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일 취재를 종합하면, 크래프톤은 최근 일부 임원에게 재계약 불가를 통보했다. 이는 경영 효율화의 일환으로 임원진 규모를 직접적으로 축소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임원 감축과 더불어 실장급(조직장) 인사에 대한 고용 형태 변화도 예고됐다. 크래프톤은 내년부터 실장급 인원들을 계약직으로 전환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에도 일부 고액 연봉자는 계약직 형태를 유지해 왔으나, 이번 조치는 실장급 보직자 전반을 대상으로 계약직 전환을 확대 적용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는 고위직의 고용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된다. 계약직으로 전환된 실장급 인원이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계약 만료 시점에서 자연스럽게 계약을 종료하는 방식으로 인력을 감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일반 직원은 자발적 퇴사를 유도하고, 내보내기 용이한 고위직은 재계약 불가 혹은 계약직 전환 후 성과 평가를 통해 감축하는 투트랙 전략인 셈이다.
이러한 현상은 퍼블리싱 조직에서 더욱 뚜렷하게 감지되고 있다.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퍼블리싱 조직을 중심으로 강도 높은 인력 감축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재계약 및 계약직 전환 이슈가 조직 내 리더십 강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사업실 등 실무 조직에서 계약 연장 여부가 성과뿐만 아니라 리더십에 대한 순응도와 직결될 수 있다는 우려다. 사실상 재계약 권한을 통해 조직의 인적 구성을 리더십의 의중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재편하려는 움직임으로 관측된다.
앞서 크래프톤은 본사 지원 조직을 중심으로 소규모 조직의 기계적 통합을 진행해 왔다. 3명 안팎의 소수 인원으로 구성된 팀을 타 조직과 합병하여 업무 중복을 발생시키고, 이 과정에서 입지가 좁아진 구성원들이 자발적 퇴사 프로그램을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일련의 조치는 신규 채용 중단부터 시작해 자발적 퇴사, 조직 통폐합, 그리고 이번 고위직 감축 및 특정 조직의 인적 재편까지 단계적으로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이는 물리적인 정리해고 선언 없이도 전사적인 고정비 절감과 인력 자연 감소를 달성하기 위한 치밀한 프로세스로 해석된다.
크래프톤 관계자는 "인위적인 구조조정이 아닌, 'AI First' 전략에 맞춰 조직의 체질을 개선하고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자발적 퇴사 선택 프로그램'은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구성원의 자율적 진로 선택을 돕기 위한 전사 공통 제도이며, 임원 및 조직장급 인사 변화 또한 성과와 역할에 기반한 결정일 뿐 특정 조직의 축소나 감축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