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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출정이 없던 함대는 오랜만에 활기를 되찾는다. 군인들은 분주하게 움직이며 군함에 화약
과 대포등을 싣고 있었고, 그것을 대령 ‘노튼’ 은 흔들림없이 응시하고 있다. 그에게도 이번 출정은
놓칠 수 없는 기회와 같았다.
노튼은 자신의 함대가 주둔하고 있는 ‘더블린’ 에 도착하자마자 전문을써 런던의 국왕에게 보냈고
국왕의 조서가 아직 돌아오지도 않은 지금, 일초도 지체하지 않고 함대를 정비하고 있었다. 그동안
수많은 적과 해적을 무찌른 노튼이였지만 저지라 불리우는 이 해적은 때마다 노튼을 조롱하기라도
하듯 유유히 벗어 나던가, 기묘한 용병술로 노튼을 난처하게 만든 장본인. 그렇기에 노튼은 이번이
야 말로 그 오만한 해적을 붙잡든, 죽이든! 이 싸움을 자신의 승리로 매듭지으려는 생각이였다.
「보고! 갤리온 세척 모두 양호합니다!」
사관이 어느샌가 노튼의 곁에 다가와 경례와 함께 보고한다. 런던으로 루에르를 싣고간 그의 부관
이 탄 함선도 돌아오면 노튼의 휘하에 있는 총 네척의 갤리온이 확보된다. 이정도 전력이라면 해적
따위는 감히 덤빌 엄두도 못낼 전력이다.
「…좋아…」
젊은 군인, 노튼은 회심의 마음으로 나지막히 읊조린다. 이제껏 단한번의 패배도 모르며 승승장구
한 노튼이였다. 그런 그에게 수많은 치욕을 안겨준 해적 ‘저지’ 는 칼 보다 더욱 예리한 그의 자존심
을 유감없이 건드렸다. 그가 용서받으려면 마땅히 교수대의 밧줄에 그 목을 걸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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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군이 돌아온다!」
더블린에 도착한지 이틀째. 이쯔음이면 슬슬 런던으로 간 그의 부관이 돌아올 때가 되었었다. 그의
계산대로 부관의 갤리온이 회항하고 있었다. 이제 그가 거느린 모든 전력이 한데 모인 것이였다. 하
지만 노튼은 부관의 변심과 더불어 그가 가져온 ‘절체절명의 위기’ 까진 전혀 상상도 못하고 있었다.
수평선 끝으로 작게 보이던 배가 어느덧 항구에 정박하고 있다. 노튼은 친히 나가 항구앞에 대기하
며 지금 막 회항한 갤리온의 상태를 살핀다.
━쿵!
조교가 내려가고 드디어 부관과 그 부하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조교 앞에 서있는 노튼을 발견하기 부관을 비롯한 군인들이 경례를 한다. 노튼 또한 짧게 응수 하며
그들의 회항을 차갑게 환영했다. 부관의 걸음은 무거웠다. 저 차가운 냉혈한. ‘노튼 윌터스’ 가 과연
자신의 처우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원정출항이다. 속히 정비하도록.」
부관이 더블린의 첫 땅을 ㅤㄷㅣㅊ기 무섭게 노튼은 말한다. 평소 같아서는 경례를 한뒤 명령을 따르겠지
만 오늘은 다르다. 그는 노튼의 명령에 경례대신 품속에서 한장의 양피지를 꺼낸다. 그리고는 그것
을 노튼에게 내민다.
「… …?」
물음대신 그 의미를 담은 눈빛으로 자신을 노려보는 노튼의 차가운 시선에 부관은 목소리를 가다듬
고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미… 미런 윈슬릿 제독님의 소… 소환장입니다!」
「…소환장?」
그때 노튼은 직감하였다. 무언가 일이 잘못 될것이란것을 말이다. 그는 장갑을 벗고 차분하면서도
빠르게 양피지를 말은 끈을 푼다. 끈이 풀린 양피지는 아래로 축 늘어졌으나 여전히 내용을 읽을수
없게 말려있었기에 노튼의 손은 어느덧 양피지의 위와 아래 끝단을 잡은채 그것을 폈다.
노튼의 푸른 눈은 양피지의 내용을 아주 빠르게 읽어 내려갔다. 첫줄, 둘째줄, 그리고 셋째줄… 빠
르게 읽어내려가는 것과 비례하여 그의 표정또한 굳어간다. 이윽고 마지막 줄까지 읽어 내리며, 미
런 제독의 반지에 새겨진 붉은 인장이 새겨져 있음을 확인하기 무섭게 양피지를 접는다.
「경위를 말해라, 부관.」
「그… 그것이….」
이글거리는 분노를 억누른채묻는 노튼의 물음에 부관은 난처해하면서도 서서히 말문을 열었다. 부
관은 미런의 분노와 그곳에서 있었던 일을 말하기 시작했다. 물론 자신이 그에 동조 했다는 사실은
뺀채 말이다.
「… ….」
포르투칼 해군과 연계하여 근해의 순찰을 나선것 또한 엄밀히 따지면, 루에르의 신변을 보호 하기
위함이였다. 해적이 그 틈을 타 도시를 급습할줄은 노튼 또한 전혀 상상도 못한 일이였기에 그점에
대해서는 아무 변명도 할 수 없었다.
문제는 그런 자신에 대한 미런의 처우였다. 그리도 끔찍히 딸을 아끼는 노인네임을 잠시라도 잊은
것을 크게 후회하는 노튼 이였지만 그의 표정은 조금씩 일그러질뿐 그 이상의 표출은 없었다. 잠시
생각에 잠겨있던 노튼이 양피지를 품에 넣은채 자신의 사무실로 조속히 향한다.
━두극, 두극.
「…어, 어찌하시려는 생각이십니까? 미런 제독께서 하루라도 지체하면 엄중히 죄를 다스리겠다고
엄포하신 마당이라 이렇게 지체하시는건….」
「시끄럽다.」
게처럼 노튼을 따라 옆으로 뛰듯 걷는 부관은 더이상 자신의 처지에 곤란함이 없도록 한시라도 빨
리 그를 런던으로 호송할 생각 뿐이였다. 그러나 노튼은 무슨 생각인지 자신의 사무실로 향하고 있
었고 결국 부관의 마음은 더욱 타들어갈 뿐이였다.
━쿵!
어느덧 도착한 사무실. 문을 닫으며 자신의 자리에앉은 노튼은 일말의 멈춤도없이 서랍을 열어 양
피지를 꺼내 책상 위에 놓는다. 그리고는 책상 모퉁이에 있는 잉크병을 끌어 당기며 양피지 근처에
놓고 곧장 깃펜으로 그것을 찍어 누런 양피지에 글씨를 휘날린다.
「무얼 하시는겁니까?」
「…군선은 내줄 수 없다. 작은 경선을 내줄테니 자네는 다시 런던으로가 내 편지를 미런 제독한테
전하게.」
「예…? 편지라니요! 지금 미런 제독은 대령님을 반역죄로 법정에 소환…」
「말이 많군. 그들과 결탁이라도 했나, 부관?」
노튼이 쓰던걸 멈추고 눈을 위로 취켜뜨자 부관은 말문을 급히 닫았다. 한동안 부관을 노려보던 노
튼이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한다.
일이 이리된 이상, 미런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자신을 벌하려 들것이였다. 어차피 피할 수 없는 것
이라면 이틀전에 보낸 출정서를 윤허하는 국왕의 명서가 하달될 때까지라도 미런의 소환을 늦추는
방법 뿐이 없었다. 여기서 지금 발목을 잡히면 ‘저지’ 는 다시 종적을 감출지도 모를 일 이였기 때문
이다.
━사락.
내용을 다 적은 모양인지 깃펜을 다시 잉크병 안에 담궈놓고 양피지를 한번 허공에 펄럭인뒤 돌돌
말아 가죽끈으로 능숙히 매는데 성공한 노튼은 다시 사무실 문쪽으로 걸음을옮기며 동시에 멀뚱히
서있는 부관에게 편지를 건넸다.
「런던까지 ‘해로’ 로 최대한 지체하면서 가도록.」
경선의 속도라면 런던까지는 최소 이틀. 아마 예상대로 라면 부관이 런던에 도착하기 전에 국왕의
명서가 떨어질 것이였다. 국외의 사략이나, 해적 토벌에 있어서는 전폭적인 지지를 하는 정책이 추
세 였기에 자신의 요청이 기각될리는 없다고 판단한 노튼은 거기서 생각을 마친다.
얼떨결에 편지를 건네받은 부관은 부하 둘을 동행하여 런던으로 다시 출항했고, 노튼은 언제 다시
금 출정준비를 시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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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으… 노튼, 이 빌어먹을 놈…! 날 개보듯 하는군! 내가 심부름꾼이야?」
어느덧 항구를 제법 벗어난 작은 경선위에서 부관은 이를 뿌득뿌득 ㅤㄱㅏㅀ는다. 노튼의 앞에만서면 한
없이 작아지는 자신을 한심스럽게 생각하면서도 ‘중위’ 란 계급에 있으면서도 말단에게나 시킬법한
온갖 심부름을 자신에게 맡기니 더욱이 노튼을 증오하는 바였다.
「해, 해롤드 중위님…?」
「제기랄, 노튼 윌터스! 그 망할 잘난척을 언제까지 하나 지켜보마!」
부관 ‘해롤드’ 는 경선의 나무판자를 주먹으로 내리치곤, 즉시 동행한 두 부하에게 시선을 돌린다.
「항로를 바꿔라.」
「예?」
「플리머스를 우회하면 너무 오래걸려! ‘리버풀’로 가 말을 타고 육로로 최대한 빨리 런던으로 간다!」
「하… 하지만 대령님께서는…」
「시끄러워! 명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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