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악수가 될까요,
아님 묘수가 될까요?
사실 이에 대한 생각의 시작은
'왜 하필 실바나스인가?'
라는 논지에서 시작 됐습니다.
꽤 많은 사람들이
실바나스의 대족장 승계의 이유로 들고
볼진 또한 언급한 것은
크게 두 가지 일것 같습니다.
하나는 리더쉽이고
다른 하나는 로아의 선택이죠.
먼저 리더쉽에 대한 것 부터 생각해봅시다.
볼진이 말한 실바나스의 리더쉽이란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모두를 구한 공적과 판단력'
정도가 될 수 있는데요.
사실 이는 제 생각에
굳이 실바나스가 아니라
누구라도 가능했지 않았을까 합니다.
만약 실바나스가 부상을 당하고
볼진이 멀쩡했다면?
바인이 괜찮았다면?
과연 그들도 같은 상황에 처했을 때
실바나스보다 못한 판단을 내렸을까요?
그렇진 않았을 것 같습니다.
볼진이 여태껏 보여준 상황판단력과 현명함,
바인이 소설 전쟁범죄에서 보여준
절제력이나 판세를 읽는
(재판도 피고와 검사와의 설전을 기준으로 본다면,
그리고 그 설전에서 상대측 논리의 약점을 읽고
치고 들어가는 시야와
수세에 몰렸을 때 흥분하지 않는 절제력)
눈을 미루어 짐작컨데
방법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결국 호드를 위기에서 구해 낼 수 있었을거라 봅니다.
결국 리더쉽의 경우는
실바나스에게 천운이 따라서
다행히 혼자만 괜찮았던 상황
이라 가능했던 기회였을 겁니다.
두번째로 로아의 선택에 관한 것인데,
(사실 이 '선택'이라는 표현은
제가 볼진의 대사를 뭐라 함축해야 하는지
적절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서 쓴 표현일뿐
실제 선택받은 것을 의미하진 않습니다.
'언급'이라 할 수도 있겠고
'환영의 해석' 이라 할 수도 있겠죠)
이게 볼진의 주관이 너무 강력히 들어간 것 같아
좀 그렇더군요.
리더쉽에 관한 문제는
볼진 아닌
누가, 누구를 판단하더라도
꽤 객관적으로 판단 할 수 있는 문제이지만
로아는 영적, 주술적, 종교적 영역입니다.
객관이 끼어들기 껄끄러운 편이죠.
게다가 '볼진의 로아' 라는
그 '브원삼디(?)' 라는 로아가
죽음에 관한 로아인 것은 둘째 치더라도
'볼진의(누구보다 볼진과 가장 밀접한)' 로아이기에
볼진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그 '로아의 선택'에 대한 해석을
함부로 판단 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같은 트롤이라도 말이죠.
물론 플레이어 또한 마찬가지이죠.
우린 '볼진'이 아니잖아요?
그렇다면 우린 이 문제를 배제하고
'볼진의 판단'을 판단해야 할 겁니다.
이 두가지,
'리더쉽에 대한 객관적 타당성과
로아의 선택에 관한 판단 불가능성'
을 놓고 본다면
결국 실바나스에게
대족장의 자리를 물려준 것은
다른 객관적 근거에 의한 것이라기 보단
볼진의 주관적 판단에 의한
결정이었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물론 연합의 수장이라는
막중한 자리를
개인의 판단으로 결정한다면
연합 구성원들의 반발이
없을래야 없을 수 없습니다.
이렇게 되면
결국 리더쉽과 로아의 선택
이라는 두 가지 이유는
그 타당성을 상당부분 잃게 됩니다.
하지만
우리의 현명한 볼진은
그럴 듯해 보이고,
불만이 있더라도
함부로 반박할 수 없는
두 가지
"핑계"
를 앞세워
실바나스에게 대족장의 지위를 물려주게 됩니다.
앞서 말한 리더쉽과 로아 가 바로 그것이죠.
실바나스에게 목숨을 빚진 바인과 스랄은
말 할 것도 없고
부서진 섬 전투에 참여하지 않았던
(적어도 동영상에서 그 모습이 보이지 않아
참여 했는지 안 했는지 명확히 알 수 없는,
근데 안 했으니 그 시나리오에서 등장하지 않았을 것이라
봅니다)
테론(블엘의 섭정이요. 어우 얘는 왜 이리 이름이 입에 안 붙는지 원.)과 갤리웍스(윅스 인가요?)는
그 문제에 대해서 함부로 끼어들기 어렵죠.
로아의 문제에 대해선......
'더 이상 자세한 설명은 생략' 해도 되겠죠?
그렇다면
볼진이 실바나스에게
대족장의 지위를 물려준
"진짜 이유"
는 과연 무엇일까요?
제 짧은 소견으로는
실바나스가 지닌
'언데드의 여왕' 이라는
지위가 한 몫했지 않았을까 합니다.
사실 이 언데드라는 종족 자체가
참 이질스럽기 그지 없는 종족이죠.
출생을 볼까요?
흑마법, Fel magic
즉 악마의, 군단의 마법에 뿌리를 둔
종족입니다.
역사를 볼까요?
'스컬지' 라는 단어로 함축 되겠네요.
물론 스컬지와 포세이큰은
그 성격과 상징성에서 많은 차이를 보이지만
결국 동전의 앞뒷면과 같다는 점에선
벗어날 수 없습니다.
지리적 위치는 어떻구요?
연합의 수도로서 입지를 굳힌
오그리마는 칼림도어에,
언데드의 수도는 동부왕국에 있습니다.
다 떠나서
일단 멀어요.
오그리마가 십 수년간 호드의 수도로서
자리매김해 왔는데
이 혼탁한 시기에 천도를 단행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됩니다.
그렇다고 호드의 대족장이 오그리마를 비운다?
그 또한 말도 안 되죠.
아 물론 우리 법느님들(존경합니다)의
차원문이라는 어마무시위대존엄한
마법이 있긴 하지만
실바나스가 분신술을 쓸 수 없다는 것을 감안하면
오그리마나 언더시티 둘 중 한 곳에 있게 될 겁니다.
두 곳에 동시에 존재 할 수 없죠.
군단이 쳐들어와서
지금 세계가 멸망하냐 마냐 하고 있는데
출퇴근한다는 건 더 웃기구요.
또한 언데드는 오크, 트롤, 타우렌과 같이
와우 세대(이게 몇 세대 호드죠? 3세대인가요?)
호드를 세운 개국종족이 아닌
그야말로 동맹에 의한 연합 세력입니다.
겉돌고 있는 느낌이 강하죠.
(물론 와우 오리지널 부터 함께 해온 세력인 것은 맞습니다만
오그리마를 함께 세운 칼림도어의 세 종족과 달리 아서스에 대한 복수 때문에 동맹을 맺은 이해타산적 관계라는 점은 변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는 블러드 엘프 또한 마찬가지 입니다.
그렇다면 더더욱 왜?
왜 볼진은 이 '언데드 여왕'에게
호드의 미래를 건 것일까요?
오히려
앞서 말한
언데드의 이질성 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볼진은 실바나스에게 선택을 강요한 것입니다.
너는 '호드의 대족장' 이 될 것이냐
'언데드의 여왕'으로 남을 것이냐
하고 말이죠.
사실 이는
답은 이미 정해져 있고
실바나스는 그저 대답만 하면 되는
꽤 정치적인 선택지입니다.
실바나스가
'호드의 대족장' 으로서
오그리마에 남는 것을 선택한다면
언데드는 더 이상
연합 내 겉도는 이방인 의 이미지가 아닌,
잠재적 불안요소가 아닌
비로소 완전히 호드로 편입된
구성원으로서 자리매김 할 수 있을 겁니다.
게다가 그렇게 된다면
블러드 엘프 또한
애매한 위치를 고수할 수 없이
호드에 완전한 충성을 맹세해야할
보이지 않는 정치적 압력을 받게 되겠죠.
순망치한 이라고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립니다.
기존의 상황을 살펴보자면
그 동안 지리적으로 언더시티는
호드와 블러드엘프 사이에 위치함으로써
본의 아니게 블러드엘프의 '입술'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동맹일지라도
자국의 이익을 우선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연합의 입장으로선
그 '자국의 이익'이 연합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도록 감시해야 합니다.
게다가 블러드엘프는 이미 한 번
태양샘으로 김제덕 상무님께서(오5, 쌍무늼, 5oh......)
한 번 왕래하신 전적이 있으니
더욱 감시를 소홀히 할 수 없죠.
그렇다고
실버문을 감시하겠답시고
(물론 표면적 이유는 다른 것으로 하겠죠)
군대를 왔다 갔다 하게 하면
중간기척지인 언더시티가
좋아할리 만무하죠.
게다가 호드의 입장에서는
언데드 또한 무시할 수 없는 불안요소입니다.
가는 김에 언데드 또한 감시할 수 있는
이 효율적인 기회를 버려선 안 되겠죠.
언더시티가 더더욱 좋아할리가 없겠네요.
그런 이유로 호드는 동부왕국의
이 겉 돌고 있는 두 종족에 대한
감시권과 견제권을 상실합니다.
실제로
언데드 퀘스트를 하다보면
가로쉬가 차원문타고 직접와서
'너 씨 역병 씨 어?! 안 된다 했다?!!'
하고 감시관을 붙이지만
우리의 쎈 언니는
'좆까 임마. 안 들키면 장땡이지'
하시는 입장을 취하시죠.
눈에 보이질 않으니
안심할 수 없고
불안하게 됩니다.
그렇게 된다면 연합의 기본적 신뢰관계가
무너지게 됩니다.
그리고 신뢰가 바로 서지않은 연합은
불안하기 그지 없죠.
그러다 만약!
우리 상무님이 몸 담으신
본사의 이사진들께서 대거 방문하신 이 상황에
켈타스를 따랐던 불타는 군단의 추종자들이 실버문 내에서
활동하고 있다면 어떨까요?
태양샘이 그들의 수중에 떨어지면
1차적으로, 그리고 가장 중대한 문제로
실버문이 군단의 전초기지가 될 위험이 큽니다.
이미 한 번 겪었죠.
영원의 샘이 고대의 전쟁 때 어떻게 쓰였는지.
그 일이 다시 일어난다면 동부왕국 쑥대밭 되는 건
시간 문제입니다.
언더시티가 과연
태양샘의 말도 안 되는 마력을 기반으로 한
엄청난 크기의 차원문에서부터
쏟아져 나오는 버닝 리젼을 감당할 수 있을까요?
어찌저찌 수습을 해낸다 하더라도 문제입니다.
블러드엘프는 태양샘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책임과 그에 따른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되고
연합의 불신은 더욱 깊어지겠죠.
극단적 상황에 까지 치달을 수도 있겠네요.
이런 상황에서
실바나스가
'호드의 대족장'을 선택하고
언더시티가 연합의 '입술'로 돌아섭니다.
이번엔 자의적으로 말이죠.
호드의 군대가 티리스팔 숲에
상주할 수 있게 되며
블러드엘프에 대한 감시가 수월해지고
블러드엘프는 압박을 받을 것입니다.
결국 실버문 또한 완전히 연합에 종속되며
모든 불안요소가 완화되겠죠.
덤이자 아주 중요한 점으로
태양샘에 대한
연합차원의 대대적 관리가 가능해 집니다.
군단의 근거지인 부서진 섬에서 더욱 가까워지고
얼라이언스의 심장인 스톰윈드에 대한 견제도
더욱 수월해지겠네요.
일타삼피.
호드는 유래없이 굳건해지겠죠.
그 모든 것의 총책임자는?
실바나스가 됩니다.
언데드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호드 내에서 언데드라는 종족의
입지와 발언권이 상당히 강력해 질 것
이라는 점입니다.
실바나스가 이를 계산하지 못 할리 없습니다.
컷신에서 보여줬던
볼진의 사망에 자리를 뜨지 못하는 모습은
사실 이를 계산하고 있었을 가능성 또한 크죠.
전우를 잃었다는 것은 마음아프지만
어쨌든 그녀는 종족의 수장으로서
정치적 판단을 쉬어선 안 되는 입장이니까요.
모든 계산을 마친 실바나스는
볼진의 장례식에서
'복수' 라는
아주 원초적인 단어로써
공적에 대한 '분노' 라는
상당히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감정으로
훌륭하게 호드를 하나로 뭉치며
대족장으로 자리잡는데 성공합니다.
볼진은
이 모든 정치적, 군사적 상황을 고려, 판단하여
현재 호드를 가장 잘 뭉쳐낼 수 있는 자를
대족장으로 임명하는 묘수를 둔 것이죠.
실바나스라는 묘수를 말입니다.
하지만
저의 이런 모든 예상을 뒤엎고
(예상이랄 것도 없는 뇌내소설이지만요)
누군가의 말처럼
실바나스가
'언데드의 여왕'으로서
남는 것을 선택하고
가로쉬의 오키쉬 호드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며
군단 확팩의 막보스가 된다면
(시팔 그럼 그 날로 와우 접는거지 뭐)
이는 스랄의 가로쉬 대족장 임명을
뛰어넘는 유래없는 악수로 기록될 겁니다.
볼진이 실바나스에게 대족장을 물려준 것은
과연 묘수가 될까요,
아님 악수가 될까요?
새벽에 잠이 안 와서 끄적여봅니다.
모바일로 써서 스압일지 아닐지 분간도 안 가네요.
언변도 변변찮고 두서없이 길이만 긴 글 참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