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여점->스캔본 트리가 제일 원인이 크죠.
대여점 나오기 전에는, 앞의 말다툼에서 언급된 '어쩐지~저녁'이나 '소마신화전기', '열혈강호', '용비불패' 같은 것들 말고도 '짬보람보', '펭킹라이킹' 같은 지금 기준으로 보면 참 암담하기 그지없는 만화들도 단행본으로 잘만 팔렸습니다. 드래곤볼, 쿵후보이 친미 같은 일본 만화들보다야 안 팔리긴 했지만(애초에 그 시절에 이 만화 사던 당시의 꼬꼬마들은 그 때는 그게 일본만화라는 사실도 모르고 샀더랬죠.), 어쨌든 지금 기준으로는 '거지 같은' 만화도 단행본으로 잘만 팔리던 시절이죠.
따라서 케인원 님의 '창의성이 딸려서'나 '재미가 없어서' 만화 시장이 망했다는 건 근거가 없는 이야기입니다. 작금의 일본 만화시장을 보면 알겠지만, 원피스 같은 특출난 작품을 제외하면, 어차피 일본 만화시장도 창의성이 떨어질 때로 떨어져 90년대 전성기의 작품 답습, 아니면 여성의 성상품화 작품으로 버티는 중인데도 여전히 시장이 잘 유지가 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한국의 만화시장을 망가뜨린 주범은 크게 셋입니다.
1. 7~80년대 규제로 인한 한국인(특히 당시 성인들)의 만화에 대한 인식 - "만화는 코찔찔이 얼라들이나 보는 것"
2. 대여점
3. 대여점 이후의 결정타->스캔본
스캔본에 의한 타격이 별거 없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흔히 똑같이 스캔본이 나와도 버티는 일본 만화 시장과 비교를 하시며 근거를 드시는데, 일본 만화 시장과 한국 만화 시장은 중간에 대여점이라는 시스템이 나오고 안 나오고에 의한 차이가 소비자의 인식 자체를 바꿔놨기 때문에 스캔본의 위력이 전혀 다릅니다.
일본의 경우, 만화책은 원래부터 '사는 것'이었고, 그것이 너무 당연하다는 사회적인 합의가 존재하는 나라입니다. 법조인이 아닌 일반인도 저작권의 중요성에 대한 개념을 7~80년대에 이미 확립시킨 것이 끝난 나라지요. 반면, 한국의 경우 저작권의 중요성에 대한 개념 자체가 90년대 후반부터 겨우 공감대를 형성하기 시작한 나라인데다가, 대여점의 영향으로 '만화책을 뭣하러 비싼 돈 주고 사서 보냐'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확산된 나라입니다. 이 차이는 스캔본에 대한 반응의 차이를 다르게 만듭니다.
예를 들자면, 일본의 경우 7~80%의 원래 사서보던 사람들은 스캔본이 나와도 사서 보기 때문에 시장에 스캔본이 영향을 별로 안 주지만,(2~30%의 사서 보지 않는 사람들이 스캔본을 이용) 한국의 경우 대여점의 영향으로 원래 사서 보던 사람들이 10%도 안 되는 상황에서, 스캔본이 등장하면 대여점을 이용하던 90%의 소비자 태반이 다시 스캔본으로 옮겨가게 되기 때문에 그나마 대여점을 통해 대여점 1개당 최소 1권씩 팔리던 단행본도 안 팔리니, 스캔본으로 인해 시장에 가해지는 충격은 일본에 비할 바가 아닌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