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L 팬아트/카툰 게시판

전체보기

모바일 상단 메뉴

본문 페이지

[일반] 잭스X소나 팬픽-가로등과 별 16화

아이콘 강철안개
댓글: 3 개
조회: 1844
추천: 12
2016-08-13 12:21:11

#. 소나

[…리가……없소.]
[하지만……방법…….]
[………제정신…….]

 이건 무슨 소리일까. 

 아까부터 소나의 귓가에 어떤 소리가 저 멀리서부터 계속 들려오고 있었다. 어떤 사람들의 대화였다. 목소리 톤으로 보아 한 쪽은 남자였고, 나머지 한 쪽은 여자였다. 둘 다 그녀가 아는 사람의 목소리, 특히 남자의 목소리는 이상할 정도로 가슴에 깊게 각인되어 있는 울림이었다. 하지만 그게 누군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소나는 잠의 바다 위에서 이리저리 표류하며, 꿈인지 환청인지 모를 그들의 대화를 계속해서 듣고 있었다. 

 여자는 남자에게 많이 화가 나 있었다. 하지만 그건 남자의 행동이 잘못되어서 난 화라기보다는 그를 염려하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화였다. 진실로 상대를 걱정하는 사람만이 낼 수 있는 분노. 올곧게 상대를 염려하는 그 마음이 너무나도 순수해서, 소나는 조금…자신도 이해할 수 없지만 뭔가 속에서 뭉클 치고 올라오는 듯한 불편한 느낌을 받았다.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소나는 남자를 향해 그렇게 아낌없이 감정을 드러내는 여자의 입장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부러웠다.

 [그런……하지만………위험…….]

 남자는 심한 부상을 입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자는 사지로 뛰어 들어가려고 하고 있었다. 어딘지 모를 위험한 곳으로 가려고 하고 있었다. 삐걱거리는 팔다리를 억지로 움직여서 살 궁리가 아니라 죽을 궁리를 하고 있었다. 희미하게 의식을 잡고 있는 소나조차도 알아차릴 정도로, 그의 목소리엔 진심이 웅웅거리며 들려오고 있었다. 그래서 소나는 놀랐고, 그래서…그 남자가 무서웠다. 두려웠다. 그런데, 이렇게 무서운데, 대체 왜…….

 왜 이렇게 가슴 한쪽이 저려오는 걸까. 

 뭔가 불길했다. 저 남자가 죽으면, 자신이 너무 괴로울 것 같다는 생각이 희마하게 소나의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자신은 저 남자가 야속했지만, 그래도…그래도 그가 죽는 걸 바라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소나는 타인에 대해 자신이 이 정도로 혼란스러운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문득 놀랐다. 저 남자가 도대체 누구길래 자신을 이렇게 혼란스럽게 하는 걸까. 잘 아는 사람 같은데 도무지 누군지 알 수 없었다. 답답했다. 마치 악보를 그릴 때 가장 기초적인 음표 기호가 생각나지 않아서 깃펜을 의미 없이 놀리는 바로 그 기분이었다. 의식이 점점 심연 속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잠의 안개가 그녀를 다시금 감싸 안고 있었다.

 [……래요, 행운……빌어요.]

 그래, 아무려면 어떻겠는가. 이것은 그냥 꿈에 불과할 뿐인데. 결국 소나는 졸음에게 굴복하고 말았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결과였다. 그녀는 48시간이 넘도록 협곡 안에 갇혀 목숨을 위협받았으니까.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제대로 먹지도 쉬지도 못한 채로, 협곡을 나오기 직전에 이르러서는 전쟁터를 연상케하는 살육 장면까지 여과 없이 목격하고 간신히 빠져나온 참이었다. 목숨은 부지했어도 그 경험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소나 같은 연약한 여성이 견딜만한 충격이 아니었다. 그녀의 연약한 몸은 아직도 간절히 휴식을 원하고 있었고, 이윽고 소나의 마지막 남은 의식의 한 가닥 끈이 끊어지려는 바로 그 순간이었다.

 [잭스.]

 의식이 한 가닥 남아있던 바로 그 때, 여자의 입에서 나온 한 마디가 소나의 정신을 강타했다. 몽롱한 의식 중에도 어째서 그 단어만큼은 천둥소리처럼 선명하게 그녀의 귓가에 울렸는지 모를 일이었다. 번개라도 맞은 듯 정수리부터 발끝까지 찌릿한 기분이 그녀를 관통했다. 잭스. 그 남자의 이름이었다. 그녀를 구해준 용병의 이름. 그리고 그녀를…리그에서 나가게끔 한 챔피언의 이름. 그 이름을 듣는 순간 그녀는 모든 것을 기억해낼 수 있었다. 지금까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도, 그리고 그가 어떤 위험에 처해있는지도 전부 다. 

 그가 지금 위험에 빠져 있었다. 아니, 위험 속으로 제 발로 걸어 들어가려고 하고 있었다. 두고 볼 수 없었다. 어쩜 저 남자는 저렇게, 남의 기분 따윈 생각하지도 않고……! 그녀의 의식이 수면을 향해 맹렬하게 부상하기 시작했다. 소나가 깨어나려는 의지를 가진 이상, 제 아무리 두꺼운 잠의 안개도 그녀를 막을 순 없었다. 그 의지의 원천은 소나가 생전 처음으로 가져보는 감정이었다. 뭔가 아주 붉고, 난폭하고, 거친 길에서 마차 바퀴가 덜그럭거리는 소리처럼 불쾌한 감정의 소리……. 지금 그녀는 깨닫지 못하고 있었지만 그것은 그녀 자신의 분노에서 우러나오는 소리였다. 소나는 생전 처음으로 화를 내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많이. 저급한 표현을 써서 묘사하자면 그녀는 ‘쌍욕을 하고 싶을 정도로’ 화가 나 있었다.

 ‘이건 전부 그 남자 탓이야.’

 이유는 모르겠지만 전부 잭스 탓이었다. 자기 몸 따윈 살피지 않고, 항상 자신에겐 뭐가 그리 맘에 안 드는지 퉁명스럽고, 그러면서 쓸데없이 이상한 부분에서 상냥하고, 왜 이렇게 사람 마음을 아리게 하는 건지, 왜 이렇게까지 걱정되어서 미칠 것처럼 만드는지, 대체 왜……! 소나는 짜증과 분노를 못 이겨 몸부림을 치며 생각했다. 일단 그 남자를 무슨 수를 쓰든지 안전한 곳으로 끌고 오고 싶었다. 

 뺨을 때릴지 말지는, 그 뒤에 생각할 일이었다. 


 ***

  
 “콜록!”

 소나는 토하는 것처럼 숨을 내뱉었다. 깨기 직전까지 들었던 두 남녀의 목소리가 지금도 귓가에 생생했다. 꿈이었을까? 소나는 잠시 갈등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꿈일 리가 없었다. 잭스는 그녀와 자신 사이의 소환 마법이 엉켰다고 했다. 소환 마법이 아주 정교하고 복잡한 마법이란 것 정도는 소나도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것은 한 번 엉킨 이상 쉬이 풀릴 것이 아님이 분명했다. 남자는 잭스가 분명했다. 그리고 여자 쪽은, 미루어 추측컨대 상임의원인 베사리아 콜민예가 분명했다. 희미하긴 했지만 분명 그녀의 목소리였으니까. 소나는 한 번 들은 목소리는 절대로 잊어버리지 않았다.

 그녀는 다시 몸을 움직이려다, 그제야 자신이 푹신한 침대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에뜨왈은 침대 발치에 있는 나무 상자 안에 얌전히 들어가 있었고, 조그마한 탁자 위엔 다 쓰지 못한 악보가 잉크병에 눌린 채 조금 너저분하게 늘어져 있었다. 여기는 그녀의 방이었다. 그렇다…마침내 소나는 그 협곡에서 벗어나, 부벨르 저택으로 돌아온 것이었다. 

 ‘…집에 돌아왔어.’

 의외로 생각보다 기쁘게 느껴지지 않았기에, 소나는 혹시 정신에 이상이 생기기라도 했나 스스로 의심을 할 지경이었다. 그토록 오고 싶었던 집이었다. 여기엔 목숨을 위협하는 사람들도 없었고 거칠고 맛없는 물에 갠 육포 따위도 없었다. 그리고 같이 있는 내내 대하기 어려웠던 용병도. 

 용병……?

 ‘잭스 님!’

 소나는 가슴이 싸해지는 것을 느끼며 침대에서 튕기듯 일어났다. 잠에서 깨기 직전 소나는 잭스를 향해 어린애처럼 분노를 퍼부었지만, 이성을 되찾은 지금 그 행동이 얼마나 철없는 행동이었는지 깨닫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녀는 부끄러워서 긴 양갈래 머리가 춤을 출 정도로 세게 머리를 젓고서는 애써 그때의 기억들을 떨쳐내고선 지금 상황에만 정신을 집중했다. 

 만약 잠자면서 들었던 두 사람의 대화가 진짜라면 잭스가 아직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사실이 틀림없었다. 잭스는 자신이 전쟁학회 내부에서 소환되었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렇다면 전쟁학회에서 무언가 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말이 되었다. 그것도 모종의 이유로 부상을 입은 챔피언의 도움까지 필요할 정도로 큰 일이……. 좀 엇나가긴 했어도 소나 역시 전쟁학회에 닥친 위기를 짐작할 수 있었다. 그녀의 움직임이 다급해졌다. 그녀는 침대에서 기어나와 잠옷을 벗어던지고 순식간에 옷을 갈아입었다. 옷가지를 주섬주섬 걸치는 그녀의 손가락이 떨리고 있었다. 물론, 그 와중에도 소나는 늘 하던 버릇대로 에뜨왈의 현을 한 번 퉁겨주는 걸 잊지 않았다.

 팅-

 에뜨왈에서 퍼져 나오는 희미한 음의 곡선이 그녀를 지나 방 밖으로, 저택 전체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그녀가 있는 2층까지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1층의 사정은 달랐다. 정확히는, 응접실 쪽에서 깜짝 놀랄 정도로 큰 소란이 일어나고 있는 중이었다. 

 소나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그도 그럴 것이 놀랍게도, 그 소란의 중심에 부벨르 부인과 자르반 4세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머니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분노의 소리가 어찌나 시끄러웠던지 소나는 둘의 대화를 파악하는 것은 고사하고 에뜨왈의 음파에 부딪혀 되돌아오는 소리에 귀를 틀어막아야 할 지경이었다. 하지만 소나는 이를 악물고 몸을 움직였다. 앞뒤 정황으로 미루어볼 때 필시 자르반 왕자의 방문은 그녀와 관련이 있음이 틀림없었다. 동시에 그것이 바로 소란의 원인일 터였다. 그리고 그 소란을 잠재우는 가장 빠른 길은 그녀가 그곳으로 내려가는 것이었다. 소나는 양갓집 규수의 교양이고 뭐고 다 집어치우고 대충 옷을 입고선 에뜨왈을 앞세워 서둘러 아래층으로 향했다.

 ‘차라리 잘 됐어. 자르반 왕자님께 자초지종을 설명하면 분명 도움을 주실거야. 빨리 전쟁학회로 가야 해. 잭스 님이 위험해……!’

 하지만 안타깝게도, 급한 나머지 소나는 몇 가지 중요한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다. 자신이 그저 에뜨왈이란 악기로 마법 흉내 정도만 낼 줄 아는 소녀에 불과하다는 것과 전쟁학회는 이곳 데마시아에서 터무니없을 정도로 멀리 떨어져 있는 곳에 위치해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백보, 아니 천보 양보해서 그녀가 어찌어찌 전쟁학회에 간다 치더라도 별다른 도움을 줄 만한 실력도 무엇도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결정적으로 자신은 말을 ‘전혀’ 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소나는 간과하고 있었다.

 그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자는 저 멀리 전쟁학회의 어둠 속에 서 있는 잭스 뿐이었다.  

Lv74 강철안개

모바일 게시판 하단버튼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모바일 게시판 하단버튼

지금 뜨는 인벤

더보기+

모바일 갤러리 리스트

모바일 게시판 하단버튼

글쓰기

모바일 게시판 페이징

최근 HOT한 콘텐츠

  • 견적
  • 게임
  • IT
  • 유머
  •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