 해댔다. 아마스는 그들을 지키려고 전장터를 누볐건만 그들은 은혜 따위는 알지 못했다.
아마스는 사람들이 깨뜨린 유리 위를 맨발로 걸어야 했다. 피가 나고 발가락이 오그라들어도 군사들은 채찍으로 그를 때려서 다시 걷게 했다. 국왕의 꼴은 처참했다.
그렇게 아마스는 온갖 고초를 당하고 교도소에 수감되었다.
한 귀족이 철창 안의 그를 짐승처럼 보더니 비웃으며 말했다.
“기고만장하며 우리를 무시하더니 쌤통이로군. 애초에 왕이라는 게 있다니 말도 안되는 일이지. 진작에 이렇게 됐어야 했는데.”
아마스는 솔직히 자신은 아무 상관도 없었다. 그에게 중요한 거라곤 이제 가족밖에 없었다.
[ 내 가족은 어떻게 됐지? 무사한가? ]
그러자 귀족은 다시 한 번 비웃더니 섬뜩한 표정으로 말했다.
“네 녀석의 아내와 아들은 이미 저세상에 가있다. 네 놈도 곧 보내줄 터이니 걱정말아라.”
순간 정말 짐승이라도 된 듯 아마스가 괴성을 지르더니 철창을 부시려고 괴력을 냈다. 하지만 드워프가 특제로 만들어낸 철창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허참, 내일이 처형식이니까 가만히나 있거라.”
당황한 듯 보이는 귀족은 서둘러 사라졌다.
홀로 남은 아마스는 자괴감에 휩싸였다. 대체 무엇이 잘못됐단 말인가? 대체 내가 무슨 잘못을 했길래 세상은 나를 저주하는가?
그 순간, 어디선가 메마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마스... 아마스... 나를 먹고 괴물이 되거라... 그들에게 진정한 왕이 무엇인지 보여줘야하지 않겠는가... 나는 언제든지 너에게 힘을 줄 준비가 되있다... 내 이름은 샤룩...”
[ 샤룩? 대체 네 놈의 정체는 뭐길래, 날 노리지? ]
“크크크... 아마스, 그게 지금와서 중요한 거냐?... 정 궁금하다면 설명해주지, 나는 오래 전에 티탄에게 목숨을 잃은 암흑의 지배자다. 비록 육체는 없어졌지만 내 정신과 마력만큼은 남아 이렇게 마석이 되어버렸다. 언젠가 부활할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너 같이 강인한 사람을 찾아다니고 있었다. 지금 너의 모습은 들끓는 분노로 가득찬 괴물이지. 나와 같은 괴물이라고. 어서 나를 먹어. 우리는 하나가 되는 거야.”
아마스는 자신의 존재가 모두에게 부정당했다. 이제는 갈 곳도 없었고 잃을 것도 없었으며 자신은 그저 외톨이에 불과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었다. 고아인 시절과 마찬가지였다.
이 세상은 썩었다. 아주 아주 썩었기에 철저하게 뜯어 고쳐줘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왕의 임무 아니겠는가? 그렇게 생각하고는 아마스가 결국에는 붉은 마석을 꿀꺽 삼켰다.
암흑의 왕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아마스는 더 이상 인간이라고 부를 수 없었다. 붉은색의 피부와 단단한 껍질들... 넘쳐나는 괴력과 마력으로 온건한 정신 상태가 아니었다. 한마디로 그는 ‘암흑 괴물’로 변해있었다.
[ 일단 충실한 부하들부터 만들어야겠군. ]

콰콰쾅!
교도소가 크게 폭발하며 왕국이 혼란에 빠졌다. 죄수들이 뛰쳐나오기 시작하는데 아마스처럼 암흑 괴물이 되어있었다.
“아마스 국왕 폐하께서 우리를 해방시켜 주었다!”
군사들이 그들을 진압하기 위해 창을 들이밀며 공격했지만 적수가 될 리 없었다. 암흑 괴물의 힘은 엄청났다. 병사들이 하늘로 솟구치고 어떤 병사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다.
[ 좋아, 좋아. 일이 착착 진행되어가고 있군. ]
백성들은 두려움에 무릎을 꿇고는 목숨만을 간청하고 있었다. 이때까지 모든 것은 다 자신들의 잘못이라고 외쳤다.
[ 이런 이런... 나는 한 번 배신한 녀석들은 용서하진 않는데... 봐줄 수도 있긴 해. 난 인심 많은 왕이니까 말이야. ]
백성들은 귀를 쫑긋 세우고는 아마스의 말에 경청했다. 하지만 그의 말은 너무나도 충격적인 것이었다.
[ 근데 너무 부하가 많으면 도저히 관리가 안돼. 그러니 여기에서 딱 1000명만 살려주도록 하지. ]
지금 아마스가 하는 말은 백성들끼리 서로서로를 죽이라는 의미였다. 너무나도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 모두가 말을 잃고 말았다. 하지만 백성들은 빠르게 적응했다.
농기구를 손에 든 채로 백성들은 전쟁을 시작했다. 여기저기에서 분파가 생겨나고 자신들끼리 집단 투쟁을 벌이고 있었다. 자기 자식이라도 살려보겠다고 아우성대며 빌어대는 부모들도 넘쳐났고 남을 때려 죽이는 부모도 넘쳐났다. 이거야말로 생지옥이 다름없었다. 살아도 산 게 아니었다.
최후로 1000명이 남자 아마스는 그들에게 마력을 주입시키기 시작했다. 누구는 힘을 견디지 못하고 폭발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수월하게 암흑 괴물이 되었다. 어쩌면 암흑 괴물이 되기 이전부터 그들은 인간이길 포기한 게 분명했다. 그렇게 참혹한 과정을 거쳐서라도 살아남으려고 했으니까.
이제 아마스에게 남은 건 귀족들의 저택지 뿐이었다.
아마스는 공중으로 날라오르더니 마법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 다 사라져라, 탐욕가들. 내 아들과 아내의 복수다. ]
거대한 마력이 용의 형태를 갖추더니 그 지역을 초토화시켜 버렸다. 아마스는 기분 좋게 웃었다. 이토록 파괴가 즐 거 운 일인 줄은 상상도 못했다. 이것이야말로 힘이 주는 쾌락이었다.
[ 이제 복수는 끝났다. 하지만 우리에겐 어둠의 왕비가 내려주시는 길이 있도다. 세상을 정복해서 그녀에게 바치는 것이지. 으하하하! ]
이제 누구도 자신을 막질 못할 것이었다.

#5 대마법사가 움직이다.

잠시 낮잠을 자던 대마법사가 불길한 느낌에 눈을 뜨고 말았다. 이것은 티탄이 가장 경고했던 ‘암흑의 지배자, 샤룩의 부활’인 것 같았다. 하지만 스톰윈드라니?
대마법사가 마법을 통해 바람의 눈으로 스톰윈드를 내려다보았다. 이럴 수가... 자신이 골랐던 그 왕이... 타락하고 말았던 것이다.
대마법사는 크나큰 두통을 느끼고 말았다. 백성들을 올바른 길로 이끌고 외적을 용서치 않는 국왕이 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정반대로 행하고 말았다. 자신이 잘못 그를 판단했던 것이다.
대마법사는 서둘러 지팡이를 잡고는 스톰윈드로 포탈을 탔다. 지금이라면 아직 샤룩과 아마스가 동화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충분히 그에게 승산이 있었다. 어차피 살 날 얼마 남지 않은 인생... 세상을 위해 죽으리라.
공간에 빨려 도착한 곳은 불타고 있는 스톰윈드.
지상으로 활강하며 대마법사, 터덴은 주문을 외워 정령을 소환했다. 정령은 얼음으로 되있었으며 자유자재로 마법을 부릴 줄 아는 존재였다. 정령이 대마법사를 끌어안고는 강력한 마력이 느껴지는 궁전으로 향했다.
“결국에는 이렇게 일이 되고 말았군요, 대마법사님.”
얼음 정령은 이미 사태가 어떻게 흘렀는지 대충 짐작이 되는 모양이었다.
“그렇네. 그가 자신의 강인함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에는 스스로를 배신한 것이지. 고귀한 아마스가 타락했네.”
얼음 정령은 차갑게 말했다.
“그렇다면 죽이는 수밖에요.”
커다란 소음과 함께 궁전을 뚫고 내려온 정령은 대마법사를 내려놓았다.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건 암흑왕, 아마스였다.
[ 이제 오셨습니까, 대마법사님? 아무래도 올 것 같아서 미리 대적할 애들을 준비해뒀습니다. 애들아! ]
인간의 모습을 잃어버린 암흑 괴물들이 벽을 부수고 모습을 드러냈다. 하나같이 강력한 놈들이었다. 대마법사는 숨을 가볍게 들이내쉬었다. 그 순간, 적들이 대마법사에게 내달렸다. 하지만 얼음 정령이 가만 놔둘 리 없었다. 거대한 형체가 되더니 암흑 괴물들을 모조리 날려버렸다.
이제 대마법사 차례였다. 그가 마음을 집중시키고 주문을 캐스팅하기 시작했다. 두 손에서 번쩍번쩍하며 번개가 생성되기 시작했다. 그에 맞춰 하늘에 먹구름이 끼고 천둥이 내려칠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 이제는 저를 죽이실 작정이십니까, 대마법사님? ]
“네 놈은 너를 저버리고 더 이상 인간이기를 포기했다. 그러므로 당연한 처사이다!”
[ 대체 내가 괴로울 때, 당신은 어디에 있으셨습니까? 내 아들과 아내가 죽어갈 때 말이죠. 대답해보십시오! ]
“그렇다고 악마에게 육체를 바치다니 네 놈은 죽어 마땅하도다!”
대마법사가 두 손을 크게 뻗으며 번개 마법을 시전했다. 아마스가 피하려 했지만 얼음 정령은 그를 꽁꽁 얼렸기 때문에 움직일 수 없었다. 하늘에서 천둥이 쳐내리더니 아마스의 온 몸을 지져버렸다. 특히나 심장 부분을 노렸으니 타격이 클 것이었다. 이것이야말로 대마법사의 클래스였다.
아마스가 정신을 잃으며 쓰러졌다. 불타버린 몸뚱이는 이제 초라한 시체에 불과했다. 이것이 아마스에게 마땅한 죽음이리라.
돌아선 대마법사가 갑자기 으슥한 마력이 느껴졌다. 뒤를 돌아보니 한 마리의 거대한 암흑룡이 그를 노려보고 있는 것 아닌가?
[ 그깟 마법으로 나를 죽일 듯 싶으냐. ]
암흑룡이 얼음 정령을 브레스로 단숨에 녹이고는 거대한 발톱으로 대마법사를 찔러서 들어올렸다.
[ 이제부터 너는 내 부하다. 암흑의 대마법사가 되어 내게 영원히 복종하라. ]
“그렇게는 안 될 것이다!”
대마법사는 자신의 몸에서 빛을 내더니 폭발을 일으키고는 하늘로 올라 도망치기 시작했다.
암흑룡과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시작되었다. 대마법사가 순간이동 마법을 사용함에도 거대한 암흑룡은 지칠 줄 모르고 따라왔다.
결국 대마법사는 자신이 가진 마나로 분신술을 시전했다. 수많은 대마법사가 흩어져서 암흑룡을 혼란스럽게 했다. 그리고는 대마법사가 주문을 크게 외치기 시작했다.
“네 놈에게 진정한 마법이 뭔지 보여주마!”
거대한 안개가 형성되더니 번개의 정령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삼지창을 든 강력한 정령이 아마스에게 천둥벼락을 내려쳤다. 그러자 암흑룡이 비명을 지르고는 하늘에서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상에 떨어진 암흑룡은 잠시 기절했을 뿐, 살아있는 모양이었다. 대마법사는 이 틈을 타서 달라란으로 돌아가는 포탈을 탔다. 대마법사는 온 몸에 기력이 빠져있었다. 자신은 이제 나이먹은 늙은이에 불과한 듯 했다.
그가 지친 몸을 이끌고 수정 구슬을 쳐다봤다.
이제는 영웅들을 모아야 했다. 곧 있으면 달라란으로 암흑룡이 침공할 게 분명했다. 이를 막아줄 영웅들이 간절했다.
WoW 팬픽, [ 타락한 왕 아마스 ] 끝.  



여려분들이 가장 좋아하는 아서스처럼 '아마스 린'이라는 스톰윈드의 국왕을 타락시켜보았습니다. 재밌게 읽어주셨다면 감사합니다^^.
밑에 링크를 누르시면 다른 작품들도 있으니 한 번 읽어보세요~ 

그리고, 잘 아시는 유니세프에 대해 개인적으로 홍보해봅니다^^.
유니세프의 활동은 빈부 격차를 줄여 국가 간 연대를 다질 수 있는 돌파구를 마련하였으며, 현재도 유니세프는 1차적인 목표였던 어린이의 의식주를 개선하려는 노력에서 더 나아가, 질병의 종식과 어린이의 종합적인 인권 신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현재 국제적인 이슈가 되고 있는 난민 어린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난민 지원 센터와, 아동 친화 공간의 설치 등을 난민이 이동하는 주요 거점에 설치해 지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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