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래프트가 RTS->MMORPG로 바뀌면서 비교도 안 되는 흥행을 하고 워크래프트가
더 널리 알려지고 MMORPG계에서 1인자로 우뚝 선 지도 시간이 많이 흘렀습니다.
워크래프트 RTS 시리즈래봐야 1,2,3에 확장팩 2개가 끝인데 와우는 이제 8개의 시리즈가
나온 셈입니다. 물론 워크래프트1->2->3 이렇게 변화하는 과정만큼 극적인 변화는 아니었지만
와우도 확장팩마다의 변화가 작은 편은 아니었죠. 중요한 건 이게 아니고 결론은 와우에서
풀어낸 스토리가 시간상의 기간은 짧지만 볼륨은 RTS보다 더 커진 지가 좀 되었다는 건데요.
RTS->MMORPG로 바뀌면서 스토리 전개는 어떻게 바뀌었나? 하는 부분을 보면 명확합니다.
워크래프트는 한 종족과 영웅의 시점으로 정해진 스토리를 따라갈 수 있게 내가 컨트롤하는 겁니다.
내가 컨트롤하는 종족이나 영웅이 선역이든 중립이든 악역이든 그 스토리를 따라가게 되죠.
또 전에는 내가 컨트롤해서 무찔러야 했던 대상이 어느샌가 내가 컨트롤하는 대상이 되어 있기도 하죠.
그래서 정말 명확한 악역인 불군을 제외하면 이 종족 저 종족, 이 캐릭터 저 캐릭터에 매력을 느끼기 쉽습니다.
그리고 여러 시점에서 스토리의 줄기가 퍼져나가기 때문에 몰입이 더 잘 되고 구도를 자연스럽게 알게 됩니다.
반면 와우는 플레이어가 한 확장팩의 적들을 물리치는 것에 중심이 되어 있고 호드면 얼라이언스, 얼라이언스면
호드와 대립하는 과정이 주 스토리 내용입니다. 간혹 다른 시점으로 플레이하는 경우도 있지만 주는 플레이어의
모험이죠. 이래서 생기는 문제는 호드 유저는 얼라이언스에 대해서 잘 모르고 얼라이언스는 호드에 대해서 잘
모릅니다. 둘 다 플레이 하는 유저나 스토리를 둘 다 꿰고 있는 유저가 아니면 말이죠.
가장 큰 건 확장팩의 악역들이 소모만 되고 스토리와 이름은 중요치 않은 아이템을 주는 1,2,3,4,5보스며
매력을 느끼기도 어렵다는 겁니다. 어차피 뭐 어쩌고 저쩌고 해봐야 잡혀서 아이템 줄 놈이니까요.
회자되는 건 그 보스가 얼마나 어려웠는지지, 서사가 어떻고 캐릭터성은 어떠며 매력이 어쩌고는 잘 안 나옵니다.
그나마 언급 나오는 건 워크래프트 RTS 시리즈 네임드들이고 와우에서 서사를 많이 만들었던 캐릭터들 정도죠.
MMORPG라서 스토리도 단순화 될 수밖에 없는 것이 갑자기 10년, 20년 점프할 수는 없으니 일리단이 만 년도
감옥에 갇혀 있던 시절이 이상할 만큼 사건들이 짧은 시간 내에 연이어 터집니다.
게다가 플레이어와 선역들의 승리로 확장팩이 마무리 되고 사건도 종결되야 하니 악역과 그 세력들이 호구처럼
순서대로 정리되고 악역들도 최후를 맞습니다. (나중에 부활하거나 퇴각한 경우도 있음)
그 와중에 호드-얼라이언스는 대립해야 제맛이니 매번 싸웁니다.
이러니 매번 악역은 어떤 적이었건 간에 매번 순서대로 격파 당해 패배하고 선역들은 손실은 입지만 승리합니다.
그러니까 개인적으로는 구도가 너무 단순화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워크래프트 RTS가 삼국지 같은 맛이 있었다면 와우는 디즈니 3D 애니메이션 같달까요.
두 왕국은 사이가 안 좋았는데 나쁜 용이 나타났어요 힘을 합쳐서 무찔렀답니다.
두 왕국은 사이가 안 좋았는데 나쁜 악마가 나타났어요 힘을 합쳐서 무찔렀답니다.
두 왕국은 사이가 안 좋았는데 나쁜 촉수가 나타났어요 힘을 합쳐서 무찔렀답니다.
이 구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이야기죠. 결국에는 플레이어가 이야기에 합류해 적을 무찌르는 게 주 내용이니까요.
막 아제로스가 함락되고 영웅들 다 죽고 이런 RTS에서도 안 나올 파격전인 전개를 바라는 건 아니지만 와우가
10년도 훌쩍 넘게 오면서도 RTS에서 풀어낸 스토리만큼 매력있게 구도와 전개를 보여줬는지에 대해서는 부정
적인 입장이어서, 그게 제 생각에는 MMORPG의 한계가 아닐까 해서 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