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는 막말과 김몬테와의 Summoning Insight 시리즈로 잘 알려진 'Thorin' 던컨 실즈가 Gamurs.com에 새 칼럼을 기고했습니다.
스압주의! 조오온나 깁니다!
간단요약:
1. 국제대회가 많을수록 서양팀들, 나아가 중화권 팀들도 국제대회의 중압감에 적응하고 제 실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2. 대부분의 대회는 여전히 한국팀이 지배하겠지만, 상관없다. 국제대회를 늘려야 각 팀들과 각 지역의 제 실력을 제대로 볼 수 있을 것이고, 이는 모든 이들에게 좋다.
3. 장기전보다는 단기전에서 약팀들, 즉 서양팀들이 이변을 일으킬 확률이 더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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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제목:
<Thorin의 처방전: 국제대회가 많아질수록 서양팀들의 실적도 좋아질 것이다.>
서양권 1시드 팀들의 실망스런 롤드컵 조별예선 탈락으로 인해, LOL 프로씬에서 국제교류전이 매우 부족하다는 논란이 재점화되었다. 4강에 진출한 유일한 서양팀(H2K)은 중국 최고의 팀(EDG)을 연달아 꺾은 걸 자랑할수야 있겠지만, 만약에 H2K의 길목을 한국팀이 가로막고 있었다면, H2K는 과연 똑같이 4강을 달성했을까? 절대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핵심적인 질문은 바로 이것이다: "국제 교류전이 더 많아진다면, 서양팀들과 동양팀들은 어떤 영향을 받을까?"
1. 희망과 공포
이스포츠 열성팬들은 세계 최고의 팀들이 더 심한 압박감을 느끼면서 플레이하는 국제대회가 더 많이 개최되기를 원한다. 선수들이 커리어 대부분을 보냈기에 편안함을 느끼는 자국리그에서 벗어나길 바란다. 경기의 다양성을 원하는 이들은 다른 지역에서 온 팀들이 서로를 만나서 다른 지역에 적응하고 극복하는 과정을 보고싶어한다.
하지만, 많은 서양인들은 국제대회가 많아진다면 서양권 자국리그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고, 자국의 롤판이 통째로 망하게 될 거라는 심각한 걱정도 품고 있다. 서양사람들은 롤드컵이 수십번 개최되는 것과 같은 효과가 나올까봐 걱정하고 있다. 표본수(대회 횟수)가 늘어날수록, 이변의 확률은 더더욱 줄어들 것이고, 한국 최고의 팀들에 대항하는 서양팀들의 실낱같은 희망마저 사라질까봐 걱정하는 것이다.
다른 이들은 스타크래프트2 이스포츠의 꾸준한 몰락을 예시로 들며 자신의 주장을 펼친다. 스타2를 즐기는 많은 서양게이머들은 잘 알겠지만, 한국인들이 서양인들을 대회에서 완전히 압도하는 현상이 장기화되면서 시청자 수가 감소했다는 것이다.
(옮긴이: 오늘 SKT, KT, CJ, 삼성, MVP 등 5개의 케스파 소속 스타2 프로게임단이 해체를 선언했으며, 이에 따라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도 14년의 대장정을 끝으로 막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2. 불안감 없애기
여러 방면에서 최고급의 플레이를 보여주며 지역 강호로 군림하는 엘리트 서양팀들에게 더 많은 국제대회 기회를 줄 수록, 그들의 "진짜배기" 실력, 평소의 좋은 실력을 완전히 발휘할 수 있는 기반이 더욱 탄탄해질 것이다. 국제대회가 자주 열린다면, TSM처럼 전설이 될 수 있었으나 결정적인 대회 한두번을 망친 팀들이나, 2016 MSI의 CLG처럼 어쩌다가 한 번 기대이상으로 잘한 거 덕분에 거품이 낀 팀들은 더 이상 없을 것이다. 프로팀들이 국제무대에서 어느정도의 평균 실력을 뽐낼 수 있는지 좀 더 정확히 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중압감, 국제적인 환경, 멘탈과 플레이스타일 문제로 국제대회에 그냥 적응을 못하는 팀들도 나올 것이다. 또한 반대로 세계적인 큰 무대에 와서야 비로소 자신의 실력을 100% 뿜어내는 팀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극적인 상황은급격히 늘어난 경기 수에 비해 훨씬 적게 일어날 것이다. 결정적인 대회 한 번 못한 것 때문에 심각하게 저평가받는 위대한 선수도, 두세번 대박이 터진 것 때문에 프로씬에서 겨우 명맥을 잇는 선수도 사라질 것이다. 대회 한 번 잘했다고 서양의 구원자로 추앙되고 과거 커리어마저 미화되는 선수도 없어질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명언을 인용하자면, "완벽한 이들이 완벽함이 그들의 습관이라는 걸 우리에게 증명할 수 있도록, 간섭하지 마라."
인생에서 어쩌다 하루이틀 완벽한 경기를 가진 선수들이, 본 실력은 그게 아니라는 걸 증명할 수 있도록 냅두자.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미지에 대한 공포는 인류의 걱정이었다. 따라서, 재능있는 선수들이 국제전의 중압감에 눌려 평소의 제 플레이를 못 보여주는 것은 당연하다. 최고의 한국팀을 상대해야 한다는 압박감은 제외하고서라도 말이다. 다른 게임에서도(옮긴이: Thorin이 분석가로 일하고 있는 카운터스트라이크, 약칭 CS:GO에선 국제대회가 정말, 정말, 정말 자주 열립니다.) 통한 방식이지만, 자주 열리는 국제대회는 마치 노출요법처럼 작용할 수 있다. 국제전이 많을수록, 토너먼트 경기에서 선수들이 맘을 더 편히 먹고, 덜 떠는 것이다. 국제대회에서 지더라도 괜찮다. 이미 최악의 경우의 수를 깨달았으니, 선수들은 부담을 덜 수 있고, 수백만명의 관중 앞에서 치욕을 당하는 걸 걱정하느라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고, 미래에 제 실력을 보여주는 데 더 집중할 수 있다.
대회에서 더 많은 한국팀들을 만나고, 그에 대비해 한국팀들과 더 많은 연습을 한다면, 서양팀들은 더욱 뜻깊은 경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 경험에서 배우고, 더 강력한 상대들에 적응하고, 강력한 팀에 대비하며 실력을 갈고 닦을 기회도 더 많아질 것이다.
요약하자면: 롤드컵과 비슷한 규모와 권위의 대회가 2~3개 정도 더 열린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올해의 H2K나 작년의 Origen 같은 팀들은 2~3개 대회 모두에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거두지 않았을 수 있다. 마찬가지로 올해의 TSM이나 작년의 프나틱 같은 팀들은 자신들이 서양권 최고의 팀이라는 걸 지속적으로 증명했을 수도 있으며, 운 좋으면 한 두번 정도는 상위권 성적을 낼 가능성이 어느정도 있었을 것이다.
3. 아시아 팀들의 강세. 그 속에 담긴 미묘함.
최고의 한국팀들이 국제대회 대부분을 우승하고 승자의 아우라를 더 강하게 내뿜을 것이라는 예상, 지극히 당연한 예상이다. 막 5개의 대회를 한꺼번에 우승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전혀 부정적인 현상이 아니다. 역사상 최고의 팀들이 어떻게 하면 정상의 자리를 꾸준히 지킬 수 있는지, 그 방법과 과정을 생생히 목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VS 서양 구도만 생각했는데, 이제는 중국으로 시선을 돌려보자. 국제대회가 늘어날수록, 가끔씩 중화권 팀들이 최고의 자리를 차지하게 될 확률도 늘어날 것이다. 지난 두 번의 롤드컵에서 중국팀들은 좋은 웃음후보가 되었지만, 시즌3와 시즌4의 OMG처럼 최고의 한국팀을 상대로도 기회만 주어진다면 언제든지 이변을 일으킬 수 있는 저력을 가진 팀들을 배출해 낸 지역이 중국이기도 하다. EDG같은 팀들이 안방호랑이로 전락하고 국제대회에서 실패했지만, 2015 MSI 처럼 우승 가능성을 보여주는 좋은 대회가 한 번 정도는 나오지 않을까? 앞으로 그런 대회가 죽었다 깨어나도 안 나올 것 같진 않다.
또한, 최고의 서양팀들이 최고의 중국팀들 상대로 충분히 해볼만 하다는 게 이미 증명되었기에, 중국의 선전은 서양팀들의 공한증을 해소하는 데 간접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럼으로써 국제전을 시청하는 팬들의 마음을 다시 사로잡을 수 있다. (가능성은 정말 낮지만) 한국 1시드팀이 토너먼트에서 중국팀에게 탈락했는데, 상성이 맞물리는 최고의 서양팀이 그 중국팀을 상대로 박빙의 승부를 보여줬다고 상상해보자는 것이다.
4. "야 티비 꺼라. 안 봐도 뻔하지 뭐."
"너무 많은 한국인들이 서양의 스타2 대회들을 싹슬이하는 바람에 스타2 이스포츠의 인기가 죽었다."는 설은 진실과는 거리가 있으며, 오히려 커뮤니티에서 주로 받아들여지는 가설에 불과하다. 스타2가 몰락한 시기와 LOL 이스포츠가 부상한 시기는 소름 돋을 정도로 일치한다. 또한, 유행은 언젠가는 시든다는 순리를 기억해야 한다. 독창성과 신선함이 무뎌져서 없어질 때, 유행하던 것들은 사라져버린다. 스타2를 즐겨보던 캐쥬얼한 시청자들이 언젠가는 LOL이나 CS:GO를 매일매일 시청하리라고, 옛날에 과연 상상이나 했을까?
서양의 스타2 팬들은 단순히 서양 선수들이 우승하거나 상위권에 입상하는 것을 바란 게 아니다. 그들은 최고의 서양 선수들이 최고의 한국 선수들을 상대로 명경기를 펼치고 이기는 것을 원한 것이다. LOL 국제대회가 더 자주 개최될수록, 서양팀들에게 그러한 기회도 더 많이 제공될 것이다. 드라마같은 스토리와 명경기들은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게 되어있다. 자, 여기서 제일 중요한 것은 국제대회의 단순한 횟수뿐만이 아니다. 대회방식과 구조도 똑같이 중요하다.
5. Time Crisis
번역자: 여기는 요약합니다.
스타2의 Jinro, HuK, Naniwa, Stephano 등 극히 예외적인 케이스를 제외하면, GSL 처럼 오랜 기간동안 열리는 대회에서는 외국인들이 이변을 거의 일으키지 못했습니다. 그나마도 최대가 8강이었죠. 그러나, IEM처럼 단기 대회에서는 서양 선수들이 한국선수들을 누르는 경우가 종종 생겼다고 합니다. 또한, LOL판에서도 IEM에서 갬빗이 프로스트와 블레이즈와 KT Bullets를 이겼고, 2015 MSI에선 EDG가 우승했고, 2016 MSI에선 CLG가 준우승했습니다. 이런 역사적 사례를 보아, 장기전보다는 단기전이 약팀에게는 더 유리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변의 확률이 그나마 더 높다는 것이죠.
결론: (약팀들에게) 한 줄기 빛을.
LOL과 스타2의 여러 대회를 종합분석하여 내린 간단한 결론은, 대회 기간이 길어질수록 최고의 한국인 선수들이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더 길어지고, 그만큼 대회 우승의 확률도 비약적으로 높아진다는 것이다. 칼럼 초반에 말했듯이, 롤드컵과 비슷한 수준의 대회들이 더 자주 개최될수록 서양 선수들이 적응하고, 경험을 쌓고, 제 기량을 보여주고, 발전할 기회도 더 많아질 것이다. 국제대회들의 기간이 짧아지면 짧아질수록, 다전제에서 서양팀들이 한국팀들을 이길 확률이 조금이나마 올라갈 것이고, 아주 드문 경우라면 우승까지 차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서양팀들이 한국팀들 수준으로 대회준비를 철저하게 할 수 있는 날이 온다면, 이는 마치 핵분열처럼 엄청난 사건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단기간에 낼 수 있는 성과가 아니다. 빠른 시일 내에 더 재밌고, 덜 일방적인 대회를 개최하고 싶다면, 한국팀들이 대회 중에 준비할 시간을 주지 않도록 단기전을 개최하는 것이 옳다. 국제전이 늘어난다고 해서 서양팀들과 서양팬들이 두려움에 떨 필요는 없다. 더 이상 두려워할 것도, 잃을 것도 없으며, 앞으로 얻을 것은 아주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