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좀 깁니다)
0. 들어가기에 앞서
일단 본 글은 어디까지나 인게임에서 제시된 묘사들을 바탕으로, 개인적인 정리를 위해 추리를 해 본 글에 지나지 않음을 밝히며, 속된 말로 뇌피셜입니다. 다만 지금까지 게임, 소설, 만화 등 다양한 미디어믹스 등을 통해 반박할 수 있는 내용을 최대한 쳐내어 정리라도 해보고자 합니다. 다만 제가 미처 발견해내지 못한 내용이 산적해 있을 가능성이 농후하기에(소설은 대부분 접해보질 못했습니다), 역게 여러분들의 많은 비판과 조언 부탁드립니다.
일단 군단의 스토리의 핵은 누구나 알다시피 일리단이며, 그 일리단의 이야기를 열심히 세탁하고 있는 태초의 나루 제라의 존재는 밤의 요새 엔딩 시네마틱 영상이 공개된 지금까지도 뜨거운 감자로서 그 열기가 식을 줄을 모르고 있습니다. 일리단이라고 하는 워크래프트 세계관 최고의 인기 배드 애스(Bad ass)에 대한 평가를 손바닥 뒤집듯 뒤집어 버리는 그의 발언들 때문인데요. 이에 대해 '살게라스가 또...'라는 가설, '보이드 로드임ㅇㅇ'라는 가설, 마지막으로 '그냥 일리단 세탁기일 뿐...'이라는 가설, 크게 세 가지 가닥으로 가설들이 분류되고 있습니다.
그러면 이 논란의 핵심이 되고 있는 제라의 등장부터 최근까지의 행보, 그리고 이에 대한 유명인사들의 반응을 살펴보며 이 양반이 대체 어떤 존재여야 '개연성과 매력을 동시에 갖춘' 스토리텔링이 되겠는가를, 위에서 언급했던 세가지 가설의 정합성과 관련하여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1. 등장
빛의 심장, 태초의 나루 제라의 핵은 등장부터가 범상치 않습니다.
퀘스트 : 빛의 심장 전문
"<직업> <이름>, 와줘서 고맙소. 당신만의 독특한 재능이 급히 필요한 일이 있소.
<class> <name>, thank you for coming. I have a matter of some urgency that requires your unique talents.
은빛 성기사단에서 아주 특이한 빛을 내뿜는 물체가 지옥폭풍에서 빠져나와 지금 수라마르의 해안을 향해 떨어지고 있다고 보고해 왔소. 이번 일에서 의아한 점은, 그 물체가 지옥폭풍 그 자체를 '꿰뚫었다는' 사실이오.
The Order of the Silver Hand have reported that an extraordinarily luminescent object has emerged from the Felstorm and is currently falling towards the coast of Suramar. What I find most curious about this occurrence is that the object was reported as having "cut a swath" through the Felstorm itself.
혹시 이번 일을 조사해주겠소? 크라서스 착륙장에서 그리핀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오.
Will you investigate? There is a gryphon awaiting your arrival at Krasus' Landing."
빛의 심장이 등장하는 부분에서 유의해야 할 점은 '지옥폭풍을 꿰뚫었다(cut a sawth through the Felstorm itself)'라는 묘사입니다. 지옥폭풍(Felstorm)은 퀘스트(성기사 퀘스트 'A sign from the sky')와 멧젠의 언급(2015년 블리즈컨에서)에 따르면 아제로스와 아르거스를 연결하는 차원문의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지옥폭풍을 꿰뚫었다는 묘사는 다시 말해 아르거스와 같은 멀리 떨어져있는 곳에서 지옥폭풍을 뚫고 나와 부서진 섬에 도달했다는 이야기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 와우피디아 링크- http://wow.gamepedia.com/Felstorm#cite_note-1
(와우피디아는 물론 사용자 참여형 지식백과이기에 그 내용을 100% 확신할 수 없으므로 항상 레퍼런스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이 '꿰뚫었다'라는 묘사에는 두 가지 가능성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a. 지옥폭풍을 꿰뚫을만큼 강대한 빛의 힘을 소지하였다.
b. 지옥폭풍이 아무런 반발 없이 보내주었다.
이에 대한 반박은 차후에 가능하지만, 일단은 나중에 한꺼번에 하기로 하고 퀘스트를 더 진행해봅시다. 앞으로도 발생하는 가능성은 바로바로 반박하지 않고 가능한한 모아두었다가, 글의 진행이 매끄럽도록 한 자리에서 분석할 생각입니다.
그리핀을 타고 수라마르로 날아가면서, 카드가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합니다.
'정신 똑바로 차리시오. 우리가 지옥폭풍에서 그 물체가 떨어지는 것을 봤다면, 군단도 봤을 테니까.'
...그런데 문제는 이 빛의 심장을 회수한 게 군단이 아니라, 수라마르에 사시던 바다 거인 '요그 머크마우스', 반짝이는 것들의 왕이라는 분이었다는 겁니다. 수라마르 쪽은 군단 나와ㅂ..아니, 앞마당인데 플레이어가 솔플로 잡아버리는 거인 따위가 회수해가도록 허락해 두었단 거죠. 여기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가능성은
a. 살게라스가 일부러 플레이어들이 회수할 수 있도록 내버려 두었다. 바다 거인이 회수해 간 것은 해프닝.
b. 그냥 아무 생각 없었다(우와, 뭐 떨어진당), 혹은 스토리텔링을 위한 장치다.
정도가 되겠네요. 이에 대한 내용도 이후에 벨렌과 연관지어서 한꺼번에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2. 빛의 심장의 용도 발견
빛의 심장을 만지자 안에서는 투랄리온의 메시지가 흘러나오고, 카드가는 이에 대해 용도를 알아보라며 벨렌에게 보냅니다.
'퀘스트: 빛의 인도자(Quest:Bringer of the light)'
투랄리온이 살아있다니! 오랜 세월 동안 내 친구는 군단의 세계 어딘가에서 고립되어 쓰러졌을 것이라고 생각했소. 하지만 그가 아직도 살아있고 위험에 처해있다니, 도무지 믿기지가 않는군. 서둘러야 하오. 이 물체의 신성한 용도를 알아내야 하오. 투랄리온이 언급한 예언자는 분명히 드레나이들의 지도자 벨렌일 거요. 이 물체를 엑소다르로 가져가시오. 그 곳에서 벨렌을 만날 수 있을 테니. 차원문을 열어주겠소. 돌아올 준비가 되면 이 횃불을 사용하시오.
Turalyon lives! For ages I had thought that my old friend had perished on some desolate Legion world. But to know that he yet lives and is in danger is too much to bear.
We must hurry, <name>. We must uncover the object's sacred purpose.
The prophet of whom Turalyon spoke of is undoubtedly the leader of the draenei, Velen. Take the object and journey to the Exodar. It is there that you will find Prophet Velen.
I will open a portal for you now. Take my beacon and use it when you are ready to return.
이 발언 이전에 카드가는 '이건 절대로 군단이 만든 것이 아니오!'라고 하고, 엑소다르에서 빛의 심장을 본 벨렌은 '그대가 가져온 것은 빛의 심장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네. 바로 태초의 나루 제라의 핵이지(What you have brought to me is known as Light’s Heart. It is the sentience core of the naaru prime: Xe'ra).'라고 대답해 줍니다. 카드가나 벨렌이나 일생을 불타는 군단과의 전쟁에 바쳐온 사람들이니만큼-물론 카드가의 일생 따위...벨렌에 비하면 지극히 짧기 그지 없겠지만 인생의 가치는 길이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죠-빛의 심장이 살게라스와 연관성이 상당히 신뢰를 잃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퀘스트를 진행하며 플레이어는 킬제덴에게 침공당한 엑소다르를 구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부분에서의 묘사로 미루어보아, 빛의 심장이 살게라스의 음모와 관련되었다는 가설은 확실히 폐기되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위에서 빛의 심장이 지옥폭풍을 뚫고 넘어온 것에 대해 불타는 군단이 의도적으로 그랬는지에 대한 가능성이 제시되었는데, 엑소다르 침공을 통해 불타는 군단은 빛의 심장을 플레이어가 여는 것을 막고자 하였음이 묘사되었으니까요. 실제로 킬제덴의 계획은 성공했고, 플레이어와 카드가는 울며겨자먹기로 엘룬의 눈물을 통해 빛의 심장을 열게 됩니다.
빛의 심장이 떨어지자마자 회수하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서는, 킬제덴의 '기만자로서의' 안좋은 성격이 발휘되었던 의도된 행동이었다고 해석할 수 있겠네요. 1만 3천여년을 기다려 한때의 친우였던 벨렌을 절망에 빠트리려고 할 정도로 큰 그림을 그렸던 킬제덴인 만큼 말이죠. 물론 엘룬의 눈물까지는 계산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만...
결국 아군 진영에서는 가장 불타는 군단과 연관이 깊은 두 인물의 발언에 의해, 또 추후 보여준 불타는 군단 측의 행동에 의해 빛의 심장과 살게라스의 연관성은 부정되어도 좋다고 결론내려 봅니다.
다만 여기에서는 아직 공허와의 관련성은 부정되지 않았습니다. 물론 나루와 가장 깊게 연관되어 있는 존재인 벨렌이 공허의 존재를 느끼지 못했을까 싶지만, 현재 공허의 군주들의 존재를 확실히 알고 있는 인물들은 라덴(사망), 레이 션(사망), 래시온, 살게라스, 일리단 정도 뿐이고 벨렌은 빛의 군대가 어마무시한 존재에게 순식간에 소멸되어버린다는 막연한 예언만 보았을 뿐, 공허의 존재를 인식한 바 없습니다(이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계시는 분은 지적 바랍니다).
그러면 남은 두 가설을 더 깊이 파헤쳐 보죠.
3. 엘룬과 나루의 연관성 발견, 그리고 그 이후의 전개
오로스가 소멸되고 벨렌은 멘붕 상태에 빠진 상황, 카드가는 옛고서에서 엘룬과 나루의 관계가 적힌 부분을 발견해냅니다. 도대체 얘가 어떻게 벨렌조차 겨우 추측에 그쳤던, 엘룬과 나루의 연관성이 적힌 내용을 발견해냈는지에 대해서는 차치하고-아마 메디브가 적었거나 가지고 있던 카라잔의 책 중 하나였겠지만...-, 엘룬의 눈물로 빛의 심장을 열어보라고 유저에게 귀띔해 줍니다. 그대로 따른 유저는 고대 나루 제라와 만나 판테온이 몰살 당했다는 사실, 그리고 일리단이 열쇠라는 사실을 확인합니다.
(엘룬과 나루에 대한 크리에이티브 팀의 공식 답변-https://worldofwarcraft.com/ko-kr/news/2207219)
이 부분은 소설 '일리단'에서 묘사된 일리단과 제라의 만남 부분과 아주 흡사합니다. 소설 일리단에서 고대 나루 제라는 일리단에게 환영을 보여주며 진정한 적은 공허 군주이며, 일리단은 그 공허 군주와 싸울 빛의 용사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해주죠. 그 뒤로는 뭐...다들 아시다시피 일리단의 과거를 목도하고-체험! 배신자의 삶!-, 그가 가진 '용기'에 대해 제라가 말해주는 것을 듣는 퀘스트들이죠. 뭐, '미친 소리!'라는 반응이 나오긴 합니다만...
가장 최근의 패치까지 이르면 제라는 일리다리 알라리를 통해 일리단의 영혼을 찾아오게 합니다. 그리고 그 영혼을 다시 일리단의 육체로 되돌릴 생각입니다.
4. 남은 두 가설에 대한 마지막 분석, 그리고 바람.
여기까지 분석하면서 저는 한가지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그 흥미로운점이, 이 말도 안되는 뇌피셜 글을 쓰게 만든 원인입니다. 뭐냐하면,
인게임에서는 정말로 의도적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공허의 군주들'에 대한 묘사가 완벽히 배제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공허의 군주들에 대한 언급은 항상 연대기, 소설, 그외 기타 등등의 미디어 믹스를 통해서만 접할 수 있었습니다. 잘아타스의 대사를 통해 '공허'가 언급은 되고 있지만, '공허의 군주들'이 살게라스에 이은 새로운 적이라는 언급은 코딱지만큼도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레퍼런스가 부족하지만...
물론 아직 남아있는 두 가설 중에서 확률이 높은 쪽, 엄밀히 말해 '개연성'이 높은 쪽은 당연히 '일리단 세탁기-제라!'입니다. 제라는 철저하게 공허의 군주들을 적으로 규정하였고, 이는 지금까지 블리자드가 해왔던 '타락'의 수순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공허에 의해 타락한 존재들, 티탄 관리자 로켄, 데스윙, 노즈도로무 등의 경우는 끊임없는 이간질이 주된 타락의 계기였죠. 데스윙의 경우는 대지의 위상으로서의 무거운 책무로부터 벗어나게 해줄 것을 약속했고 말이죠.
그리고 사실 제라가 진짜 흑막인지 아닌지, 제라의 발언이 다른 나루들의 사상과 일치하는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다른 나루들에게 물어보면 그만입니다. 샤트라스에는 불타는 군단과 대적하는 나루들의 집단, 샤타르의 수장인 '아달'이 있고 그 외에도 진위 여부를 물어볼 수 있는 나루들은 많습니다. 그럼에도 인게임 내에서 벨렌이나 카드가 등 나루와 가장 많이 접촉할만한 인물들이 제라에 대해 아무런 의구심을 갖지 않고 있지요. 이러한 블리자드의 지금까지 행적들과 여러 발언들로 미루어 보아 빛의 심장이 공허와 관련되었다는 가설은 솔직히 말해 근거가 빈약합니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했던 공허의 군주에 대한 철저한 배제와 블리자드의 애매한 묘사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듭니다. 만약에 일리단에 대한 태도가 철저하게 찬양 일색이었다면, 우리는 일말의 여지 없이 고개를 절레절레하며 '네 다음 아제로스는 자유다'라고 블리자드 크리에이티브 팀을 까내렸을 겁니다. 하지만 끊임없이 일리단을 비난하는 고뇌의 알트루이스의 존재, 제라가 보여주는 퀘스트들이 제라의 주장과는 달리 일리단의 행동들을 아무런 포장 없이 보여주고 있다는 점들. 그 외에 각종 미디어믹스에 산적해 있는 애매한 묘사들은 그 남아있는 한 점 의문을 버리지 못하게 만듭니다.
왜냐하면 아직 작품 내적으로도, 외적으로도 고대신과 나루에 대한 정보가 아직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작품 내적으로 먼저 살펴볼까요? 위에서 언급했던 내용과 모순되는 주장이지만, 일리단도 그렇고 카드가를 비롯한 다른 인물들도 그렇고, 제라가 하는 이야기들을 다른 누군가의 발언과 비교해보며 진위를 판단할 수가 없습니다. 티탄들은 전부 죽었고, 티탄 다음가는 것으로 생각되는 나루들은 작품 내에서, 그렇게 언터쳐블한 지혜와 힘을 자랑하지도 않습니다. 필멸자들에게 마나빨려, 공허의 신으로 변했다가 필멸자 둘에게 털려...또한 자기들끼리 소통이 제대로 안되는건지 애매한 태도를 보여준 적도 있지요. 소설 일리단에서, 검은 사원 공략의 선봉에 섰던 나루 지리(Xi'ri)를 보며 일리단이 '고대 나루는 내 편이라고 했는데 쟤는 뭥미...?'라고 씁쓸해하는 장면이 묘사됩니다. 이러한 묘사들을 생각해보면 제라 흑막설 역시 정말 말도 안되는 이야기라고 치부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공허 없이는 빛도 없다'라고 했던 나루 도레의 발언은 이러한 생각에 쐐기를 박게 하죠.
작품 외적으로는 어떻습니까? 연대기 1권에서 언급된 공허의 군주들에 대한 설정은 아직 턱없이 부족합니다. 공허는 거의 살게라스와 투탑 수준의 적대 세력인데 흑마법사가 거느리는 공허 방랑자는 무엇이며 사제는 어떻게 공허의 힘을 다스리는지(물론 그 대가로 보스마다 죽지만), 나루와 공허 군주들의 관계는 정확히 어떻게 되는지 아직 정확히 나온 바가 없습니다. 만약 연대기에서 위에서 나온 비판들을 반박하는 내용들이 나온다면 어떨까요? 공허의 군주들이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이간질 방법을 획책했다고, 나루들도 티탄들처럼 매우 강하지만 한계가 엄연히 존재하는 종족이라 자잘한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면?
(참고로 나루 지리의 검은 사원 공략과 제라의 발언이 엇갈리는 점에 대해 '붉은 셔츠의 남자'는 제라가 언급했던 '빛의 용사가 되기 위해 치루어야할 대가'라고 이해한다고 했습니다.)
무엇보다 일리단 세탁기 가설을, 머리로는 이해하면서도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는 가장 큰 단점은 뭐니뭐니해도, 워크래프트 프랜차이즈의 가장 큰 매력을 스토리 진행을 위해 블리자드가 스스로 버렸다는 점입니다. 지금까지 워크래프트 시리즈를 여기까지 있게 해 왔던 원동력은 그 방대한 설정도 아니오, 게임성의 탁월함도 아닌, 매력적인 캐릭터들입니다. 우리는 워크래프트 시리즈를 플레이하면서 만났던 수많은 영웅들, 일리단, 아서스, 스랄 등의 등장인물들과 함께 상호작용한다는 것을 가장 큰 낙으로 삼아 이 게임을 플레이해왔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블리자드의 행보는 마치, 시원시원한 스토리 진행을 위해, 혹은 하루 빨리 스토리의 결말을 짓기 위해 자기들의 게임을 여기까지 있게 해왔던 가장 중요한 장점을 포기하고 있는 듯 합니다.
물론 저 역시 블리자드의 스토리텔링 능력에 의구심을 품고, 일리단 세탁기 자제 좀 해달라는 측의 주장을 더욱 높이 삽니다. 드군에서 그렇게 빨아제꼈다가 통수 맞은 과거가 있으니까요...또한 제라 흑막설이 옳았다고 판단될지언정,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일리단이 마치 아제로스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했다는 식의 묘사-살게라스의 눈을 받는 장면에서는 특히 토가 나오더군요-라던지, 위에서 줄창 비판했던 나루들의 비일관성이나 애매모호한 묘사들은 반드시 비판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티란데...내게 아제로스 따위는 아무 의미 없어...이건 다 너를 위해...'라는 식으로 묘사했으면 캐릭터성도 안 잃고 얼마나 좋았겠습니까만은...
다만 아직 우리는 연대기 2권에서 어떤 내용이 나올지, 밤의 요새 이후 어떤 내용이 전개될지에 대해 알지 못합니다. 어쩌면 이 모든 논란들을 불식시킬 획기적인 스토리를 가져올지도 모르지요.
부디 제가 사랑하는 워크래프트 프랜차이즈가 용두사미로 끝나지 않기를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글재주가 부족하여 아무리 초고를 고치고 또 고쳐봐도 이 이상 가독성을 높일 수가 없었음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