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잭슨'이 꿈꾼 또 하나의 무대, 게임

게임뉴스 | 이두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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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잭슨이 신곡을 음반이 아닌 비디오 게임 안에서 최초 공개하는 발매 방식을 진지하게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운드트랙이나 홍보용 수록곡이 아니라, 새 앨범을 들을 수 있는 유일한 통로가 게임이 되는 방식이다.

이 일화는 '엔터 더 매트릭스(Enter the Matrix)'와 '어스웜 짐(Earthworm Jim)' 등을 만든 베테랑 게임 개발자 데이비드 페리(David Perry)가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 공개한 회고에서 나왔다. 페리는 게임 스튜디오 샤이니 엔터테인먼트를 창업했고 클라우드 게임 기업 가이카(Gaikai)를 세워 소니에 3억 8,000만 달러에 매각한 인물로, 2003년경 잭슨과 함께 게임 프로젝트를 구상했던 경험을 풀어놓았다.



© MJJP Records, LLC.

핵심은 발매 방식이었다. 페리는 잭슨에게 신보를 별도의 음반으로 내지 말고 게임 안에서만 들을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했고, 잭슨도 이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새 앨범을 듣고 싶다면 반드시 게임을 플레이해야 한다는 뜻이다.

발상의 동기는 단순하면서도 야심 찼다. 더 많은 사람을 게임 안으로 끌어들이자는 것이었다. 당시 게임은 이미 거대 산업이었지만, 여전히 게임을 '아이들이나 특정 마니아의 것'으로 여기는 이들이 많았다.

반면 잭슨의 팬층은 세대와 국가, 문화를 가로지르는 전 지구적 규모였다. 신보를 듣기 위해 반드시 게임을 해야 한다면, 평생 게임을 한 번도 해본 적 없던 수많은 사람이 처음으로 컨트롤러를 잡게 될 것이라는 계산이었다.

페리는 음반사가 처음에는 경악하겠지만, 게임 출시 이후 디럭스 음반이 뒤따른다는 점을 알면 설득될 것으로 보았다고 회고했다.

그는 잭슨에게 "오프라 윈프리가 '마이클 잭슨의 새 앨범을 들으려면 비디오 게임을 해야 한다'고 발표하는 장면을 상상해 보라"고 농담을 던졌고, 잭슨은 "나 오프라 알아!"라고 답했다고 한다.

페리는 황당한 아이디어 앞에서도 냉소가 아니라 가능성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잭슨다운 면모였다고 전했다.

그는 글 도입부에서 "마이클 잭슨이 다시 화제에 오른 가운데" 옛 기억이 떠올랐다고 적었는데, 이는 최근 개봉한 전기 영화 '마이클(Michael)'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앤트완 후쿠아 감독의 '마이클'은 2026년 4월 개봉해 음악 전기 영화 사상 최대 규모의 흥행 성적을 기록했고, 잭슨의 조카 자파 잭슨(Jaafar Jackson)이 주연을 맡았다.



© MJJP Records, LLC.

두 사람의 인연은 '엔터 더 매트릭스' 개발 도중 걸려온 한 통의 전화에서 시작됐다. '매트릭스'의 열성 팬이던 잭슨이 출시 전 게임을 미리 해보고 싶다며 자신의 사저 네버랜드 목장으로 페리를 초청한 것이다.

페리에 따르면 잭슨은 영화, 게임, 마술에 깊이 매료된 인물이었다. '엔터 더 매트릭스'를 직접 플레이해본 잭슨은 페리에게 '마이클 잭슨 게임'을 함께 구상해 보자고 제안했고, 페리는 큰 감정선을 이야기로 구조화할 수 있는 작가 친구 데이비드 프리먼(David Freeman)까지 합류시켜 네버랜드에서 본격적인 회의를 이어갔다.

두 사람이 기획한 게임이 흔한 스타 마케팅용 게임은 아니었다. 페리는 잭슨이 직접 등장해 춤추고 노래하는 게임은 이미 '문워커(Moonwalker)'로 만들어진 만큼, 더 크고 놀라운 것을 원했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이 구상한 것은 잭슨이 주인공으로 나서지 않는, 진지한 시네마틱 3인칭 액션 어드벤처였다. 잭슨은 캐릭터 대신 오리지널 음악과 상상력, 그리고 영화·셀러브리티 세계로 통하는 인맥과 특유의 경이로운 감각을 제공하는 역할을 맡기로 했다.

그는 이 프로젝트가 게임이 영화의 하위 매체가 아니라 대등하게 설 수 있음을 증명했다고 보고, 다음 단계로 게임·영화·음악 산업을 하나의 프로젝트로 묶는 구상에 이르렀다.

게임의 제목과 형태는 여러 차례 바뀌었다. 페리가 옛 폴더를 돌아보니 '더 파이널 워(The Final War)', '솔로(Solo)', '더 다크니스(The Darkness)'를 거쳐 '다크 림(Dark Rim)'으로 이어졌다. 초기엔 왕국과 전쟁, 마법을 다룬 판타지 액션 어드벤처였으나, 점차 꿈과 우울, 의식, 그리고 수면 너머의 숨겨진 세계를 다루는 어둡고 심리적인 작품으로 변모했다.

반복적으로 등장한 핵심 메커니즘은 '원격 빙의(remote possession)'였다. 독수리의 눈을 통해 전장 위를 날다가 다른 캐릭터에게 영혼을 옮겨 조종하거나, 적에게 빙의해 성문을 열고, 괴물을 차지해 그 주인에게 맞서게 하는 식이다. 페리는 단순히 무기를 쥐여주는 것이 아니라 공간과 정체성, 그리고 통제를 바라보는 플레이어의 사고방식 자체를 바꾸는 능력을 주려 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마을마다 고유 능력을 가르쳐주는 재능 있는 아이들, 플레이어가 도착하기 전부터 이미 진행 중인 전쟁, 장막 뒤에서 왕국을 조종하는 악당 등 환상과 소리, 마법과 정신을 둘러싼 아이디어들이 담겼다.



© MJJP Records, LLC.

그러나, 프로젝트는 완성되지 못했다. 정식 퍼블리싱 계약은 체결되지 않았고 회의와 문서, 콘셉트, 아트워크 단계에 머물렀다. 2009년 잭슨이 세상을 떠나면서 설계는 미완으로 남았다. 페리는 관련 자료를 공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게임·영화·음악을 하나로 묶고 음악을 게임 플랫폼을 통해 독점 유통한다는 발상은 현재의 트랜스미디어 전략, 게임 내 가상 콘서트, 시네마틱 게임으로 이어지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실제로 오늘날 게임은 영화·음악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고, 포트나이트의 가상 콘서트처럼 음악이 게임 안에서 소비되는 사례도 흔해졌다.

페리 역시 이 아이디어가 지금도 시대를 앞서간 것처럼 느껴진다고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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