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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스포) 요즘 독자층이 사이다패스가 많다고 다시한번 느낌.

아이콘 깔깔앵무
댓글: 9 개
조회: 2829
추천: 17
2022-10-28 12:13:04
로아는 플레체에서 슬픈 이야기를 쓴다고 다양한 클리셰를 썼음.
그중 하나가 결말 플롯이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1997)를 오마주했는데
(아만 엄마 - 조슈아 아빠로 대응되기도 하고)

<인생은 아름다워> 결말 부분이 
나치가 2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하고 한시 빠르게 수용수들을 총살하고 증거 인멸해야하는 시점이었음. 
그래서 군인들이 바쁘게 이동하면서 유대인들 가스실 넣거나 총살하고 다님.

그 와중에 주인공 아버지가 아들에게 '이게 마지막 종목, 숨바꼭질이야. 오늘 하루종일 숨어서 내일 아침까지 버티면 100포인트를 받게 되고 우리는 드디어 탱크를 얻게 된다.'고 말하고 주인공을 숨긴 뒤 자신이 미끼역할을 하게 됨.

근데 여기서 나는 처음 볼때 '왜 나치는 빨리 증거 인멸해야한다고 방송하면서 보이자마자 바로 총살하지 않는거지?' 라고 의문이 들었음. 아버지를 죽일 때까지 뜸들이면서 1~2분 정도의 러닝타임이 걸렸거든.

군인이 골목길로 들어가라고 총구를 들이댐. 
발견하자마자 쏘는게 아니라 두 손 번쩍 드니까 멈칫하고 그를 골목으로 인도함.

하지만 그 의문은 주인공 아버지의 죽음 직전 장면으로 알게 되는데, 
아버지는 일부러 장난치듯 광대처럼 쾌활한 웃음으로 숨겨둔 아들을 보며 골목길로 들어감.
마지막까지 아들이 무서워하지 않도록 걱정하는 부성애가 극대화되는 장면이었음. 

로아 플레체도 마찬가지임. 
아만과 숨바꼭질이라는 놀이하자는 말로 최대한 아만을 안심시키려는 어머니의 모습과 
마지막으로 문을 닫을 때 숫자를 세며 신성결계 걸고 웃음으로 보내는 연출은
아만을 사랑하는 어머니의 모성애를 극대화하는 연출 장치임.

여기에 로아는 이 모성애를 더 극대화할 장치로
클라우디아의 펜던트를 준비함.
이 펜던트를 통해 아만 어머니의 과거를 보면서 이 모성애가 훨씬 극대화됨.

<인생은 아름다워>의 이야기는 진짜 부모의 사랑을 메인 주제로 이야기했지만
<테일 오브 플레체>는 알고보니 부모도 아닌 여인의 모성애를 주제로 잡아서
오마주한 작품보다 더 큰 주제로 스토리를 이끌어감.

황혼은 신이 부재한 세계에서 자신이 신이 되어 스스로 정의가 된다는 신념을 가진 집단들임.

로웬에서 배신각을 보인 오스피어를 '와. 이단 같은 생각을 하다니 하면서' 바로 끔살이 아니라 교화(를 가장한 세뇌)하는 등 자신만의 절차가 있었고, 얘들 실험도 신자들 사이에서는 자원을 한 사람만 이용하는 등 자신만의 규칙이 있음.

나치가 아무리 미친 집단이라고 해도 얘들 나름대로의 절차와 규율이 있고,
황혼도 아무리 미친 집단이라고 해도 얘들 나름대로의 절차와 규율이 있음.
뭔가 이유를 붙여 자신을 합리화 하기 위해서지.

남바절에서 심문이라는 절차를 했고,
플레체에서도 마찬가지로 정보 확인이라는 절차를 진행했을 뿐임. 
현실에서도 확실하지 않은 정보로 바로 문 뚜따하진 않음.
('여기있는 거 다안다'는 대사는 그 다큐 등에서 문 뚜따하려는 거 보면 국룰 대사임. 걍 확인하는 절차임.)

아만이 집에들어가는 걸 세이크리아는 보지도 못했으니 세이크리아는 확신이 없었고, 이후 아만 집 문은 멀쩡한 걸로 봐선 아만을 숨기고 클라우디아가 순순히 문을 열어 미끼 역할을 시작한 것으로 보임. 집에서 멀리 떨어진곳 까지 이동하며 세이크리아 몇몇을 처치하고 그랬으니까.

1~2분이라는 러닝타임을 끄는 건 어떤 작품에서도 자주 사용되는 감정 극대화 용법인데다
핍진성(그 세계관 안에서는 당연한 이야기)에서 크게 떨어나가지 않다고 저는 생각함.

다른 유명한 예시로 영화 <코코>를 들 수 있음.

<코코>에서는 주인공 조상님이 주인공 할머니가 죽으면 조상님을 기억할 사람이 없어 완전 소멸될 운명에 처한 급박한 상황이었음. 주인공은 빨리 할머니에게 추억의 곡을 들려드려 자기 조상님을 추억하고 그 이야기를 자신이 물려받아 조상님이 내세에서 계속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하는 매우 급박한 상황이었음.
조상이 죽어간단 건 곧 할머니가 임종할 거라는 신호이기 때문에 더더욱 급박했음.

근데 여기서 주인공은 기타를 잡을 때 엄청 뜸들임. 
관객들이 '한시가 급한데 빨리 쳐서 기억하게 해드려야지!'라고 외치게끔.

하지만 바로 다음 장면에서 너무 뻔한 클리셰인데, 
그 뜸들임이 기타 멜로디와 함께 감정선을 폭발시킴.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시간 끄는 거 얘들 나름의 절차가 있고, 그런가 보다
<코코>는 주인공의 감정이 목차올라서 뜸들였나보다 등 
<플레체>도 작품 내부에서 일어날 수 있는 핍진성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았음.

저런 핍진성 정보는 앞의 내용을 유심하게 확인하지 않으면 납득이 안 될 수 있음.
요즘 트랜드는 물 흘러가듯 다 먹여주고 거슬리는 게 나오면 고구마 바가지라 안 되거든. 
뭔가 사건이 일어나면 그 사건 전후에 떡밥을 다 일일이 회수해서 바로 앞에 떠 먹여줘야함.
직접적으로 이야기해야하고.
그게 사이다패스 독자층임. 독자는 뒤로 가는거 귀찮아 하고, 계속 앞 이야기만 시원하게 보고 싶거든.

근데 여기에 '빨리 문 뚜따하고 푹찍해야지 머하냐 개답답하다'는 평이 주를 이루었을 때
'조금이라도 내가 원하는 전개에 거슬리는 게 나오면 혹은 모르는 게 나오면 안 된다'는 
사이다패스 독자층이 많다고 느껴졌음.

이건 마치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주인공 아버지 빨리 총살 안하고 머함?'
<코코>에서 '조상 죽기 일보직전인데 개뜸들이네. 빨리 치지, 좀 답답하네.'
이러고 별점 낮게 찍는 거와 같음.

근데 이런 평은 있을 수 있어. 
개인 평가고, 사람마다 느끼는 게 다르고, 
사람마다 감정선과 몰입도가 다 다른데 저런 평가 나오는 거 당연하다고 생각함.

저 평을 기분 나빠하는 유저층도 있을 거야.
왜냐면 저 장치때문에 뭘 표현하려고 했는지 알고, 가슴이 먹먹해진 사람도 있을테니.
근데 저런 평을 보면 내 여운을 망치는 거 같아서 기분이 별로일 거고.

영화 <코코>나 <인생은 아름다워> 뿐만 아니라 이런 클리셰를 차용한 작품에서 저런 혹평은 꼭 나옴.
뒷 이야기는 너무 뻔한데 그걸 먹먹함의 여운으로 느끼는 독자가 있는 반면, 
그 뻔함 때문에 상황의 답답함을 느끼는 독자가 있음.

요즘은 후자가 더 많은거고.

머리 아프지 않게 콘텐츠 소비하려는 게 요즘 트랜드라 당연한거긴 함. (요약본, 쇼츠 등이 흥하는 이유가 여깄지)
웹소설 교정도 저 트랜드에 위배되는 게 조금이라도 보이면 수정하라고 편집 요청내려옴.
일일연재에 짧은 호흡을 가진 스낵 컬쳐라 더욱 그럴 수밖에 없고.

대체역사나 역사 기반 작품들이 나올때 
이 부분은 개연성 ㅈ도 없네 이런 소리 나올때마다 
'고증입니다' 라고 사이다패스 뚝배기를 하고 깨는게 아니면
아예 시도도 안하는 이유기도하고. (실제로 가능한가는 중요하지 않음. 그냥 '내 생각에' 납득이 안되면 욕하는거라)

그냥 독자 입맛에 맞는 내용만 내보내는게 맞다는거지.
그게 시장 논리고.

이거 밀면서 슬픈 스토리 쓴다고 온갖 클리셰를 다 박아가지고 '판에 박혔다. 예상이 되었다. 기대를 너무 많이 했다.' 이런 이야기를 볼 거 같았는데, 아만 어머니 실랑이 하는 장면 답답하다는 평이 주를 이루었을때 독자층의 속성이 엄청 바뀌었다는 걸 실감함.

플레체의 플롯은 슬픈 스토리에서 나올 수 있는 클리셰는 다 때려박았음. 
근데 그 클리셰의 나열이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오히려 트랜드에 반하여 반감을 일으킨 사례라고 생각함.
이것도 지식의 저주라고 볼 수도 있겠고. 
(자기 생각에 작중 핍진성은 지켜졌다고 해도 그걸 독자들이 바로 그 순간에 캐치할 요소가 없다고나 할까.)


오해할까봐 이야기 하지만, 작가는 자신의 작품의 의도를 온전히 독자에게 전달해야함. 
그걸 못했다는 건 온전히 작가 책임임. 

스토리는 전부 금강선이 쓰는 거니까. (스토리는 계속 맡을 거라고 은퇴 때 이야기함)
이번 스토리의 혹평 부분은 금강선의 책임이지.
금강선에게 따지자.

독자층이 달라졌으니 그에 맞추려면 훨씬 더 친절할 필요가 있다고.

+) 간단한 예시로 엘가시아에서 카마인이 '프로키온...'이라고 그 순간에 직접적으로 언급 안했으면 도서관 구석탱이에 있는 프로키온의 사진을 볼때까지 그 새가 프로키온인지 모르는 사람 널렸을걸요? 봐도 바로 캐치 못할 수 있고.

Lv72 깔깔앵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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