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 챗GTP의 등장 이후로 AI는 우리의 삶을 급격하게 변화시키고 있다. 단, "어떻게 바뀌고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지역마다, 혹은 나라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글로벌 검색 엔진과 뉴스 애그리게이터를 통해 '게임(Game)'과 'AI' 키워드를 함께 넣어 분석해봤다. 그랬더니 각 지역이 직면한 상황은 너무도 다른 온도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AI는 누군가에게 당장 밥그릇을 뺏는 '현실'이었다. 누군가에게는 투쟁해야 할 '적'이었다. 누군가에게는 미래를 위한 '실험'이다. 데이터가 보여주는 키워드로 AI로 변하는 세계 게임 업계를 들여다봤다.
AI 사용에 적극적인 중국, 이미 노동이 대체되고 있다

중국 게임 시장에서 AI는 더 이상 먼 미래의 기술이나 선택지가 아니다. 이미 노동 시장을 강타해 수많은 개발자와 아티스트가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검색 데이터는 중국 업계가 '효율'이라는 명분 아래 얼마나 빠르게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중국의 게임 개발 현장은 AI 도입 전과 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급격한 지각 변동을 겪고 있다.
이러한 데이터의 흐름은 실제 현장의 목소리와 정확히 일치한다. 해외 IT 매체 'Rest of World'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 게임 업계의 일러스트레이터들은 AI의 도입으로 인해 사실상 '멸종' 위기에 처했다. 과거 장당 수십만 원을 호가하던 캐릭터 원화 외주 단가는 AI 도입 이후 10분의 1 수준으로 폭락했다. 게임사들은 더 이상 '그림을 그리는 사람'을 찾지 않는다. 대신 AI가 1초 만에 뽑아낸 수백 장의 그림 중 어색한 손가락이나 배경을 수정하는 'AI 오퍼레이터'나 '리터칭 전문가'를 헐값에 고용하고 있다. 창작의 영역이라 믿었던 아트 직군이 단순 기술직으로 전락했다.
대형 게임사들의 움직임은 더욱 공격적이다. 텐센트와 넷이즈 같은 공룡 기업들은 AI를 단순한 보조 도구가 아닌, 핵심 개발 파이프라인으로 구축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넷이즈의 무협 MMORPG '역수한'이다. 이들은 세계 최초로 게임 내 NPC에 거대언어모델(LLM)을 탑재해 정해진 대사가 아닌, 유저와 자유롭게 대화하고 감정적으로 교류하는 AI NPC를 선보였다. 이는 "살아있는 무협 세계"라는 찬사를 받으며 매출 1위라는 성과로 이어졌지만, 동시에 수백 명에 달하던 시나리오 라이터와 스크립터의 설 자리가 사라짐을 의미했다.
중국은 법적으로도 AI 사용을 장려하는 듯한 모양새다. 중국 베이징 인터넷 법원은 AI 생성 이미지에 인간의 독창적 수정이 가해졌다면 저작권을 인정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산업적 변화에 법적인 정당성까지 부여한 셈이다. 중국에서 AI는 생존을 위해 당장 올라타야 하거나, 혹은 밀려나야 하는 냉혹한 현실 그 자체다.
AI 사용에 부정적인 서구권, 잠재적 범죄자 취급받는 AI

반면 북미와 유럽의 검색 결과는 흡사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이곳에서 게임은 단순한 상품을 넘어 '예술(Art)'이자 창작자의 '영혼'이 담긴 저작물로 대우받는다. 따라서 인간의 개입 없이 알고리즘으로 생성된 결과물은 기술적 성취보다는 '표절'이나 '도둑질'로 간주되며, 기업과 창작자, 그리고 유저 사이의 치열한 가치관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서구권의 분위기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건은 바로 헐리우드 배우 조합(SAG-AFTRA)의 파업이다. 이들은 "내 목소리를 훔치지 마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게임사들을 향해 전면 파업을 선언했다. 게임사들이 성우의 목소리 데이터를 AI에 학습시켜, 성우의 동의나 추가 보상 없이 무한대로 음성을 생성해 내려는 시도를 원천 봉쇄하겠다는 것이다. 이들인 이 파업이 단순히 밥그릇 싸움을 넘어, 인간 고유의 '목소리'와 '연기'라는 정체성을 지키려는 처절한 투쟁이라고 생각한다. 유저들도 이러한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이러한 반발은 플랫폼과 시상식의 정책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세계 최대의 PC 게임 플랫폼 스팀(Steam)은 초기 AI 생성 에셋이 포함된 게임의 등록을 무더기로 거부하며 제동을 걸었다. 현재는 AI 사용 여부를 유저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의무화했다.
주요 인디 게임 어워드나 GOTY(올해의 게임) 시상식에서는 "생성형 AI가 핵심 창작 도구로 쓰인 게임은 심사에서 제외한다"는 암묵적이거나 명시적인 룰이 적용되고 있다. 유비소프트나 EA 경영진이 "AI가 개발 효율을 30% 높여줄 것"이라며 장밋빛 미래를 설파할 때마다, 그 아래에는 이를 저지하려는 노조의 성명서와 유저들의 조롱 섞인 밈(Meme)이 달린다. 서구권에서 AI는 혁신의 도구이기 이전에, 끊임없이 윤리적 검증을 통과해야만 하는 '잠재적 범죄자'이다.
"어떻게 써야 하나? AI '활용'을 고민 중인 한국

한국은 어떨까. 네이버와 구글 코리아의 검색 데이터를 교차 분석한 결과, 중국의 '생존형 검색'이나 서구권의 '투쟁형 검색'과는 결이 다른 패턴이 포착된다. 한국의 검색창은 갈등보다는 '학습'과 '탐색', 그리고 '투자'를 위한 거대한 실험실의 데이터 로그처럼 보인다. 대중은 조용하지만, 그 안의 플레이어들은 누구보다 바쁘게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한국의 검색 트렌드는 철저히 '실리주의'와 '내재화'로 요약된다. 네이버에서는 'AI 관련주', '엔씨소프트 바르코', '신사업' 같은 투자 및 비즈니스 관점의 키워드가 상위를 차지하는 반면, 구글 코리아에서는 '스테이블 디퓨전 사용법', '유니티 AI 에셋', '리터칭 강좌' 같은 개발 실무형 키워드가 쏟아진다. 이는 한국 게임 업계가 AI를 거부하거나 싸우는 대신, "어떻게 하면 내 업무에 써먹을까?", "어느 회사 기술이 돈이 될까?"를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특히 한국 특유의 '샤이(Shy) AI' 현상도 검색어에 묻어난다. 'AI 일러스트 리터칭'이나 '기획 활용 팁' 같은 키워드의 급증은, 실무자들이 AI를 적극적으로 쓰면서도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고 '티 안 나게' 퀄리티를 높이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서구권처럼 전면적인 파업이나 윤리 논쟁을 벌이기보다는, 각자도생의 심정으로 조용히 기술을 연마해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은밀한 실험'이 이어지는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