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정] 엘룬에 관한 이러저러한 잡설

선 3줄 요약

1. 엘룬의 영역과 몽환숲은 생명과 밀접한 연관을 갖는 존재의 죽음과 환생을 관할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추측

2. 그런 의미에서 엘룬이 나엘을 연료로만 본다는 점을 어느정도 카운터 칠 수 있지 않을까 생각
3. 엘룬이 심판관의 고장을 모르는 것도 큰 설정구멍은 아니지 않을까 싶음

대장정 진행하면서 엘룬도 무능한자의 대열에 오른 것 같습니다. 나엘을 연료로 썼다는 등, 자신의 신도를 싹 죽여버렸다는 등 말입니다. 이 점에 대해서 엘룬의 입장에서 약간의 변명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여 글을 써봅니다. 1차 출처는 와우헤드, 게임플레이입니다.

블쟈의 설정집에 따르면 세계관을 구성하는 여섯가지 힘들 중 죽음과 대응되는 것이 생명입니다. 현재 어둠땅은 죽음의 영역이고요. 현재 어둠땅에서 공개된 죽음의 영역으로는 5개의 지역이 있는데, 아시다시피 말드락서스, 레벤드레스, 승천의 보루, 나락, 그리고 몽환숲입니다. 다만 여기서 몽환숲은 좀 이질적입니다. 승천의 보루와 레벤드레스, 말드락서스는 어둠땅 자체를 위한 기능이 있습니다. 승천의 보루는 물리우주에서 죽은자의 영혼을 어둠땅으로 데려오는 역할을 하고, 말드락서스는 어둠땅을 보호하는 군대의 역할을 하며, 레벤드레스는 업이 많은 영혼으로부터 령을 추출함과 동시에 그 업을 속죄하는 기능을 합니다. 그런데 몽환숲은 오히려 죽은자를 다시 되살릴 준비를 한다는 점에서 매우 이질적입니다.

설정을 조금 더 들여다보면 모든 존재를 몽환숲에서 되살리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매우 추상적이긴 하지만 생명과 관련이 깊은 존재들의 환생을 준비하는듯한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나락습격에서 드루이드 영혼을 몽환숲에서 데려간다거나, 야생신이었던 우르속의 영혼이 몽환숲으로 왔다거나 하는 점 등에서요. 지난번 밤전사 관련된 대장정에서 엘룬과 밤의여왕이 자매관계라는 점과 엘룬은 생명의 영역에서 밤의 여왕과 비슷한 역할을 함을 확인할 수 있었죠.

여기서 의문점이 생깁니다. 그렇다면 엘룬이 맡는 생명의 영역에서는 무슨 역할을 하는가? 어차피 몽환숲에서 다 준비시켜서 되살리는 것 아닌가? 엘룬의 영역은 무슨 역할을 하지?

여기서부터는 뇌피셜입니다. 어둠땅이 죽음의 영역인만큼 몽환숲에서는 물리세계에서 죽은 영혼을 수습하여 환생을 위한 준비를 하고, 그 영혼을 생명의 영역으로 넘기면, 엘룬의 영역에서 그 영혼을 물리우주로 환생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추측을 하는게 타당하다고 합니다. 따라서 물리우주 -> 겨울여왕 -> 엘룬 -> 물리우주 의 일종의 순환이 존재한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엘룬이 텔드랏실에서 깐프들을 타죽게 버려둔 것은 아니라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엘룬을 숭배하고 자연과의 조화를 중시하는 나엘들은 심판관이 잘 작동한다면 대부분 몽환숲으로 갔을 것이며, 결국 엘룬의 영역을 거쳐서 다시 물리우주에서 태어났을 것입니다. 가시의 전쟁 단편소설에서도 엘룬이 텔드랏실의 나엘들을 구해주지는 않되 나엘들이 최대한 고통스럽지 않게 죽도록 은혜(?)를 베풀어주는 장면이 묘사되죠. 아마 엘룬 입장에서는 결국 나엘들이 환생할 것이고, 지금 당장은 몽환숲의 령 가뭄을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므로 나엘을 (당장은) 구원해주지 않은 것일 겁니다.

다만 엘룬도 심판관이 고장난 상태인 것은 알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근데 이것도 딱히 설정구멍은 아니라고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확팩 내에서 묘사된 모습을 보면 우주를 구성하는 여섯가지 힘의 영역이 상호작용을 하기는 하는듯 합니다. 예를 들어 레벤드레스의 잿불지구는 빛의 영역이 죽음의 영역을 침공함으로서 생성되었죠. 다만 다른 영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거의 아는 바가 없어보입니다. 그렇다면 생명의 영역에 있는 엘룬이 심판관이 어떻게 되었는지 알지 못하는 것도 말이 되죠. 예외는 붠쌈디입니다. 붠쌈디는 무에젤라와 워낙 밀접하고 무에젤라가 간수와 직접 연관이 되어있다보니 심판관이 고장난 상황을 아는 경우라 할 수 있겠죠. 

어쨌든 이런식으로 엘룬 싸이코설/깐프도살자설을 좀 카운터 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물론 이렇게 심층적으로 들어가기보다는 게임플레이만으로 충분히 납득할만한 연출이 나오는게 항상 더 좋은 스토리텔링이 될텐데 말이죠. 소설 돈에 눈이 멀어서 게임을 희생하는 빡대가리 블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