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베리사 윈드러너
원래 베리사는 만인의 욕받이 리처드 나크의 엘프 마누라 판타지를 위해 창조된 캐릭터였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나크표 캐릭터들이 대거 숙청되는 와중에도 별 개성도 없는 베리사가 살아남았던 이유는
1) 멸종위기종 얼라이언스 하이엘프의 유일하다시피한 네임드
2) 워크래프트 최고 인기 여캐 실바나스와 자매관계
이 두 개였는데...다들 아시다시피 완벽한 상위호환에 짬밥이든 공훈이든 넘사벽인 알레리아가 귀환해버렸죠(공허엘프가 추가된 이상 하이엘프는 그냥 내친다고 봐야할테고.). 베리사는 사실상 존재의미가 소멸해버렸습니다.
거기다 다음 확장팩 테마는 얼호갈등. 알레리아와 실바나스의 분쟁에 휘말려 베리사가 죽고 남은 자매들이 이걸 서로의 탓으로 돌리며 증오를 불태우는 드라마를 만들기 딱 좋습니다.
2. 겐 그레이메인
격변 뉴비였던 겐도 어느덧 얼라이언스의 대표적 수장으로 인정받고 얼라의 대표적 강경파이자 안두인의 반려견이라는 캐릭터도 생겼습니다. 이게 다 실바나스 덕분이지요. 워크래프트 최고 인기 여캐이자 대표적 막가파인 실바나스를 겐의 원수로 만들었고 덕분에 겐은 틈만나면 실바나스와 포세이큰에게 으르렁거리면서 존재감을 확실히 키웠습니다.
그런데 겐이 실바나스 상대로 원한을 불태우는것도 한 두 번이지 맨날 똑같은 레파토리면 슬슬 식상합니다. 이미 격변과 군단에서 투닥거렸고 격아에서도 예정되어있는데 세 번이면 충분하니 결자해지가 필요하죠. 실바나스와 겐의 원한관계는 둘 중 하나가 죽기 전에는 끝나지 않을터인데, 죽인다면 겐이지요.
실바나스를 살려둬야할 이유는 많아도 너무 많습니다. 팬이나 제작자들이나 좋아죽는 최고 인기 캐릭터를 버리기는 부담스럽고, 포세이큰에 실바나스 외의 대안도 마땅치 않고, 가로쉬-볼진에 이어 3연속으로 호드의 대족장을 비명횡사시킬 수도 없는 노릇에, 실바나스를 대족장 만들려고 볼진을 발판으로 쓰는 무리수까지 저질렀는데 실바나스는 대족장 좀 오래해야죠.
반면 겐은 죽더라도 길니아스 네임드들 좀 남아있고, 캐릭터의 역사나 인기, 게임 내 중요성 모두 실바나스에 한참 못 미칩니다. 거기다 애초에 워크래프트에서 통쾌한 복수같은거 어울리지도 않고...
3. 티란데 위스퍼윈드
모두가 싫어하는 뜨거운 감자 티란데. 티란데의 캐릭터가 뭔지는 저도 모르고 여러분도 모르고 아마 블리자드 스토리팀도 모를겁니다. 티란데가 죽는다고 아쉬워할 사람도 없고요.
그런데 격변의 아제로스에서는 텔드랏실이 불타고 칼도레이가 만년간 살아왔던 칼림도어에서 축출당하는 사태가 벌어집니다. 이 정도로 큰 패배를 당하는데 중요한 네임드 하나쯤은 죽어야 매끄럽겠지요.
그리고 또 다른 이유는 티란데의 서방님 노루. 말퓨리온은 지금까지 언제나 얼라이언스의 수장보다는 아제로스를 수호하는 대드루이드의 이미지가 더 강했습니다. 가로쉬가 신나게 잿빛골짜기에 헤딩하는 와중에도 호드 용사와 함께 바로 옆 하이잘 산에서 아제로스를 지키고 있을 정도로요. 그런데 격아에서는 격변 이상으로 얼호갈등이 심화되고, 카드가마냥 은둔하지 않는 이상 말퓨리온을 계속 중립 포지션에 둘 일도 없는 노릇, 말퓨리온이 얼호싸움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하려면 역시 티란데가 호드와의 싸움에서 죽는게 제일 아닐까요.
기타. 카드가
리치왕 토벌로 할일 다 한 티리온처럼 군단과의 싸움이 끝났으니 카드가도 보내지 않을까 했는데 카라잔에 은거시키네요. 공허와의 싸움에서 또 꺼내 쓸려나봅니다.
적어놓고 보니 다 얼라이언스 관련 캐릭터들인데, 다들 지적하시듯 사실 호드에는 죽일 인물도 마땅치 않습니다; 리아드린이 대두되고 있으니 블엘 삼두정 중 한 둘 죽일 수도 있을거 같은데 그래봐야 사람들에게 그냥 공기가 공기되었네 정도의 반응일거같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