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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잭스X소나 팬픽-가로등과 별 22화

아이콘 강철안개
댓글: 4 개
조회: 3487
추천: 7
2016-08-20 22:17:43

***
  
 [내 역할은 네 강한 바람을 이루기 위해 어떻게 ‘나’를 써야 할지 알려주는 거야. 일종의 안내 책자 같은 느낌이지.]
 ‘…….’

 소나는,

 [예를 들어 여기 데마시아에 대한 여행안내서가 있다고 해보자. 거기엔 이곳의 웬만한 명소는 다 적혀 있겠지? 하지만 한 페이지에 모든 정보가 적혀 있는 건 아니야. 나도 마찬가지야. 나 역시 네가 알아야 할 많은 것들을 알고 있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모든 걸 알려줄 순 없어. 나는 오직 네 바람을 들어주기 위해 ‘몇 페이지에 무슨 기능이 있다’라고 알려주기 위해 나타났을 뿐이니까. 나는 길을 제시해줄 뿐, 그걸 실행하는 건 오직 너 자신이지.]

 ‘…….’

 솔직히 말해서,

 [그런데 솔직히 말해 내가 나타난다는 것 자체가 네가 부족하다는 증거야. 네가 내 모든 기능과 능력을 다 알고 있었다면 내가 나타날 필요 따윈 없었을테니까. 다 그놈의 안전장치가 문제라 이거지. 그것만 아니었어도 네가 날 가지고 하루 종일 만지작거릴 필요도 없었고, 네 출생의 비밀에 대해 끙끙거릴 필요도 없었어. 하지만 덕분에 내가 나타날 수 있는 거라면…난 대체 네게 불만을 표해야할까, 아니면 감사를 표해야할까?]

 혼란스러웠다. 아이가 주절거리는 말이 귀에 하나도 들려오지 않을 정도로.

 소나라고 해서 지금까지 에트왈에 대해 손 놓고 있었던 건 아니었다. 오히려 안 해본 짓이 없을 정도였다. 특정 악기 조합에 반응하는지, 특정 연주곡이나 음계에 반응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발로란 전역에 있는 악기와 곡 중 그녀가 모르는 곡이나 악기가 드물 정도였다. 심지어 전쟁학회의 고위 소환사들과 같이 마법광을 비춰보거나 특정 패턴의 소리를 들려주기도 했고, 더 심하게는 아예 손수 분해해서 하나하나 뜯어봤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런 온갖 실험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얻을 수 있었던 사실은 에트왈의 구성 부품 모두가 아주 오래됐지만 마모의 흔적이 전혀 없다는, 좋다면 좋을 달랑 하나뿐인 사실이었다. 그런데 그랬던 에트왈이 반응을 한 것이다. 그것도 이런…충격적인 현상으로 말이다. 협곡에서의 사건을 겪으며 신경이 단련되지 않았더라면 진즉에 기절하고도 남았을 터인 충격이 아직도 그녀를 휩싸고 있었다. 늘 쓰던 악기 속에서 갑자기 어린 아이가 툭 튀어나와 재잘재잘 말을 한다면 세상 그 누가 믿을 수 있겠는가. 그게 마법의 악기라 해도 말이다. 마법은 과학이지 기적이 아니었다. 그리고 신비 역시 아니었다. 아무리 소나가 마법에 대해선 수박 겉핥기 수준의 지식밖에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하나 마법이면 모든 이상 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얼간이는 아니었다.

 […저기, 소나 씨? 듣고 계시나요? 여보세요?]

 그래서 소나가 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반응은,

 ‘당신은…….’
 [그래, 말해봐 소나. 네 바람은 뭐지?]
 ‘당신은 정말로 에트왈인가요?’
 […….]

 아이에게 진짜 정체에 대해 물어보는게 고작이었다. 

 소나와 침대를 사이에 두고 에트왈 위에 걸터앉아 팔랑팔랑 다리를 흔들던 아이의 다리가 딱 움직임을 멈췄다. 방금 전까지 그토록 재잘거리던 종달새 같은 목소리 역시 딱 멈췄다. 뭔가 싶어 살짝 시선을 올린 소나의 눈동자에 아이의 웃는 얼굴이 비춰지고 있었다…정확히는, 웃는 채로 굳어진 아이의 얼굴이 비춰지고 있었다. 그걸 본 소나는 등줄기에 오싹 소름이 돋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저건 부벨르 부인이 정말 가끔씩 보여주는, 분노를 넘어 실망했을 때의 ‘웃으면서 화내는 얼굴’ 아니던가……! 세상에 낯선 아이에게서 그 표정을 볼 수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던 소나였다.

 [저기, 소나 씨?]
 ‘네, 네? 저 말씀이신가요?’
 [그럼 여기에 소나가 당신 말고 또 있나요? 여기로 와. 지금 당장.]

 반말과 존댓말이 섞여있는 괴상한 어투였지만 소나에게 그걸 지적할 용기 따윈 없었다. 어찌나 화내는 모습이 어머니 부벨르 부인과 똑같던지 소나는 잘못한 어린이마냥 손가락을 비비 꼬면서 얼른 일어서 아이 앞으로 다가갔다. 소나의 키가 훨씬 커서 에트왈 위의 아이가 소나를 올려다보는 형국이었지만 태도만으로 보면 소나 쪽이 영락없는 어린애였다.

 [어때?]
 ‘뭐가…말씀이시죠?’
 [방금 전 말이야. 레스타라 부벨르랑 똑같았어?]
 ‘네, 어머니랑 똑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어요. 대체 어떻게…….’

 [좀 전에 말했지? 난 네 바람에 감응해서 나타나는 거라고. 그럼 내 모습은 어떻게 돼있는 걸까? 네 생각과 감정, 기억 등은 네가 날 통해 연주할 때마다 내 안으로 흘러들어와. 그걸 통해 내 태도나 모습, 성격 따위가 만들어지는거야. 이 모습이 바로 네가 나에 대해 생각할 때 무의식중에 생각한 모습이라 이거지. 방금 전의 태도도 레스타라 부벨르에게 혼나던 네 기억을 토대로 ‘재생’ 해본거고. 어때? 이 정도면 내가 에트왈이라는 데에 더 이상 의심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소나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아이의 말이 전부 사실이었으니까. 소나에게 있어 에트왈은 활달한 어린 시종이라는 느낌이었다. 이 집엔 너무 여자들만 있으니까 남동생 같은 시종의 느낌으로. 아이의 모습은 소나가 상상했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성격은 좀…….

 [아, 너 진짜 까다롭다. 거기다 의심도 많고. 그런 성격으로 잘도 그 용병을 꼬시겠다.]
 ‘누! 누, 누가 꼬신다고 그래요? 단지 신경이 쓰여서, 만나고 싶어서 그런 것뿐이에요! 꼬신다니 숙녀에게 그 무슨…….’
 [그런걸 꼬신다고 하는거야, 이 멍청한 아가씨야. 그렇게 멍청하니까 이렇게 증거를 보여줘도 믿지를 않지.]

 아이의 도발은 이런 말싸움에 면역이 전혀 없는 소나의 약점을 한 방에 관통해버렸고 그걸로 끝이었다. 싸움도 해 본 놈이 잘하는 법이라고, 단 한 번도 말싸움이란 걸 해본 적이 없는 소나가 그녀의 기억은 물론 약점까지 속속들이 알고 있는 아이…에트왈을 이길 리 만무했다. 결국 소나는 얼굴이 새빨갛게 익은 채로 고개를 푹 숙였다.

 ‘좋아요, 믿을게요, 믿는다고요! 당신은 에트왈이에요. 이제 됐나요?’
 [이제야 얘기가 좀 되네. 실은 네가 날 믿지 못한다면 내 존재는 아무런 쓸모도 없어서 말이야. 자, 그럼 빨리 논제로 들어가 보자고. 일단 네 바람을 확인해볼까? 넌 ‘만나고 싶다’고 강하게 바랐어. 그건 누구를 향한 바람인거지?]
 ‘잭스 님…….’

 그 이름을 떠올리자 소나의 표정이 다시 딱딱해졌다. 잠시나마 잊고 있었던 상황의 위급함과 아무런 힘도 못쓰는 자신의 처지가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전쟁학회는 여기 데마시아로부터 마차로 며칠이나 걸리는 아주 먼 곳에 있었다. 자르반 왕자의 도움도 기대할 수 없었고 그나마 남은 희망이라 할 수 있는 전쟁학회 데마시아 지부의 차원문 역시 닫힌 상태라 했다. 소나는 또다시 울 것만 같았지만, 꾹 참고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에트왈에게 자신의 의사를 전달했다.

 ‘잭스 님…잭스 님의 곁으로 지금 당장 가고 싶어요. 그리고 그를 치료해주고 싶어요. 이게 내 바람입니다. 해줄 수 있나요, 에트왈?’
 [아니, 난 못해줘. 말했잖아. 내 역할은 안내 책자라고.]
 ‘무슨…….’
 [하지만 네가 날 사용해서 네 바람을 이루는 건 도와줄 수 있지.]

 에트왈은 그렇게 말하고선 폴짝 뛰어내려 소나의 티 테이블로 다가갔다. 미완성된 악보와 빈 악보들로 약간 어질러진 테이블에서 아이는 빈 악보 몇 장을 휙휙 빼내더니 뭔가를 생각하는 것처럼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며 잠시 동안 악보를 바라봤다. 

 [그래, 이 곡이 좋겠군.]
 ‘……!’

 그것은 경이롭다면 경이로운 광경이었다.

 츠즈즈즈

 에트왈의 손이 진한 금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보기만 해도 따스하고 아늑한 느낌이 드는 그 빛을, 소나는 넋을 놓고 쳐다봤다. 빛나는 손끝이 악보 위를 지나갈 때마다 악보 위로 무언가가 적히고 있었다. 마치 세심한 도금을 하는 것만 같았다. 그렇게 한 장 한 장 황금의 악보를 써내려간 에트왈은 이윽고 완성한 모양인지 악보 뭉치를 소나에게 휙 내밀었다. 그것을 받아드는 소나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아참, 말하는 걸 잊었는데 좀 고통스러울지도 몰라.]
 ‘네? 그게 무슨…아악!’

 본능적으로 악보를 훑어보려던 소나는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녀가 악보에 시선을 향하는 순간 글씨의 빛이 확 하고 밝아졌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녀가 비명을 지른 이유는 단지 그것 때문만이 아니었다. 마치 누가 등 뒤에서 고개를 힘껏 잡고 있는 것처럼, 소나는 빛나는 악보에서 얼굴을 돌릴 수가 없었다. 뿐만 아니라 금빛의 악보에서 눈을 뗄 수조차 없었다.

 그것은 소나가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음계,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문자들로 이뤄진 악보였다.

 제목부터 작곡가명, 박자표, 음자리표에 표현과 프레이징, 간간히 주석을 달은 텍스트들, 그 안에서 정갈하게 화음을 이루고 있는 음표들. 한 소절 한 소절이 모여 완성된 주제에 그 모든 것을 합쳐 이뤄진 하나의 곡. 그것은 악보라기보다는 하나의 예술 작품이었고 엄청난 정보의 집약체였다. 아름다운 노랫소리와 더불어 이 곡이 가진 마법적인 힘에 대한 내용까지 소나의 머릿속에 홍수처럼 몰려왔다. 그녀의 머릿속에선 이 곡을 연주하는 수십 가지 악기의 소리가 들렸으나 그 어떤 악기도 어울리지 않았다. 이건 오직 에트왈만을 위한, 오직 에트왈로만 연주할 수 있는 곡이었다. 소나가 에트왈 용으로 연주하기 위해 만든 변주곡이나 자작곡과는 그 궤를 달리 하는 곡이었다. 악보를 넘기는 그녀의 손이 점차 빨라졌고 악보를 다 봤을 때 즈음해서는 그녀의 눈동자 역시 악보의 글씨처럼 부드러운 황금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소나는 거의 무아지경에 빠져 홀린 듯 허공을 바라봤다. 벌써부터 그녀의 머릿속에서 에트왈의 음색이 울려 펴지고 있었다.  

 ‘이 화음, 이 문자……. 전부 다 전혀 본 적이 없어. 하지만…왜 이렇게 친숙하게 느껴질까?’   
 [본 적이 없는게 아냐. 단지 네가 잊고 있었을 뿐이지.]
 ‘에트왈…….’

 아이의 모습이 물에 비친 것처럼 옅어지자 소나는 조금 놀랐다. 하지만 놀람은 크지도 않았고 오래 가지도 않았다. 역할을 다했기에 모습을 잃는 것뿐이었다. 악보를 보기 전이라면 모르겠지만, 지금의 소나는 알 수 있었다. 왜인지는 모르지만, 알 수 있었다. 처음 느껴보는 낯설고도 신비로운 기분에 고양된 소나를 향해 아이가 미소를 지었다. 종전의 날카로운 미소가 아닌, 마치 어머니가 아기에게 짓는 듯한 부드러운 미소였다.

 [소나, 이 곡과 곡에 담긴 모든 것은 전부 다 네 거야. 하지만 이건 네가 알아야 할 의무가 있는, 그리고 오직 네게만 허락된 지식의 조그마한 파편에 불과해. 처음엔 두렵겠지만, 점차 익숙해질거야. 솔직히 칭찬해주고 싶어. 나도 네가 두 곡 분량의 지식을 버틸지는 솔직히 긴가민가했거든.]
 ‘고마워요 에트왈. 정말로 고마워요.’
 [하지만 그 곡들을 연주하기 전에 한 가지 일러둘게 있어.]

 이제 아침 안개처럼 희미해진 에트왈이 소나의 눈을 똑바로 쳐다봤다. 소나는 그의 눈을 피하지 않았다.

 [지금 다 말해줄 순 없지만, 네가 협곡에서 만난 그 검은 무리들…그들은 네가 속한 과거의 잔재임과 동시에 네가 매듭지어야 할 중요한 문제야. 이 곡을 연주하는 순간 그들의 수장도 네가 날 만났다는 걸 알게 될거야. 그리고 너를 더 은밀하게, 더 강력하게 위협하겠지. 그렇게되면 네 일상은 이전과 같아지지 않을거야. 그걸 감당할 수 있겠니, 소나? 자, 선택하렴. 감당할 자신이 없으면 내 현을 끊고 이후 음악에 일절 손도 대지마. 그럼 그 검은 무리들이 네 삶을 위협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거야. 하지만 감당할 자신이, 네 앞을 가로막고 있는 운명에 맞서 싸울 자신이 돼 있다면 그 곡들을 연주해 네 바람을 이뤄보렴.]

 소나는 말없이 손을 뻗어 에트왈을 불렀다. 악기는 그녀의 부름에 응답해 미끄러지듯 그녀의 앞으로 날아왔다. 인간 형상의 에트왈과, 악기로서의 에트왈. 그리고 티 테이블 위에 있는 페이퍼 나이프. 그것이라면 에트왈의 현 정도는 쉽게 끊을 수 있을 터였다. 소나는 에트왈의 현을 어루만졌다. 현은 윙 소리를 내며 애완 고양이가 애교를 부리듯 그녀의 손가락 아래서 부드럽게 떨렸다. 그녀의 남은 손이 한쪽을 향해 움직였다. 그 손의 움직임에 주시하는 에트왈의 눈동자에 긴장감이 서렸다.

 [아…….]

 ‘답은 이미 정해져 있어요, 에트왈.’ 소나가 뻗은 손은 이제 얼굴뿐이 남지 않은 에트왈의 볼을 쓰다듬고 있었다. ‘네겐 챔피언이 될 자격이 없다, 잭스 님이 그렇게 말씀하셨죠. 피 냄새도 나지 않고, 뚜렷한 각오도 없으며, 전쟁학회의 어둠을 견디기엔 너무나도 연약하다고요. 당신의 말을 들으니 이제야 그 분이 왜 제가 챔피언을 탈퇴하길 원했는지 알 것 같아요, 에트왈. 그 분은 절 염려하셨던 거였어요. 제가 이 어둠을 견디기엔 너무 연약하다고 말이죠.’
 [음……. 염려한다고? 글쎄 그 용병이 네게 한 태도를 보면 그건 염려와는 조금 거리가 먼 것 같은데…한 여기서 녹서스까지 정도로 말야.]
 ‘후후, 그건 그 분이 그런 표현에 있어 조금 서투신 것뿐이에요. 그 분의 내면은 깊고 맑아요. 한편으로는 황무지처럼 거칠고 쓸쓸하기도 하고요. 모순된 표현이긴 하지만, 사실이에요.’
 [하, 콩깍지가 단단히 씌셨구만.]

 말은 그렇게 해도 에트왈의 목소리엔 웃음기가 서려 있었다. 그는 소나의 마법 악기였다. 그녀가 느끼는 감정을 모를 리가 없었다.

 ‘저와는 친분도 없고, 리그에서 가끔 만난 걸 제외한다면 일면식도 없는 분이 저를 위해 목숨을 걸어주셨어요. 그 의도가 어떻든 간에, 그 분이 제 생명의 은인이라는 점 하나만큼은 분명해요. 그분은 이번에는 제 목숨을, 그 훨씬 이전에는 관중석의 그 성난 감정의 파도 속에서 절 구원해주셨어요. 두 번이나 큰 도움을 받은 분이 지금 생사의 기로에 서 계세요. 그리고 그분을 구할 가능성이 제게 생겼죠. 지금 이 순간, 제가 그분을 돕지 않을 이유는 그 어디에도 없어요. 앞으로의 인생? 그런 거 얼마든지 걸어드릴게요.’

 어느새 아이의 모습은 완전히 스러져있었지만 소나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물론 생명의 은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분을 구하겠다는 건 아니에요. 이건 제 과거에서 더 이상 눈을 돌리지 않겠다는 제 나름대로의 각오이기도 해요. 당신의 비밀을 풀기 위해 늘 노력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풀리지 말기를 원했어요. 어쩌면 나와 당신에게 얽혀있는 과거와 비밀이 내 소중한 사람에게 상처를 줄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었죠. 리그의 심판은 그런 제 불안감을 정확하게 짚어냈죠. 하지만 이제 더 이상 도망치지 않을 거예요. 당당히 맞서겠어요. 그리고 그 첫걸음으로 잭스 님을 반드시 구해내보이겠어요. 다시 한 번 감사를 표할게요. 내게 기회를 줘서 정말 고마워요, 에트왈.’

 대답은 없었다. 방 안은 고요했다. 울음을 그친 모양인지 조이의 훌쩍이는 소리는 들려오지 않았지만, 그녀의 걱정과 근심의 소리는 들을 수 있었다. 이제부터 할 일은 더욱 더 그녀의 입장을 난처하게 할 것이 뻔하기에 소나는 전해지지 않을 사과를 먼저 올렸다. 

 망설임은 없었다. 소나는 은빛의 현을 어루만지듯 연주를 시작했다. 첫 번째 곡이었다. 바람의 소리를 음악으로 승화시킨 이 곡은 연주자를 원하는 장소로 날려 보내주는 마법의 음악이었다. 그녀가 원하는 장소는 단 한 곳, 바로 전쟁학회 내부, 잭스의 곁이었다. 그녀의 연주가 점차 빨라졌다. 그녀의 손이 닿는 에트왈의 현들이 은색에서 점차 예의 그 금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금빛은 퍼져나갔고, 악기 전체를, 나아가 곧 소나의 전신마저 뒤덮었다. 빛이 절정에 다다르는 순간 연주 역시 절정에 다다랐다. 그 순간 소나는 바로 이 때라고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눈을 감고 연결을 통해 잭스를 강하게 느꼈다.

 ‘잭스 님…….’

 화악

 클라이막스에 이르는 순간 소나는 황금의 빛 속으로 스륵 하고 사라졌다. 창문이 모두 닫혀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방 안은 산들바람이 지나간 것처럼 부드러운 바람이 불어 커튼이며 레이스를 흔들었다. 







 그녀가 사라진 자리엔, 빛을 잃어가는 신비로운 황금색의 악보 몇 장이 떨어져있을 뿐이었다.  

Lv74 강철안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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