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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잭스X소나 팬픽-가로등과 별 18화

아이콘 강철안개
댓글: 4 개
조회: 2623
추천: 12
2016-08-15 15:48:04

#. 소환사의 회랑 

 

 일이 꼬이고 있었다.


 예상대로라면 베사리아 콜민예는 사건의 전모도 파악하지 못한 채 뒤처리에 급급해 하다가 아무 것도 못한 채 자멸했어야 했다. 하지만 혹시나 싶은 마음에 회랑으로 통하는 근처 복도에 퍼뜨려 놓은 ‘감시의 눈’ 중 하나에 그녀의 모습이 포착되었다는 것은 일이 순탄하게 풀리고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었다. 어두침침한 소환사의 회랑 안에서, 조그마한 마법 반사경을 통해 그녀의 모습을 힐끗 본 ‘그’는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거리를 대충 가늠하건대 그녀가 이곳에 도착하기까지 남은 시간은 기껏해야 5분 남짓한 정도였다.

 

 …멍청한 것들 같으니.

 

 ‘그’는 혀를 차며 미간을 찌푸렸다. 어둠에 가려 잘 보이진 않았지만, 고풍스런 팔걸이 위에 올려진 그의 손은 핏줄이 드러날 정도로 꽉 쥐어져 있었다. 베사리아 콜민예가 이곳으로 오고 있다는 사실 자체만 해도 예상 범위에서 벗어난 일이었다. 그런데 엎친 데 덮쳐서 ‘그’가 이번 작전을 위해 미리 수정구를 조작해 만든 마력 폭탄이 ‘그’의 예상보다 훨씬 더 빨리 기동하고 있었다. 


 그 말인즉슨, 무슨 수를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쯤 협곡에 얌전히 갇혀 있어야 할 챔피언들이 협곡을 빠져나와 역소환되었다는 사실을 의미했다. 잭스…그래, 그를 포함해서 말이다. 왜냐하면 마력 폭탄의 타이머는 그가 역소환되는 순간 시간이 얼마나 남았던 30분 카운트가 되도록 만들어놨으니까. 즉 협곡에서 챔피언들을 맡기로 한 무리들이 실패했다는 것이었다. 실수였다. 애초에 근본도 천한, 허파에 바람만 잔뜩 들어간 어중이떠중이들에게 맡길 만한 중책이 아니었다.

 

 ‘도대체 폐하께서는 무슨 생각이신지…….’

 

 ‘그’는 거기까지 생각했다가 흠칫 놀라 머리를 흔들었다. 한순간이나마 폐하의 결정을 의심할 생각을 하다니 크나큰 불경이 아닐 수 없었다. 자신은 폐하의 체스말. 그저 따르기만 하면 될 뿐인 존재에 불과했다. 체스말은 생각해서는 안 된다. 생각할 필요 따윈 없다. 체스말은 주인에 의해 움직여지기 위해, 때가 되면 주인의 적을 파괴하기 위해, 그리고 주인의 필요에 따라 죽기 위해 존재하는 소모품. 그 이상도 이하도 없다. ‘그’는 여기서 친히 폐하를 통해 명령을 받은 임무가 있었고 그것을 수행해야 했다…그 과정에 어떠한 오류가 있었더라도 말이다.

 

 거꾸로 생각해보면 이러한 역경이야말로 ‘그’의 충성심을 돋보일 절호의 기회였다. ‘그’는 마음을 굳혔고, 베사리아 콜민예를 맞이할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정체를 숨길 필요 따윈 없었다. 영리한 그녀라면 이미 다 알고서 오는 것일 터이니. 더욱이 그녀는 ‘그’의 임무의 대미를 장식할 아주 중요한 요소 아니던가. 어떻게 보면 차라리 잘 된 일이었다.

 

 어둠 속에서 높게 뻗은 그의 손을 따라 마력의 실들이 흘러나왔고, 회랑 곳곳에 마력을 새기며 회랑을 요새화하기 시작했다. 이번 임무에서 터무니없이 마력을 써댄 상태라 가지고 있는 마력이 바닥이었지만, 그것은 상관없는 일이었다. 모자라다면 충분한 곳에서 가져오면 될 문제니까.

 

 ‘그’의 눈이 회랑 중심, 원탁 근처에서 나뒹굴고 있는 고위 소환사들과 원로들의 모습을 슥 훑고 있었다…….

 


***

 


 그그극

 

 회랑의 거대한 문이 마찰음을 내며 열리자 ‘그’는 천천히 회랑 안에 깔아둔 마법진들을 활성화시키기 시작했다. 준비한 마법진은 총 여섯 개. 아무리 내상을 입었다고는 하나 상대는 전쟁학회의 정점, 형평성의 대의회 상임의원 베사리아 콜민예였다. 방심 따위를 할 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문 틈 사이로 가녀린 인형 하나가 모습을 드러낸 순간, ‘그’는 지체 없이 마력을 가동해 문을 닫았다. 열렸던 것보다 세 배는 더 빠른 속도로 회랑의 문이 쾅 하고 닫혔다. 불의의 기습이 분명했음에도 불구하고 가녀린 인형은 힐끗 등 뒤로 닫힌 문을 한 번 바라봤을 뿐 별달리 놀라는 기색이 없었다. 강한 척 하기는. ‘그’는 속으로 그녀를 비웃으며 입을 열었다. 


 “어서오시게, 콜민예 상임의원.”
 “…멘드레이크.” 그녀가 조용히 말했다. “당신과 이런 식으로 만나게 되어 정말 유감이에요.”

 

 후드로 음영이 진 얼굴 아래로 그녀의 음울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역시 다 예상하고서 온 모양이었다.

 

 멘드레이크. 그랬다, ‘그’의 정체는 그녀와 같은 상임의원인 키얼스타 멘드레이크였다. 그가 이 사건의 범인이라면 모든 경과가 착착 들어맞았다. 리그의 중추 시스템에도 별다른 어려움 없이 접근하기도 용이했고 소환사들을 습격하기도 쉬웠다. 그 정도의 마법 실력이라면 강력한 괴수를 소환하거나 원격 조작만으로 소환사용 수정구의 술식을 바꿔버리는 정도는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었으니까.
 
 “여기 꼴을 보아하니 밖이 그렇게 혼란스러웠던 것도 이상하지가 않군요. 하긴 명령을 내려야 할 수뇌수가  처음부터 격침당했으니 아래쪽은 엉망이 될 수밖에요. 새삼 물어보기도 뭐하지만, 제가 부탁했던 것들은 하나도 이뤄지지 않았겠죠?”
 “물론이지. 그들이 자릴 비운 사이에 전쟁학회를 멸망시키는 것이 바로 내 목적이었으니까 말이야. 이제 끝났네, 콜민예 의원. 자네가 여기 온 시점에서 모든 일이 끝난 셈이야. 내 승리일세.” 멘드레이크가 심술궂게 클클거리며 웃었다. “그리고 자네의 패배지.”


 멘드레이크는 득의양양하게 양 손을 좍 펼치며 말했다. 단순한 과시용 행동은 아니었다. 그렇게 팔을 펼침으로서 주변 마법진을 발동 직전까지 기동시켰으니까. 좀 더 기계적으로 묘사를 하자면 자동 조준 기관총 수십 정이 베사리아 콜민예를 노린 채 완전장전이 되어 있는 상태였다. 이제 멘드레이크가 손가락 하나만 까닥하면 베사리아는 벌집 또는 그에 준하는 수준으로 뭉개질 터였다. 하지만 그 전에, 깊숙하게 눌러 쓴 후드 밑에서 베사리아의 분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왜죠?” 그녀의 목소리가 분노로 떨리고 있었다. “도대체 왜죠? 난 아직도 당신이 나를, 전쟁학회를 그리고 이 대륙의 평화 자체를 배반했는지 아직도 이해가 가질 않아요. 대체 언제부터 우릴 배신할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거죠?”
 “그 분의 목소리를 영접했을 때부터지, 콜민예 의원.”

 

 멘드레이크는 무언가 대단한 것을 말하는 양, 아주 엄숙한 태도로 말을 이었다. 거의 황홀에 도취된 모습이었다. 그 때문이었을까, 멘드레이크는 그녀가 엷게 회심의 미소를 짓는 것을 보지 못했다.

 

 “그 분의 목소리에는 도저히 거역할 수 없다네. 물론 나도 이게 나와 당신, 그리고 애쉬람이 바라마지않던 대륙의 평화를 깨뜨리는 짓이란 건 잘 알고 있네. 그 이전에 자네의 신뢰를 산산이 부순다는 것도 말이야. 하지만…하지만 그래도 거역할 수가 없어! 내 모든 걸 다 포기한다 해도 말이네! 자, 이제 끝이네. 여기서 당신을 죽이고, 그리고 나 역시 죽을 걸세. 애쉬람이 영영 없어진 이 시점에서 나와 당신까지 없어진다면 전쟁학회는 멋대로 폭주해버리다가 결국엔 터져버리겠지. 어떤 식으로든 말이야.”
 “죽는다고요? 나와 같이?” 베사리아에게서 아주 어이없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멘드레이크, 모든 걸 버리면서까지 배신한 주제에 겨우 여기서 죽겠다니 기가 막힐 지경이네요. 아무 것도 바라지 않는다, 이건가요?”
 “그 분께선 전쟁학회가 대륙의 평화를 제 손으로 깨는 상황을 만들라고 내게 명하셨다네. 그렇다면 가장 이상적인 결말은 머리인 상임의원들만 없어진다는 거겠지. 우리들이 없어지면 전쟁학회를 제 맘대로 주무르고 싶어 할 자들이 기를 쓸 테니 말이야. 애쉬람처럼 실종 처리는 안 돼. 실종 같은 걸로는 덧없는 희망을 남기기 쉽지. 확실한 끝맺음을 위해 나와 당신이 싸우다 죽을 필요가 있는 게야. 바로 여기서 말이지.” 멘드레이크가 힐끗 뒤를 보면서 덧붙였다. “바로 저 헤이완 렐리바쉬 앞에서. 저 자는 우리들이 없어지면 전쟁학회를 사리사욕을 위해 쓰고도 남을 정도의 녀석이니까.”
 “그거 참 소름 돋을 정도로 지독한 충성심이군요. 당신이 이 정도로 열정적인 사람인 줄 미리 알았더라면 업무량 좀 더 늘리는 거였는데.”


 베사리아가 농담 삼아 가볍게 던지는 그 말에 멘드레이크는 왜인지 모르게 조금 등골이 서늘해지는 걸 느꼈다. 처음엔 허세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저 베사리아는 정말로 여유가 있었다. 아주 느긋하고, 이런 위기 상황에 익숙해 보이는…기묘한 이질감. 그가 높게 평가하는 것은 베사리아의 마법 실력이지 이런 상황에서의 대처 능력이 아니었다. 그 역시 베사리아와 오랫동안 알아온 사이였기에 그녀의 성격을 모를 리 없었다. 오히려 이런 상황일수록 더욱 느긋해지고, 더욱 상대방을 슬슬 굴리는 특기는 베사리아보다는……. 멘드레이크의 뇌리에 순간적으로 아주 익숙한 용병, 잭스의 모습 하나가 스치고 지나갔다.
 
 ‘무슨 바보 같은 소리를. 내 눈앞에 있는 자는 틀림없이 베사리아 콜민예다.’

 

 멘드레이크는 세차게 고개를 내저으며 생각을 부정했다. 아무리 협곡의 점거를 맡은 녀석들이 어중이떠중이라 할지라도 그 숫자와 방비를 명하신 것은 바로 ‘폐하’ 본인이셨다. 예상보다 빠른 시간 안에 협곡에서 나왔다는 것은 그만큼 무리를 했다는 것. 분명 썩 좋은 몸 상태는 아닐 터였다. 눈앞에 있는 베사리아가 설사 잭스와 뭔가 작전을 짜고 나타났다 하더라도 상황은 압도적으로 그에게 유리했다. 그런데, 그런데…….

 

 그런데 이 숨통을 죄여오는 불안감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그럴 일은 없을 걸세, 앞으로도 영원히.”
 “아뇨, 유감스럽게도 그럴 일은 있을 거예요.”

 

 베사리아는 그렇게 말하며 슥 앞으로 나섰다. 그녀가 이 회랑에 들어선 이후 처음으로 보이는 움직임이었다. 그 움직임은 무언가, 마법사의 움직임이라기보다는…전사의 그것에 더 가까웠다.

 

 “왜냐하면 당신이 너무 유리한 나머지 방심을 해버렸거든요. 그것도 지나치게. 원래의 당신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결코 방심 따윈 하지 않았을 거예요. 하지만, 역시 내 예상이 맞았어요. 이 현혹술은 맹목적이고 반영구적인 충성심을 심어줄 수는 있지만…이런 식으로 충성심에 눈이 멀어 제 능력과 사고를 정상적으로 사용하지 못한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죠.”
 “네놈, 그 분의 목소리를 겨우 현혹술 따위에……!”
 “제정신으로 돌아왔을 때 한 번 더 말하겠지만, 당신에게 걸려 있는 그거 현혹술 맞아요. 마법에 속하지 않는 ‘그 일족’만의 고유한 혈계(血系) 전승*. 그때 당신에게 ‘그 일족’에 관한 일에 대해 숨겼던 것이 이렇게 돌아올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어요. 일단은 사과할게요. 미안합니다, 멘드레이크. 그나저나 꼭두각시 노릇이라니…자존심 강한 당신이 제정신으로 돌아왔을 때 어떤 행동을 할지 심히 궁금하네요.”
 “네놈-!”


 멘드레이크는 이를 부득 갈았다. 인내심이 한계치를 아득히 초과해버린 그는 당장에 그녀를 다진 고깃덩어리로 만들기 위해 온 마력을 끌어모았다. 회랑 안에 깔아둔 여섯 개의 마법진이 스파크를 튀기자 그 위로 수정구만한 마력의 탄환들이 떠올랐다. 하나하나가 인간은 물론이요 방어 마법으로 점철된 이곳 회랑의 벽이라도 단숨에 박살낼 수 있을 정도의 파괴력을 가진 것들이었다. 그 정도 파괴력을 지닌 마법을 멘드레이크는 주문 영창 하나 없이, 오직 손짓만으로 조종해 베사리아를 향해 내쏘았다. 타다다당, 하고 일제사격을 퍼붓듯 규칙적인 소리와 함께 여섯 개의 마력 탄환이 베사리아를 향해 짓쳐들었다.

 

 콰과과과광-!


 거대한 회랑 전체가 뒤흔들릴 정도로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다. 멘드레이크는 급속한 마력 방출에 지쳐 숨을 헐떡였다. 강도가 좀 세긴 했지만 적어도 베사리아라는 걸 증명해 줄 시체 쪼가리 정도는 남았을 터였다. 푸른 불꽃이 너무 세게 타고 있어서 좀 걱정이 되긴 하지마는…….


 가만, ‘푸른 불꽃’이라고? 


 멘드레이크는 순간 석상처럼 굳어 방금 전 마법의 여파로 생긴 구덩이에서 연기와 함께 피어오르는 푸른 불꽃을 응시했다. 자신의 마법으로 불이 붙을 리 없었다. 그런 종류의 마법이 아니었다. 불이, 그것도 푸른색의 불꽃이 생길 리는 더더욱 없었다. 그는 저 불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여기 있을 리가 없었다. 저것은 이 세상에서 오직 한 명만이 짊어지고 있는 저주였으니까. 그렇다면, 그말인즉슨…….


 “…환영 마법?”
 “정답. 이 안의 어둠과 자네의 오만함의 도움을 받긴 했지만 말이야.” 


 구덩이 안에서 푸른 불꽃이 움직였다. 마치 그것은 사람처럼 움직여 멘드레이크를 향해, 구덩이 밖으로 한 발을 내딛었다.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다. 마치 불의 갑옷을 두른, 지옥의 업화 속에서 기어나온 것만 같은…….

 

 “유감스럽게도 자넨 베사리아를 너무 얕봤네. 그녀의 실력이 아니라, 오기를 말이야. 내가 여기 오기 전까지 그녀가 대체 몇 개나 되는 대마법을 썼는지 알고나 있나?”   

 그런 모습을 한 채, 잭스가 그 저주의 불꽃을 온 몸에 두르고 그를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크으…콜민예가 아니라 네놈이 온다 한들 달라질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어차피 네놈이 나온 시점부터 학회 지하에 만들어 놓은 마력 폭탄이 기동했다. 네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어! 결국에는 모든 흐름이 그 분의 뜻대로 흘러갈 것이다!”
 “아니, 그건 아니지 멘드레이크. 내가 왜 베사리아의 모습을 빌려서까지 시간을 벌었겠나. 방금 전에도 말했긴 하지만…자네는 그 인조적인 충성심 때문에 너무 오만에 차 있었네.”
 “내가 뭘 오만에 차있다는 말이냐?”
 “그러니까 오만하다는 거야.” 잭스가 머리가 떨어져나간 가로등을 마치 창처럼 꼬나쥐고 멘드레이크를 겨누며 말했다. “내가 들어오는 순간 바로 공격을 했더라면 어찌 할 방도가 없었을 터인데 말야.”


 마력을 태우는 불꽃을 온 몸에 두른 채로, 잭스의 가면에서 음울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멘드레이크는 픽하고 코웃음을 치고선 이를 갈며 남은 마력을 불살라 마법진들을 기동시켰다. 저 용병이 앞을 가로막는다면 저 용병부터 죽이고 콜민예를 찾으면 될 일이었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마력 폭탄이 터지겠지만 잭스의 말로 미루어보아 콜민예가 무슨 일을 꾸민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이 이상 불안 요소를 남겨둘 순 없었다. 자신 외에는 절대 해체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고 자신하는 마력 폭탄이었다. 그러나 분한 일이지만, 멘드레이크는 자신이 콜민예를 얕봤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 앞에 서 있는 잭스가 그녀의 오기를 대변해주는 살아있는 증인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말이다. 


 둘의 시선이 마주친 그 찰나의 순간, 그것을 신호로 멘드레이크는 자신의 모든 마력을 끄집어내 마법진을 기동시켰다. 그리고 그가 마법진을 기동시키는 그 순간 잭스가 맹수가 덮치듯 멘드레이크를 향해 돌진했다. 어두운 밤하늘을 가르며 날아가는 한 줄기 불화살처럼, 그 자신이 푸른 횃불 그 자체로 화한 모습으로.


 리그의 운명을 가를, 두 번째이자 마지막 전투가 시작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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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


혈계 전승: 특정한 일족에게만 전해져 내려오는, 그 일족이 아니면 쓸 수 없는 고유한 마법 또는 술법을 지칭한다. 솔라리의 태양 마법 등도 넓게 보면 혈계 전승에 포함된다. 사실 타곤 산의 솔라리라는 사제 집단은 혈계 전승 중에서도 매우 특이한 케이스라 할 수 있다.
 보편적으로 보자면 혈계 전승되는 마법의 자질이 있다 해도 발현되기가 극히 어려우며, 혹 발현된다고 해도 채 한 세대를 넘기지 못하고 다시 사그라드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또한 (일단 밝혀진)대다수의 혈계 전승의 마법은 그 개요나 마력의 구성 자체부터가 현대 마법 이론과는 상이하기에 경우에 따라서는 혈계 전승이 마법의 수련을 방해하거나, 목숨을 위협하는 요소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현대 마법과 부가 효과를 이루는 혈계 전승을 가진 자가 있다면 그 효용은 이루 말할 수 없고, 실제로 마법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대마법사들 중에선 혈계 전승을 가진 이도 꽤 있다. 그러나 혈계 전승은 발현 조건이라던지 여러가지 면에서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은 부분들이 많으며, 그 구성에 통일성이 전혀 없어서 하나의 마법 체계로 인정 받기에는 아직도 많은 애로사항이 있다. 가장 큰 문제점으로는…….


-레지널드 애쉬람의 연구 겸 낙서 수첩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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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74 강철안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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