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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Go, Go, 고메즈!! (5) - 망명과 채집 그리고 오토세일링

아이콘 누노고메즈
댓글: 13 개
조회: 1156
추천: 2
2005-12-20 04:55:19

* 하아~ 글이 제 마음대로 안써져서 왠만하면 안올리려던 글이었는데, 도저히 지우기가 아까워서 올립니다;; 계속 연재를 미루다가는 잊혀져버릴지도 모르고;; 이 글때문에 다른 글을 쓰기에도 연결이 안되서, 다음 글을 위해 뻔뻔스럽게 올려봅니다.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글이 될까봐 두렵습니다;; (꽤 길기도 하고;;)

* 예전에 마젠님의 카툰에서 나온 말디니라는 선원을 영입하기로 했는데, 이제야 소설로 썼습니다. 시기가 지나도 한참 지나버린;;; 이미지는 마젠님과 이안님의 카툰에서 슬쩍ㅋ




- 1.



".....왜 하필 네덜란드입니까?"


"........"


네덜란드로 망명하겠다는 나의 말에 미겔씨등 에스파니아출신 선원들이 반발했다. 자랑스러운 에스파냐의 뱃사람의 자긍심에 식민지인 네덜란드인 -에스파냐출신이더라도- 밑에선 일할 수는 없었다. 지중해 너머의 베네치아라도 함께 가고자 했던 선원들이었지만, 차마 네덜란드로는 함께하지 못했다. 그것은 한편으로는 다행이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씁쓸한 일이었다.


".....선장님의 결정이 그러하시다면, 저희는 더이상 선장님과 함께 일할 수 없습니다."


".........."


망명을 결정하게 된 이유는 나의 조국 에스파냐와 싸우기 위해서 였다. 세계를 여행하면서 나의 조국 에스파냐가 얼마나 많은 악행을 자행했는가를 눈으로 보고 절실히 깨달았다. 통상이란 명목으로 식민지를 삼고 경제적 군사적 침략을 일삼았던 나의 조국에 대해 나는 큰 실망을 했다. 세비야에도 언젠가 석양이 지는 날은 온다. 세계가 우리 에스파냐를 비난하고 있다는 것을 우리만 알지 못하고 있다.


".......끝내 그렇게 하셔야 겠습니까?"


"여러분, 죄송합니다. 하지만 제 결정은 변함 없습니다."


고반씨와 합류한 뒤 북해로 올라가려던 차에, 미쳐 세비야항을 벗어나기도 전에 왕국근위병들에게 붙들렸었다. 더이상 흑고래용병함대와 연루된다면 용서하지않겠다는 알바공 일파의 협박을 받고서, 그렇게 하겠노라는 다짐을 하고서야 풀려났다. 내가 왕궁에서 돌아왔을때, 미겔씨나 블랑코씨 같은 선원들은 당장이라도 발티자르님을 구하러 가자고 주장했지만, 여기서 더 알바공과 대립했다간 선원들과 그들의 가족들이 위태로워질지도 몰랐다.


물론 알바공의 위협에 겁먹거나 굴복한 것은 아니었다. 나는 알바공과 더욱 치열하게 싸워야만 했다. 하지만 이건 내가 할 일이고, 내 운명이었다. 내 선원들까지 이 일에 끌어들일 수는 없다. 그래서 이런저런 이유로 나는 내 선원들과 내 조국을 등지기로 했다.


"그럼..... 고메즈 선장님, 언젠가 어느 바다에선가 만날 날이 오겠죠. 그럼 꼭 원하시는 일 이루시길 바랍니다."


"......모두들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일동, 선장님께 경례!!"


".........감사합니다. 모두들...."


나의 선원들의 마지막 경례였다. 경례후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가, 선원들은 하나 둘씩 방을 나섰다. 나의 선원들 한명 한명... 얼굴과 이름을 내 가슴에 기억했다. 그들과 함께 했던 바다들을 기억했다. 하나둘씩 쏟아지는 기억들을 주체할 수가 없어서, 진열창에서 위스키를 꺼냈다. 한 잔씩 한 잔씩 기억들을 비워냈다.






- 2.


"저는 이탈리아인입니다."


루시오씨의 표정은 담담했다. 그의 짧고 정직한 한마디는 굳이 더 묻지않아도 그가 무엇을 말하는 지 알게 했다.


"아, 저는 고메즈님에게 여러가지 더 배우고 싶어요. 딱히 전 갈 데도 없구요. 하하하"


어릴적 해적에게 부모를 잃은 후안군도 내 곁에 남아주었다. 그의 구김살없는 밝은 미소 덕택에 내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후안군이 곁에서 날 챙겨주지않았더라면, 지금의 나도 없었다. 그리고 나도 사실은 솔직히 그가 끝까지 내 곁에 남아주길 바랬다.


"자네가 책이나 읽는 거 말고 뭐 제대로 할 줄 아는거라도 있어?"


"고반씨는 굳이 안 따라오셔도 됩니다. 고향으로 돌아가셔서 푹 쉬십시오."


"어이쿠!!! 여기저기 부서진 곳이 한두군데가 아니구만!!!! 하여간 이 배엔 내가 없으면 안된다니까!!! 이런 것도 못 하면서, 선장이랍시고 잘난척이나 하고 있으니, 개나 소나 다 선장이지!!"


".........후안군, 고반씨를 집에다 모셔다 드리십시오."


"야!! 후안, 너 임마!! 갑판 청소 제대로 못해!!! 여기 얼룩 안보여? 앙!!"


"넵~~~!!"


.........하아... 도대체 누가 선장인지 원. 고반씨가 외치는 고함소리를 듣고 있으니, 아직도 이 갑판에는 어제까지의 항해기록들이 남아있는 것만 같다. 거기다 어제 마신 술때문에 머리가 지끈거려 죽겠는데, 머리가 울려서 아주 죽을 맛이다. 그래도 썩 나쁘진 않았다. 혼자가 아니어서.






- 3.


"선장님, 뭔가를 건졌습니다."


"뭔가라뇨?"


암스테르담으로 향하던 배가 비스케이만을 지나갈 때, 루시오씨가 선장실로 찾아왔다. 평소에도 실없는 소리 한번 안하시는 루시오씨였기에, 무언가를 보고할때 '뭔가'라고 말하는 경우는 없었다. 루시오씨도 모르는 정체불명의 것인가?


"일단... 봐보십시오."


"?"






"오우, 당신이 이 배의 선장님입니까? 잘 부탁합니다. 전 말디니라고 합니다!! 훗"


갑판으로 나가보니 한 사내가 바닷물에 흠뻑 젖은 채로 앉아있었다. 행색을 보아하니 바다에서 조난당한 뱃사람인것 같았다. 사내는 나를 보자마자 벌떡 일어서서는 목청 큰 소리로 자기소개를 해댔다. 사내의 호탕한 웃음과 함께 고르게 배열된 치아에서 눈부신 빛이 났다.


"아... 예... 말디니씨.... 포류되신 건가요?"


"네? 하하하. 일단은 그렇습니다만 저는 원래 뱃사람입니다. 시켜만주시면 뭐든지 하겠습니다. 후훗. 제 특기는 채집입니다.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주워버립죠. 냐하하핫"


사내의 지나치게 낙천적인 미소에서 무언가 불안함을 느꼈다. 본능적으로 이 녀석은 이 배에 눌러앉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 경험상 이런 녀석은 냉정하게 초반에 뿌리쳐버려야 한다.


"아뇨. 저희는 더이상 항해하지않습니다. 어디까지가시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칼레항에서 내려드..."


"오오!! 저녀석, 꽤 쓸만하겠는걸!! 좋아!! 일단 갑판청소부터 해봐!!!"


"고반씨! 아직 저는 아무런 결정도!"


"훗. 갑판청소요? 맡겨만 주십시오. 정어리들이 갑판에서 헤엄치도록 매끈하게 닦아놓겠습니다요, 형님!!"


"형님? 크하하핫!! 너 이녀석 맘에 들었다!!! 선장나리, 요 녀석 내가 잘 책임질테니, 가서 하던일이나 마저해."


"................"


이 배의 선장은 고반씨다-_-


갑자기 피로가 몰려왔다. 고반씨를 상대하는 것만으로도 3일동안 굶은 것과 같은 피로가 쌓이는데.... 뭔가 무책임하게 번득이는 사내의 치아를 보고 있노라면, 식수도 고갈되버린 것 같다. 어째 암스테르담으로 향하는 내 앞길에 지독한 정역풍이 불어오는 것 같은;;;


활기차게 갑판위를 뛰어다니는 두 사람을 멍하니 바라보다, 루시오씨의 부축을 받으며 선장실로 다시 돌아왔다.


"루시오씨. 도중에 칼레항에 입항해서 저 말디니라는 분을 내려주세요."


"암스테르담까지 직선항로로 가지 않습니까?"


"아뇨... 칼레에 입항하거든 말디니를 내려주시구요. 더불어 함께 고반씨도 고향으로 돌아가시라고 하세요."


".......선장님, 칼레엔 말린사과가 팔리고 있습니다. 리큐르라는 주류도 팔리지요. 그런데 말린사과와 리큐르는 아직 저희 창고에도 적재되어 있습니다."


"네? 갑자기 무슨 소리신지?"


"아닙니다. 단지 그렇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럼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





그러나 배는 칼레항에 정박하지 않은 채로 암스테르담으로 직행했다.


대게 지금까지의 항해는 루시오씨가 알아서 해주었기때문에, 선장이 선장실에 로프로 포박되어 4일간 감금 되어 있더라도 암스테르담까지의 항해에는 별 탈이 없었다. 루시오씨는 선장실에 들러 말없이 말린사과와 리큐르 한잔씩 가져다 주었는데, 덕분에 간신히 굶지는 않았다;; 4일간의 감금동안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루시오씨의 말과 행동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이러한 고민에 나는 학자로서의 본능이 끓어올랐고, 이런저런 심리학적이고 철학적인 분석을 계속했다.





분석결과 루시오씨가 내게 하고 싶었던 말은 "선장님, 저는 그럴 생각이 없습니다." 인 것 같다.





..................그냥 말을 하시지. 후우....




(5화. 망명과 채집 그리고 오토세일링 끝)

Lv23 누노고메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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