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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게의 인사 # 3

루운 사가
댓글: 2 개
조회: 269
추천: 1
2005-12-22 17:08:36
【 "어서 가, 헤리나!"

"아밀, 안돼! 너도 가야 해!"

헤리나는 거듭 뒤를 돌아보고 있었다. 엄청난 바람이 불어오면서 바다가 매섭게 물보라를
일으키고 아우성을 친다. 폭풍우가 오려는 것인가.

"왜 네가 여기에 남아야 해! 난 괜찮아! 윈터도 괜찮다고 했어! 바란도, 리멜도 다른 사람
들도 물론..."

"시끄러워!"

아밀카르는 소리를 질렀다. 여자에게 한번 소리질러 본 적이 없던 그가 처음으로 그렇게,
우악스럽게 헤리나에게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제발 가라고! 나는 다시는 루비나와 같은 사람을 만들고 싶지 않아! 다시는, 다시는!!!
가! 가란 말이야-!!!"

...

그들과 언젠가 헤어져야 한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어느 한적한 항구 주점에서 술을 마시며 내일을 기약하는 이별이든, 배를 타고 도망치든간에
자신은 그들에게서 떠나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건 정말로 최악이었다. 】








달도 없는 한밤중, 기괴한 거선 한 척이 세비야의 항구로 미끄러져 들어왔다.

국기도 달지 않아 얼른 국적을 알 수 없는 그 배에는 잘 차려입은 한 준수한 청년과 프로방스어로
떠들고 있는 몇몇 선원들만이 타고 있었다. 그들은 몇 개의 커다란 대리석상을 들고 부둣가에 내렸
다. 세비야의 항구 관리소장 산티아고는 이상한 배가 들어왔다는 보고에 허겁지겁 부둣가로 달려 나
갔다. 그 수상쩍은 배에 탄 자들을 조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예를 갖추어 맞아들이기 위해서였다.

줄리앙 클로렌스는 자신들에게로 허겁지겁 뛰어오는 펑퍼짐한 항구 관리소장을 보자, 항해 중간에
가끔 느꼈던 메슥거리는 기운이 다시 올라오는 것 같았다. 이번의 항해처럼 그의 기분을 최악으로
만든 것도 없었고 세비야 다음 목적지만큼 가기 껄끄러웠던 곳도 없었다. 아마 그 곳에 다시 가더라
도 이번 일 때문에 그리 좋은 인상은 받지 못하리라.


산티아고는 미리 준비되었던 서류를 줄리앙에게 내밀었다. 그도 이 얼굴을 살풋 찡그리고 있는 미
모의 남자가 마음에 들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는 굵직하거나 위험한 일은 전혀 좋아하지 않았다.
가끔의 해적 출몰은 미리 숨기고 들어오는 자들을 적발하지 못하는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 한, 그의
책임이 아니었다. 산티아고는 지금 자신에게 쥐어진 '물건'이 빨리 교환되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는
지금 줄리앙의 선원들이 들고 있는 대리석상을 자신이 일시적으로 맡게 된 것만으로도 부담이 컸다.

"이게 그 자에 관한 서류입니다."

항구 관리소의 가장 내밀한 방에서 줄리앙은 촛대 하나의 불빛에 의지해 산티아고가 내민 종이들을
읽어 내려갔다. 적혀 있는 것은 많았지만 줄리앙이 보기에 하얀 종이에서 빼곡하게 춤을 추고 있는
글자들은 거의 말이 안되는 헛소리나 다름없었다.

"아밀카르. 포르투갈 출신으로 세비야 왕성 지하 감옥에서 3년간 복역. 그리고...... 잠깐, 이 표
시는?"
"네. 보시는 그대로 3일 후에 사형 집행이 있을 예정인 자입니다."

'흥, 갈 데 없이 내몰린 자를 쓰겠다는 건가. 하긴, 이런 자가 더 필사적이긴 할테니까.'

항해 내내 느꼈던 메스꺼움이 다시 올라오자 줄리앙은 있는 대로 눈살을 찌푸렸다. 그 상태로 그는
잠시 서류를 노려보다 산티아고에게 툭 한 마디를 던졌다.

"관리소장님. 이 아밀카르란 사람이 세비야에서 계속 3년 내내 수감되어 있던 것 맞습니까?"
"네. 그런데 그게 무슨?"
"어떻게 세비야 왕성 지하 감옥에 수감되어 있으면서 리스본에 있는 후작 저택의 보석을 절도할 수
있는 겁니까?"

산티아고의 얼굴이 삽시간에 벌게졌다. 그는 줄리앙이 들고 있던 서류를 자신도 모르게 낚아채려고
했으나 줄리앙이 산티아고의 손을 피하는 게 더 빨랐다.

"세비야 교역소의 물품 횡령, 파루 은행의 현금 다량 절도 및 주민 살인, 리스본 교회 방화......
이걸 하루 안에 다 했단 말입니까? 그 것도 감옥 안에 있으면서요? 정말 어떻게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
"그만, 그만하시오! 날짜 표기에 착오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훑어볼 만큼 보셨으니 이제 가져가도 되
겠습니까?"

줄리앙은 산티아고가 허겁지겁 탁자 위에 있던 서류들을 쓸어 모으는 것을 씁쓸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아무리 죄목을 갖다 붙이는 것이라지만 이것은 너무 성의가 없군. 하긴, 이런 데서 성의라는 것을 찾는
것이 우스운 일인 걸까.

줄리앙은 희미한 웃음을 지었다. 지금은 바람이 부는대로 그렇게, 따라가야 하겠지. 하지만 자신은 역
풍을 만들 것이다. 그리고 원래대로, 그 역풍을 받아 제자리로 돌아갈 것이다. 나는 그렇게 할 수 있어.
지금은 참고 잠시 흐름에 맞춰서 따라 흘러가는 것 뿐이다.


그리고 줄리앙은 산티아고가 빨리 내던져 버리고 싶어하는 '물건'을 인계받고 다시 다음 목적지를 향해
배에 올랐다. 배에 오르는 줄리앙이 있는대로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것에 반해 산티아고는 무사히 인계를
마쳤으니 자신의 할 일은 끝났지 않느냐는 홀가분한 표정이었다. 물론 줄리앙에게서 받은 대리석상을 무
사히 윗 분들한테 전달해야 하는 임무가 남아있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산티아고는 그 날 밤의 일로 이 낮
도깨비 같은 괴상한 일이 다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몰랐다. 물론, 그가 그 사실을 안 것은 훗날의 일이다.










아밀카르는 숨을 들이마시고 있었다.

마치 자신이 바다와 하나가 되려는 것처럼, 바다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기라도 하려는 것처럼 그는 숨을
들이마셨다. 밤하늘의 몇 조각 별빛이 오랫동안 햇빛을 보지 못해 하얘진 그의 얼굴에 내려앉았다. 수년
간 약간의 횃불을 제외하면 어둠 속에서 살아온 그는 마치 검은 바닷물 속이라도 들여다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는 어딘가로 옮겨지고 있었다. 도중에 느낀 바다를 기억했을 뿐, 아밀카르는 다른 어떤 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그가 정신이 차렸을 때, 가장 먼저 느낀 것은 아주 희미한 불빛이었다.

그러나 그 불빛도 오랫 동안 햇빛을 보지 않은 아밀카르의 눈에는 아직 받아들이기가 버거웠다. 약간 미
간을 찡그리고 고개를 든 아밀카르는 자신의 앞에 서 있는 푸른색 머리의 남자를 발견했다. 그 옆에는 호화
스럽게 장식된 탁자와 의자가 놓여 있어 희미한 불빛에도 번쩍였다. 탁자 위에 놓인 술잔에서는 김이 피어
올랐다.


아밀카르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가 서 있는 곳은 거대한 홀의 내부인 듯 했다. 홀의 끝에 놓인 의자에는
몹시 지위가 높아 보이는 귀족이 한 명 앉아서 아밀카르와 그 앞의 남자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 곳에는
불빛이 상대적으로 더 적었기 때문에 그는 반쯤 어둠에 잠긴 것처럼 보였다. 아밀카르가 서 있던 곳에서 멀기
도 했지만 그림자에 가려져 그의 표정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반면, 아밀카르의 앞에 서 있는 남자는 있는
대로 인상을 써서, 그 잘생긴 얼굴을 엉망으로 만들고 있었다.

"내 이름은 줄리앙 클로렌스다."

아밀카르 앞에선 남자가 먼저 말을 꺼냈다. 별 감정없는 태연한 목소리였으나 아밀카르는 그 말이 무언가에
떠밀려 내뱉어졌다고 느꼈다. 3년 전 그 일 이후부터 자신의 의사에 상관없이 무언가에 떠밀려 살아온 자의
직감으로서였다.

"그리고 저 쪽에 앉아계신 분은 총독을 제외하면 포르투갈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대귀족인 브라간사 공작
전하......"

그리고 줄리앙은 아밀카르가 미처 어떤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그를 옆에 있던 의자에 떠밀어 앉히면서 그에
게만 들릴 정도인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가 아니라 개새끼지."

아밀카르의 얼굴이 굳었다. 그러나 그가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자신을 보든 말든 줄리앙은 자신이 할 말만
계속하고 있었다. 중간 중간에 저기 앉은 공작이 들으면 어떻게 될까 심히 염려스러운 말들을 아밀카르에게나
들릴 작은 소리로 끼워넣으면서였다. 본래 포르투갈 출신이 아니나 그의 말은... 여러 의미에서 유창했다.

"공작 전하... (씹새끼)...께서 황송... (개뿔)...하옵게도 지금은 자신이 없는 것처럼 여기고 대화를 진행하
라고 하셨기 때문에... 너도 저 쪽에 너무 신경쓰지 말고 내 이야기를 들어줬으면 한다. 저 분... (X같은 놈)
...께서는 그냥 지켜보시기만 하는 것이니까.(그냥 지켜보기는 무슨... X같은 소리 하네...XXXXXXXXX! :마지막
말은 프랑스어였기 때문에 아밀카르가 알아들을 수 없었다.)

아밀카르는 어처구니가 없는 표정으로 줄리앙과 뒷 쪽의 브라간사 공작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줄리앙의 다음
말을 듣자 아밀카르의 얼굴은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혼란스러움에서 점차 무표정한 냉랭함으로 서서히 바뀌기
시작했다. 줄리앙 또한 말끝에서는 거의 이를 갈고 있었다.

"여하튼... 내일 모레면 죽을 사형수인 너를 이렇게 데려온 것은...... 너에게 시킬 명령이 있어서이다. 이
명령을 완수한다면 대가로 살 수 있을 뿐더러, 자유까지 얻을 수 있는 일이지."

아밀카르의 얼굴에는 이제 선명한 조소가 떠오르고 있었다. 가치없는 한 마리 벌레처럼 자신을 이리저리 갖고
놀던 무엇이, 다시 그에게 손을 뻗치고 있다는 것을 느끼자, 얼굴 위로 떠오르고 있는 빈정거림을 감출 수가
없었다.

"선택은 두 가지지. 이대로 죽든가, 살 기회를 찾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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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 #3이 너무 길어지는듯 하야...
잘랐습니다. ;
크리스마스 때까지 나머지를 올릴 수 있을런지.

Lv2 루운 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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