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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The Last Promise [01]

아이콘 H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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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466
추천: 1
2010-03-12 01:08:45

 

 

 

 

 

무엇이 그들을 전장으로 내몰고,

그들의 꽃같은 피를 진흙탕에 흩뿌리게 했는가?

사람들은 두려워 차마 그것이 그들의 여신이라고 뱉어내지 못하고

시체로 층층이 탑을 쌓아 도달하려는 듯

낙원을 되뇌기만 했다.

 

 

 

 

 

 

[The Last Promise]

 

 

 

[01] 은둔자

By. Yveca

 

 

 

 

 

 

"...뭐? 마법사?"

 

"네, 마법사요. 틀림없어요."

 

 

 

티이가 확신에 찬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자, 브린은 놀라움과 껄끄러움의 중간쯤 되는 얼굴로 눈썹을 꿈틀거렸다.

 

아침부터 직접 구운 펜케이크를 한가득 싸들고 연구소에 와서 내려놓자마자 꺼내는 말이, 여관에 어제 새로운 손님이 왔댄다. 여관에 손님 오는거야 이상한 일이 없지 않느냐 하니, 보통 손님이 아니란다.

 

머리칼과 눈동자는  밤하늘을 그대로 실로 뽑아 놓은 듯 한, 검다는 단순한 말로는 표현이 안되는 아름다운 먹빛이고,  외모 또한 눈이부시며, 그녀가 뒤집어 쓰고 온 잿빛의 로브는 빨아봤더니 원래는 눈부신 흰색이었으며 (이게 어째서 비범함의 근거가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티이가 굉장히 진지하게 말하고 있었기 때문에 차마 브린은 태클을 걸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그 로브 안에 그녀는 등에 커다랗고 긴 막대기를 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비록 지금은 은퇴했지만 브린이라는 마법사를 아주 가까이서 보아왔기 때문에 티이는 그 막대기가 어떤 용도에 쓰이고 어떻게 불리는 것인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스태프. 스태미너를 응축시켜 마법을 구현시키는 매개체였다.

 

티이가 그 녹지 않는 얼음결정들이 보석처럼 주렁주렁 얽혀있는 스태프와 그 주인의 아름다움에 대해서 장황한 묘사를 시작하자, 브린은 그녀가 가져온 팬케이크를 한포크 집어들며 다른 생각에 잠겼다.

 

 

 

 

20년 전이었다. 

습관에는 당위성도, 타당성도, 마땅한 이유도 없다. 그들에겐 전쟁이 그러했다. 그러한 습관적인 전쟁과 전염병의 창궐, 극악한 흉년이 겹쳐진  지옥같은 해였다.

용병으로도 머릿수를 채우지 못한 병력 강제징발, 점차 무거워지는 세금, 물가 폭등에 시달리다 지칠대로 지친 사람들은 그들이 그토록 맹목적으로 투쟁하는 모리안, 그녀가 제시하는 이상향에 대한 회의심을 갖게 되기에 이르렀다.

 

 

막 열살 난 소년이 늑대인간의 발길질에 채여 죽고, 백발이 성성한, 마을에서 인심좋기로 소문난 식당 주인 할아버지는 뼛속까지 얼려버릴듯한 얼음계곡의 냉기에 죽고, 남겨진 아낙네와 아이들은 말라비틀어진 밭에 씨앗을 뿌리고 흙을 덮지만 비는 내리지 않아 굶어 죽어가는데

희끄무레한 -아니 ,정확히는 핏빛이겠지만- 안개속에 감춰진, 애매모호한 상징과 은유들로 적절히 버무려진 낙원이 무슨 소용이겠는가?

 

 

당장 더 행복하고 싶었던 그들은 마침내 봉기했다.

굴복한 왕실은 전쟁중지를 선포하였고, 그 이후 전장에서 활약하던 많은 용병들이 정착하여 뿔뿔이 흩어졌다.

 

 

 

특히 그 용병들 중에서도 마법사는 고급인력이었다.

재능을 가진 이가 극히 드물 뿐 더러 재능을 끌어내는 데에도 무던한 수련이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현자, 학자로 불리우는 이들은 휴전선포 이후 왕실전속 학자로 발탁되어 호사스러운 생활을 누리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리엘이나 브린같은, 실성 직전의 괴짜거나 세상 모든 것이 불만스러운 천재를 제외하고는 말이다.

 

 

여튼 마법을 배울 기회는 흔치 않았다. 그리고 티이가 묘사한 그녀는 매우 젊다. 기껏해야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게다가 여자라니? 마법사들의 고질적인 3대질병은 두통 복통 그리고 남존여비사상이다.

 

여신의 축복을 입고 태어난 천재이거나, 아니면 정말 뛰어나고 별난 스승을 뒀거나.

브린이 상념을 마무리할 무렵, 볼까지 발그레해지며 설명에 열을 올리던 티이가 갑자기 화들짝 일어났다.

 

 

 

 

"아,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됬네요! 가서 점심을 준비해야겠어요. 다음에 또 올게요!"

 

싱긋 웃어보이고는 단정한 걸음걸이로 연구소를 나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브린은 옅게 미소지었다.

뭐, 저 아이에게 해만 되지 않는다면야 크게 상관 없는 일이다.

 

 

 

 

 

 

 

 

 

 

 

"안녕?"

"멍!"

"이름이 뭐니?"

"멍!"

"어머, 참 멋진 이름을 가졌구나. 어머니가 지어주신거니?"

"멍!"

"응, 내 이름은 이비야. 내 이름도 이쁘지?"

"멍!"

"어머니를 닮아서 참 예쁜 털을 가지고 있구나. 한번 안아봐도 될까?"

"멍!"

 

 

 

헥헥헥헥헥.

 

혀를 빼물고 꼬리를 풍차처럼 흔들고있는 강아지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그녀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가슴이 터질듯이 반가워하는 모습이다.

검은 머리의 그녀는 강아지를 안아들려 팔을 뻗고 있었다. 아, 좀 전에는 둘이 대화도(...) 한 듯 보인다.

희고 긴 털이 탐스럽게 복실복실한 강아지를 안아 든 그녀가 여관으로 돌아오는 티이를 향해 맑게 미소지었다.

티이가 희디 희게 빨아놓은 로브가 버둥대는 강아지의 진흙발로 다시금 더럽혀지고 있기도 했다.

티이보다 강아지에게 이름을 더 먼저 알려준 그녀가 티이에게 말했다.

 

 

"다른 손님이 오셨어요."

 

 

 

 

 

 

 

 

 

햇빛이 쏟아져 들어오는 볕 좋은 창가 자리는 다 제치고 제일 구석지고 어두운 자리를 골라 짐을 풀고있는 그는, 좀전의 그녀와는 정반대로 음울하고 무거워보이는 인상이었다.

 

적금발, 문득 빛줄기가 머리를 쓰다듬을때면 눈부신 금빛을 내는 적갈색의 머리칼을 가진 사내는 매우 고되고 험난한 여행을 했음이 그대로 묻어나는 얼굴을 하고는 반갑게 그를 맞이하는 티이에게 무성의하게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식사는 곧 준비해드릴테니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티이는 미소를 지으며, 돌아서서 로브를 벗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다가 고개를 갸웃 했다.

그의 허리춤에는, 투박한 검집이 한개도 아니라 두개씩이나 매달려 있었다.

 

 

 

 

 

 

 

 

"......"

 

입을 굳게 다문 그는 침대맡에 앉아, 그의 허리에 매여있던 두 자루의 검을 무릎에 올려놓았다.

그것을 바라보는 그의 눈은, 오랜 시간 목숨을 건 전장을 함께 누빈 전우를 바라보듯 신뢰감과 자긍심에 차있었다.

 

손때가 묻은 손잡이를 쥐고 빼내자 스릉, 하고 맑은 마찰음과 함께 검신이 몸을 드러냈다.

검의 양쪽 날은 금속 본래의 은색이고, 날을 제외한 안쪽 부분은 붉은색인 특이한 검이었다.

 

그리고 반쯤 끌려나온 검은,  허리가 무참히 두동강이 나있었다.

 

 

 

 

"이젠 쉬어라."

 

다시 검을 겁집으로 돌려넣으며 그가 중얼거렸다.

 

"앞으로 더 고된 일만이 남았으니, 너에겐 아마 잘 된 일일거다."

"더 고된 일이라니. 고생좀 하셨나보죠?"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그답지 않게 놀라 돌아본 곳엔, 가면처럼 미소를 걸고 있는 검은 머리칼의 여자가 서있었다. 그는 그녀를 처음 본 순간 바로 파악할 수 있었다. 저 미소는 가짜다.

 

문이 열려 있고 그녀가 자신이 앉아있는 침대 바로 옆까지 다가올 때 까지도 인기척을 못느꼈다는 사실에 그는 이비를 의심스런 눈으로 쏘아보았다. 그의 눈빛이 무슨 뜻인지 알아들은 듯 이비는 손을 살래살래 저으며 설명해줬다.

 

"마법으로 살짝 기척을 죽인 것 뿐이에요. 그렇게 무섭게 쳐다보지 말아요."

 

  

마법? 마법사인가? 그 씨가 말라간다는? 게다가 여자?

딱 저 질문이 담긴 눈빛을 다시 쏘아보내는 그에게 이비는 다시 설명해야했다.

 

"네, 마법사구요, 여자 맞아요. 이거 제 가슴 맞으니까 그렇게 의심스럽게 쳐다보지도 말아주시겠어요?"

 

 

그녀가 난처한 표정을 하자 흥, 하고 고개를 휙 돌려버린 그가 퉁명스런 어조로 내뱉었다.

 

 

"리시타. 검사다."

"리시타씨, 반가워요. 전 이비에요."

 

 

 

척 하고 내민 이비의 오른손이 무안하도록 빤히 바라보고 있던 그는 꿋꿋히 그녀가 손을 내민 채 그를 싱글싱글 바라보고 있자 못이긴듯이 악수하고는 재빨리 손을 놓았다.

...왠지 이거 부끄럼타는 공고 새내기(!)의 모습이다. 풋 웃어버린 이비가 다시 느껴지는 날카로운 눈초리에 험험 헛기침을 했다.

 

 

"뭐 통성명도 했고 서로 사연도 많으니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리시타씨."

"글쎄. 너에게 도움받을 일은 없을테니 그다지."

 

 

아니 근데 이게 언제봤다고 반말. 이비가 생글 웃으며 대꾸했다.

 

 

"제가 그 검 고칠 수 있는데요?"

 

 

 

잠시 어이없다는 눈으로 그녀를 보던 리시타가 코웃음을 쳤다.

 

"하, 마법으로? 웃기지마라. 검을 고칠 수 있다는 마법이 있다는 건 들어보지도 못했-"

"이 검의 문제는 지금 불에 넣고 달궈서 뚜들긴다고 되는 일이 아니니까 하는 말이죠."

 

 

순간 검사의 표정이 묘하게 굳어지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비는 여전히 같은 표정으로 태연히 그에게 '입 밖으로 내어서는 안되는 것'을 언급했다.

 

 

 

"더이상 '말'을 못하죠?"

 

 

 

 

 

검집에 들어가있던 반토막짜리 검은 어느새 뽑혀저 나와 이비의 흰 목덜미를 반사해 번뜩이고 있었다. 비록 검신은 두동강이 났다고는 하나 아직 그 섬뜩한 예기는 여전했다. 리시타가 목소리를 낮추어 물었다. 

 

 

 

"...어떻게 아는거냐."

"뭘요? 아, 이 검이 '마검'이라는 걸요?"

 

 

 

그 단어가 기어이 입밖으로 나오자 리시타는 검을 그녀의 목덜미에 그대로 그어버릴듯 가까이 가져가며 이를 악물었다. 자신이 이런걸 들고있다는 것이 알려지는 순간 왕실로 잡혀가 사형대에서 목이 떨어져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어떻게 알았는지 물었다."

 

 

 

 

그의 서늘한 목소리에도 한치의 변화 없이 미소짓고 있는 그녀가 난데없이 한쪽 팔목을 부드럽게 돌리자,

그녀의 짐이 놓여져 있던 곳에서 무언가가 미끄러지듯 허공을 날아 그녀의 손 안으로 안착했다.

 

 

얼음과도 같은 냉기를 내뿜는 크리스탈 스태프로 그의 검을 목 앞에서 밀어내며 그녀가 대답했다.

 

 

"공교롭게도 저도 그런 걸 하나 갖고 있는 바람에 말이죠."

 

 

 

리시타는 두동강난 검을 한 쪽 손에 든 채로 어안이 벙벙해 이비를 멍하니 바라보았고,

그녀는 장난스럽게 스태프를 검에 챙, 하고 가볍게 부딛히며 노래하듯 말했다. 여전히 웃는 낯이었다.

 

 

"다시 한 번 잘 부탁드려요, 마검사님."

 

 

 

...그렇게 마검사와 마법사 사이에는 미묘한 연대감이 생겨버리고 말았다.

 

 

 

 

 

 

 

 

 

* * * * *

음, 잠깐만, 저기, 그러니까 그 돌은 일단 내려놓고 이야기하시는게... OTL...

개강이라서 그렇게 자주 쓰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부족한 글 기대한다 해주셨던 분들이 있어 용감하게 싸질러 봅니다.

오라, 달콤한 까임이여.... 흑......

 

Lv16 H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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