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정] 문학과 신화로 살펴보는 몽환숲 이야기 3

페어리 링 전설과 댄스 마카브르

 

 페어리 링(Fairy circle , Elf circle , Elf ring, Pixie ring)은 산림이나 초원에서 발생하는 고리 모양의 버섯 배치를 말합니다.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버섯의 포자가 땅에 떨어진 뒤 사방으로 균사를 뻗다가,

어느 정도 자랐을 때 일시에 자실체(버섯 몸체)를 내기 때문에 고리 모양이 생기는 것입니다.

하지만 과학이 발달하지 못한 시절에는 이 현상을 매우 신비스러운 현상으로 여겼습니다.

그래서 전 세계, 특히 서유럽에서 페어리 링에 관한 수많은 전설들이 전해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균륜(菌輪) 또는 균환(菌環) 이라고 부른다.

사진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Fairy_ring#/media/File:Hexenring_Nebelgrauer_Trichterling.JPG

 마녀들이 밤새 원을 돌며 춤을 춘 곳이라고 해서 마녀의 원(Witches' circle)이라는 전설도 있고,

요정들이 춤 춘 자리라고 믿기도 했습니다. 

버섯들이 빠르게 성장하면 가운데 풀들이 말라 죽기 때문에, 오스트리아에서는 용의 숨결이 닿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페어리 링 안에 들어간 사람에 대한 전설도 다양합니다. 

아테네 신탁에서는 페어리 링 위에 집을 지으면 거주자에게 번영이 찾아온다고 생각했고,

웨일스에서는 ​페어리 링 안의 풀을 먹은 산양은 더 잘 자라며, 작물들도 잘 자란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좌) "Plucked from the Fairy Circle" 페어리 링에 빠진 사람을 친구가 끌어당겨 구하고 있다.

https://en.wikipedia.org/wiki/Fairy_ring#/media/File:Plucked_from_the_Fairy_Circle.png

(우) Fairy Rings by Richard Doyle, 1875. 요정의 영역은 아름답지만, 침입자들에게는 위험할 수 있다.

https://en.wikipedia.org/wiki/Fairy_ring#/media/File:Fairy_Rings_and_Toadstools_by_R_Doyle.jpg

 하지만 불행해진다는 이야기가 더 많습니다. 

페어리 링 안에 들어간 사람은 젊은 나이에 죽는다거나, 

다른 사람에게 보이지 않게 되어 영원히 고리를 빠져 나가지 못한다거나, 

요정의 세상으로 가게 되는데 그곳의 시간은 현실보다 빠르게 흐른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또 강제로 요정과 춤춰야 하는데, 이 춤은 지칠 때까지 혹은 죽거나 미칠 때까지 끝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좌) 미카엘 볼게무트 <죽음의 무도>. 1493년

사진 출처: https://ko.wikipedia.org/wiki/%EC%A3%BD%EC%9D%8C%EC%9D%98_%EB%AC%B4%EB%8F%84#/media/%ED%8C%8C%EC%9D%BC:Nuremberg_chronicles_f_264r_(imago_mortis).jpg

(우) An abbot and a bailiff, dancing the Dance Macabre, miniature from a 1486 book, printed by Guy Marchant in Paris.

사진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Danse_Macabre#/media/File:Danse_Macabre_-_Guyot_Marchand9_(Abbot_and_Bailiff).jpg

 죽음과 관련된 춤으로 '죽음의 무도(Danse macabre)'라는 것이 있습니다.

중세 말기에 흑사병으로 사람들이 죽어나가자, 묘지에서 신들린 듯 춤을 추면 죽은 사람과 교감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이는 '죽음과 함께 춤을 춘다'는 관용구의 유래가 됩니다.

▲Dance of Death (replica of 15th century fresco; National Gallery of Slovenia)

죽음의 무도에 여러 계층이 등장하면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간다'는 의미.

사진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Danse_Macabre#/media/File:Dance_of_Death_(replica_of_15th_century_fresco;_National_Gallery_of_Slovenia).jpg

 몽환숲에서 수집 가능한 애완동물로 '돌여우'가 있습니다.

몽환숲에는 춤의 고리라는 페어리 링이 여러 군데 있는데, 이 위에 올라가면 배경 음악이 바뀝니다.

플레이어 세 명이 올라가 춤을 추면 희귀 네임드 '마카브르'가 소환되고, 

잡으면 높은 확률로 '돌여우'를 드랍합니다.

(해당 몬스터 참고 : https://wowdictionary.tistory.com/261)

즉 이 이벤트는 페어리 링과 댄스 마카브르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와우 피디아]

(좌) 나페 성약단 이동 수단 '버섯고리'

(우) 희귀 몬스터 '마카브르'를 소환할 수 있는 '춤의 고리'

 

페이 꿈잡이와 드림캐쳐

 

 악몽을 잡아 준다는 드림캐쳐를 아시나요?

악몽을 막아준다고 해서 공예품이나 기념품으로 판매하죠.

몽환숲 곳곳에서 드림캐쳐를 발견할 수 있고 아이템 설명으로도 나옵니다.

 북미의 오대호 부근에는 아니쉬나베(Anishinaabe) 인디언들이 살고 있습니다.

이들 중 한 갈래인 오지브웨(Ojibwe) 부족은 '아사베이키쉬(Asabikeshiinh)'라는 주술품을 만드는데,

이것이 바로 드림캐쳐입니다. 

'아사베이키쉬'는 '거미줄'이라는 뜻입니다.

 기본적으로 버드나무 가지로 만든 동그란 틀에 실로 거미줄 모양을 만들고 가운데 보석 등의 원석을 달고, 아래에는 깃털을 매달아 놓은 모양인데, 

실은 악몽을 잡아주는 거미줄이며, 구슬은 붙잡힌 악몽이 아침 햇살을 받고 변한 이슬을, 깃털은 좋은 꿈을 전달하는 것을 상징합니다.

 이것을 잠자리나 창문 근처에 매달아 놓으면 악몽이나 부정한 기운이 거미줄에 걸린다고 믿었습니다.

드림캐쳐의 전통은 오지브웨 부족의 '거미 여인 아시비카쉬' 전설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우) 사진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Dreamcatcher#/media/File:Sapn%C5%B3_gaudykl%C4%97.jpg

아시비카쉬(Asibikaashi) 전설 

 '아시비카쉬'라는 아름다운 여성이 있었다. 사람들은 그녀를 '거미 여인'이라고 불렀다.

그녀는 세상의 모든 아이들을 보살피는 아름다운 심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오지브웨 부족이 퍼져가면서, '아시비카쉬'가 모든 아이들에게 도달하는 것이 갈수록 어려워졌다.

그래서 아이의 어머니와 할머니들은 악몽을 잡아내는 그물을 만들었다.

모든 악몽과 부정한 기운은 그물에 잡혔다가, 아침 햇살을 받으면 이슬로 변해 사라진다. 

그리고 좋은 꿈과 좋은 기운은 남아서, 깃털을 지나 사람에게 도달한다.

이제 '아시비카쉬'가 함께하기 때문에 아이들은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있었다.

 

몽환숲의 안개와 페스 피아다(Féth fíada)

 

 티르너 바알에서 겨울잠 골짜기로 가는 길에, 유독 안개가 자욱한 곳이 있습니다.

들어가면 바로 잠에 빠져들고 안개 밖으로 이동합니다.

이곳에서는 희귀 몬스터 '잠자는 황제(The Slumbering Emperor)'가 나옵니다.

(해당 몬스터 참고 : https://wowdictionary.tistory.com/275)

또 티르너 사이드도 안개로 덮여 있습니다.

(우) https://ko.wowhead.com/npc=167721/%EC%9E%A0%EC%9E%90%EB%8A%94-%ED%99%A9%EC%A0%9C#screenshots:id=996028

 이 '모습을 가리는 안개' 설정은 아일랜드 신화의 '페스 피아다'에서 온 것 같습니다. [와우 피디아]

신화에 따르면, 아일랜드에 도착한 5번째 민족은 '투어허 데 다넌'입니다.

이들은 6번째 민족인 '밀레시안'에 패배한 후 서쪽의 낙원 섬 '티르 나 노그'로 이주합니다.

이들이 자신의 존재를 인간의 눈에 보이지 않게 만들려고 사용한 안개가 바로 '페스 피아다' 입니다.