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드가 왜 유독 역병무기를 극혐하는지에 대해 생각을 해봤습니다.
1) 반인륜적인 끔찍한 무기?
뼈에서 살을 녹여버리는 역병폭탄은 분명 끔찍한 무기임이 맞습니다만, 중세-판타지 전장터에서 그에 만만찮은 끔찍한 죽음은 많다고 생각됩니다
인게임처럼 단순히 화살에 맞아 쓰러지고 검에 베이는게 아니라
검에 팔다리가 절단되고, 온갖 장기자랑을 벌이며
화살에 맞아 고꾸라졌는데 뒤에 돌격하는 아군의 말발굽에 곤죽이되거나
치명상을 입은채 땅바닥에서 울부짖으며 부질없는 도움을 바라거나
돌격하다가 자빠지고 밟혀죽는 개죽음도 많죠
여기에 판타지를 섞으면 더 고어해져요
산채로 불살라죽는건 고사하고 사지가 얼어붙고 깨지고, 흑마법에 정신과 육신이 타들어가고, 지옥불에 갑옷이 살에 눌러붙고, 공허에 정신이 삼켜진 전우가 갑자기 내 등에 칼을 꽂지않나, 형용할 수 없는 공포에 정신을 잃은 채 도망다니다가 또 자빠지고 밟혀죽거나, 가시돋힌 넝쿨에 질식사하거나, 얼굴에 끓어오르는 용암덩어리를 맞고, 굉풍에 살갖이 도려내지고, 번개에 장기가 타들어가고... 으으 생각만해도 끔찍하네요. 과몰입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만, 골자는 역병무기만큼 끔찍한 죽음은 워크래프트 세계관에서 드물지 않을꺼라는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2) 피아식별을 가리지 않는 무기? (분노의 관문)
분노의관문 사건으로 인해 부풀려졌다고 생각합니다만
이점또한 사실 모든 범위마법이나 공성무기가 공유하는 점이죠
실바나스가 정신나가서 격돌하는 아군과 적에게 골고루 역병을 끼얹는다면 모르겠으나
원거리 공성무기 쓰듯이 멀리서 얼라를 양념하는데에만 사용한다면 문제되지 않겠죠
3) 항상 그렇지는 않지만, 역병에 죽은자가 강령술로 부활 -> 리치왕 PTSD?
이게 아마 와우 NPC들이 역병을 멀리하는 제일 큰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전우, 가족, 사랑하는 연인이 끔찍한 언데드로 되살려지는건
고딕호러물의 강력한 클리셰이자 워3-리분 사가의 핵심 비극이죠
그 여정을 걸어온 플레이어와 NPC 모두가 적을 상대로라도 이런 고통스러운 무기를 쓰고싶어하진 않을것 같습니다
가로쉬가 빛로쉬이던시절 실바를 꾸짖는것도 이런 맥락이죠 -> 너와 리치왕이 다른게 뭐냐?
그러나 역병폭탄이 화학무기처럼 적을 녹이는데에만 사용된 전력도 있는만큼, 강령술을 배제한다면 논란이 조금 사그라들지 않을까요?
4) 역병의 반영구적인 피해, 대지를 오염시키기 때문?
구 호드가 결국 지옥마법을 버린 이유도, 불쏘시개영화 '워크래프트'에서 듀로탄이 통수치게끔 한 이유도 이런 이유죠
이게 아마 역병을 반대하는 이유중에 가장 합리적인 이유일것 같습니다
역병펑펑써서 이겨봤자 그 땅은 아무도 못살게되는데, 과연 누구를 위한 승리인가? 에 실바는 뚜렷한 답을 제시한 적이 없고, 플레이어들이 역병무기에 가장 회의감을 품는점도 이것으로 생각되네요
그러나 여기서 생각해볼만한 점이, 2차 대전쟁의 호드는 이미 역병과 비슷한 전력을 기용한적 있죠.
바로 1세대 죽음의 기사들과 굴단의 흑마법사들입니다.
지옥마법이 대지를 오염시킨다는것을 안 이후에도 굴단의 흑마법사들은 지속적으로 전투에 투입됬고
1세대 죽기들은 아예 기술자체가 대지를 오염시키는 죽음과부패, 그리고 적을 되살리는 강령술이었습니다.
이런애들을 사용할 수 밖에 없던, 얼라에만 있었던 마법사와 성직자의 존재는
구호드의 재래식 무장으로선 결코 극복할 수 없는 비대칭전력이라는 뒷사정이 있지만,
지옥마법의 영구적인 피해와 흑마법/강령술의 반인륜적인 면모를 알고도 묵인했던 구호드는
결국 승리를 위해 본인들의 명예를 한수 접은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격아시점에선, 개발자 오피셜로 얼라와 호드의 전력이 비슷하다고 했던만큼(정정:그래도 호드측이 열세라는데에 동의합니다)
굳이 역병무기를 쓸만큼 호드가 얼라에 후달리지 않다는게 차이점이겠네요.
이로인해 오크, 타우렌등의 기존호드의 인물들은
'맞다이까도 충분히 할만한데, 왜 굳이 그런 명예스럽지 못한 무기를 써야하나?'라는 의문이 있겠죠.
반대로 승리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냉혈한인 실바나스는
'역병무기로 양념하면 훠월씬 수월한 전투를 벌일 수 있는데, 왜 안쓰냐'라는 입장이겠구요.
결국 기존 호드의 '명예'를 꺾을만큼 전력차가 크지 않는 상황에서
영광스러운 전투를 추구하는 기존 호드와
효율적이고 확실한 승리를 추구하는 실바나스의 입장차가 호드 내 갈등의 원인으로 보여집니다.
유출된 사울팽과 실바나스의 갈등으로 뒷받침되고, 아마 격아 호드스토리의 상당부분은 이 갈등을 매꾸는데 시간을 쏟지 않을까 싶네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Coffin제이
Coffin제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