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마왕 이비-마왕의부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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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의 웅성거림도 없이 굉장히 커다란 홀 안에 수많은 마족들이 정립을 한채로 서있었다. 마치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무슨 일이 생길 것 마냥 그들의 온 몸에서 긴장감이 베어나왔다. 평소 포션을 술먹듯이 먹던 이케루크도 오늘은 허리춤에 병을 꽂은 채 조용히 서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금단현상때문인지, 손이 부들거리는 것을 막을 수가 없어서 부하인 코볼트 한명이 불안한 눈빛으로 힐끔힐끔 쳐다보고 있었다. 그래도 연신 토해대는 것보단 나았다.

단상으로 보이는 얼음조각. 필시 이 수많은 마족들을 모은 장본인이 서있을 것이라 짐작될 정도로 예술의 혼이 발휘된 조각이었는데 아직 아무도 서있지 않은 것을 보니 더 기다려야될 것 같았다.


“도대체 왜 모이라고 한거야. 어제 인간마을에서 훔쳐온 술로 담근 포션을 먹을 수가 없잖아. 키아아!”


후렴구를 붙이지 않으면 허전한듯 키아아하면서 분노를 내뿜는 이케루크.


“오래 기다렸다. 특히 너 금단현상을 보이는 이쿨크여.”


갑작스럽게 느껴지는 엄청난 마기. 이에 모든 마족들이 몸을 부르르 떨며 무릎을 꿇었다. 자의가 아니었지만 그 힘에 몸이 저절로 숙여지는 것이었다. 평소 자존심이 세던 프린스도 붉은 눈을 형형하게 빛내며 화를 억누른채 몸을 굽힐 수 밖에 없었다.


이윽고, 단상위에 나타난 마족. 그러나 너무나도 평범하게 보이는 것이 약관도 되어보이지 않은, 아니 10세 꼬마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작은 키에 외모, 그리고 어디서 굴러다니는 옷이라도 입었는지 한껏 구겨진 잠옷을 입고 서있었다. 붉은 머리칼이 어깨 바로 위에서 찰랑거린다. 겉보기에는 보통의 인간꼬마처럼 보였으나 그의 몸에서 뿜어져나오는 마기는 모든 마족들을 압도하고도 남을 정도였다. 이윽고 그 앙증맞은 입술을 열며 말을 꺼냈다.


“내가 왜 불렀는지 아는마족.”


알 리가 없다. 모두들 인간계에서 생활하고 있던 터라 갑자기 마계로 호출이 와 모였을 뿐 평소 마계가 황폐하여 이곳에서 생활하는 마족은 거의 없었다.


“맞추면 천재. 모르면 프린스 오른쪽 손에 낀 건틀릿 같은 놈..”


갑자기 자신의 이름이 불려지자 발끈하는 프린스.


“크아아. 날 바보취급하는 건가!”


“그럼 니가 바보지 천재냐? 이름만 프린스지 니가 왕자냐? 왕관은 왜쓰고 지랄이야. 그리고 인간들이 네 건틀릿 얻을려고 자꾸 도전한다며. 귀찮은데 왜 끼고 다녀 벗으면 안오잖아. 동네 북이냐?”


“크아아!”


틀린말이 아니라서 꼬마의 말 하나하나가 비수가되어 가슴에 쳐박힌다. 그의 분노가 창에 담겨 꼬마에게 찔러들어간다. 그것을 어이없다는 듯한 눈빛으로 보는 꼬마.


“이래서 마족이 병신취급...어휴.”


도대체가 하위마족들은 인내력이 없어 문제다. 마족에도 엄연히 계급이 있는데 그런 생각보다 힘이 앞서는 머리에 똥만찬 놈들.
평소 마족에 이런 놈들이 많아 꼬마는 과연 학교라도 세워야하나 심히 고려중이었다.


꼬마가 대충 손을 휘젓자 프린스는 달려오던 그 자세 그대로 쓰러져버렸다. 그 모습을 보며 고개를 흔드는 꼬마.


‘과연 아마캇님이시다!’


‘저번보다 더 강해지신것 같아!’


술렁이는 마족들. 아무리 하급마족이라지만 프린스는 중급마족에 거의 다다른 강한 자였다. 그런자를 손짓 한번으로 패배시키다니.


“조용. 거기 여마족, 날 보고 하악거리지마라...뭐야...남성체야? 아나. 씨...너희들을 부른 것은 마신께서 신탁을 내리셨기 때문이다. 바로 오늘! 마왕의 강림이 예언되었다.”


“마,마왕님의 강림!”


블러드로드가 평소의 모습과는 다르게 놀라며 외쳤다.


“진정해. 상급마족이 그래야 쓰나. 그것보다 내가 수만년을 살아오면서 마왕이 강림하는 경우는 딱 한번이었지.”


블러드로드의 안색이 약간 하얘지기 시작했다. 그 역시 많이 살아온 것은 아니지만 예전에 얼핏들어본 적이 있었던 이야기였다. 지금의 마족들은 잘 알지 못할 고서적에 써있었던 그 전설.


아마캇이 한숨을 쉬며 얘기를 꺼냈다.


“천계의 여신 모리안이 부활한덴다. 썩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