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안의 항해일지 7
. . . . . . . 말이 통하지 않습니다!
"꺄아~ >.<"
"선장. 좋은 일 있어요? 아침부터 싱글벙글이네?"
"아, 루셀! 그게 말이지.. 짜잔~!"
그녀가 내 앞에 당당히 내 놓은 것은 바로 아프리카 남부 입항허가서였다.
"뭐에요. 이건 지난번에 국왕님한테 받은 거잖아요."
"그렇지. 하지만 너도 이제 곧 알게 될거야. 얘들아~ 출항 준비 하거라."
".. 그런데 율안선장"
"응?"
"설마, 혼자 가는 건 아니죠?"
"응? 혼자 갈건데?"
... 엄동설한도 아닌데 갑자기 등골이 오싹해졌다. 내가 아는 선장님은 절대로! 혼자서 아프리카 항해는 꿈 꿀 수 없는 분이 아니시던가..
"저기 선장님. 혹시 프렌 선장님이시던가.."
"프렌 선장? 아! 프렌 선장이 있었구나. 고마워 루셀! 하마터면 프렌 선장을 잊고 갈 뻔했어."
..... 아 불안하다. 우리 선장!!
.................
한 눈에 봐도 루셀 녀석. 불안한 눈망울을 가득 머금고 나를 바라본다. 그렇지만 그 녀석에게 일일히 설명할 수가 없었다. 나에게는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프렌선장과 만난 뒤, 나는 배에 올라탔다. 오늘따라 나의 마음은 조급함 반, 설레임 반으로 가득했다.
"율안님. 우리 고래 생태 조사 한 뒤에 떠나죠."
"그래요. 프렌님."
그리하여 잠시 진로를 바꿔 세우타을 들려 마데이라로 향하는 도중, 만능 네비게이션을 통해 프렌선장의 음성이 들려왔다.
"지난번 런던 가셔서 바디랭귀지 배우셨죠?"
바디랭귀지? 내가 그런걸 배웠던가?
"배운 기억이 없어요."
".... 오늘 인도 항해는 여기서 끝입니다."
갑자기 들려오는 프렌선장의 말에 나는 화들짝 놀랐다. 오늘 아니면 인도 갈 수가 없는데!! 나는 필사적으로 프렌 선장을 꼬득이기 시작했다.
"프렌선장님. 포르투로 가요! 언어를 배우면 되잖아요. 언어를. 뭐하러 런던까지 돌아가려고 그러세요."
.............
오늘따라 우리 선장님 너무 부산을 떠신다. 대체 무슨 일이길래 마데이라에서 급하게 포르투로 방향전환을 하라고 하시는 걸까?
아무것도 가르쳐 주지 않은 율안 선장님이 두렵다.. 그리고..
저런 선장을 믿고 쫓아가는 (아니, 해고대상에서 제외됐다고 말해야 맞겠군.)
저 녀석도 불쌍하군...
..............................
"자! 이제 언어도 배웠으니깐, 드디어 출발~"
루셀에게 말하지 않았지만, 드디어 나도 인도 땅을 밟을 수 있게 되었다. 얼마나 고대하던 일이던가!
케이프타운에 관리를 모셔다 놓고, 느긋하게 인도여행을 즐기는 거야!
꿈에 부풀러 있던 나는 앞으로 어떤 어려움이 닥칠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오오. 율안 그대 정말 고맙소. 이건 고마움의 표시로 주는 거라오. 받아 두시오."
"감사합니다. 관리님. 앞으로 케이프타운을 잘 지켜주세요~"
"축하합니다. 율안님."
"감사합니다. 프렌 선장! 우리 소팔라로 가죠."
.. 어느 새 율안 선장님의 직속 기사가 되어가고 있는 프렌 선장님.. 덕분에 우리의 할일은 없지만, 왠지 모르게 우리 선장님께 당하고 계시다는 생각이 왜 들까요...?
소팔라.
"자! 이제 여기서 상아 20개를 구입한 뒤에 모잠비크로 가야 해요. 상아 사는 데 도움 좀 주시구요. 이봐 루셀! 너희는 나를 준비 해"
"에이~"
"모잠비크에서 잘 하면 알베로 만날지도 몰라~ 그러니깐 후딱 해"
"얼른 가서 상아나 사오슈. 선장"
기분 좋은 듯, 룰루랄라 콧노래를 부르며 교역소 주인에게 말을 거는 우리 선장을 보며 못말리는 분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어디선가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선배. 이게 무슨 소리입니까?"
"글쎄다. 아! 저기 선장 온다."
그런데 선장의 발걸음이 심상치 않다. 그 짧은 순간에 무슨 봉변을 당한 것일까?
"선장. 율안 선장님!"
"무슨 일이 생기셨습니까? 어떤 불한당이 선장님의 물건을 뺏았습니까?"
"상아. 상아는요?"
우리들의 질문에도 미동조차 하지 않은 선장님. 고개를 들지도 않은 채 그저 도리질만 할 뿐이었다. 그때였다.
"헉헉. 율안님."
저 멀리서 뛰어오는 사람이 있었으니, 그는 바로 프렌 선장이었다. 손에는 상아 3개를 안고서..
"그렇다고 그렇게 소리를 지르며 도망갈 이유는 없잖아요."
"......"
"뭐, 이런 일이 한 두번 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러길래 제가 런던 가서 바디랭귀지 배워오랬잖아요."
"......"
"그리고 지난번에 배우신것도, 서아프리카 언어 배워오신거죠?"
".... 서아프리카어랑 스와힐리어랑 같은 건 줄 알았단 말이에요."
모기만한 목소리로 변명하는 율안선장님의 말을 듣는 순간, 모든 것을 알아차렸다.
그랬다. 정식으로 인도 가게 된 것에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던 우리의 선장님! 율안 선장님이 또 다시 사고를 치신 것이다.
".. 선장님이 배 위에서 폴짝폴짝 뛸 때부터 알아 봤어요. 무언가 크게 사고 치실 거.. 크억!"
"율안님은 여기 계세요. 제가 발품을 팔지요 뭐."
.. 어디서 우리 선장님한테 저런 멋진 기사분이 나타나셨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 선장님은 복하나 제대로 타고 태어나신건 확실해!
그러나 우리의 율안 선장님.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또 다시 사고하나를 만드셨으니...
"아! 영국분이시다. 혹시 저 분은 말이 통할까?"
"말이 통하실테니 혼자 몸으로 오셨겠죠. 어? 선장님! 선장니임~ 어디가세요"
".. 이러저러해서 그런데 통역 좀 해 주시면 안되요?"
"그러죠 뭐."
꺄아~ 프렌씨 오기전에 상아 조금이라도 더 사다 놔야지~ 룰루~!
그런데..?
어라..?
[상아 20개 구입 완료 되었습니다.]
.....
"프렌선장? 프렌선장 지금 어디계세요."
"이제 곧 돌아가는데요. 왜요?"
".. 저 상아 다 구입해버렸어요..;;"
"흐억!"
".. 죄송해요.T^T 고생만 시키게 해 놓구."
"아니에요. 조심해서 출항하세요."
......
ㅋㅋ 오랜만이죠? 오랜만에 들고 오니깐 영 재미없네요.
지난주 목요일에 있었던 일이랍죠. 100% 실화입니다.ㅋ
말이 통하지 않는게 이렇게 힘든 일인줄 처음 알았어요.T^T
마음이 조급해지니깐 막 실수하기도 하고. 길도 못찾고..;
하여튼 그날 항해는 완전~ 실수투성 항해였답니다.
지금요? 무사히 인도 캘리컷에 도착하여,
현재는 이벤트 때문에 모가디슈에 (카락으로 43일 걸린..;)
있슴돠.^^;
여담으로...>
조급증 때문에 항구에서 출항해야 하는데 또다시 마을로 들어간 율안.
기다리는 프렌씨한테 미안해서 "오늘 계속 실수만 하네요." 라고 했더니,
이유를 물으셨습니다. 그래서 이차저차해서 그렇다고 했더니만,
그 말을 가만히 듣고 계시던 판도라님(판도라의상자님이시죠.ㅋ 전 길말로 대화 합니다.ㅋ 챗방 어지러워서.ㅋ)
"그게 바로 율안님 매력이죠. 귀여워요." 라고 하셨드랬습니다.
길치에, 실수투성이이지만..
전 율안이 사랑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