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다시 고개드는, '게임 부처 이관론'

칼럼 | 이두현 기자 | 댓글: 3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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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산업의 주무 부처가 꼭 문화체육관광부여야 하는가?"



지난 15일 한국게임법과정책학회 춘계학술대회 현장 ©INVEN

이 질문이 최근 게임업계 일각에서 다시 흘러나오고 있다. 학술대회 발제문, 업계의 비공식석상, 일부 국회 정책 토론회 등에서 산발적으로 제기된 논의다.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다. 산업이 정체 국면에 들어설 때마다 수면 위로 떠오르곤 했다.

부처 이관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정책 의제다. 게임만을 위해 법 개정과 부처 간 권한·예산·인력 재배치 협상이 이루어지는 모습은 쉽게 떠올리기 어렵다. 콘텐츠 진흥 통계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는 산업을 다른 부처가 자연스럽게 넘겨받는 구도는 사실상 실현되기 어렵다.

산업 호황기에는 부처 이관 같은 큰 의제가 부상하지 않는다. 정체가 길어지고, 종사자들이 흔들리며, 글로벌 경쟁국과의 격차가 벌어질 때 비로소 "지금 체계로 괜찮은가"라는 질문이 표면으로 올라온다. 이 질문은 현재 산업이 다시 정체 구간으로 접어들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정체는 지표에서 드러난다.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2025년 국내 게임 이용률은 50.2%로 집계됐다. 2022년 정점이었던 74.4%에서 3년 만에 24.2%p 하락했다. 매출은 2024년 23조 8,515억 원으로 3.9% 성장에 그쳐, 2020년 코로나 특수기 21.3% 성장률의 5분의 1 수준으로 둔화됐다. 수출액 역시 85억 347만 달러로 1.3% 회복에 머물러, 2022년 사상 최고치인 89억 8,175만 달러를 다시 넘지 못했다.

부처 이관이라는 의제까지 언급될 정도로, 지금 한국 게임산업이 기존 정책 체계의 한계에 도달했다는 사실 자체가 하나의 명확한 신호다.

'게임은 문화다'라는 명제는 지난 10여 년간 한국 게임업계의 방패였다. 셧다운제 논쟁, 세계보건기구(WHO)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 시도 등 거듭된 규제와 사회적 공격에 맞서, 게임을 문화의 영역에 묶어두는 것은 질병과 중독이라는 프레임을 막아내는 방어선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이 같은 정의는 산업의 미래를 그릴 때 정반대로 작용한다. 오늘날의 게임은 단순한 서사 콘텐츠를 넘어 AI·실시간 렌더링·클라우드 컴퓨팅이 결합된 거대한 기술 테스트베드다. 그럼에도 '문화 콘텐츠'라는 단일 정체성에 묶인 산업은 영세 창작자 지원, 인디 게임 제작비 지원, 해외 진출 마케팅 지원이라는 기존 지원 체계의 천장 아래에 머물러 있다.

'조세특례제한법'상 국가전략기술 81개(2026년 2월 시행령 개정 기준)에 포함된 반도체·이차전지·디스플레이는 R&D 비용 최대 50%, 시설 투자 최대 35%의 세액공제를 받는다. 반면 게임 엔진, 실시간 렌더링, AI 콘텐츠 생성 같은 게임의 핵심 기술은 이 명단에 없다. 일반 R&D 공제(2~25%)를 적용받는 데 그치는 것이 현실이다.

문체부 산하 문화 계정 모태펀드 역시 영세 창작자 육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천문학적 R&D 예산이 투입되어야 하는 게임산업의 딥테크 생태계를 감당하기에는 규모와 성격이 맞지 않는다는 평가가 학계에서 거듭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결국 문체부가 게임산업의 주무 부처로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해왔다는 지적이다.



지난 2월 개최된 더불어민주당 게임특별위원회 토론회 현장

현재 거론되는 대안은 부처 이관을 통한 산업 위상 격상으로, 크게 기술과 수출이라는 두 가지 관점이 맞물려 전개되고 있다. 게임의 핵심 기술이 차세대 AI의 기반이라는 점에 주목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이관하자는 의견과, 게임을 주요 수출 전략 자산으로 보아 '국가첨단전략산업법' 체계에 편입시킬 수 있는 산업통상자원부로 이관하자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논의는 어느 한 부처를 선택해야 하는 양자택일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산업 진흥은 과기정통부나 산업부가 주도하고, 이용자 보호 및 등급 분류는 문체부 혹은 신설 기구가 전담하는 이원화 모델로 분리·재설계하는 방안도 함께 설득력을 얻고 있다. 마침 국회에는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게임산업법 전부개정안'이 대기 중이다. 이번 개정안 심사 과정에 부처 이관 논의까지 결합한다면, 거버넌스 재설계를 위한 마중물이 될 수 있다.

만약 문체부가 관할권을 유지하고자 한다면, 기존의 낡은 지원 체계를 답습하는 대신 획기적인 진흥책을 제시해야 한다. 가칭 '콘텐츠전략산업법'을 제정하여 게임을 비롯한 첨단 기술 융합 콘텐츠에 국가첨단전략산업에 준하는 세액공제와 대규모 R&D 지원을 제공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주무 부처로 남으려면 '문화'라는 울타리에 산업을 가두는 것을 넘어, 그에 걸맞은 정책적 체급을 문체부 스스로 증명해내야 한다.

'게임은 문화다'라는 명제는 외부 공격으로부터 산업을 지킬 때는 방패였지만, 산업이 차세대 기술 융합 생태계로 도약해야 하는 지금은 굴레다. 부처 이관이라는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 것은 결국 그 굴레를 이제는 풀어야 한다는 신호다. 부처를 옮기든, 법을 새로 만들든, 지원 체계를 다시 짜든 결론은 하나로 귀결된다. "주무 부처가 어디여야 하는가"라는 첫 질문에 정부와 업계가 명확한 답을 내리지 못한다면, 한국 게임산업은 앞으로도 20년 된 낡은 틀 안에 그대로 갇혀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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