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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대해적 - 2. 두 해적

Kalss
댓글: 1 개
조회: 960
추천: 1
2010-01-29 19: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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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탁!


선장실에서 수배지를 가져온 부관이 그것을 내밀며 말문을 열기 무섭게 노튼의 손은 먹이를 향한
매의 발길질 처럼 순식간에 수배지를 낚아 챘다. 평소의 차분함과는 상당히 거리가 먼 분주함으로
등지고 있던 루에르의 객실문을 노크 따윈 잊은채 열고 들어가는 모습이 몹시 다급한 모습 이였다.


「루에르양! 혹시 이 자를 보셨습니까!」


노튼은 넋을 잃은채 멍하니 있는 루에르의 초점 앞에 동그랗게 말려있는 수배지의 위 아래를 잡아
피며 그 중앙에 그려져있는 초상을 보인다. 루에르의 허공을 향했던 시선이 서서히 초상으로 향한
다. 그리고….


「…에…단… 테일러…」


오래토록 쓰질 않으면 녹스는 칼처럼 그녀의 간만에 들려오는 목소리또한 사뭇 잠겨 있었다. 수배
지의 초상 밑에 쓰여있는 불한당의 이름은 ‘에단 테일러’. 그녀는 마치 최면에 걸린듯 그 이름을 더
욱 크게 반복한다.


「…에단… 테일러… 에단… 테일러… 에단…」


답을 들어야 했다. 노튼은 수배지를 던지고 그녀의 가는 양 팔뚝을 잡으며 목소리를 높혔다.


「루에르 윈슬릿양! 이 자입니까? 이 자를 보신겁니까!」


노튼의 고음에 정신을 차린듯 루에르의 크고 깊은 눈동자가 노튼의 검푸른 눈을 향한다.


「…이 자예요…」


그 순간, 노튼의 고개가 열린 문쪽으로 돌아가며 그의 목소리는 더욱이 커진다.


「부관!」

「예!」


객실 밖에 대기하고 있던 부관이 문을 열며 짧게 답한다.


「자네에게 중책을 맡기겠다.」

「하명만 하십시오!」

「루에르 윈슬릿 양을 런던까지 안전하게 모시도록.」

「…대령님께서는?」


그때 마주친 노튼의 눈은 사뭇 달랐다. 평소에 느낄 수 있었던 차가운 한기는 온데간데 없이, 아조
레스를 집어삼켰던 화마 같이 이글거리고 있었다. 그 결의와 각오가 느껴지는 눈빛을 머금은채 노
튼은 답한다.


「난 더블린으로가 함대를 정비하겠다.」

「함대를… 말이십니까?」


그러나 더이상 노튼으로부터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



작열하는 눈 부신 햇살은 이베리아의 그것보다 더욱 찬란하다. 수면의 벽은 투명했고, 그 밑의 신
비로운 심해는 머금은 산호를 유감없이 드러내며 아름다움을 뽐냈다. 한 없이 뻗어난 야자 나무와
황금빛 해변은 지중해와는 사뭇 달랐다.
그러나…


━탕!

━탕!


그 아름다움을 뒤로하고 들려오는 요란한 총성들은 미의 정적을 깼고, 아름다움과는 아주 거리가
먼 꾀재재하고 남루한 차림새의 거친 무리 들은 이곳이 낙원의 탈을 쓴 무법의 세계임을 군더더기
없이 보여주었다.
해적섬 ‘나소’. 귀환한 산타메의 해적들은 노획물을 장물상인에게 넘겨 버렸고, 넘치는 부로 주점
이라 부르는 문짝도 없는 폐가 같은 건물에서 며칠째 술판을 벌이는 중이였다. 산타메의 해적들이
귀환한이래 그 주점 근처에 다른 해적 패거리들은 얼씬도 안하였고, 이들은 낮이되면 자고 밤이되
면 다시 요란스럽게 술판을 벌이며 ‘해적다운 삶’ 을 살고 있었다.


━끼익.


술냄새가 아주 지독하게 진동하는 칙칙한 어둠 사이로 빛이 스며든다. 문 같지도않은 문을 밀어넘
기는 손길에 주점 안에 여기저기 널부러져 있던 산타메의 해적들은 감은 눈을 움찔거린다. 칙칙한
어둠 속에서 한동안 지낸 탓인지 햇살이 낯설고 이질적으로 느껴졌었다.


━두극, 두극.


빛이 스민직후 한 무리의 걸음소리가 요란스럽게 들려온다. 그 소리에 놀란 해적들이 뒤틀리는 속
을 머금고 자리에 일어서며 욕찌거리를 한마디씩 토해낸다.


「젠장, 여긴 산타메 해적들의 것인걸 모르나! 죽기 싫으면 썩 꺼지라고!」


━두극, 두극.


빛이 스민직후 한 무리의 걸음소리가 요란스럽게 들려온다. 그 소리에 놀란 해적들이 뒤틀리는 속
노골적으로 불만을 토해내는 ‘산타메 해적’ 들의 욕설에 저마다 험상궂은 인상을 더욱 구기며 당장
에라도 한판 붙을 기세로 전개된다. 그러나 무언가 염두하는게 있는듯 모습을 드러낸 해적들은 입
도 뻥긋 안하고 그것을 무시한다. 잠시후, 마지막으로 하나의 발걸음이 들려온다.


「…무슨 일인데 이 소란이지.」


주점 아주 깊은 곳, 한점의 빛도 들지 않는 어둠 속에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선장, 왠 놈들이 무단으로 우리 주점에 들어왔소!」


그 직후, 거칠지만 가늘고 투박하지만 매혹적인 음성이 들려온다.


「…부하들 버릇이 글러먹었군.」


그건 분명 ‘여자’ 의 목소리. 그리고… 이 ‘나소’ 에서 여자의 목소리라 하면 가능성은 하나.


「하아…」


소리 없이 말을 듣던 산타메의 선장, ‘저지’ 는 짧은 한숨을 내ㅤㅂㅐㄷ더니 의자에 걸쳐앉은채 식탁 위에
올려놓았던 두 발을 내리며 서서히 일어선다. 그는 어둠 속에서 식탁위에 올려놓았던 자신의 깃털
달린 검은 삼각모자를 쓰고 육감적으로 그 각도를 잡으며 드디어 빛으로 첫 발을 뗀다.


「실례가 많았군, ‘리지 블랙’.」


‘리지 블랙’. 그 이름 앞에 노골적이던 불만들은 어느샌가 잠잠해져 있었고, 주점은 다시금 정적이
감쌌다.


「이 누추한 곳에는 무슨 볼일로?」

「여긴 ‘주점’ 아니였나? 술 마시러 오는 것도 네놈에게 일일히 허락받아야되?」

「…아아, 물론 여긴 ‘주점’ 이지.」

「알았으면 냄새 나니깐 네 쓰레기들이나 데리고 구석에 박혀있어.」


그녀의 오만한 언행에 산타메 해적들은 발끈하였으나 감히 표출할 수는 없었다.


「우리 ‘리지 블랙’ 선장님과 그 부하들이 앉으실 자리가 없지 않나. 자리좀 비켜드리자고.」


하지만 ’저지’ 는 무신경한듯 너스레 웃으며 주점 구석구석에 널려있는 부하들을 한곳으로 모은다.
본명은 본인 외에 아무도 모른다. 햇볕에 그을린 구릿빛 피부와 잘빠진 몸매와 왠만한 남성 못지않
은 장신에, 짙은갈빛을 띄는 끝이 구부러진 긴 장발은 ‘카리브의 여인’으로서 이상적인 모습이였다.
얼굴 또한 상당한 미인이였으나 그런 그녀가 이 거친 ‘해적섬’에서 유린당하지 않고 도리어 이만한
영향력을 발휘하는데에는 그녀의 실력과 거친 성격이 크게 한몫했을 것이다.
그녀의 부친은 지금도 수많은 해적들이 꿈꾸는 동경의 대상이며, 해적계의 명사라고 할 수 있었던
대해적 ‘드레이크 블랙’. 그 잔혹함과 악명은 카리브를 넘어서 지중해 전체에 까지 자자 했다. 비록
최후의 전투에서 패해 목숨을 잃으며, 그 파란 만장한 서사시에 막을 찍었지만 여전히 그가 죽은지
20여년이 지난 오늘 날도 그의 유지는 그의 딸 ‘리지 블랙’ 에게 이어지고 있었다.
여인임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사리 판단과 해적 으로서의 실력은 부친의 피를 이은 탓일까. 천부적
이였고 여느 남성 못지않게 대담하여 이미 그녀의 목에 걸린 현상금만 1,000€ 이였다. 이런 거금이
자신의 목에 걸려 있다면 일상이 무겁게 느껴질만도 한데, 도리어 그녀는 “대해적 드레이크 블랙의
딸인 내가 고작 1,000€ 밖에 못하다니!” 라면서 분을 터뜨리곤 하였다.


「‘에드워드 티치’, 놈이 잔뜩 벼르고 있던데… 이번에는 무슨 일이지, 저지?」


그녀가 잔에 따른 럼을 마시며 묻는다.


「글쌔…」


그에 저지는 여전히 관심 없다는듯 조소를 띄며 건성으로 답했다. 그의 흐지부지한 물음에 리지는
자존심이 상했는지 마시던 럼잔을 힘껏 내리친다. 그 순간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주점안에는 정적
만 흘렀고, 모두가 숨죽여 한 여인을 ‘두려움’ 의 눈빛으로 주시한다.


「건방진놈…. 한번만 더 내 물음에 그따위로 대답하면 혀를 뽑아버릴줄 알아.」


말을 마친 뒤에도 리지는 한참동안 어둠 속에서 빛나는 저지의 안광을 노려 보더니 이윽고 다시 잔
을 든다. 그녀가 다시 술을 마시기 시작하자 주점안은 언제 그랬냐는듯 시끌시끌해진다. 얼마나 있
었을까, 문득 리지가 럼주병 하나를 쥔채 저지에게로 다가왔다. 그녀는 식탁에 올려진 저지의 다리
를 발로 밀치며 떨어뜨리고 그 위에 앉으며 럼주병 주둥이를 입술에 댔다.


「…내가 한가지 귀뜸해 줄까?」

「귀뜸?」


리지는 눈을 가늘게 뜨며 유혹하듯 저지를 바라본다.


「‘검은 수염’ 은 네가 해군과 내통하는줄 알아.」

「…그거라면 나도 잘 알고 있지. 내통이라니…. 참으로 어리석은 친구야.」

「어리석은건 바로 너야, ‘저지’.」

「그게 무슨 소린가, 리지 블랙양?」


저지가 입을 열기 무섭게 그녀가 코트 속에 손을 짚어넣어 얇게 말려있는 양피지 한장을 꺼내든다.
그 순간, 언제까지고 태연하기만 할것같던 저지의 동공이 살짝 커진다. 볼품 없는 초라한 양피지에
불과하지만 어디서 많이 본 것이였기 때문이다.


「…놀란것 같군?」


그런 저지를 앞에 두고 리지는 조롱하듯 손끝으로 양피지를 들고 살살 흔든다.


「나도 정말이지 놀랐어, 에단. 네가 귀족들의 개가 되다니.」


이미 그녀는 이 문서의 내용을 다읽은게 분명하다. 에단또한 처음에는 적잖게 놀랐으나, 그녀가 이
문서를 자신의 목을 못따 안달인 검은 수염 ‘에드워드 티치’ 에게 안 건네고, 자신에게 먼저 보였다
는 것을 떠올리자 이 영악한 여인이 무엇인가 자신에게 원하는게있기 때문임을 충분히 짐작하였다.


「…남의 배에 숨어들어 도둑질을 하다니. 역시 ‘리지 블랙’ 다운 배짱이로군….」

「칭찬은 ㅤㄷㅚㅆ어, 개.」

「‘동업자’ 라고 불러주지 않겠나.」

「닥쳐.」

「그래, 원하는게 뭔가 ‘리지 블랙’ 양?」

「말이 잘 통하는군, 간단히 말하지. 내게 정보를 공유해.」


리지는 들고있는 이 ‘괴문서’ 의 거래 내용을 알고 있었고, 저지에게 그것의 공유를 요구하고 있다.
잠시 생각을 하던 저지가 입을 열었다.


「…네 제안을 거절한다면?」

「티치에게 이 문서를 갖다주도록 하지. 아니, 그럴 필요도 없어. 이 나소의 모든 해적들이 네 목을
노리게 만들어주지.」

「호오… 살벌하군.」

「끌지말고 대답해.」


괴문서가 들통나지 않았다면 가장 좋았을테지만, 상황이 이리된 이상 도리가 없다. 결국 저지가 긴
한숨을 몰아쉬며 졌다는 듯이 대답한다.


「…별 수 없군.」


원하는 대답이 들려오기 무섭게 리지가 손을 내민다. 잠시 그녀의 눈을 응시하던 저지가 이윽고 그
녀가 내민 손을 잡는 것이였다. 주위는 여전히 저마다 소란스러워서 둘의 대화는 굳이 은밀함 없이
오고갔지만 그 내용을 들은 이는 아무도 없다. 잡았던 손을놓은 리지가 허리춤의 총을 꺼내들며 하
늘에 한발 쏜다.


━탕!


갑작스런 총성에 주점 안의 모두가 어깨를 들썩이며 움츠려 들었고, 시끄럽던 주점 안은 다시 한번
찬물을 끼얹은듯 조용해졌다. 모든시선을 자신에게 집중시킨 리지는 찬찬히 주위를 한번 훑어보더
니 입을 열었다.


「모두 들어라. 지금 이 순간부로 나 ‘리지 블랙’ 과 산타메의 선장 저지 ‘에단 테일러’ 는 손을 잡았
다.」

「산타메 놈들과 함께한단 말입니까!」


말을들으며 빠르게 굳어가는 표정의 해적들중 하나가 그들의 뜻을 대표하듯 리지에게 항변아닌 항
변을 꺼낸다. 그 다음, 어떤 상황을 예상 했겠는가? 아니나 다를까 리지는 그녀의 스타일대로 행한
다.


「감히 내게 언성을 높혀? 네놈 이마로 뒤를 볼 수 있도록 내가 한발 먹여주지.」


리지가 총구를 겨누자 해적은 정색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다급히 말한다.


「죄, 죄송합니다! 선장!」

「멍청한 놈…!」


리지는 총구를 내리며 다시 주위를 훑는다.


「또 이의 있나.」


더이상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저지(judge) ‘에단 테일러’ 와 ‘리지 블랙’. 두거물의 동맹선포는 삽시간에 ‘나소’ 최고의 화제로 부
상한다. 협력도 협력이지만, 무엇 보다도 그 이유에 대해 더 많은 의혹과 설이 제기되고 있었다. 그
중 사실은 에단과 리지가 정을 통하는 어처구니 없을것 같으면서도 혹시나 싶은 이 ‘열애설’은 한동
안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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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4 Kal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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