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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햇수로 10년 하스스톤, 첫 정규전 전설 나홀로 감동의 끄적임

실력혹은운빨
댓글: 30 개
조회: 1067
추천: 17
2023-12-29 17:03:00
나는 게임을 참 못하는 편이다.
스타는 운영은 둘째 치고 기본적인 유닛도 잘 못 뽑고,
오버워치는 최고의 플레이어 영상이 뜰 때 
그 플레이의 제물로 바쳐지는 모습으로 자주 등장하며,
하스스톤도 다 이겨 놓고 카드 잘못 내거나
킬각 잘못 계산해서 지는 경우도 허다하였다.
그런 내가 오늘 아침 정규전 첫 전설을 찍었다.
막차 탑승에 내가 받은 숫자는 '58626'
다른 사람에게는 초라해보이는 숫자이겠지만,
난 오늘 아침 그 숫자를 바라보며 한참을 히히힛 웃었다.
날아갈꺼같았다.
자그마치 햇수로 10년이다.
나는 게임을 못해서 그냥 포기하고 있었다.
전설이 처음은 아니다, 야생에서 21년 12월에 
그 당시 사기덱이던 두억술사로 야생전설을 찍었었다.
하지만 야생처럼 압도적인 사기덱이 없다고 생각해
정규전에서의 전설은 그냥 포기하고 있었다.
하루에 게임을 많이 해도 1시간 정도였다.
바쁜 회사일에 집에가면 두 아이와 놀아주고 
재우고 나면 와이프와 쌓여있는 집안일을 하고
항상 12시가 넘어서 침대에 누우니 게임이라고는
아침 여유시간에 잠깐, 그리고 점심시간에 잠깐...
그마저도 전장에 빠져서 전장 한두판 하는게 다였다.
그러다가 이번에 새 확장팩이 나오고 정규전을
다시 조금씩 돌리기 시작했다.
나름 카드팩에서 전설들도 잘 나오고 모아놓은 가루로
필요한 전설들도 마련을 해서 티어덱을 돌렸다.
그러면서 지난달부터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지난달 다이아 1급 까지는 올라갔지만 미끄러져서
다이아 3급으로 마무리 하였다.
문턱을 보고오니 욕심이 아닌 갈증이 생겼다.
미끄러져도 다시 해보자, 12월이 아니면 1월이라도,
그게 안된다면 그 다음달에라도!
이번달도 사실 조금은 포기했었다. 
10일도 되기 전에 다이아 5급에 올라왔지만
1급에까지 올라갔다가 5급으로 다시 떨어지기를 몇번
순혈기사에 치이고 시프법사에 뚫리고 용드루에 밟히고
그때마다 티어덱을 바꿔가며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망할 노루' 하며 비취드루와 토큰드루에게 많이 당해서
억하심정에 드루이드는 싫어해서 잘 하지 않았다.
용드루에게 묵직하게 수시로 밟히고 감정이 좋지 않았다.
그러다 하이렌더 드루이드를 만나 다 이겼던 게임을
뚫리기 직전의 명치가 다시 두꺼워지는 것을 보고,
열심히 깔아두고 키워낸 하수인 다 털리면서
죽기 직전까지 갔다가도 어떻게든 꾸역꾸역 살아나는
그런 끈질진 모습을 마주하였었다.
그때는 참 역했지만 무언가 내 모습 같았다.
그래서 나도 그 덱을 복사해와서 시작하였다.
그리고 오늘 아침 전설까지 남은 승수는 3승
오딘전사와 만남에서 방어도 쌓지 못하게 열심히 때리고
열심히 도발 하수인 깔아서 겨우겨우 1승,
시프법사를 만나 시프가 나오기 전에 열심히 명치를 달리고
제발, 제발 시프는 아직 나오지 말라며 기도하다가 또 1승,
나가악사를 만나 손패가 잘 풀리지 않았는지 내 공세를
막기에 급급하다가 생명력 3을 남겨놓고 항복을 선언
그렇게 나는 첫 전설을 그 갈증을 해소 할 수 있었다.
정말 기뻤다, 거기다가 점심을 먹고 왔더니 회사 인트라넷에
진급자 발표가 나서 이제 나는 과장이라고 한다.
사무실 여기 저기서 축하한다고 한턱 쏘라고 하는데
마치 오늘 정규전 첫 전설을 축하 받는 기분도 들었다.
솔직한 심정으로 과장 진급보다 첫 전설이 더 기뻤다.
햇수로만 10년, 예전보다 많이 해가 저문 하스스톤,
봇과 만나서 게임하는 경우도 많은 하스스톤의 현재가
조금은 서글프지만 10년을 함께 했다.
그동안 참 고마웠고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
네가 완전히 저물어서 끝날때까지 난 함께 하려니까.

Lv2 실력혹은운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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