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스트에 대한 질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 중 정글러 클템을 중심으로 시즌3 변화에 적응하지 못했다는
의견이 많은데요. 저도 이 의견에 동의하며 이것을 과거 테란이 겪었던 패러다임과 비교해 보고 싶습니다.
테란은 사기죠. 왜 사기냐고 묻는다면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이 이유가 여러가지라는 것만으로도 사기입니다.
테란의 장점은 벙커링과 더블컴으로 대표되는 양극단의 빌드를 오갈수 있을 뿐 아니라 그 사이에도 갖은 빌드구사가
가능하여 저그와 토스의 많은 카드에 유연하게 대응가능한 점입니다. 또한 방어에 능하며 소수의 병력으로도 멀티방어
가 가능하다는 점이 크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 방어력을 기반으로 200싸움으로 몰고가면 왠만해선 지지않습니다.
막으면 이긴다 라는 점에서 지금껏 프로스트가 시도해온 라인전버티기 후 한타대박과 유사하죠. 최근 프로스트의 경기
를 보면 방어에 치중했던 전상욱의 경기가 생각납니다. 일단 초중반 상대의 전략적인 카드를 막아버리고 변수를 없애고
나면 남는 건 쌓인 테란의 병력과 지지않는 한타였습니다. 이런 흐름은 어디까지나 테란의 방어력에 기인한 것으로
그를 대표하는 건 일꾼수리와 벙커, 언덕사수였죠. 롤에서는 타워를 벙커에 비유할 수 있고 일꾼의 수리력은 라이너의
체력유지력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타워를 끼고 방어하는 것은 당연히 교전에서 유리하며 다이브하는 쪽은 그만큼
부담을 가지고 뛰어드는 것입니다. 200한타를 위한 테란의 임무는 멀티사수이며 한타를 위한 프로스트의 임무는 라인전
에서 최대한 파밍에 신경쓰고 킬을 내주지 않는 것입니다. 테란은 벙커를 박고 입구를 좁히고 일꾼을 세워둡니다.
프로스트는 라인을 당겨서 파밍하며 다이브에 대비한 정글러의 움직임이 보입니다. 테란은 서서히 물량을 뽑으며 진격
하며 프로스트는 서서히 코어템을 뽑으며 강력한 한타를 구성해냅니다. 어찌보면 프로스트는 테란의 전성기를 그대로
거쳐온 것같기도 합니다. 롤드컵에서 준우승한 것은 이 프로스트식 테란흉내내기의 위력입니다. 물론 그 이면에는
한타의 뛰어난 컨트롤이 있었겠지만 그까지 버티는 것은 테란의 패러다임을 그대로 닮았습니다.
한데, 이런 테란의 제국과 프로스트는 늘 승리하지 못하는 걸까요. 테란에게는 맵의 변화가 늘 있어왔고 프로스트에게
는 시즌3패치가 있었습니다.
테란이 승승장구하자 이 독주를 막기위해 맵퍼들이 시도한 여러가지 것들이 있었습니다. 우선 테란의 먹고버티고물량
뽑기에 대항하고자 멀티간 거리를 멀게 만들고 방어에 취약하게 만들었습니다. 간단하게 입구가 2개 이상인 지형을
만들어버리거나 입구폭을 완전히 넓혀버리거나 하는 것이죠. 테란은 멀티를 먹기위해 더많은 부담을 가지게 되었고
이는 테란의 물량이 쌓이는 속도를 제한하게 됩니다. 스타많이 보신 분들은 기억하실 겁니다. 한 때 이런 컨셉의 맵이
유행하였고 테란이 더욱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이게 되었죠. 그리고 멀티당 미네랄 수를 줄이는 방법도 모색되었습니다.
당연히 테란은 다른 멀티를 구축하기 위해 교전을 계속해야되었고 지루한 200한타보다는 복잡한 난타전이 이루어지기
도 했습니다. 저는 이런 변화가 시즌3변화와 유사한 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미니언에게서 얻는 cs량이 다소
적어졌고 시간당 cs가 늘어난 것은 테란의 미네랄 수급이 줄었다는 의미와 같습니다. 그리고 정글보상이 늘어난 것은
제3멀티 이상의 지역 미네랄이 늘어난 것입니다. 흡낫의 너프와 챔프들의 체력유지력감소는 일꾼 수리속도의 감소로
비유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 테란의 패러다임을 그대로 따른다면 테란은 200을 모으기도 전에 타멀티를
먹지못하고 말라가게 됩니다. 계속 난타전이 일어난다는 것은 미네랄 소모가 지속된다는 의미인데 이런 경우는 당연히
타멀티를 선점한 쪽이 유리하게 됩니다. 스타 자주보신분들은 아시겠지만 멀티수가 우위인 쪽이 지속적인 교전을 시도
하는 것은 상대방의 미네랄소모를 위해서입니다. 200이 차지않게 지속적으로 인구수를 줄여두는 것이죠.
마찬가지로 롤에서도 정글장악을 한 쪽이 상대에게 지속적인 딜교환을 시도하는 것은 유리한 선택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이 정글의 위치는 상대 멀티의 사이사이에 있습니다. 상대를 각개격파하기 쉬운 위치죠. 오래전에 이윤열과
이재훈이 로템에서 만났을 때 50게이트를 하고서도 진 이유는 병력이 보이는 지점을 점령당해 각개격파당했기 때문
이죠. 그만큼 시즌3 정글장악은 중요한 의미를 가지게 되었으며 이 변화가 직접적으로 클템의 마인드에 타격을 주었
다고 생각합니다.
정글의 변화와 더불어 워모그가 성행한 것도 프로스트에겐 문제였습니다. 테란벙커로 질럿들이 몰려드는데 예전같으면
일꾼수리와 입구벙커로 막아냈겠지만 이젠 그 질럿이 체력200을 넘는 상황이라 할 수 있는 것이죠. 다이브가 쉬워진
만큼 클템은 그 곳에 묶이게 됩니다. 라인을 푸쉬하고 여차하면 다이브할 수 있는 곳이 있다면, 클템은 그 곳에 대기
해야하는 선택밖에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상대정글러는 다이브해도 되고 안해도 됩니다.
시즌2 클템의 상황은 한마디로 '묶여있다'는 겁니다. 시즌2에서 라인푸쉬는 프로스트입장에선 그리 큰 문제가 안되었
지만 시즌3에선 큰 압박으로 다가옵니다. 예전처럼 cs만 먹고있기엔 정글을 내버려둘 수가 없는 것입니다.
하지만 정글러와 함께 로밍을 가기엔 육식정글러가 너무나 무섭습니다. 오라클이 없는 클템은 교전을 두려워합니다.
파밍중인 라이너는 그러한 상황에 익숙치가 않습니다. 라인전 상황에서 5명은 각각의 역할에 충실할 뿐 서로의 역할을
대신하는 것에는 소홀합니다. 시즌2에서 고기방패에 그저 궁셔틀이었던 정글러들은 잘 큰 쪽이 못 큰 쪽을 더욱 압도
하며 때로는 라이너까지 압도하는 파밍력을 한타를 지배합니다. 삼룡이 멀티에 불과했던 정글이 이젠 10미네랄짜리
대형멀티가 되어버린 탓이죠.
다시 테란이야기로 돌아가볼까요. 시즌3변화에 비유할 수 있는 개방형맵구조는 결과적으로 종족상성을 더욱 심화시켰
습니다. 평지싸움에서는 토스>테란>저그>토스란 뜻이죠. 시즌2에서 신짜오와 아무무는 사실 별 관계도 아니었습니다.
2-3렙 갱만 조심하면 후반엔 아무무 세상이었죠. 하지만 빨장 가격하락으로 신짜오의 성장력이 보완되고 패러다임이
변화하면서 지금은 숙적이 되었습니다. 맞짱떠서 절대 이길 수 없는 상대란 것은 평지싸움에서의 상성이 크다는 의미죠.
하지만 시즌3은 거진 평지싸움이 되어버렸고 설상가상으로 라인체인지전략으로 서로의 캐논 벙커마저 일찍 깨버린 상황
에서 게임을 시작하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마린과 발업질럿의 만남은 그야말로 잘못된 만남이겠죠.
가까우면 벙커링 멀면 더블컴이란 말로 유명한 전상욱은 그 자신의 매너리즘에 빠지면서 무너져갔습니다. 물론 그 중에
맵의 변화도 이유가 될 수 있겠지만 초창기의 다양한 전략을 사용하던 그의 모습은 점차 방어적으로 돌아섰으며 결국은
패러다임을 따라잡지 못하고 도퇴된 것이죠. 이런 느낌을 요즘 프로스트에게서 자주 받습니다. 최근에 클템이 신짜오
를 꺼냈지만 그다지 큰 감응을 불러일으키진 못했습니다. 변화가 필요한 것은 정글러 혼자가 아닙니다. 정글이 변화하
려면 필수적으로 라이너들의 픽유형이나 라인푸쉬력도 뒤따라야합니다. 지금 클템은 너무나 많이 분석되어있고 와드가
아닌 상대의 머리속에서 읽혀지고 있습니다. 이영호가 다시 테란의 부흥을 이끌어낸 것은 방어에 집착하지 않고 테란
본연의 양극단을 오가는 허를 찌르는 전략을 모두 사용하였기 때문입니다. 프로스트는 과도기이며 이 과도기에 큰 변화
를 일으키는 것은 필수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