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든지 얼마 안된거같은데 잠에서 깼다
햇살이 느껴지는걸보니 날이 밝았다
갑판위로 올라가자 선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내 모습을 눈치챈 선원들은 잠시 눈길을 주다가 다시 본인들의 업무로 돌아갔다
"잠은 잘잤나?"
부선장, 테론이 말을 걸어왔다
"그럭저럭, 이제 얼마나 남았나?"
"톱니항을 떠난지 얼마되지않았으니 중간에 보급을 한번 해야겠지. 무법항까지는 거리가 꽤 머니까. 도중에 문제가 없다면 6일이면 도착이네."
몇년전만 해도 항해가 이렇게 힘들지는 않았다
내가 테라모어 군인으로 근무하던 시절만 해도 테라모어-스톰윈드 직항 해로가 민간인들도 이용할수 있었을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데스윙이 대격변을 일으키고나서 바다는 전보다 훨씬 위험한 곳이 되어버렸다 데스윙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사람들이 안심했지만 대격변도중 많은 민간선박운송업체들이 망해서 실업자가 길거리에 나앉았다
"이 배 전주인들이 보급품은 꽤 실어놨으니 판다리아까진 버틸거야. "
테론은 배상태를 다 점검했음을 알렸다
애초에 이 배가 테론 일당의 배였다면 문제가 없었겠지만
투자개발회사에서 약탈한 배였기 때문에 급하게 항해를 시작한 탓으로 바다위에서 점검을 한것이다
그 때문에 식량을 아끼려던 요리사가 기름범벅생선을
저녁식사로 내놨다가 머리에 구멍이 났지만.
"부선장."
테론과 대화를 주고받는 사이 업무를 끝낸 선원중 하나가 보고하러왔다
애꾸눈의 오크였다 체격은 오크답게 건장하고 튀어나온 어금니가 날카로웠으나 오른쪽은 부러져있다
오크는 나를 한번 흘겨보고는 보고를 마치고 돌아갔다
인간이라 적개심이라도 생기나?
오크녀석이 날 탐탁치않아하는걸 느낀것을 테론이 신경썼는지 말했다
"너무 기분 나빠하지말게."
"저 녀석, 선장한테도 눈을 흘기나? 그랬다가 머리에 구멍나는거 아니야?"
"아니, 선장한테는 그렇게 못하지. 이미 예전에 혼쭐이 났네. 애꾸인걸보면 알잖나."
식당에서 가져온 육포를 씹었다 언제쯤 제대로 된 식사를 할런지, 처형당한 요리사의 모습을 봤으니 아무도 요릴 하려하지않을 것이다
테론에게 내 몫의 골드만 받게되면 스톰윈드에서 제일 유명한 식당부터 예약해야겠다
선장실 문이 열렸다
"잡담은 끝났나 테론?"
선장실에서 나온 선장이 물었다
복면을 쓰고있지만 나이는 그렇게 먹은거같지않다
얼굴을 왜 가리고있는거지?
"아! 선장님. 마침 선내상황보고를 드리려던 참입니다."
테론이 과장된 몸짓으로 고개를 숙였다
엘프는 자존심이 강한 종족이라고 했는데 해적집단에서 살아남기 위한 처세술인가?
해적놈들의 아부는 그다지 듣고싶지도 않고 배를 마저 채우고싶었기에 식당으로 이동했다
냄새나는 선실들을 지나고 식당에 들어섰다
카드 내기를 했는지 한쪽 구석에서 판을 벌리고 있는 무리와 조용히 구석에서 물에 빵과 육포를 찢어 담가먹는 노움.
아까 테론에게 보고하던 애꾸 오크도 죽인지 스프인지 모를 음식을 먹고있었다
자리를 잡고 아까 씹던 육포를 마저뜯는데 구석에 있던 노움이 식사를 멈추고 그릇을 내 앞으로 옮겨와 먹기시작했다
"허락한적은 없는데."
일부러 퉁명스럽게 말했다 일만 마치면 바로 헤어질 족속들이기 때문에 가능하면 대화하고 싶지않았다
"너무 그러지말라고요. 당신은 해적같이 보이지않아요."
"그러는 너는 해적이 아닌가?"
노움은 잠시 멈칫하더니 웃음을 참기시작했다
별로 웃을일도 아니지만 일부러 그러는건지 노움들이 좀 명랑하다 듣긴했다
노움이라 나이는 가늠하기 어려웠지만 종족 특유의 왜소한 체구와 높은 목소리때문에 소녀처럼 보이기도 했다
"저는 해적이 아니에요. 당신처럼 임시로 고용된 몸이죠. 골드가 필요하거든요."
다시보니 남루한 셔츠와 바지를 입고있는 다른 해적들과 의복의 질이 틀렸다
예전에 테라모어에 체류했던 마법사들이 입던 로브와 비슷하게 보였다
"마법사인가?"
내가 묻자 노움의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면서 주문을 외었다 주문이 끝나자 그녀의 손에는 빵이 들려있었다
"육포만 먹는거보다는 나을걸요? 진짜 요리한 빵보다는 별로겠지만 나름 괜찮아요."
그녀가 빵을 건네자 안받을 이유도 없었기에 빵을 받았다
딱딱하긴 했지만 못먹을 정도는 아니였다
"재료들은 꽤 있는데 요리할줄 아는 선원이 없는거 같더라구요. 그래서 이렇게 마나빵하고 육포를 적셔서 먹고있었는데 당신이 보이길래 자리를 옮긴거죠. 요리할줄 아세요?"
음식을 씹는건지 질문을 하는건지 쉴새없이 입을 움직인다
"아니, 요리라고는 해본적이 없어."
마나빵을 씹다가 얼굴을 찡그렸다 이건 도저히 맛있다고 할수 없었다 노움은 상위에 있던 새그릇에 물을 부어 나에게 밀었다 잠깐 멈칫한 나는 그냥 그 호의를 받아들이고 그릇에 빵과 육포를 찢어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