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시 반. 이 공원에서 모이는거다? 편의점에선 그냥 돈만챙기고, 보석점에서는 비싸보이는것만 챙겨봐."
가출하고 싶은 사람들의 카페.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그렇게 모였다.
밤중이라 서로간의 분간이 되지 않을정도로 캄캄했다.
하지만 여자와 남자가 둘 다 섞여있는 10명이란것은 머리카락 길이로라도 분별이 가능했다.
"하나..."
셋을 외치자마자 재빨리 맡은 구역으로 가서 물건을 챙겨오는 것.
이것이 우리의 임무였다.
중고등학생들의 모임이다보니 다른 특별한 돈벌이가 없어 자신들도 안된다는 생각은 하지만 이리 모여버렸다.
"두울..."
둘을 외치자, 아이들은 원래 가지고 있던 긴장감과 하나를 외칠때의 긴장감과는 사뭇 다른, 더 싸늘한 긴장감을 얻게 되었다.
공포영화를 볼 때에 귀신의 움직임소리나 비명소리를 들었을때는 오싹해지고, 직접 귀신이 서서히 등장하더니 스크린까지 튀어 나오게 되면 소름이 쫙 끼치며 두려움에 절어버리게 되는 경우가 어찌보면 비슷한 경우일지도 모른다.
"셋!"
결국 셋을 외치자 모두가 엉거주춤했다.
하지만 두명이 재빨리 공원 밖으로 뛰쳐나가자 나머지도 발동이 걸렸는지 뛰쳐나갔다.
"빨리챙겨 빨리!"
태훈이가 재촉을 해댄다.
감시보는 일이니까 쉽겠지, 나는 급하고 초조하고 미치겠다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여자가 감시를 보고 남자가 챙기는것이 이런 범죄에선 순례라고 생각하는 지현이었는데, 순서가 뒤바꼈다.
보안 회사들은 3분 이상 되면 거의 무조건 범인을 잡아낼 수 있다는 소문도 돌고 하니, 지현은 최대한 빨리빨리 움직였다.
지현은 석을 보따리에 잔뜩 챙긴 뒤에, 문쪽으로 달려가 태훈을 툭툭 치고 달려나왔다.
그리고 2층인 이 보석점에서 계단을 통해 내려가려던 시점, 아래에서 보석집 주인으로 보이는 아저씨가 올라오고 있었다.
지현은 너무나 당황한 나머지 잡히면 안된다는 생각에 태훈을 계단에서 밀어 떨어지게 만들었고, 아저씨는 태훈에게 깔렸다.
둘의 생사나 몸 상태는 생각치도 않고, 둘이 잠시 아파서 아무 생각도 하지 못 하고 있을 때에 도망쳐 나와버렸다.
그 때 지현은 계단아래, 건물 입구에서 누군가가 스쳐지나갔다는 것을 눈치재지 못했다.
"하아하아.."
지현은 너무나 갑작스럽게 자신이 큰 일을 벌였다는 생각에, 숨만이 벅차오를 뿐이었다.
혹시나 태훈이가 죽었으면 어떻게 되는거지?
태훈이는 안전한걸까?
만약 돌아오면 내게 원한담긴 목소리로 대하면 어떻게 하지?
그보다 무고한 주인 아저씨가 죽었으면 ?
아니야, 만약에 아저씨가 살아서 내 얼굴을 기억한다면?
지현은 그런 생각에 차라리 태훈이 무사히 돌아와, 자신을 원망하는 목소리로 하소연 해대며 주인 아저씨의 사망소식을 알렸으면 한다는 생각까지 해버렸다.
지현이 공원 옆을 지날때 즈음, 공원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공원에 있는 시계를 보자, 약속한 11시 반보다 10분이나 앞선것을 보고는 안심이 되어 뛰던 다리를 쉬게 해두고 천천히 걸어왔다.
그 때 당시 너무나 혼란스럽고 힘에 겨워서, 들고있는 묵직한 보따리가 이상하게 보일거란 생각은 하지 못했나보다.
그리고 형광등 불빛이 자신의 등을 비추고 있을 무렵, 갑자기 자신의 옆으로 그림자 하나가 길게 늘어뜨려져 있는것을 발견했다.
누구지?
어떤사람이야?
태훈이겠지?
혹시나 긴장되는 마음에 지현은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엔 너무나 낯선 모자를 쓴 아저씨가 있었다.
내가 멈추자 그 아저씨도 멈췄고, 왠지 날 따라오는 것 같았다.
"무슨 용무라도 있으신가요?"
"학생. 아무리 살고싶어도 친구를 버리면 쓰나."
지현은 놀라버리고 말았다.
'친구를 버리면 쓰나.'라는 말이 정확히 자신의 상황과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었다.
혹시나 전화를 하다가 자신이 앞을 가로막아, 멈춰선것이고, 지금 한 말은 전화내용일지도 모른다는 어이없는 생각이 들자, 그 아저씨로 보이는 사람의 손과 귀쪽을 들여다보았다.
아무것도 없다.
지현은 정말 이번에 제대로 잘못 걸린것이라 여겨졌다.
"왜..왜그러세요...?"
"다 봤거든. 이 아저씨는."
지현은 빠르게 뒤를 돌아보고는 뒤돌아 본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뒷걸음질쳤다.
"왜..왜이러세요!"
지현은 형광등 불빛에 얼굴에 모자의 그늘이 지긴 했으나, 그의 얼굴엔 잔잔한 미소가 번지는 것을 목격했다.
정말 위험하다는 생각에 몰래 보석이 담긴 보따리에 손을 집어넣어, 날카롭고 묵직한 느낌이 나는 물건을 몇개 꺼내들었다.
"원하는게뭐에요... 뭐든지 들어드릴께요... 보석... 훔친거 다 보신거죠? 그쵸? 좀 드릴까요?"
"아니-"
"그럼 원하는게 뭔데요!"
"글쎄..?"
"소원... 그래 소원 하나 들어드릴께요.. 제발 못본 척 넘어가주세요... 제발요... 제발..."
소원을 이뤄주겠단 말이 끝나자, 지현은 또다시 그 남자의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것을 목격 가능했다.
"소원...? 좋아- 뭐.. 다른 빈정뱅이처럼 음란하거나 탐욕스러운건 아니야. 그냥... 동반자가 좀 필요하거든."
지현은 그 때 당시 그 말의 뜻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그냥 어디가 좀 잘못된 사람이구나 싶어서 안도의 한숨을 내뱉을 뿐이었다.
"오늘이 월요일이네..? 내일부터 무슨 일이 생기거든, 그 누구도 탓하지마. 너와 너의 친구들이 자초한 일이니."
그 아저씨는 그 말을 내뱉어 주고는 뒤쫓아오던 길의 반댓길로 다시 걸어갔다.
그리고 지현은 다행히 비정상인 사람을 만나 제대로 일을 처리하게 됬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아- 그리고 지현양. 인천 내에 있는 곳으로 거처를 하나 마련하도록. 이게 내 소원중 하나니. 너의 친구 모두들 말이야."
뭐지...?
어떻게.. 내 이름을 알고있는거야...?
+
..
그냥 쓰던거 올려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