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사의 희생부심에 많은 분들이 부정적으로 보시는데 전 개인적으로 공감가기도 하네요.
악사는 우선 항상 내면의 악마에게 지배당할 위협과 싸우고있다는데, 악사들이 스스로 반악마의 길을 걷기로 한 이유를 생각하면 그보다 더 끔찍한 결말은 없겠죠.
애초에 악마를 잡기위해 악마의 힘을 손에넣고, 자의로 그 길을 선택한거니 자업자득이라 생각할수도 있지만, 사실 타의에 의해 강제로 행해진건 희생이라보기가 힘들죠.
악마에 의한 강한 분노로인해 그 길을 택했건만, 가장 불군으로 넘어가기 쉬운게 악사라니 참 아이러니한거같습니다. 물론 악사들이 그 사실을 모르고 일리단에게 속아서 그렇게됬다고 보기는 힘들고, 스스로 그 모든것을 감수한 끝에 내린 선택이라고 봅니다.
또 아제로스의 다른 용사들이야 특이한 케이스가 아닌 이상에야 전장에서 전사한 경우 명예로운 죽음 또는 위대한 희생으로 포장이라도 가능하지만 악사에겐 그런건 없습니다.
반 악마화로 인해 죽어서도 영혼으로 떠도는 일리단이나 사망한 뒤 그 영혼이 뒤틀린 황천에 떨어져, 킬제덴에게 농락당한 끝에 스스로 자신의 모든 희생을 부정하고 타락한 베레디스같은 경우만 봐도 악사는 죽어서조차 구원받을 가능성이 아주 적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살아서도 항상 내면의 악마에게 저항해야하고, 항상 살육에 대한 욕망에 휩쌓인다는 내용을 봤을때, 악사는 삶 그 자체가 투쟁의 연속이라 할 수 있겠죠.
그리고 악사는 입으로만 희생을 떠드는게 아닌, 스스로도 희생에 대해 초연한 모습을 보이는데 악사 듀토리얼 시나리오에 나오는 쉬바라 소환시 나오는 장면이 그 증거죠. 여기서는 플레이어가 직접 희생할수도 있지만, 동행한 악사를 희생시킨다는 선택을 해도 일망의 망설임없이 차원문에 자신의 영혼을 갈아넣어버립니다. 물론 죽어서 그 영혼이 불군의 손에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걸 봤을때, 그 결단이 절대 가볍다고 생각할 수 없습니다.
또 악사들이 일리다리란 이름으로 일리단 휘하에서 저지른 악행들로 그들이 폄하되는 경우도 있는데, 물론 도덕적 관념에서 보면 그들은 악이고, 그들이 행한 행동들은 악행입니다.
비록 아제로스의 수호라는 목적이 있었지만, 그 대의와 자신들의 희생으로 타인의 억압과 희생을 강요했으니까요.
하지만 일리다리라고 모두가 그 사상에 동의하는것도 아니죠. 대표적으로 알트루이스가 있는데.. 물론 얘도 정상은 아닙니다. 자신의 신념을 위해서 기밀을 팔아넘겨 한때 동료였던 악사들을 죽음으로 몰아넣기도 했으니까요. 그렇다고 일리단 충성파가 마냥 악인인것도 아닌게 카인을 보면 동료의 죽음에 스스로를 자책하는 등 상당히 동료들을 아끼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와우를 즐기는 플레이어들이야 결국은 유저가 이긴다는 결말을 아니까 당장의 아제로스의 위협보단 그 과정의 도덕적 행동과 비도덕적 행동을 주의깊게 보시는 분들도 많지만...
사실 악사들의 대를 위한 소의 희생도 완전히 잘못된게 아닌것이 결국 아제로스가 함락되면 그간의 과정이고 뭐고 말짱도로묵입니다. 악마를 잡기위해 악마의 힘을 손에넣은 만큼 그 힘에 대해서 누구보다 잘 아는게 악사들이고, 그만큼 그들을 경계하는것도 악사들이겠죠.
유저인 우리와 달리 한치앞도 모르는 아제로스의 세상에서 호시탐탐 아제로스를 노리는 강대한 불군세력앞에서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았다고 마냥 비난할수는 없습니다.
악사 자체가 이런 도덕적 딜레마에 빠져있는 집단이긴 하지만 당장 아제로스의 현황을 보면 무조건 나쁘다고 비난할 순 없다는거죠.
악사의 희생부심도 그 자신들의 희생도 있지만, 악사들이 보기엔 언제 불군이 아제로스를 집어삼키기 위해서 쳐들어올지 모르는데 얼라 호드 나뉘어 내전이나 벌이는 이들이 한심해보이기도 하고, 또 한번은 자신들을 몰락시켰던이들인 만큼 필요에 의해 손잡긴했지만 상당히 아니꼽게 보이는게 정상이겠죠.
그런 관점에서 보면 악사들의 희생부심은 그저 유저들의 희생에 대한 폄하가 아닌, 유저들에 대한 적대적반응이라고 생각할수도 있겠죠.
물론 위 내용은 제 개인적 사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