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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5판 3선승제의 딜레마 : 끝낼 수 있을때 끝내야한다

Jaspering
댓글: 26 개
조회: 6751
추천: 2
2012-12-29 04:34:25
오늘(날짜상으로 어제) 있었던 롤챔스 경기를 보면서 느낀 점을 그냥 주절주절 적어봅니다. 무거운 내용은 아니고 절대적인 내용도 아니고 가볍게 읽어 보시기에 좋을 것 같아요. 약간 뻘소리 같기도 합니다만..ㅎㅎ 이런걸 원래 좋아해서요. 그리고 LG-IM의 입장에서 쓴 글이기 때문에 편향된 시선에서 보는 내용이 많을 수 있습니다.

다전제 경기, 특히 연속적으로 이루어지는 5전 3선승제 이상의 규모의 경기에서는 심리적인 측면이 크게 작용합니다. 아무리 상성, 조합이 중요하다지만 결국 롤을 운영하고 순간에서 판단을 내리는 주체는 사람이기 때문이지요. 분위기를 타면 안될 플레이도 되는 것이고, 기세가 꺾이면 쓸데 없는 부분에서도 주눅들고 셀프디나이가 된다거나 하기 때문이죠. 물론 이건 모든 스포츠의 영역에 해당하는 이야기이도 합니다만...

다전제에서의 첫경기의 기선을 누가 제압하는가. 또 두번째 경기에서는 상대를 주눅들게 눌러버릴 것인가, 아니면 상대쪽에서 멍군을 외칠 것인가... 어제의 경기 같은 경우는 LG-IM이 예상외의 경기력, 특히 바텀라인의 우세를 바탕으로 정글러의 적절한 갱과 커버, 안정감이 생긴 탑 미드를 통해 큰 실수없이 경기를 운영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적어도 제 예상은 뒤집는) 2:0 스코어를 만들어 냅니다.

문제는 이제 3경기. 벼랑끝에 몰린 상대가 멘탈을 회복하고 정신을 차리거나, 혹은 궁지에 몰린 쥐가 고양이를 물듯 배수의 진을 치는 플레이로 역습을 가하거나. 아니면 실력차이 혹은 회복할 수 없는 멘탈의 차이를 보이며 3:0 스코어가 만들어지거나... 결국 이 경기는 LG-IM이 주도권을 쥐어 라인관리를 잘 하며 상대를 잘라먹고 프리바론까지 가져가지만, 상대 억제기 앞에서 아무무의 이니시에이팅에 의해 한타를 대패하고 경기까지 내주게 됩니다.

이 경기가 주는 의미가 굉장히 크다고 생각하는데요. 우선 이 경기 전까지 소규모 전투에서 꼭 한발씩 늦거나 전투에서 실수가 있거나 하며 상대에게 밀리고, 주도권을 뺏겨 끌려다니는 경기를 하며 멘탈이 상해있던 블레이즈가 이 경기를 통해 숨을 고르고 정신을 차릴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또 LG-IM의 입장에서는 끝낼 수 있을때, 끝내야 할때 끝내지 못한게 결과론적으로는 크게 아프게 다가왔을 것 같습니다.

3경기의 픽밴 상황에서 LG-IM은 블루팀 5픽으로 미드라이너를 고를때, 신드라를 골라 놨다가 결국엔 직스를 픽하는 모습을 보여줬는데요.(신드라는 미드킹이 솔랭에서 많이 연습한 챔프) 둘다 픽에 확실한 컨셉을 가져다주는 챔피언도 아니고, 그렇다고 짱센 OP챔프도 아니고. 미드킹은 그저 2:0 스코어에서 하고싶은 미드 픽, 이거 해도 괜찮을까? 하고 생각하면서 직스 픽을 가져갔습니다. 1경기의 럼블 제이스 조합이나 2경기의 라이즈와 초가스 중심으로 돌진조합인 적을 막아내려는 조합때와는 다르게, 예전에 한창 솔랭전사라고 욕먹을때와 같은 픽이 나와버린거죠. 실제로 이 경기에서 직스는 강한 로밍력을 보여줘서 다리우스 리신과 함께 난전을 유도해 주도권을 쥔 것도 아니고, 한타때 짱센 딜을 넣으며 한타를 캐리하거나 어그로를 먹거나 했던 것도 아니고, 고작 한거라곤 초중반에 미드라인을 지속적으로 푸쉬해서 적 플레이어 한명을 미드에 붙잡아 놓은 것 뿐이었습니다.
이즈리얼과 함께 잠깐 포킹 했을때도 체력템 위주로 나온 적들에게 그렇게 강력했던 것도 아니구요. 결국 다이애나 트페 이블린이 밴 된 상황에서 카직스나 제이스 같은 ad캐스터, 그리고 나머지 ap딜러가 다 살아있던 상황에서 직스를 가져간 픽이 정말 아쉽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챔피언을 가지고 갔다면 초중반의 우세를 더 크게 가져갔거나, 혹은 후반에 한타에서 밀리지 않았거나 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을텐데요. 김동준 해설이 언젠가 했던 말인 '이거 될까? 하는 픽은 망하고 이거는 돼, 이걸 해야 돼 하는 픽이 이긴다'는 말이 떠오르던 상황이었습니다.

3경기를 보며 떠올랐던 경기가 두개 있는데요. 하나는 섬머시즌 결승 3경기입니다. CLG.EU와 프로스트의 경기에서 2:0으로 앞서나가던 EU는 보여준 적이 많이 없던 미드 블라디와 원딜 애쉬를 선택하는데요, 경기는 엎치락뒤치락 하는 끝에 프로스트가 역전승을 거두고, 결국은 이후 패패승승승으로 우승까지 거두게 되죠. 픽만 놓고 보면 이상한 챔피언이나 이상한 조합은 없었지만, 저는 그때 당시에는 그 픽이 2:0이 아니라 1:1이었어도 똑같이 3경기에 가져갈만큼 CLG.EU의 베스트픽은 아니었다고 생각했었습니다. 말파와 레오나가 있는 상황에서 굳이 이니시 수단으로 애쉬를 가져갈 필요도 없었고. 당시의 프로겐은 프로겐밴 이라고 할정도로 카서스 애니비아 그라가스 아리 이외의 다른 챔프는 그렇게 강력하지 않을 때였습니다. 4강에서 3밴+아리픽을 한 소드를 상대로는 케넨 모르가나 정도를 고를 때였으니까요.

또 하나의 경기는 lol은 아니고 스타크래프트, 전설의 3연벙입니다. 임요환 선수는 홍진호 선수를 상대로 3경기에도 벙커링 각이 나오자 곧바로 3번째 벙커링을 시도합니다. 2:0으로 우세한 상황에서 흔히들 말하는 정석, 혹은 운영이나 장기전을 가져가더라도 3경기중에 한경기쯤은 잡을 수 있을거라고 여유롭게 생각한 것이 아니라, 그 순간에서 자신이 내릴 수 있는 최선의 판단, 확실한 승리의 길이 뭔지 생각하고 가차없이 벙커링을 시전해서 3:0으로 다전제를 마무리 하는 모습입니다.

오늘 경기까지 합해서 총 3가지의 케이스에서 두 경우를 볼 수 있는데, 2:0에서 끝낼 수 있을때 끝낸 경우와 여유 아닌 여유를 부리는? 모습을 보이다가 분위기를 넘겨주고 승승패패패한 경우입니다. 여기서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이정도 단계에 올라올 상대에게는 새로운 시도를 해보거나 여유를 보이기에는 너무 위험하다(그런건 12강에서)' 정도가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5판 3선승제에서 한번 뒤집어진 분위기를 다시 수습하기는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처음에 장황하게 했던 이야기의 연장인데요. 심리적인 측면만 본다면 3경기를 따내서 1:2로 따라붙은 쪽에서 4경기에 더 큰 자신감과 동기부여를 받게 될것이고, 그렇게 4경기까지 따라잡는 경우 5경기에서는 오히려 기세와 분위기가 역전되어 초반에 우세하던 쪽이이러다 지는게 아닌가 하며 오히려 크게 주눅드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한국프로야구의 경우(제가 자신있는 통계가 이쪽 뿐이여서) 포스트시즌 5판 3선승제 경기에서 1경기를 승리한 쪽이 시리즈를 가져가는 경우가 많지만, 2:1에서 4경기를 승리하여 2:2를 만드는 팀이 5경기까지 이겨 시리즈를 가져갔고 반대 경우는 아직 없었습니다. 물론 수요일날 프로스트가 승승패패승을 보여주긴 했지만 그래서 더 대단하다는 것이고, 해설진들도 당시 패패승승승, 이제동스코어를 언급하면서 강조할 만큼 e스포츠에서 패패승승 이후에는 연이은 승이 나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는 분위기와 흐름이라는게 중요하다, 결국 끝낼 수 있을때는 깔끔하게 끝내는게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 되겠죠. 물론 3연벙때처럼 똑같은 픽밴 똑같은 컨셉의 경기를 계속 하는 것이 재미가 없고 팬들을 위하는게 아니라는 의견도 있겠지만, 그것은 규정이 알아서 할 일이고 승리를 위해서라면, 그것이 최선이라면 같은 픽이고 뭐고 프로는 최상의 조합을 보여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어쨌든 이어지는 4경기, LG-IM에게는 어쨌거나 더 길어지기 전에 끝낼 수 있는 마지막 찬스, 블레이즈는 수습된 멘탈을 부여잡고 어떻게든 5경기까지 끌고 가야하는 상황, 이경기도 이겨서 3경기의 분위기를 5경기까지 쭉 살려가야 하는 상황. 이런 상황에서 LG-IM은 또 한번 조합에서부터 결정적인 아쉬운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 경기에서 LG-IM이 탑 초가스 정글 리신으로 가져간 이점이 정글 초가스 탑 리신이었을 때보다 훨씬 적었고, 결국 둘다 딜이 없고 탱템만 두르는 상황에서 적의 주요 딜러를 끊을 수가 없고 우리 딜러도 지킬 수 없게 되어 경기를 지게 됩니다. 초가스의 스킬샷은 결국 똑같이 들어가기에, 2경기처럼 초가스를 정글로 보내고 탑에서 리신이 적당한 공템을 섞어서 두르며 원딜을 공격하는 브루저 역할을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5경기는 수요일 5경기와 함께 명경기로 꼽을만큼 재밌는 경기였습니다. 6렙타이밍에 한박자 빠른 탑에서의 킬과 트페의 바텀 로밍, 중반 운영과 타워 푸쉬까지는 좋았으나 이번에도 마지막에 미드 억제기앞에서 쉔의 이니시에이팅에 끊기며 전세가 역전되는 아쉬운 모습을 보여줬죠.

LG-IM은 팬들의 우려와 비난을 오늘의 멋진 경기력으로 불식시켰고 승리의 문턱에 다다랐으나, 결과론만 붙잡고 이야기한다면 픽에서의 두번의 아쉬움때문에 끝낼 수도 있는 경기를 끝내지 못한게 아닌가 하는 아쉬운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다음 시즌에서는 이 경기가 경험이 되어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합니다. 노련한 운영을 보여주며 역전승한 블레이즈에게도 축하의 박수를 보냅니다.

두서없는 글이 됐네요. 가볍게 읽고 많은 의견 주시고 네거티브는 사양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Lv33 Jaspe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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