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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CAPTAIN - 후배 마르탱 - (13)

퀘드류
댓글: 1 개
조회: 740
2010-01-17 20:22:20
* * ** * ** * ** * ** * *

로자레일과 마르탱이 주점의 구석진 자리를 찾아 마주보고 앉는다.
아직 해가 지지 않아서인지 주점에는 손님이 몇 명 없다.
주점의 주인으로 보이는 중년의 남자는 눈빛도 주지 않고 마른 천으로
술잔만 닦는다. 그에 반해 여종업원은 눈웃음을 치며 친한 척을 한다.

"마르탱 감독관님, 오늘은 일찍 오셨네요? 호호, 오늘도 쉐리로 드릴까요?"

마르탱은 눈빛도 주지 않고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 마르탱의 태도에
여종업원은 입맛을 다시며 돌아간다.

"제가 듣기론 선배님이 노...예가.... 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여종업원이 멀어지자 마르탱이 말을 꺼낸다. 노예라는 단어를 말할 때는
아무래도 껄끄러운지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맞아. 정확히 알고 있군."

"그런데... 이마에 노예인장, 아 죄송합니다."

"괜찮으니 계속해."

"예, 이마에 노예인장도 없고, 아까 보니 선장이시라니요?"

"흐음... 어디서부터 말을 해야할지..."

로자레일은 마르탱에게 노예가 되어 키젤왕국으로 팔려갔던 일과
그곳에서 일어난 배신, 그리고 메데이로스섬에 흘러들어가 선장이 된
일을, 바닷물을 마시면 괴물이 되는 것만 빼놓고 아무런 거짓도 없이
모두 말했다. 마르탱은 고아인 로자레일이 이 세상에서 믿을 수 있는
몇 안되는 사람 중의 하나라고 생각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일이...인장은 절대 지울 수 없을텐데... 이상한 일이군요."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네. 그런데 자네는 항구감독이라니?
당연히 3등사관으로 임관할 줄 알았는데 말이야."

"그게, 사정이 좀 있었습니다. 졸업을 얼마 남겨두고 집에서 서신이
왔지요. 아버님이 위독하시다니 서둘러 돌아오라는 말이었습니다.
어머님도 오래 전에 돌아가시고, 혼자 계시던 아버님이 위독하시다니
저는 서둘러 돌아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임관도 불가능하게
되었지요. 그래서 하급귀족으로 항구관리소장을 하시던 아버님의
연줄로 이 곳에서 항구감독관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버님은 이제 괜찮으신가?"

"돌아가셨습니다. 몇 달 안되었지요."

"고인에게 삼가 조의를 표하네."

마르탱의 대답에 로자레일이 안타까운 얼굴로 잠시 묵념을 한다.
마침 여종업원이 쉐리 1병과 간단한 안주를 가져온다.

"고맙습니다."

"별말씀을요, 호호."

로자레일의 인사에 여종업원이 눈웃음을 치며 답하고는 다시 돌아간다.

"어쩌면 3등사관으로 임관한 것 보다 이 곳에서 항구감독관을 하는 것이
나을 지도 모르겠군. 어떤가?"

"하하, 일은 편하지만 제 꿈은 언제나 바다에 있습니다. 멀리 항해를
하고 해적을 때려잡는 것이 제 꿈이었죠!"

"그렇군."

"그래서 말입니다..."

마르탱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얼굴을 들이민다.

"응?"

"제가 선배님의 배에 탈 수 없을까요? 창고당번이라도 좋습니다!"

"항구 감독관이라는 직업은 어떻게 하고?"

"그만 두면 되지요! 아버님이 돌아가시고 그 동안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하지만 역시 저는 배를 타야겠다고 결론을 지었지요! 이렇게 선배님을
만나게 된 것은 네뮬라다께서도 저를 바다로 인도하시려는 것이 분명합니다!"

"선장이라고는 해도 작은 상선의 선장일세. 거기다 선원들은 자네가
때려 잡고 싶어하던 전직 해적들이지.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는가?"

"물론입니다, 선장님!"

벌써부터 로자레일을 선장이라 부르는 마르탱이다.

"좋아 그러면 항해 준비를 마치고 선박으로 오게. 출항은 내일 오후가
될테니, 내일 오후까지 오게나!"

"내일 오전까지 가도록하겠습니다!"

"이건 다 마시고 가지 그러나?"

로자레일이 만면에 웃음을 한가득 머물고 벌떡 일어난 마르탱에게 말하자,
마르탱은 반쯤 차있는 쉐리를 들더니 벌컥벌컥 다 마셔버린다.

"허허.."

마르탱이 한 번에 술병을 비우는 모습에 로자레일이 헛웃음을 흘린다.

"앞으로 이 술을 다시 못마신다고 생각하니 아쉽군요."

"몇 박스 사가면 되지 않겠나?"

"하하, 그러면 되겠군요. 역시 선장님은 똑똑하십니다!"

마르탱은 입술에 침도 안바르고 로자레일의 얼굴에 금칠을 한다.

"주인 아저씨, 앞으로 한동안 못뵈겠군요. 이 분의 배에 타기로 했답니다!"

마르탱이 술값을 계산하며 말한다. 주인은 아무런 표정 변화도 없이 술값을
받는다.

"잠시 기다리게."

주점 주인은 그렇게 말하고는 바의 뒤쪽에 있는 창고로 들어간다.
이 주점의 단골이지만 주인이 말을 하는 모습은 거의 본 적이 없는
마르탱이기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다.

"이런 일이 있을지도 모르기에, 자네 아버님이 부탁한 물건일세.
물론 이 물건이 전해지지 않기를 더 바라셨지만..."

"그런..."

주점 주인의 말을 들은 마르탱의 얼굴이 숙연해 지며, 눈시울이 붉어진다.
"후회가 된다면, 배에 타지 않아도 괜찮네."

"아닙니다! 바다사나이가 한 입으로 두 말 할 수는 없지요!"

로자레일의 말에 마르탱이 눈시울을 훔치며 말한다. 그는 이미 배에 타기로
굳게 결심한 듯 하다. 마르탱이 바에 올려진 물건을 집어든다.
고급스러워 보이는 항해장갑이다. 가죽으로 만든 듯 하지만 정확한 재질은
알 수 없다.

"그리고 이건 내 이별 선물일세."

주점 주인이 여전히 단조로운 어조로 말하며 바의 밑에서 묵직한 상자를
꺼내든다.

"쉐리일세. 자네가 좋아하는 술이지. 상등품으로 골랐으니, 다른 지역에
팔아도 상당한 값을 받을 수 있을걸세."

"팔긴요, 제가 다 마시겠습니다! 하하하! 정말 감사합니다!"

"부디 건강하게."

"건강하세요. 그리울 거에요..."

주점 주인과 여종업원이 작별인사를 한다. 여종업원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세린.... 그렇게 아쉬워할 것 까지는..."

"이제야 이름으로 불러주시는 군요. 다음에 뵐 때까지 건강하세요,
마르탱 감독관님!"

세린이 반은 우는 듯한 표정으로 웃으며 말한다. 주점에 잠시 침묵이
감돈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주인아저씨와 세린도 건강하길!"

마르탱이 목청을 울리며 말하고는 주점 문을 열고 나간다. 로자레일도
인사를 하고 마르탱을 따라 나간다.

"세린이라는 아가씨가 자네에게 마음이 있는 듯한데, 그냥 이렇게 가도
괜찮나?"

"하하, 제 취향이 아니거든요!"

마르탱의 말에 로자레일이 멍한 표정을 짓는다.

"그럼 내일 오전에 뵙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읏차! 이거 은근히 무겁군요!"

"알겠네, 그럼 내일 보도록 하지."

마르탱이 쉐리가 들어있는 상자를 들고는 유유히 사라진다.

"그럼 나도 배로 가볼까."

로자레일이 주위를 둘러보니 벌써 어둑어둑하다. 어둠이 더 내려앉아
항구로 돌아가는 길을 찾지 못하기 전에 얼른 배로 돌아가려 발걸음을
옮긴다. 로자레일이 노예가 되기 전에 맺었던 인연을 이런 식으로 만나
본인의 배를 타게 된다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뿌듯해 진듯 발걸음이
가벼워 보인다.

Lv33 퀘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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